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요약/키워드: Cross-Cultural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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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르따의 신고전주의 비극 『라?』에 나타난 대중적 성공 요인에 관한 연구 (A Study on Popular Success Factors Shown in Raquel, Huerta's Neoclassical Tragedy)

  • 윤용욱
    • 비교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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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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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39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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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 스페인의 18세기 극작가 비센떼 가르시아 델 라 우에르따의 대표작 "라?"은 상연 당시 커다란 흥행 성공과 대중적 인기를 얻은 연극으로, 당시의 주된 미학적 조류였던 신고전주의의 규범을 충실하게 따른 가장 이상적인 극작품으로 여러 학자와 비평가들에 의해 평가되어져 왔다. 그러나 이 연극의 대중적 성공을 가능케 한 요인은 삼단일성의 원칙이라든지 희극적 인물의 배제 등과 같은 신고전주의의 외적 규범에 대한 준수에 있었던 게 아니라, 여전히 이전 시대의 바로크 연극적 성향에 열광하고 있었던 당시의 스페인 관객들의 독특한 경향과 기호에 맞도록 그 주제나 내용을 전통극에 맞도록 조화시켰던 데에 있었다. 즉, 당시의 스페인 관객은 자신들 고유의 극적 취향과는 무관하게 이전 시대의 바로크적 연극을 미신과 비이성, 비논리와 무질서로 가득 찬 연극으로 간주하며 이러한 연극에 열광하는 자신들을 일방적으로 계몽하려는 신고전주의자들의 연극을 철저히 외면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신고전주의 비극과 스페인 연극적 전통의 조화를 이루어낸 우에르따의 비극 "라?"은 극적 성공에 대중의 지지와 후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알려주는 극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라?"에 나타난 전통극적 요소로는 크게 명예, 시적 정의, 그리고 사랑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이 요소들은 공히 스페인의 바로크 연극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한 극적 코드들인 것이다.

구빈원을 폐하라: 사드와 18세기 말 프랑스의 구빈원에 대한 연구 ("The Burning of Hospitals": Sade's Thoughts on Hospitals from the Ancien Regime to the End of the 18th Century)

  • 이충훈
    • 비교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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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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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379-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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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 사드의 소설 작품에 등장하는 리베르탱들은 빈민을 마주할 때 느끼게 마련인 연민과 동정이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니며, 이런 취지로 구체제 프랑스 곳곳에 세워진 구빈원을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8세기 말 프랑스의 사상가와 행정가들은 구체제 구빈원의 폐해를 다룬 보고서를 출판하면서, 구빈원이 빈민구제의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빈곤을 심화시켰음에 주목한 바 있다. 아울러 프랑스혁명 이후 입법의회는 구빈원 시설과 재산의 국유화를 시도했으며, 극단적으로 구빈원과 자선시설의 완전한 폐지를 주장하기에 이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본 논문은 사드의 구빈원에 대한 거부가 동시대 사람들이 구체제 구호체계에 제기한 비판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특히 프랑스혁명기 의회를 장악한 혁명세력은 구빈원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대신, 소규모 구제원이나 가택 치료의 방안을 내세워 행정을 간소화하고 비용을 줄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구제원이나 가택 치료의 구체적인 안이 사드의 소설에 직접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드의 주인공들이 사회의 빈곤 문제를 철학,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입장에서 조망하면서, 새로운 공화국의 이상과 구체적인 사정에 맞는 새로운 구호체제가 필요함을 논리적으로 역설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사드는 혁명의 힘이 약화될 때 구체제의 구빈원 제도가 재건될 것임은 물론, 이미 프랑스혁명이 추방했던 종교와 전제주의 역시 구빈원과 함께 복귀할 수 있음을 경계했다. 그리고 적어도 이점에 대한 사드의 우려가 틀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중국전통시기 양대(兩大) 음악문화 고찰 (A Study on the Two Big Theories of Music Culture in China's Ancient Times)

  • 이태형
    • 비교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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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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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355-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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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 본고는 중국전통시기 유가와 도가의 중국예술철학에 대해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유가를 주창한 공자는 즐거워하되 지나치게 음탕하지 않고, 슬픈 감정을 표현하되 마음 아파하지 않는 등 감정을 절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음악이 감정, 느낌, 혹은 욕구 등을 표현하는 기능을 강조한 것이 아니고, 유가의 근본사상에 입각하여 각기 다른 계층간의 사람들과 서로 어울리며 조화되고 사회에 이로움을 주는 방향으로 널리 퍼져야 한다고 했다. 이에 유가의 음악은 반드시 예와 합치되어야 한다는 예악론을 역설했다. 그가 정성(鄭聲)의 음악을 배척한 것은 유가 음악의 기초인 예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장자의 예술철학의 근원은 정신이다. 특히 그의 음악사상은 동아시아 예술사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사실 그의 음악론이 시초이고 동아시아 철학예술중의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되었다. 장자 음악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그는 형식의 고정적인 틀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움을 추구하였다. 음악을 통해서 인간 본연의 순수한 직관이나 감정을 표현하려 시도했다. 그는 또한 정치에 음악을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그는 음악적 영감은 정치적 영향을 벗어나야만 창조성이 발휘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가에서는 인간주의적 관점의 투시를 중시했고, 반면 도가에서는 자연주의적 관점의 투시를 중시했다. 종합하면 유가의 음악관은 논리적이고 윤리적인 특성을 중시했고, 도교의 음악관은 이성적인 직관적이고 자연주의적 특성을 강조했다.

M-러닝을 활용한 공손 영어 표현 학습에 대한 연구 (A Study on the Learning of Polite Expressions Using M-learning)

  • 김혜정
    • 비교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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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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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261-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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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 본 연구의 목적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여 공손 영어 표현 학습의 가능성을 고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의사소통 능력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문법적, 담화 능력 외에도 사회 언어적 능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어떠한 대화 상황에 직면했는지, 대화의 주제나 목적 등에 따라 사회적 가치에 맞는 적합한 표현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상대방의 지위나 나이가 화자보다 높거나 상대방과의 친밀도가 낮을 경우 한국인 화자는 공손한 표현을 구사하게 된다. 한국어는 언어 자체적으로 경어 체계를 지니고 있지만 영어는 이와 다르기 때문에 학습자들은 영어의 공손 표현을 학습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공손 언어 학습에 학습자들이 교실에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을 접목시키고자 한다. 학습 교재로는 영국의 시대극 "다운튼 애비"(Downton Abbey)를 이용하였는데 이 드라마는 귀족들의 삶을 중심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공손 표현을 학습하기에는 매우 적합하다. 모바일 활용을 통한 공손 영어 학습의 효율성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활용 가능성을 고찰하기 위해 네이버 밴드를 활용한 실험반과 일반적인 팀별 활동을 중심으로 한 통제반을 설정하였다. 두 반의 공손 언어 학습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두 번의 평가가 시행되었고 개방형 설문조사가 실시되었다. 평가 결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은 공손 영어 표현 학습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으며 모바일이 수업 후 활동으로 사용하기에 효율적인 학습 도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방형 설문 조사에서 학습자들은 공손 표현을 우아하거나 고급스러운 언어 형식으로 인지하거나 실용적 표현과 구분하는 경향이 있었다. 시대극을 이용하여 공손 언어를 교수할 경우 교수자들은 현대 영어와의 접목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나혜석과 조르주 상드의 여성주의 세계관 비교연구 - 예술가의 소명의식을 중심으로 - (A Comparative Study of the Feminist View of the World Between Na Hye-Sok and George Sand - Focusing on Conscious Vocation of the Artist -)

  • 조지숙
    • 비교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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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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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32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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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
  • 본 논문은 조르주 상드와 나혜석의 예술가로서의 삶과 작품 세계를 비교해 보고, 예술가에게 있어서 소명의식과 책임감의 유무가 어떠한 차이와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두 여성은 교육과 예술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 두 가지 문제에 대한 관점과 소신에 있어서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특히 예술관에 있어서 두 여성은 더욱 현격한 견해차를 보여주는데, 이는 예술에 관한 작가로서의 책임감, 목적의식의 유무로 드러난다. 조르주 상드의 경우 뚜렷한 예술관을 지니고 있었고, 작가 활동초반부터 이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힌바 있다. 즉 자신의 글쓰기를 통해 약자들의 고통을 알리고, 결국에는 젠더의 한계를 넘어서서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유토피아를 건설하는데 있어 자신의 작가로서의 활동이 조금이나마 사회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작가적 소명의식을 알렸다. 그러나 나혜석의 경우, 그녀의 글에서도, 혹은 그림 작품을 통해서도 그러한 목적의식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나혜석에게는 당대 주목받은 여성화가, 더구나 선구자로서의 책임과 의무, 목적의식이 결여되었다. 만일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나혜석에게 예술가로서의 뚜렷한 소명의식만 있었다면, 조르주 상드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세계는 물론, 예술가로 가치 있는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국어사전과 불교 언어: '불교' 영역의 전문용어 기술을 중심으로 (The Korean Dictionary and the Buddhist Language: Description of Popularity of Buddhism Terminologies)

  • 김한샘
    • 비교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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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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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19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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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 이 논문은 사전의 백과사전적 요소로서의 전문용어 기술을 불교 언어에 집중하여 살펴보았다. 불교 언어에 대한 선행 연구를 살펴보니 크게 언어 자체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 특정 승려의 언어관 탐색, 불교 언어에 대한 언어학적 고찰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불교 언어에 대한 언어학적 고찰은 특정 불경을 분석한 연구와 불교 영역 전반에서 쓰이는 어휘에 대한 연구로 나뉘는데 기존 국어사전에서의 불교 어휘를 살펴보니 인명, 지명, 책명, 역사, 불교' 등의 전문 영역 분류에 걸쳐서 분포하였다. 전문용어의 일반어화가 진행된 경우 전문용어로서의 의미와 일반어로서의 의미를 각각 다의어로 기술하되 어느 것을 먼저 배열하느냐로 개별 어휘의 일반어화의 진행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데 불교 어휘의 경우 불교용어로만 쓰이는 단의어가 가장 많았고 일반어로서의 용법이 우선인 것, 불교용어로서의 용법이 우선인 것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일반어로 기술되어 있으나 불교 용어에서 비롯된 어휘도 있었다. 한 사전 안에서 언어 단위에 따라 전문 영역 표지가 달라지는 경우, 사전별로 불교 전문용어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다른 경우, 기존의 학술적인 연구 결과와 사전의 기술 내용이 상충되는 경우 등 섬세한 검증을 필요로 하는 사례는 향후 종교 전문가와 언어 전문가, 사전 전문가의 협업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중 피동 표현 대조 연구 - 한국어 행위주 표지와 중국어 피동 표지 대비 중심으로 - (A Contrastive Study on Korean and Chinese Passive Expression: Centered on Korean Act Subject Marks and Chinese Passive Marks)

  • 우동동;김인균
    • 비교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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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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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217-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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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 본고는 피동 표현에서의 한국어 행위주 표지 '-에게(한테)', '-에, -로'와 중국어 피동 표지 '피(被)[$b{\grave{e}}i$]/양(?)[$r{\grave{a}}ng$]/규(叫)[$ji{\grave{a}}o$]/급(?)[$g{\check{e}}i$]'를 연구 대상으로 삼아 그 분포양상 및 특징을 살피고 이들 형태를 비교 대조를 통하여 그 대응 관계를 면밀히 고찰해 보고자 하였다. 대조 분석 시 두 언어의 유형적 특징, 피동 표현에서의 행위주, 피동주에 대한 선택 제약, 그리고 '받다'류 피동 표현에서 행위주(피동) 표지의 사용 제약과 같은 3가지 측면에 중점을 두었다. 본 대조 분석을 통해 확인한바, 한 중 피동 표현에서 한국어 행위주 표지 '-에게(한테)', '-에, -로'와 중국어 피동 표지 '피(被)/양(?)/규(叫)/급(?)'는 각각 행위주와 결합하여 부사어 역할을 하고 있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용법에 있어 차이점을 보였다. 먼저 두 언어 유형적 특징에 따라 피동 표현에서 행위주와의 결합 방식이 각각 달리 나타남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한국어 행위주 표지는 오로지 조사 역할을 하여 '행위주 유정성 유무'에 대한 제약만 받는 반면, 중국어 피동 표지 '피(被)/양(?)/규(叫)/급(?)'는 각각 문법화 정도에 따라 행위주 유무뿐만 아니라 피동주 유정성 유무 그리고 문장에 나타나는 어휘의 의미에 따른 제약 등을 보인다. 특히 한국어 '받다'류 피동 표현에서 한국어의 행위주 표지 '에게(한테), -에, -로'는 그대로 사용되지만 대응하는 중국어에서는 피동 표지 사용에 여러 제약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변혁기 대학체제 개편과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 담론 비판: 미국 및 프랑스 사례와 관련하여 (The Task of Reformulating University System and a Critique of the Discourse for Networking National Universities: In Reference to Paris University and the California Higher Education System)

  • 윤지관
    • 비교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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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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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181-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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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 한국 대학의 근본적 개혁을 위한 기획 가운데 가장 지속적이고 영향력 있는 것은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론이다. 대학의 평준화를 이념적 기반으로 하는 이 담론은 대학서열화를 완화하고 입시지옥을 해소한다는 명분 하에 제기되어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많은 논의를 낳았고 특히 개혁지향적인 현 정부 들어와서 그 실행여부가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논문은 이 담론의 이론적 근거로 제시되어온 해외 사례와 비교하여 현 시점에서 이 대학통합론의 이념적 기반과 현실성 문제를 재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대학통합론은 프랑스 파리대학의 통합사례와 캘리포니아 주립대체제를 모델로 하여 이를 한국적 상황에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같은 적용시도는 두 가지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면이 있다. 1) 이 두 대학의 통합이 1960년대 학생 수가 급증하고 대학이 팽창하던 시기에 이를 관리하고 근대화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에서 나온 것인 반면 한국의 대학통합논의는 학생 수의 급감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인위적인' 기획으로 요구되고 있고, 2) 미국이나 프랑스의 경우 국공립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이같은 통합이 대학 및 교육 일반의 변화에 전체적인 영향을 준 반면 한국의 경우는 사립이 대다수이므로 국공립대 통합이 주는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국공립대 통합안이 전제하고 있는 대학평준화의 이념을 추구하기보다 대학특성화에 역점을 두는 것이 사회문제로서의 대학문제에 대처함에 있어서도 더 시대상황에 맞고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국립대 통합보다 구조조정과정에서 사학들을 공영화하여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공교육적 기반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더 일차적인 개혁과제라고 할 수 있다.

츠리(池莉) 소설에 나타난 '집'의 의미 고찰 (A Study on the Meaning of 'House' in Chi Li' s Novel)

  • 최은정
    • 비교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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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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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29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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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 본고는 츠리(池莉) 소설을 대상으로 하여, '집'이 어떻게 의미화 되고 있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츠리는 신분의 상징으로서 집과 젠더수행의 장소로서 집에 주목한다. 첫째, 개인의 신분을 상징하는 부호로서 '집'은 지식인(적)/소시민(적), 문명/비문명, 지식/지식 없음, 정신/반(反)정신, 우/열로 이항 대립항을 구성하고 있다. 츠리는 우월성을 속성으로 하는 집의 이면에 자리한 불합리성과 불공정을 발견함으로써, 신분의 부호로서 이분화된 집의 경계를 허문다. 그녀는 이러한 경계 허물기를 통해, 지식인(적)/소시민(적)으로 이분화된 '집'을 각각 정신과 물질에 상응하는 것으로 배치하고 우열을 논하는 데에서 비껴가면서, 화해를 모색한다. 둘째, 젠더가 (재)생산되는 장소로서 집을 해체한다. 이는 두 가지 측면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나는 사적영역인 집을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공적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때 집은 여성이 경제적인 주체로서 재탄생하는 장소가 된다. 이로부터 수동적이고 종속적으로 인식되어 온 여성성은 주체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남성다움의 동일시로서 집을 재구성한다. 남성다움과 유착한 집은 강력한 남성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남성성의 훼손을 상징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집'의 이러한 양가성은 사적영역인 '집'에서는 은닉되고 배제되었던 공적영역에서의 여성(성)을 드러내면서, 남성다움을 전유하는 '집'에 각인된 젠더질서 및 젠더관념을 전복한다. 공적영역에서의 여성(성)의 발견을 통해, 젠더화된 '집'의 해체를 넘어 젠더화된 '일상'에 대한 해체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츠리 서사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젠더, 노동, 감정 그리고 정치적 각성의 순간 - 여성 사회주의자 정칠성(丁七星)의 삶과 활동에 대한 연구 (Gender, Labor, Emotion and Moment of Political Awakening - A Study on Life and Activities of Female Socialist Chung Chil-sung)

  • 노지승
    • 비교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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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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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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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 자본주의화된 식민지 조선에서 기생은 위기감 속에서 경제적 구원자가 될 남성에 의존해서 사는 처지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근대와 자본주의가 부여한 변신의 기회를 갖기도 했다. 사회주의자 정칠성도 정치적 각성을 통해 그러한 변신의 기회를 활용한 사람 중 하나였다. 정칠성의 정치적 각성은 3.1운동이라는 역사적 계기와 십여 년 간 기생으로서 경험했던 개인의 노동 체험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다. 3.1운동은 민족주의라는 외연을 띤 거대한 정치적 사건이었지만 정칠성이라는 한 여성의 개인적인 분노의 감정을 이끌어낸 계기이기도 했다. 또한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은 직무 상의 역할 이외에도 순종적이면서도 아량이 넓어야 한다는 정서적인 역할을 강요받았다. 즉 초기 직업 여성들은 공적 영역에서 젠더 위계와 젠더 권력 속에 무방비로 노출됨으로써 분노와 수치, 모멸감 등의 감정을 겪어야 했고 이러한 감정들이 정칠성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어떤 정치적 각성에 이르게 함을 알 수 있다. 노동 경험과 감정의 문제를 매개로 한 정치적 각성은 정칠성으로 하여금 다른 여성 사회주의자들과는 달리, 여성의 경제적 독립이라는 이슈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이해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그러나 사회주의 언어는 정칠성에게 자신의 체험을 설명할 수 있는, 당시로서는 상대적으로 가장 적절한 언어였지만 그녀의 체험은 엘리트 사회주의 언어로서는 설명될 수 없는 지점들을 갖고 있다. 따라서 그녀의 삶은 엘리트 중심의 사회주의 운동을 넘어서, 하층민 여성의 삶이 새로운 감성으로 분할되고 등재되어 정치적으로 가시화될 필요가 있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