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금바이러스 - 가금바이러스 질병과 대책

  • 황교열 ((주)바이오토피아 생명과학연구소)
  • Published : 2011.03.01

Abstract

우리는 항상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2000년 이후 수 차례 재앙과 같은 바이러스 질병이 늘어나면서 축산인을 패닉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2003년부터 고병원성 인플루엔자에 의해 가금류 폐사, 신종플루에 의한 사람감염 및 사망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2011년 금년에도 고병원성 AI에 의해 많은 가금류가 매몰 처분됨으로써 심한 경제적 타격을 주고 있다. 미생물 배양물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이 가금류 바이러스질병을 예방하는 대책의 하나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안하고자 한다.

Keywords

1. 바이러스의 위험성

바이러스는 세포외부에서는 비활성 입자(무생물)이지만 증식하기 위해서는 숙주(동물) 세포 내에 존재하면서 동물세포의 생체대사를 이용하여 증식하는데, 동물이 죽지 않는 범위에서 증식한다. 그러나 최근의 신종플루, 구제역, 고병원성 인플루엔자 등은 전염성이 강하여 빠르게 전파되고, 병원성(독성)이 강력해진 바이러스이다. 

사람에게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신종인플루엔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사람, 가금,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전물질이 혼합되어 나타난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이다. 닭(오리)과 돼지 대량 사육 과정에서 신종 인플루엔자가 발생할 수 있어 이는 곧 세계적인 이슈로 부각될 것이란 사실이 2003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전문가들이 염려했던 점이다. 

금년에도 신종플루로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국내 의료기술의 발달과 적극적인 대처로 외국에 비하여 감염자와 사망자가 적다는 것은 큰 위안이 되지만, 마음속으로는 국민 모두가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더 나아가 이미 덴마크, 일본, 브라질 등지에서는 산발적이나마 타미플루(인플루엔자 예방 치료제)에 내성이 있는 바이러스 출현을 언급하면서 대유행(pandemic)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으며, 이미 2009년 6월 12일 세계 보건기구(WHO)에서는 기존 신종인플루엔자 경보 단계를 5단계에서 6단계로 격상시킨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이와 같은 대유행 경보는 1918년 발생하여 5천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도 초기에는 임상증세가 약하다가 2~3차례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대량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2. 동물바이러스 분류

동물 바이러스는 크게 RNA 바이러스와 DNA 바이러스로 구분된다. DNA 바이러스보다 RNA 바이러스는 상대적으로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바이러스로 변이가 더욱 심하다. RNA 바이러스는 유전물질이 단일가닥 RNA와 이중가닥 RNA 바이러스로 나뉘고, 외막(evelope)을 갖고 있는 바이러스와 외막을 갖고 있지 않는 바이러스로 또다시 구분된다. DNA 바이러스도 RNA 바이러스와 같이 구분된다(그림 1).

<그림 1> 동물바이러스 분류

RNA 바이러스에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가장 작은 바이러스(22~30nm)이며, 가금류에 뉴캐슬 질병을 일으키는 뉴캐슬 바이러스가 가장 크다(150~300nm). DNA 바이러스는 돼지 써코바이러스 질병을 일으키는 써코바이러스가 가장 작고(17~22nm), 홍역 바이러스가 가장 크다(240~300nm). 

바이러스는 온도가 낮으면 3∼5개월 생존할 수 있으나 온도가 높으면 급속히 활성을 잃는다. 겨울철이나 환절기에 감기에 잘 걸리는 것은 바이러스가 손, 공기, 오염 도구에서 오랫동안 생존하고 있다가 일교차가 심한 환경에서 생체가 약한 틈(면역저하)을 이용하여 병원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3. 바이러스의 감염과 증식

사람을 포함한 동물은 겉으로 건강하게 보여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를 갖고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러스 질병이 창궐한 지역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큰 것이다. 바이러스가 동물의 체내로 유입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바이러스 입자가 호흡기를 통하여 유입될 수 있고, 경구를 통하여 유입될 수 있다. 동물 체내로 유입된 바이러스는 동물세포 중에서 정해진 동물세포에 감염되는데, 바이러스가 감염을 위해 갖고 있는 공여체와 동물세포 외부의 수용체가 열쇠와 자물쇠처럼 일치하면 바이러스가 동물세포 내로 감염된다. 공여체와 수용체가 서로 일치하지 않으면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다. 

동물세포 안으로 들어온 바이러스는 초기 전사(early transcription)를 통하여 동물세포 공장을 자신의 통치권으로 바꾸고 잠복하는 시간을 갖는다. 잠복기간은 몇 시간이 될 수 있고, 몇 년이 될 수 있다. 잠복기간이 짧은 것은 병원성이 강함을 의미한다. 그러다 자신의 유전자를 만들고 바이러스 자신의 단백질이나 당 단백질을 합성하여 자신과 똑같은 바이러스 입자를 완성하고, 동물세포 밖으로 나와 재 감염과정을 반복함으로써 동물 조직을 괴사시킨다(그림 2).

<그림2> 바이러스의 감염과 증식

4. 소독

분변이나 사료, 깔짚, 기타 오염물건을 매몰하거나 소각한 다음 소독을 실시한다. 소독의 방법은 천장, 벽면, 바닥 순으로 하며 소독이 끝난 후에는 건조하게 하고 출입을 통제한다. 소독제는 염기제제(알카리), 차아염소 산염, 시안산 나트륨제, 글루타알데히드 제제가 있으며 그밖에 계면활성제, 복합 4급 암모늄 화합물을 사용할 수 있다.

5. 면역학적 대책

우리도 모르는 사이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와 같이 지내고 있으며, 보이지 않게 체내에서 끊임없이 변이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바이러스의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것은 동물의 면역시스템을 튼튼히 하거나 예방백신을 통하여 막아내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백신 접종을 하면 축산물의 소비자 인식이 크게 떨어지고, 바이러스 상시 발생국으로 전락하게 됨으로써 값싼 수입축산물과 차별화가 없어져 결국은 국내 축산기반이 무너지게 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신종 또는 변종 바이러스를 대처하는 방안은 즉각적인 백신 개발, 변종 출현에 따른 신속한 업그레이드 백신 개발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신종 또는 변종 바이러스는 한 생명체로써 끊임없는 진행형의 변화 속에 있기 때문에 변종 속도에 따른 신속한 백신 생산이 시간적 한계와 안전성 및 백신의 효율 저하가 지적되고 있다.

6. 바이러스 증식억제

약물이나 발효물질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방지, 유전자 증폭 억제, 단백질이나 바이러스 공여체 합성 억제와 같은 방법으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 김치유산균 발효물이 신종플루를 억제한다는 발표도 있었고, 어성초와 같은 여러 종류의 약리식물 또는 추출물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한다는 보고가 있지만 구체적인 물질이나 바이러스 증식 억제 작용기전에 대하여는 밝혀지지 않는 것이 많다. 

필자가 소속한 기관(BIOTOPIA)에서도 오랜 기간 동안 동물 바이러스 증식 억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결과, 발효식품에는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 증식 억제 성분이 함유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된장이나 청국장 발효와 비슷한 사례로 콩과 전분을 이용하여 고초균을 발효하였을 때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데옥시 노지리 마이신(deoxynojirimycin), 칼리스 테킨(calystegin A, B) 등 다양한 알카로이드 성분을 함유하게 된다는 사실을 보고하였으며, 더 나아가 물질 흡수 촉진과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구명하였다(1, 2, 3). 1-Deoxynojirimycin(DNJ)은 포도당의 산소가 질소로 치환된 포도당과 유사한 구조를 갖지만 질소를 함유하고 있는 당이라 아민 슈가라고도 불리며, 알칼로이드 물질이다(그림 3)(4, 5, 6, 7, 8).

<그림3> 데옥시노지리마이신 구조

DNJ는 바이러스 외막을 구성하는 당 단백질 형성에 영향을 미쳐 정상적인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그림 2)(9). 바이러스는 자신의 단백질이나 당 단백질을 동물세포 내에서 합성하게 되는데, 특히 당 단백질의 합성은 동물세포의 소포체(endoplasmic reticulum)에서 만든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 단백질과 당쇄가 연결된 후 다양한 종류의 당화 과정(glycosylation)이 진행되는데, 당화 과정의 첫 과정에 글루코시다아제(α-glucosidase)가 관여한다. DNJ는 이글루코시다아제를 억제함으로써 바이러스 당 단백질 합성을 저지하여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림 4).

<그림 4> 동물세포의 소포체에서 바이러스 당 단백질 합성억제

Datema 등(1984)은 DNJ가 Sindbis 및 Influenza 바이러스의 성체(maturation) 과정에서 올리고당의 비정상화 역할을 함으로써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고 하였다. 실 예로 2003년 10월부터 종계농장에 Influenza 문제가 발병하였으나 DNJ의 급여로 이를 문제없이 해결한 실증이 있었다. DNJ는 Influenza virus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외막을 갖고 있는 여러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특징이 있음이 이미 실험적으로 확인되었다.

7. DNJ의 가금바이러스 대항능력

가금류에서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고병원성 인플루엔자이지만, 저 병원성도 농장에 큰 경제적 타격을 주고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오쏘믹소바이러스(Orthomyxoviridae)과에 속하는 동물 바이러스로 80~120mm 정도의 크기로 나선형의 뉴클레오캡시드(helical nucleocapsid)와 외막을 가진 바이러스이며 일반적으로 구형, 작대기형이 존재하나 전체적인 모양은 일정하지 않다. 인플루엔자 A형은 HA(Hemagglutinin)과 NA(Neuraminidase)의 아형(subtype)으로 분류하는데 H(HA) 혈청형은 15가지 N(NA) 혈청형은 9가지 종류가 있어 존재 가능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혈청형은 135가지로 백신의 개발이 매우 어려운 원인이 된다(그림 5).

<그림5>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증세는 호흡기 증상, 설사, 산란율감소, 벼슬 등 머리 부위에 청색증을 보인다. 병원성에 따라 폐사율이 100%에 가까우며, 산란율도 40~50% 감소 또는 산란중지 현상이 발생한다. 산란율이 감소할 때는 무각 또는 연각란이 관찰되며 그 이외에 활력저하, 사료섭취 저하, 두부 및 안변부에 부종과 깃털을 세우고 모이는 행동 등이 관찰된다. 갈색산란계보다 백색산란계, 육용종계가 폐사율이 높다.

그밖에 가금 인플루엔지보다 피해를 적게 주지만 뉴캐슬바이러스(NDV), 전염성기관지염바이러스(IBV), 전염성후두기관염바이러스(ILTV), 마렉바이러스(MDV), 계두바이러스(FPV), 감보로바이러스(IBDV) 및 닭척수염바이러스(AEV) 등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들 바이러스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혼합 또는 단일형태의 백신을 사용하고 있으나 완벽한 예방이 힘든 실정이다.

다행스럽게도 DNJ는 상기 언급된 가금바 이러스 중에서 감보로, 닭척수염바이러스를 제외한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질병예방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 다 (표 1). 또한 DNJ는 가금류 체내에서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면역체계를 안정화시키게 되어 근본적으로 바이러스 피해를 경감시킬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사실이다.

표 1. Deoxynojirimycin(DNJ)로 억제 가능한 가금바이러스 종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