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도서의 출판과 활용 현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성교육 도서가 어린이·청소년의 성교육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가늠해 보는 탐색적 연구이다. 이를 위해 어린이·청소년 독자가 성교육 도서에 접근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출판 편집자, 성교육 전문가, 공공도서관 사서와의 심층 면담을 진행하고, 성교육 도서에 관한 이들의 경험과 시각을 폭넓게 분석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에 의하면 성교육 도서는 양육자가 어린이·청소년에게 직접 성교육을 실시하기 어려워할 때 쉽게 찾아 건네는 매체이며 성교육 현장에서 활용되는 교육 자료이기도 하다. 연구 참여자들은 현재 한국에 출판된 성교육 도서 중 다수가 사춘기의 신체 변화를 다루는 '몸 교육'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여전히 성평등하지 않은 관점을 강조하는 등 그 주제와 시각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들은 성교육 도서가 키워드 중심의 단순한 정보 전달 매체이기보다, 인간 삶에 대한 포괄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주체적인 성을 배우는 교육의 장이기를 바랐다.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은 도서관에서 성교육 도서를 수서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무용은 '몸'을 표현의 도구로 사용하는 예술이다. 또한 한 번 행해지면 소멸되는 무형체성과 일회성을 특징으로 한다. 즉 무용은 살아있는 몸의 예술이기 때문에 문자로 기록하는 것은 난해하다. 오늘날 영상이라는 디지털매체의 발달은 기록을 용이하게 했지만 이 역시 여전히 무용작품의 시각적인 면만을 기록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춤의 기록과 보존이 중요한 것은 과거와 현재의 만남이자 현재적 시점에서 재현과 해석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무용가의 기억을 통한 기록방법인 구술사는 이를 가능하게 열어준다. 무용가의 언어로 자신의 삶과 예술을 기억하며 채록하고 연구하는 구술사는 무용의 기록방법으로서 무용가를 주체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이를 근거로 현재적 시각에서 무용사 뿐 만 아니라 무용이 사회와 맺게 되는 상호작용을 읽어냄으로써 역사를 보는 다양한 관점을 지니게 한다. 따라서 무용분야 구술사는 무용가의 구술을 채록하여 기록으로 남긴다는 의의와 함께 여기에 함께 기록되어진 '인간과 사회적 관계'들을 남기는 것이다. 이렇게 기록되어진 무용분야 구술사는 분석과 해석이 더 해져 무용사 읽기, 역사 읽기의 창이 된다.
메를로-퐁티는 "지각의 현상학"에서 현상학이 무엇인지 다시 물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이 물음이 '자연'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고 보며, 그것의 가능 근거를 셸링과 메를로-퐁티의 자연 개념에서 찾는다. 셸링과 메를로-퐁티는 데카르트와 칸트 철학에 대한 비판의 관점에서 사유를 전개한다. 특히 칸트의 '물자체'는 셸링 철학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칸트는 물자체를 남겨둠으로써 이원론으로 분리된 세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셸링은 동일성 개념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메를로 퐁티는 몸- 주체로 풀어내고 있다. 본고에서 주목하는 것은 셸링과 메를로-퐁티가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셸링은 자연 속에 무의식적인 지성의 창조활동이 있다고 본다. 포텐츠는 무의식적 지성을 최고 지성인 자각적 정신으로 이끌어가는 힘이다. 인간은 자각하는 정신의 담지자로 존재한다. 그러나 셸링의 자연 개념에서는 정신 또는 지성이 실존하는 개별 존재를 도출해 내지는 못한다. 여기서 우리는 셸링이 여전히 전통 인식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본다. 자연의 본래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연의 전체성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또한 자연은 인간과 맺는 관계를 통해 해명되어야 한다. 메를로-퐁티는 몸-주체 개념을 정립함으로써 자연과 정신의 얽힘 관계를 드러낸다. 메를로- 퐁티 현상학에서 몸은 자연의 등가물이기 때문이다. 셸링과 메를로-퐁티가 보여주고자 하는 자연의 생성하는 힘을 이해함과 동시에 정신 또는 인간이 어떻게 자연으로부터 나오는지를 해명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연의 본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과거성'이라는 이주의 짐꾸러미를 안은 채 새로운 공간으로의 이주 후 자신들의 체험들을 어떻게 주체적 행위자로 재구성해 나가는지를 포착하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다.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적용하여 결혼이주여성이 경험하게 되는 생활세계의 체험을 신체성, 공간성, 시간성, 관계성 차원으로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결혼이주여성의 신체성은 피부색이나 문화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을 뿐 결코 차별이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몸에 대한 당당함으로 현실의 편견을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결혼이주여성의 공간성은 새로운 사회문화적 공간을 재구성하는 '공간적 전환(spatial turn)을 시도한다. 결혼이주여성의 시간성은 현실의 탓만을 하는 수동적 주체가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하고자 하는 인식을 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의 관계성은 확장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는 삶을 보인다.
유식불교에서 신(身)은 안 이 비 설 신 5근(根)을 갖춘 몸인 유근신(有根身)이며, 심(心)은 일단 의식을 일으키는 것, 즉 의식(意識)의 소의(所依)인 의근(意根)이다. 유식은 불교 본래의 무아론적 관점에 따라 의근은 개별적 사유 실체로서의 자아도 아니고, 그렇다고 5근과 마찬가지의 색법, 즉 물리적 심장이나 뇌일 수도 없으며, 나아가 이전 순간의 의식에 불과한 것도 아니라고 논한다. 따라서 유식은 의근을 제6의식과 구별되는 또 다른 식, 제7말나식(자아식)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유식에서 말나식은 실재하는 식이 아니라, 자신(자아)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무아(無我)를 모르는 한, 존재하는 망상의 식, 비량(非量)의 식이다. 즉 말나식은 자신보다 더 심층의 식인 제8아뢰야식(일체 현상세계를 형성하는 근본식)의 활동을 알지 못하는 무명 불각(不覺)으로 인해, 자신을 그 세계 속 일부분인 유근신의 주체(자아)로 여기고 집착하는 식이다. 결국 유식에서 궁극의 심(心)은 견(見) 상(相)으로 이원화되기 전의 심층 아뢰야식이고, 개별적인 신(身)과 물리적 세계는 모두 그 아뢰야식의 변현 결과이다.
본 논문에서는 재난 시 보다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재난을 당하기 전에 재난에 대해 미리알고 몸으로 체득하는 다양한 형태의 안전교육이 활성화 되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모든 사람이 동일하고 신속한 대처를 통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의 모델을 찾아 보고 안전 취약계층인 어린이, 장애인, 노인세대에 대한 안전교육이 강화되어야 하고 또한 주민들이 자발적인 교육을 통해 실질적인 재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내용도 개발하고 다양한 계층별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문화된 안전교육 인원의 확보 전략과 전문인력의 적재적소에 배치될 수 있도록 활용계획 등 내실 있고 효과적인 프로그램도 가져야 한다. 특히 재난에 대처하는 안전문화로 발전은 지역사회 시민, 지방자치단체, NGO, 기업 등이 다양한 행동 주체로 의사 결정을 공유하고 상호조정과 협력하는 형태의 장기적인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구축을 통해 안전문화가 정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근대 science를 '격물치지학'으로 번역한 것은 객관사물[만물(萬物)]에 내재한 보편적 천리[리일(理一)]를 과학적 자연법칙으로 국한시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근대적 문명국이 신학의 효력 때문이라고 판단한다면, 신학(新學)을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근대적 문명에 이르는 지름길일 수밖에 없었다. 신학의 정수(精髓)였던 격물치지학[science]은 전근대적인 유학의 도덕(道德)문명에서 서구적 근대문명[civilization]으로 '보편문명의 전이(轉移)'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서구근대적 문명인식과 과학적 사유방식은 인간 역시 과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여기게 하였다. 몸에 관한 과학적 탐구는 해부학에서 생리학 및 인종학 등으로 발전하였다. 인간에 관한 과학적 탐구는 사회다윈주의 수용과 맞물려 더욱 공고화되었다. 사회다윈주의적 현실인식은 그들처럼 되는 것[문명화]만이 가장 시의적절한 선택인 것처럼 오도(誤導)하였으며, 더 나아가 강자의 침략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강제하였다. 그러나 과학적 보편주의는 곧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침략을 정당화했다는 점에서 폭력적 야만이었다. 격물치지학의 근대적 폭력성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가능하게 했던 사유가 바로 유학이었다. 당시 서구적 문명과 삶이 곧 진보요 발전이 되면서 유학은 전근대적 삶의 양식으로서 낡고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문명성과 폭력성을 동시에 지닌 야누스적 타자에 대한 주체적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이념으로 작동하기도 하였다. 이항로가 성리학적 세계관에 입각하여 서양의 과학기술을 양화론(洋禍論)으로 규정하였다면, 박은식은 과학기술이 군국주의의 도구로 전락했던 측면을 비판하였다. 그동안 우리는 서구적 근대성을 전범으로 삼아 전통철학의 의미를 해석하는데 치중하였다. 한국 근대를 서구문명에 대한 모방과 번역의 차원에서 이해하는 것은 식민주의를 재생산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근대 유럽중심주의의 폐해를 넘어서 한국 근대를 제대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유학적 자산은 재음미할 필요가 있다. '무성무물(無誠無物)'은 과학기술이 삶을 도리어 황폐화시키는 기술만능주의시대에 문명다움 즉 이시대의 바람직한 인간다움과 기술다움을 성찰할 수 있는 도덕성의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바른 몸-사람다움[성신(誠身)]'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이해와 인간이 마주하고 선 '참된 자연'에 대한 인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성(誠)] 때문이다. 삶의 맥락에서의 바른 몸은 성(誠)하고자 함[성지(誠之)]을 통해 시중(時中)을 실현하는 주체로 거듭나야, 비로소 물(物)과도 바른 관계맺음이 가능할 것이다.
본 연구는 대도시 남성노숙인 시설에서 알코올 의존 노숙인들을 위한 치료공동체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현재 회복 중인 6인의 회복 체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이다. 드러난 회복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공간적 회복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누워있던 거리를 떠나 공동체에 터를 잡으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에 둘러싸이게 된다. 둘째, 신체적 회복으로 눕던 자세에서 벗어나 몸을 일으키면서 이들은 자신의 몸과 마음의 움직임의 주체가 된다. 셋째, 연구참여자들의 시간적 회복은 과거와 현재를 수용하고 미래를 품는 현상으로 드러난다. 넷째, 관계의 회복으로 연구참여자들은 관계망을 통해 사회 내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간다. 이들의 사회내에서의 자리는 지위라기보다는 관계망 속에 존재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알코올 의존 노숙인에 대한 개입을 위한 실천 함의를 도출하였다.
본고는 영화 <기생충>에서 계급적 양극화를 드러내는 혐오스러운 남성 아브젝트의 젠더적 재현 양상에 주목한다. 프레카리아트 남성이 혐오스러운 신체/위치를 자임함으로써 남성 가부장이 되는 새로운 감정정치의 양상을 독해하고자 한다. <기생충>은 통념적인 가족 서사와 반대로 부모를 책임지는 자식이라는 전도를 보여준다. 타인의 자리를 빼앗아야 자신의 자리가 생긴다는 신자유주의적 생존법을 부모 세대에게 가르쳐주는 것이다. 민혁으로부터 성공한 구세대 가부장의 유산인 수석을 전달받은 뒤부터, 기우는 중산층 남성 주체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그러나 이 전망을 상실한 뒤 기우는 아버지에게 먼저 죄송하다고 역전된 고백을 한다. 가족의 계급적 지위를 지켜내기 위해 자신이 희생해야 한다는 과잉된 책임 윤리를 드러낸다. 기택 역시 동익과 가부장으로서의 동일시를 시도했지만, 이 남성 연대가 계급에 의해 무너지면서 급작스러운 분노에 휩싸여 살인을 저지른다. 그 결과 기택은 몸에서 악취가 나는 지하생활자라는 혐오스러운 지위로 내려가게 되고, 오직 기우만이 고립된 아버지로부터 윤리적 반성의 메시지를 수신한다. 영화는 계급적 양극화라는 구조에 맞서 싸운 부자에게 윤리적 투사라는 숭고한 지위를 부여하는데, 특히 결말의 에필로그와 내레이션은 부자간의 윤리적 책임감과 상호 연대를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여성 인물들의 목소리는 점차 누락시켜 남성 인물들을 향한 젠더적 선별을 희미하게 만든다. <기생충>은 계급적 아브젝트를 자임함으로써 윤리적으로 주체화되는 신자유주의 시대 프레카리아트 남성의 정치적 재현 전략을 드러내고, 혐오를 젠더적으로 선별해 재현함으로써 가부장의 책임 윤리를 새롭게 미학화하고 있다.
이 글은 낙태 문제를 다룬 텔레비전 드라마 을 물질성, 관계성, 행위주체성 등의 이론적 초점과 연결시켜 행위적 현실(agential reality)의 축도로서 회절적으로 독해하려는 시도다. 캐런 바라드의 행위적 실재론(agential realism)에 따르면, 텔레비전 드라마 은 당대의 의료기술, 괴담과 전설, 그리고 남성중심적 정동 등의 물질적이고 담론적인 장치들의 행위적 내부작용을 통해 산출된 사회문화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1990년대는 기술, 담론, 정동 등의 장치들을 통해 '혐오'를 반복적으로 드러내는데, 이는 여성의 젠더화된 신체를 향한다. 성형과 낙태라는 물질적-담론적 실천은 몸을 둘러싼 행위적 현실이 의료 기술은 물론, 젠더화된 혐오의 정동과 긴밀하게 엮여 있다는 사실을 예증한다. 이와 관계된 또 다른 물질적-담론적 현상으로서 괴담의 유행과 전설의 재발견 역시 탈자연화된 몸에 대한 혐오의 정동으로부터 생산되고, 이 정동을 다시 한 번 확대재생산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정동 환경 속에서 등장한 은 회절(diffraction)을 상연하는데, 이는 테크노-신체의 물질화에 대한 포스트휴먼적 함축을 결여한 채 백래시의 역행적 힘에 따라 이루어진다. 은 역사적으로 틀 지워지고, 맥락 속에서 정의된 '인간(Man)'에 대한 휴머니즘적 가정들을 보편적인 정의(justice)로서 앞세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휴머니즘의 젠더화된 정의(definition)일 뿐이다. '낙태죄' 폐지 이후, COVID-19 감염증 유행과 함께, 의료 기술 및 담론, 신체적 물질을 둘러싼 정동이 격렬히 내부작용하는 현재는 이 애써 거부한 인간의 대안적 정의에 대해 신중하게 사유하고 응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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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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