(주)하림 등 닭 계열화사업자들은 계열화사업의 성과로 육계의 생산성 향상을 손꼽는다.
1999년 2.0이던 사료요구율(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사료량, 사료요구율 2.0은 닭고기 1kg생산을 위해 사료를 2kg먹였다는 것)이 2009년 업계평균 1.7로 낮아졌고 하림의 경우는 1.67까지 낮췄다는 것이 하림의 주장이다. 출하일령도 40일 정도 되던 것을 2007년 33.8일에서 2009년 32.75일로 낮아졌다며 홍보하고 있다.
이 같은 자료는 농촌경제연구원 정민국 박사가 발표한 계열화사업의 발전방안 연구보고서에도 그대로 인용돼 기정사실화 하는 눈치다. 그렇다면 정말로 하림과 계열화사업자는 사료효율을 높이고 사육 일수를 줄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까?
이번 보고서는 계열화 진영의 생산성 향상 기여 주장의 허구를 파해치고 자 한다.
먼저 육계 생산성을 좌우하는 요소를 살펴보자.
▲유전능력이 뛰어나고 ▲질병 등에 감염되지 않은 병아리 ▲외부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환기가 잘 이뤄지는 무창계사 ▲품질 좋은 사료 ▲마지막으로 농가들의 사육기술이다.
이를 두 가지로 압축하면 닭의 유전능력과 이를 뒷받침해줄 환경적 요인이라 하겠다.
증체가 잘 이뤄지고 사육일 수가 빨라진 것은 유전능력이 가장 큰 기초가 된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준다 해도 부모로부터 작은 키의 유전자를 타고 태어난 사람은 적정 이상 키가 자란 이후에 키가 더 이상 크지 않듯이 닭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을 고려할 때 우리 계열화사업자들이 닭의 유전능력 향상을 위해 한일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일이 거의 없다.
국내 도입되는 전용 육계(부로일로)는 전량 외국 닭육종회사로부터 수입이 된다. 외국 유전자원회사가 만들어낸 합성종 형태인 원종(GP)은 우리가 소비하는 실용계(CC)의 조부모 닭으로 국내 원종 사는 이들 원종 닭으로부터 종란을 생산·부화하고 이를 암수로 분리하는 작업밖에 하지 않는다.
이 부분에서 국내 계열주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질병이 들어오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원종계가 생산성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사양관리, 그리고 종계장에 병아리를 잘 납품하면 그만인 것이다.
국내 제2의 GPS인 한국 원종 고도욱 사장은 한 좌담회에 참석해 현재 국내에 도입된 종계의 능력은 10여 년 전보다 증체 일은 10일 정도 빨라지고, 사료요구율은 0.5 정도가 개선됐다고 밝히고 다만 국내의 계사 환경 그리고 4계절이 뚜렷한 기후 등으로 인해 타고난 유전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 도입되는 닭의 유전능력 향상을 고려할 때 계열주체들의 공이라고 이야기되는 사육일 단축과 사료요구율 개선이 국내 계열사의 노력보다는 외국 육종회사의 공이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유전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환경적인 요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료가 이들 닭의 유전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열량 등 사료 포뮬러가 짜여져야 한다. 사료는 계열주체가 공급하지만 국내에 도입되는 육계의 사료배합비나 사육메뉴얼은 원종계를 도입한 육종회사가 기본적으로 제공한다.
4계절이 뚜렷한 우리 사육환경의 특성상 난방을 실시한다. 닭들이 추위를 이겨 내기 위해 사료를 평소보다 더 많이 먹어 체온을 높이기 때문인데 사료요구율이 경쟁국보다 높게 유지되는 이유다. 겨울은 물론 봄에는 5월 초까지 육추 기간(병아리)엔 여름에도 난방을 해야 하고 가을에는 10월 중후반부터 난방에 들어간다.
지금까지 낮은 국제 유가로 난방비가 매우 낮아 이렇게 기름을 소모해가며 닭들이 추가로 사료섭취를 통해 칼로리를 낭비하는 것을 막아 왔는데 앞으로는 고유가로 난방도 만만치 않는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산술적으로 사료가 투입된 양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난방 과정 소요되는 칼로리도 고려해 사료요구율을 재설정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즉 사료요구율 계산 시 투입된 연료 즉 칼로리도 계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창계사인데 하림이 다른 계열주체보다 사료요구율이 0.03~0.05정도 사료요구율이 개선된 이유는 하림과 거래하는 농가들이 무창계사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과 하림과 거래하는 농가들이 상대적으로 기후가 온화한 호남지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즉 하림의 추가적인 사료요구율 개선은 농가들의 계사에 대한 투자가 제일 큰 이유이고 뒤이어 기후 때문인 것이다.
현재 10만수 정도의 계사를 건축하는데 8억 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가들이 미래의 수익을 내다보고 커다란 투자를 하였기에 닭의 유전능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상 육계 생산성과 관련된 분석을 통해 하림을 비롯한 계열주체들 즉 계열화사업으로 인해 생산성이 대폭 높아졌다는 것은 심각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것이 드러났다. 단순히 나타난 수치만을 보고 그 식이 계열화가 진행됐기 때문에 이러한 성과도 하림 등 계열주체의 공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농촌경제연구원까지 이러한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 데이터를 이유로 계열화사업이 국내 축산업에 공이 있다는 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에 대해 반론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만, 하림 등 계열주체들이 농가들에게 좋은 계사 설비를 소개하고, 계사 재건축을 돕기 위해 일부 자금을 유통해준 부분, 사료품질관리와 함께 대농가 컨설팅 등의 활동이 완전히 무시될 수는 없겠지만 가장 큰 부분인 닭의 유전능력의 경우 하림이나 어떤 계열주체도 한일이 없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계열화사업의 성과를 이야기한다면 생산성 부분이 아닌 시장에서 마구잡이로 도축이 이뤄지던 육계산업을 현대화된 도계장에서 위생적으로 도축과 가공이 이뤄지도록 했다는 부분(이것도 정부가 제도로서 유도한 면이 크기는 하지만)에 더 큰 점수를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