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복지국가 재편기에 공적연금의 급여 관대성과 지출의 변화추이 및 결정요인을 밝히고자 하였다. 특히 공적연금 제도에서의 경로의존성을 밝힌 방대한 질적 연구들의 심층적 논의를 계량적 비교국가연구의 흐름에 통합하여 공적연금제도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서 공적연금제도의 구조(structure)에 주목하였다. 한편, 복지국가 발달을 설명했던 산업화 이론과 권력자원 이론이 복지국가 재편기 공적연금정책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에도 유용한가를 검증하고자 하였다. 1980-2007년까지 서구 복지국가 13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공적연금제도의 구조에 따라 연금급여 관대성과 지출수준에 상이한 변화 추이가 확인되었다. 둘째, 결합시계열 회귀분석 결과, 연금구조는 제도 관대성과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임이 밝혀졌다. 셋째, 고령화의 영향력은 연금급여 관대성을 통제한 상태에서도 유의미하게 나타나, 고령화가 연금지출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다만 신사회적 위험 정도가 높을수록 노인에 대한 현금지출 집중도는 낮아졌다. 넷째, 권력자원 이론은 재편기의 연금정책 국면에서는 설명력이 통계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정부는 부유층 기초연금 수급과 관련한 부정적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 2014년 7월부터 6억 이상 자녀명의 주택 거주노인에 대해 소득인정액 산정 시 무료임차추정소득을 부과하고 증여재산 산정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방안을 실시하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개혁안의 효과성과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한국복지패널(7차자료)'을 활용한 가구별 소득인정액을 산출하여 부유층 노인의 수급실태와 재정소요규모를 추정하고, 정부안의 모의분석을 통해 수급자격 변동 등 정책효과를 살펴보았다. 분석결과, 첫째 기존 연구경향을 반영하여 부유층의 기준을 소득상위 10%로 설정할 경우 부유층 노인수급가구의 규모는 전체 수급가구의 2.9%이며, 이로 인한 재정지출규모는 총 급여지출액의 2.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가처분 소득, 부채, 사적이전을 고려할 때 정부안이 적용되는 가구의 경제수준은 정부안이 적용되지 않는 유사 경제수준의 가구보다 월등하게 높다고 보기 어려우며, 실제 정부안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수급권 조정이 발생되는 가구는 극소수(약 0.7%)에 불과하였다. 셋째, 정부의 대책은 노인부양 가구를 차별할 뿐 아니라, 전체 노인가구를 대상으로 선정기준액을 새롭게 설정하지 않는 한 단순 급여삭감 조치에 불과하여 기초연금제도는 전반적으로 후퇴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분석결과를 토대로 본 연구는 정부의 개혁방안이 과학적 예측과 진지한 토론이 부재한 상태에서 일부 부유층 노인의 급여수급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편승하여 개인 노후소득보장제도인 기초연금에 사실상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제도를 잔여화하고 향후 복지삭감에 유리한 정책환경을 조성하는 프로그램적-체계적 복지축소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더욱 우려할만한 점은 이러한 정부안이 우리나라 노후소득보장제도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적대적인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기초연금 논의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 각국은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일제히 복지지출을 늘렸으나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복지지출을 급속히 축소시켰다. 그렇다면 경제위기 이후 복지국가는 어떠한 역사적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는 것일까? 빈곤과 양극화로 복지와 이를 책임지는 국가 역할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고 있지만, 국가의 위기 대응은 사실상 금융산업 구제와 감세에 집중되었다. 국가는 시장 조정과 개입 능력에 많은 한계를 보였다. 대규모 구제금융 등으로 인한 재정 압박, 정치적 개인주의의 증대와 계급정치 변화 경향, 그리고 복지제도와 금융부문의 혼합 등과 같은 요소들로 볼 때 향후 복지국가 진로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하기는 어렵다.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자본축적 전략과 국가전략이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중간층 대상의 현금급여 위주로 복지 축소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계급타협보다는 복지국가가 최소수준 보장을 통해 빈민에 대한 포섭을 강화하는 것이 유력하게 전망 된다. 이러한 최소주의 복지국가로의 진행을 막는 관건은 아래로부터의 연대를 통해 자본을 압박하는 것이지만, 그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 연구는 세계화라는 맥락에서 신자유주의, 사회복지 축소, 제3의 길이라는 상호관련된 주제들을 분석하고 있다. 통합된 세계경제체제에서 이루어지는 자유화, 규제 철폐, 민영화로 정의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는 국제 금융자본의 세계질서를 강화함으로써 개별 국민국가의 자율성과 사회복지적 개입, 그리고 민주주의 원칙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사회복지정책을 경제정책에 예속시킨다. 더욱이 서구 복지 선진국들은 복지와 성장, 축적과 정당화라는 상충적 요소의 공존이 필연적으로 위기를 만들어내며, 이 위기는 어느 한쪽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있다. '생산적 복지', '노동하는 복지'를 강조하는 제3의 길은 신자유주의의 변형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독일 등의 좌파 정부들이 채택하고 있는 노선이다. 그러나 세계화를 배경으로 한 우리나라의 경제위기는 대량의 실업과 빈곤의 양극화를 심화시켰고 빈약한 사회복지는 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유럽과는 상이한 역사적 과정과 정치경제적 환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제3의 길에 대한 논의와 성급한 복지위기 논쟁은 결코 수용될 수 없을 것이다.
이 연구는 정부의 국민연금기금 지배구조 개편안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대안적 개편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 것이다. 우선 수익성과 금융적 전문성 강화를 기조로 하는 정부 개편안의 이론적 기반이자, 최근 들어 공적 연기금 지배구조에 관한 논의에서 주류를 이루는 대리인 이론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하였다. 이어서 공적연기금 거버넌스에서 대리인 이론을 바로 적용하기보다는 민주주의 원칙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공적 연기금 지배구조 구성 원칙을 기존과는 다른 방향에서 재구성하였다. 이런 대안적 원칙을 기반으로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기금 지배구조 개편안을 평가하였다. 정부 개혁안은 공적연기금 지배구조의 민주주의 원칙을 후퇴시킬 뿐만 아니라, 개혁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연기금의 정치적 자율성을 확보를 위해서도 결코 적절한 대안이 아니며, 금융시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저하시킨다. 따라서 대리인 이론에 의거한 원칙들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한, 국가와 시민사회의 협치구조 구성을 핵심으로 하는 방향의 국민연금기금 지배구조 개편안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연금개혁 정치에서 노동조합의 영향력, 전략, 그리고 이것이 연금개혁에 가져온 결과에 관한 것이다. 분석 사례는 1994년부터 2004년 사이의 이탈리아 연금개혁이다. 노조의 영향력 면에서 1990년대에 이탈리아 노조는 연금개혁의 중요한 행위자였으나 2004년 개혁에서는 노조의 영향력이 약화되었다. 이는 좌파분열이라는 권력자원의 변화뿐만 아니라 1990년대 노조주도의 연금 삭감을 경험하고 노조가 연금정책에서 노조원의 이익 보호를 강조한데 따라 연금이슈의 성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전략 면에서 이탈리아 사례는 노조가 코포라티즘적 협의를 추구하느냐 대중적 저항을 선택하느냐는 기본적으로 정부 태도에 달려있음을 보여준다. 1994년 연금개혁 실패로 촉발된 정권교체를 경험한 후 이탈리아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추구하였다. 협의절차가 강조된 1995년 디니개혁에서 이탈리아 노조는 협의에서 주도권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노조내 민주주의를 적극적으로 추구하였다. 노조는 토론과 전체 투표 등을 활용하여 전투적 노조부문의 반대를 누르고 정부와의 협의 결과에 대한 승인을 얻었다. 한편 연금개혁 정치에 노조가 참여한 결과 면에서, 노조는 장기가입자의 기득권 보호에 집중된 성과를 얻었다. 소기업 노동자들의 연금 미가입 문제와 젊은 세대의 급여적절성 등은 연금개혁에서 도외시되었다. 노동조합이 주도하는 타협이라는 호조건과 노조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가운데에서도 노조의 제도개혁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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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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