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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박초간 『주역』 감괘(欽卦) 연구 (A Study on Gan hexagram 感卦 in the Shanghai Museum Zhou Yi manuscript)

  • 원용준
    • 한국철학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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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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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18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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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 이 논문은 상박초간 "주역" 감괘(欽卦)를 중심으로 중국고대 점복문화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점서였던 "주역"의 경문을 유가가 어떻게 유가 윤리로 만들어갔는가를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상박초간 "주역" 감괘는 현행본의 함괘(咸卦)에 해당하며 '감(感)'의 뜻으로, 괘 전체의 주제는 남녀 간의 육체적 사랑과 결혼이다. 청화간(淸華簡) "서법(筮法)" 등 고대의 점술에 남녀 간의 결혼을 점친 예는 상당히 많은데 이런 자료들도 감괘가 단순히 사랑과 결혼에 대한 점술이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상박초간 "주역"과 마왕퇴백서 "주역"의 감괘 효사 및 현행본 함괘 효사를 비교분석해보면 상박초간본 ${\rightarrow}$ 마왕퇴본 ${\rightarrow}$ 현행본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주역" 텍스트가 많은 변화를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한편 "순자" "대략(大略)"편, 현행본 "주역" "단전(彖傳)"은 함괘의 주제를 남녀 간의 사랑과 결혼에서 추상화하여 부부의 도, 나아가 음양 '이기(二氣)'의 철학으로 확대한다. 이러한 확대는 결국 자연철학 방면으로는 세계, 우주를 구성하는 '이기'의 감응에 의한 만물생성론을, 인간사회 방면으로는 성인의 감화를 통한 천하화평을 주장하는 데에까지 나아간다. "서괘전"도 함괘를 '부부의 도리'로 보고 이에 기초하여 부자, 군신, 상하, 예의로까지 확대시킨다. "서괘전"이 함괘를 서술할 때 '남녀'가 아닌 '하늘과 땅'으로 시작하고 있는 것은 "단전"의 논의를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주적 질서에서 시작하여 인간의 예의로 귀결을 맺는 것은 철저한 유가적 사유로, 따라서 "서괘전"이 만들어진 시점에서 "주역"의 유교경전화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