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양계자조금의 당위성 - 양계자조금사업이 왜 필요한가?

  • 박종수 (자조금관리위원회, 충남대학교 농과대학)
  • Published : 2010.07.01

Abstract

Keywords

그간 수해에 걸쳐 임의자조금사업의 한계를 경험했던 양계산업이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어렵사리 의무자조금 사업을 추진키로 결정하고 그 시동을 걸었으나,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계란자조금의 경우 계란유통이 투명하지 못하여 자조금을 계란에서 거출하지 못하고 산란노계에서 거출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육계자조금은 계열주체와 농가 그리고 3개가 존재하는 축산단체간의 심각한 갈등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느 경우라도 양계산업의 자조금문제는 양계산업에 종사하는 구성원 모두의 힘으로 공동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양계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먹을거리 시장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양계산물이 소비자로부터 우선적으로 선택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양계산물이 소비자로부터 우선적으로 선택받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이 필요한가? 

첫째, 양계산물이 소득향상과 더불어 급속히 변해가는 소비자의 식품소비와 관련된 요구(needs)와 욕망(aspiration)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한다. 소비자의 식품에 대한 요구의 우선순위는 안정성이 확보된 양질의 건강지향적인 식품이다. 양계산물은 바로 이러한 소비자의 식품소비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본적인 요건을 갖추고 있으며, 그래서 백색육(white meat)인 닭고기는 전 세계적으로 그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소비자의 식품소비요구에 부응하는 고품질의 안전한 양계산물의 생산은 양계농가 개개인의 노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둘째는 양계산물의 가격이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양계산물의 가격은 시장의 수급에 의해서 결정되며, 가격의 높고 낮음에 대한 판단기준은 소비자의 지불능력과 지불의사에 따라 크게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동일한 가격조건에서 보다 많은 생산자 이익을 내기 위해서 생산자는 생산비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제고시켜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으며, 그러한 일은 생산자 개개인의 기술수준과 노력여하에 달려있다. 

셋째는 양계산물의 유통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서 소비자의 편의성을 제고시킬 수 있어야한다. 농가가 아무리 안전한 고품질의 양계산물을 생산·공급한다고 할지라도 유통이 불투명하고 합리적이지 못하다면 소비자의 식품소비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통(가공을 포함함)의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서 생산자들은 조직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조직화방법이 협동조합운동이고 산업의 통합(계열화) 경영이다.

넷째는 합리적인 소비촉진이다. 비록 앞에서 제시된 제품과 가격 및 유통전략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할지라도 개별 소비자가 양계산물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갖지 못하면 소비자는 우선적으로 양계산물을 선택할 수가 없다. 따라서 양계산물이 갖는 장점과 식품가치 등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부단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업이 소비촉진 활동이다. 특히 고도의 경쟁경제체제에서는 소비자에게 자기 상품에 대한 정보를 알리고 소비를 촉진시키는 일이 마케팅전략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소비촉진활동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이 비용이며, 이 비용을 해당 양계산물의 소비촉진활동을 통해서 이익을 직접적으로 받게 되는 양계농가를 포함한 이해당사자들이 공동으로 부담하여 조성한다면, 그 공동 부담금이 바로 양계자조금(양계산물에 따라 계란자조금 또는 계육자조금으로 나눌 수 있음)이다. 그러므로 양계자조금은 양계산물(계란 또는 계육)을 생산하는 채란 또는 육계농가들이 개인적으로나 그들 일부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업 즉, 양계산물의 소비홍보, 새로운 제품의 개발과 보급, 소비자 교육과 조사·연구 등을 포함한 양계산물의 소비촉진활동사업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양계농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자구적인 자금인 것이다. 

양계산물의 자조금사업은 양계산물의 제한된 시장에서 서로 시장 빼앗기 경쟁을 탈피하여, 양계산물에 대한 총 시장을 키워나간다는 데 그 목적과 의미가 있다. 따라서 특정 상표를 가진 회사나 기업이 자기상표의 촉진을 위해 추진하는 상표광고 등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 것이다.

즉, 양계산물의 자조금사업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목표는 <그림 1>의 (Ⅰ)과 같은 현재의 양계산물에 대한 시장을 <그림 1>의 (Ⅲ)의 형태로 끌고 가자는 것인바, 자조금에 의한 소비촉진의 목표는 <그림 1>의 (Ⅱ)와 같이 한정된 시장에서 타사의 시장을 잠식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모형(Ⅲ)과 같이 양계산물의 총 시장을 확대해가면서 한편으로는 개별 상표시장을 동시에 확대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개별 상표광고를 실시하는 계열주체나 기업들도 자기 상표에 대한 촉진(brand promotion)사업과 더불어 자조금사업에 의한 기초촉진(generic promotion) 사업에 동시에 참여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양계산물의 총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림1. 자조금사업과 소비촉진

이러한 자조금을 조성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그 하나는 해당산업 구성원의 결의와 동의를 바탕으로 민주적 절차에 따라 납부제도를 법제화하여 모든 구성원이 의무적으로 자조금을 납부하는 의무자조금제도이고, 다른 하나는 의무납부의 규정이 없이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납부하여 조성하는 임의자조금제도이다. 그런데 임의납부 제도는 부담자들의 자율성이크게 보장되는 것 같지만, 동일한 산업에서 동일한 혜택을 받으면서도 비용부담에는 참여하지 않는 무임승차자 문제 등으로 인해 사업추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결점이 있다. 

우리나라 축산업에서는 한우와 돼지 및 낙농산업에서 이미 의무자조금제도를 도입하여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바, 특히 최근에 광우병으로 중단되었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쇠고기에 대한 위생문제, 신종플루발생과 관련된 돼지고기의 위생문제, 최근의 구제역 발생으로 인한 쇠고기 및 돼지고기의 위생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야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우고기와 국내산 돼지고기의 소비가 크게 위축되지 않고 가격과 수급이 안정될 수 있었던 것은 상당부문 두 품목의 산업이 자조금사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한우고기와 국내산 돼지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충분히 심어줄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타 산업에 비해 오히려 임의자조금사업을 일찍부터 도입하기 시작했던 양계산업에서만 의무자조금사업이 아직까지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어느 경우라도 계란은 물론 육계의 의무자조금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양계농가 뿐만 아니라 계란 및 노계의 중간상인, 도계장 운영자, 육계산업의 계열주체, 가공업자, 소매업자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교육과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이 최우선적으로 확대·시행되어야 한다. 자조금사업을 통해 계란과 계육의 원활한 소비촉진사업이 실시되어 계란과 계육시장이 안정적으로 발전되면, 농가는 물론 관련산업의 다양한 주체 즉, 계란과 계육의 판매업자와 종계나 산란계의 부화업자와 유통업자, 노계의 도계업자, 육계의 계열주체, 계육가공업자, 소매업자 등도 혜택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화·개방화시대에 양계산업의 경쟁력제고를 위해 고품질의 계란과 닭고기를 생산하고 생산비를 절감하는 일이 양계경영의 필요조건이라면, 자조금사업을 통해 양계산물의 소비와 시장을 확대해나가는 일은 양계경영의 충분조건인 것이다. 양계산물의 의무자조금사업이 필요하고 성공해야하는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