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학계와 사회에서 매우 중대한 1970-80년대의 한국경제학 논쟁과 사회구성체 논쟁의 관계를 연구하였다. 그 연구를 위해 개별국가 단위의 경제학의 성립 근거를 현대 학문의 역사에서 찾아내고, 한국경제학의 개념을 구체화했다. 그리고 한국적 경제학 논쟁이 전개되는 초기에 한국철학 논쟁과 비교하여 한국경제학계의 세계관의 한계를 파악했다. 1980년대의 사회구성체 논쟁이 전개되면서 한국경제학 논쟁은 사실상 중단되었다는 것과 한국경제학 논쟁의 문제의식이 망각되고, 우파와 좌파간 이념적 논쟁으로 치환되면서 논쟁의 수준이 퇴화했음을 밝혔다. 특히 개혁적 우파와 좌파의 진보경제학 연구자들이 미국경제학 수입에 주로 의존하는 기존 우파에 대해 비주체성과 식민주의를 비판한 것은 정당하나 진보경제학 그 자체도 자생적인 것이 아니라 수입에 의존하여 학문적 식민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밝혔다. 한국경제학의 학문적 독립과 남북통일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이 두논쟁을 재조명하고, 논쟁의 과제를 푸는 것이 필수적임을 주장한다.
식민지하 동남아 천년왕국 운동에 대한 오늘날의 해석들은 그 주체인 농민들을 식민주의를 개념화하고 저항하는 동기와 조건 그리고 상징을 제공하는 토착 지식의 전수자로 간주한다. 종말론과 저항에 대한 관심의 대부분은 농민연구나 지역연구 학자들로부터 유래하며, 이들은 봉기에 대한 과거의 묘사들이 토착의 정신세계를 간과했거나 국가이념을 저항세력들의 결집원리로 과대 포장한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 천년왕국 봉기에 관한 글들에서 제공하는 해석들은 동남아 신념 체계에 관한 독립적인 관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인식론적 측면에서 식민지국가들을 이와 같은 전통에서 단절시키고 있다. 영국 식민지하에서 최대의 농민반란인 서야쌍 봉기(1930-1932)는 오늘날 이와 같은 천년왕국 운동의 정수를 보여주는 사례로 간주된다. 학자들은 수천 명의 농민들로 하여금 버마인의 권위를 되찾고, 불교를 회복시키며, 식민통치로 인해 낳은 사회-경제적 부조리를 일소시킬 그들의 왕으로 믿게 만든 한 농부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다. 일련의 반란이 미신에 의해 추동되었다고 간주한 식민지 관찰자들과는 달리 이후의 역사가들은 그 반란이 불교를 재건하고 태평성대로 인도할 미래부처인 미륵불의 현신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학자들에게 서야쌍 봉기는 어떻게 동남아 사람들의 감수성이 식민지의 사회-경제적 압력 속에서도 지속되었으며, 상좌불교의 예언이 토착의 문화적 토양에 얼마나 깊이 내재해 있는지를 말해주는 사례였다. 경험적 관점에서 본 글은 서야쌍 봉기의 근원을 재해석함으로써 천년왕국 봉기에 관한 글들이 대부분 식민지적 문서화 작업과 종교를 과장되고 세속화된 화술로 믿게 하려고 지역연구자들의 산물임을 밝히고 있다. 개념적 관점에서 본고는 버마에서 일어난 천년왕국 운동의 역사적 구성에 대한 식민주의의 역할을 보다 면밀히 관찰하였다. 또한 식민지법, 학문, 그리고 식민지하 버마 농촌에서 발생한 종교적 저항에 대한 우리들의 이해를 상호 연결하는 인식론적 관계를 탐구했다. 그리하여 본고는 천년왕국 해석이 이 시기에 공존했던 다른 유형의 불교정치적 형태를 어떻게 왜곡했는가를 밝히고 있다.
이 논문은 비교문학방법론의 쇄신과 재개념화의 방향을 제안한다. 비교문학은 서구중심주의와 식민주의의 흔적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고 보편-특수라는 서구 근대학문의 인식론에 갇혀있으며 비교문학연구 방법론은 이러한 한계를 계속 유지하고 강화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 비교문학은 기존의 등가 등치 관계에서 벗어나 디목의 "약한 이론," "긴 네트워크," 푸코의 "작가의 소멸" 등의 개념이 제시하는 방향, 즉 서구학문의 보편성 과학성의 한계를 드러내고 문학 담론의 역사성과 사회적 관계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이동해야 하며 이를 위해 연구방법론의 변화가 담보되어야 한다. 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의 "켜켜이 쌓인 묘사"라는 개념은 비교문학연구방법론을 재개념화하기 위한 유용한 출발점이다. 이 개념은 문화를 텍스트에 대한 해석들이 쌓아올리는 두께로 재정의하고 국민국가의 국가성을 다언어적 혼돈 위에 재설립하며 인문학의 과학성을 픽션화한다. 또한 근대학문의 체계화와 분류화, 추상화를 최대한 피하면서 과학성 합리성 보편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서구내셔널리즘을 문제화하고, 인간 삶과 그 의미의 풍부함을 충실히 드러내면서 문학담론을 더 '약하'고 더 '길'며 더 '두꺼운' 네트워크로 재개념화할 수 있도록 해준다.
191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화한 일제의 '조선' 연구가 식민 정책의 일환이었다면 그에 대항하는 조선 연구는 국권 회복과 자주 독립의 염원을 담고 있었다. 이는 당대 '조선'이라는 개념이 발화주체에 따라 그 안에 내포된 의미와 지향이 상이했음을 의미한다. 대한제국의 소멸과 함께 근대 국가 건설은 좌절됐지만 민족의 이념 지형 안에서 '조선'은 새롭게 발견되었다. '조선'은 과거의 경험을 응축하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아내는 역사적 기본개념이 되어갔다. '조선학'은 학술의 장에 국한된 지식인들 사이의 담론이었으나, '조선'은 그 내 외부의 보다 다양한 사회 주체들의 발화를 포괄한다. 더욱이 개념과 담론의 상호 연관을 고려한다면 '조선학'은 '조선'의 역사적 의미론 속에서 독해되어야 마땅하다. 1920년대 문화운동의 흥기 속에서 안확은 "조선문명사"를 통해 고대 신화의 시대로부터 당대까지를 '조선'이라는 기표 아래에 묶어낸다. 역사 실증주의의 미명 아래 자행된 일제의 역사 왜곡에 맞서 조선의 역사를 서양 민주주의 정체에 비견해도 뒤지지 않는 문명으로 이상화한다. 안확은 '조선' 연구를 문화 전반으로 확장하는 가운데 조선의 미술과 문학을 넘어 조선철학의 탄생을 예고했다. "조선철학사상개관"은 '조선철학'을 하나의 독립적 학문영역으로 사고한 최초의 기술로써, 조선의 학술과 사상의 특수성을 인류의 보편적 문명사의 관점에서 파악하려했던 작업의 일환이었다. 안확은 철학을 조선의 3대 발달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고, 조선 철학사의 특색을 서양과 비교하여 특정함으로써 조선철학의 고유성과 독자성을 주장했다. '종(倧)'을 조선철학의 시원이자 근세에까지 이르는 사상적 근저로 파악하면서 불교와 유교의 수용도 조선철학의 발전으로 인식했다. 전통 지식체계의 근대적 전환과정에서 탄생한 '조선철학'은 전통 지를 근대적 학문 분류 체계에 적용하여 재해석하고 재구축하는 지적 실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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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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