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공주는 부모인 왕과 왕비의 일곱 번째 딸로 태어나자마자 버림을 받지만, 병든 아버지를 살리기 위한 약을 얻기 위해 홀로 저승에 간다. 그리고 험난한 시련을 통하여 재생의 불사약을 가져와 죽은 부모를 살리고 신격을 획득함으로써 만신의 왕이 되는 무속신화이다. 무당의 조상인 바리공주의 삶에는 시련과 고통을 견디며 죽고, 새롭게 탄생해야 하는 무당의 필수적인 입무과정이 내포되어 있다. 바리공주가 신성을 획득하여 무조의 신이 되는 그 이야기속에서, 집단적 무의식의 원형, 원초적 상인 신화소를 발견할 수 있다.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고통, 죽음, 재생의 과정을 거치고 만신의 왕이 된 바리공주는 영웅신화에서 볼 수 있는 개성화 과정의 일단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리공주는 부모의 병을 그냥 고치는 것이 아니라 죽음에서 살아나게 하였다. 죽은 부모를 살아나게 하는 생명의 약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리공주가 일상의 하찮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며 견딘 자기희생적인 부모에 대한 사랑과 자비이다. 바리공주는 자아의 입장보다 넓은 자기(Self)에 입각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하였다. 저승에서의 고행 속에서 치료자의 조건을 갖춘 바리공주는 영혼의 인도자이며, 치유자원형인 것이다. 이렇게 바리공주의 고통을 넘어선 신성한 치유의 힘은 한국인의 심성 속에 내재한 자기원형, 즉 치유자의 어떤 신적인 상을 깨우쳐 주는 상징적 힘인 것이다.
구비전승 서사무가인 "바리공주"는 바리공주가 무녀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한국에서 이승과 저승의 중개자인 무녀의 삶은 인간을 창조한 어머니신의 모습과 일치한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딸로서, 죽음의 세계를 경험하고 부모를 위해 자신을 완전히 희생하며 남편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고 일곱 아들을 낳은 바리공주는 다산과 풍요, 창조와 파괴,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어머니신으로, 자신의 자식들을 보살피는 마음으로 인간들에게 죽음의 길을 안내해주는 '따뜻한 어머니신'이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일곱이라는 숫자의 상징성은 그녀가 다섯 번째나 여섯 번째가 아니라 바로 일곱 번째 딸로 태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해준다.
본 논의는 서사로서 <바리공주>를 이해하기 위해 대상에 대한 층위를 나누고 이에 대한 접근 방법을 재검토하고자 한다. 서사의 층위 구분과 각 층위별 분석,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바리공주>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새로운 방향과 방안을 제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바리공주>의 이야기 차원, 즉 표층 구조는 주인공 인물의 탄생에서부터 시작된 삶의 과제를 공간 이동과 연대기적 순차 구조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태어나면서 정체성을 부정당한 한 여성이 어떤 과정을 통해 존재론적 변신을 이루고 정체성을 찾아가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정체성 찾기의 여정이 주로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를 통해 발생하는 사건들을 통해 형성되어 있다. 이야기 차원에서 찾을 수 있는 이 같은 구조는 가족 구성원의 갈등과 화해, 삶과 죽음이라는 대립적 패러다임으로 심층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는 사유 구조는 삶의 문제가 가족 구성하기의 문제이며, 동시에 죽음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대립되는 것들이 공존하는 이 세계를 어떻게 통합시켜 바라 볼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 이 신화의 전승집단은 인간과 신을 관계 맺게 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망자를 천도하는 굿에서 주요하게 소통된다. 무당이 발신자이고 제의 참여자가 수신자이지만, 실제 이 이야기는 특정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전혀 새로운 정보가 없는 메시지이다. 굿에서 단골과 참여자들은 <바리공주> 서사를 단순히 메시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신을 삶과 행위를 재구성하는 코드로 수용한다. <바리공주>의 인물과 사건을 자신의 삶과 상동적 관계로 받아들임으로써 주어진 일상의 삶을 삶과 죽음, 단절과 소통, 갈등과 화해의 통합적 시각으로 그리고 현재적 관점으로 수용하게 된다. 이는 세상과 현실을 바꿀 수 없지만 그것에 대한 '나'의 삶의 태도를 바꾸는 것으로, 결국 이것이 신화에서 바리공주가 신으로 변신하는 것처럼, 개인이 제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룰 수 있는 변화 변신인 것이다. 이처럼 <바리공주>는 이야기의 층위, 이야기 생성의 층위, 이야기 소통의 층위에서 각각의 의미나 기능이 상호 관련을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세 층위에서 신화서사가 드러내는 구조는 신화 전승집단의 의식 세계와 문화체계를 드러내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한국의 <바리공주의 전설>은 스토리와 캐릭터 창작에서 "바리데기" 저승신화를 대부분 수용하면서 레이스형 시나리오 구조를 지니고 있다. <바리공주의 전설1: 지옥의 탄생수>에 이어, <바리공주의 전설2: 왕의 부활>을 출시했다. 일본에서 <페르소나4>는 현대사회를 무대로 하여 "이자나기 이자나미" 저승신화를 변용하고 있다. 기존의 페르소나 시리즈의 스토리와 요소들을 포함시켜 '이식작(移植作)'과 '외전(外典)' 방법을 통해 여러 장르의 게임을 개발했다. 이는 연속적인 부가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성공한 사례라고 하겠다. 게임 콘텐츠를 더 풍부하게 개발하여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모색해가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재외동포 후속세대 학습자를 대상으로 고전 서사 <바리공주>와 <심청전>을 활용한 문화 교육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거주국에서 태생한 재외동포 후속세대 학습자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세대교체의 변화를 반영한 재외동포의 교육 방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특히 재외동포 다수의 학습 동기를 고려하여 정체성 정립을 위한 문화 교육 방안을 제언하고자 하였다. 교육 자료로는 고전 서사<바리공주>와 <심청전>을 텍스트로 삼았다. 두 텍스트에 나타나는 통과의례적 구조가 주인공의 '존재론적 위치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정체성 교육에 유의미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바리와 심청은 가부장적 세계에서 부유하던 여성 주체다. 그들이 부모와의 관계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벗어나는 탈영토화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관계를 통해 스스로를 재정립하는 서사를 거주국의 질서에서 부유하는 재외동포가 가체험해 봄으로써 정체성을 성찰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인간의 본래적 자아를 긍정하는 작품 서사에 자기 서사를 합치함으로써 '나'를 구성하는 것들을 긍정할 수 있도록 인식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고전 작품 서사에 대한 심층적 이해와 작품서사 주체와의 일체감을 통해 자기 서사를 진단하고 혼종적 '주체'의 긍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교육 방안을 제언하고자 하였다. 이는 자연스럽게 모국에 대한 문화에도 관심과 유대감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무교(巫敎)는 오랫동안 사회의 주도세력에 의해 주변종교 또는 미신으로 치부되었다. 이는 사회를 주도하는 대중매체에 의해 의도적으로 왜곡되어 투영된 잔상이기도 하다. 특히 당대의 문화를 반영하는 첨단 대중매체인 영화에서 무교는 부정적 이미지로 투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객관성과 사실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는 무교에 관한 입장이 비교적 중립적이고, 어느 정도 무교 친화적인 정치색을 갖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들은 무교의 정신세계 또는 전통성 등을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한다. 이글에서는 다큐멘터리 영화에 투영된 무교와 전통음악의 가치를 살펴보았다. 이글에서 다루는 영화는 <사이에서>와 <땡큐 마스터 킴>이다. 이 둘의 비교를 통해 내부인(한국인 감독)과 외부인(외국인 감독)이 각각 투영하고 싶어 하는 무교의 이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사이에서>는 기승전결을 갖춘 '뮤지컬'로서의 굿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영화감독은 굿에서 핵심인 음악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에 굿음악의 예술성을 전혀 부각시키지 못했다. 무당과 굿에 관한 <사이에서>의 관점은 철저하게 신비함과 영적 능력에 맞춰져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를 통해 우리 굿을 세계에 소개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이와 반대로 <땡큐 마스터 킴>은 음악인의 시각으로 무당과 굿을 바라다보니 무당과 한국의 예술세계를 중심적으로 다루었다. 굿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 갈래의 전통적 미학을 소개한다. 영화의 스토리는 우리 문화의 생명수라 할 수 있는 큰 무당을 찾는 서사적 여정으로서 서사무가인 <바리공주>를 연상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여정에서 찾는 미학은 외국인의 시각에 비친, 이제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공동체'의 음악적 산물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찾는 '마스터 킴'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탈(脫) 영토화'된 음악적 영웅인 것이다. 이런 일련의 음악적 흐름을 통해 외국인 관객들도 굿음악과 무교 세계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음악은 '만국공통어(universal language)'이면서도 '비보편적 언어(non-universal language)'로서 한 공동체집단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문화이다. 우리의 굿음악은 다른 사회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우리 문화의 정수를 간직한 매우 비보편적 언어로 이루어진 것이다. <사이에서>의 한국인 감독은 굿의 핵심적 요소인 음악에 대한 이해가 없기에 굿의 본질을 전달하는데 실패했다. 이에 반하여 <땡큐 마스터 킴>의 외국인 감독은 음악가로서의 배경을 통해 굿의 핵심적 요소인 음악을 전면에 부각시키면서 굿의 본질을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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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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