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자살예방센터(자살유족지원팀)와 자살유족 기록작업을 같이 했다. 자살유족지원팀은 자살유족의 심리지원을 위한 자조모임을 운영하고 있었다. 자조모임은 자살유족들이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며 고통을 나누는 자리이다. 자조모임이 어느 정도 진행되자 모임에서 리더역할을 수행하는 성원들이 생겼다. 이들이 모여서 글을 쓰는 에세이 모임을 구성했다.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2명), 딸을 먼저 보낸 엄마(2명), 아들을 먼저 보낸 엄마(1명), 남편을 먼저 보낸 아내(1명). 이렇게 6명의 사람들이었다. 에세이 모임은 사직공원 앞에 자리를 잡은 한 공간에서 매주 만났다. 한쪽 벽면 전체를 차지하는 창문으로는 저녁이 들어오고 있었다. 낮에 있었던 일들은 지는 해를 따라 갔다. 10명(에세이 모임 6명, 자살유족지원팀 3명, 임상역사가 1명)이 탁자를 가운데 두고는 빙 둘러 앉았다. "자,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자살유족 기록작업은 2013~2014년에 있었다. 교육적으로 중요하고 특수한 환자의 임상사례를 학회, 잡지에 보고하는 것을 의학에서는 증례(證例. case report)라고 한다. 자살유족들과 같이 했던 기록작업을 증례로 소개하는 형식을 취해 정리했다. 증례 형식을 취한 것은 기록을 말하기 위해서는 인간을 말해야 하고, 인간을 말하기 위해서는 기록에 대해 말해야 하는 '인간과 기록의 상관성'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살유족 기록작업에 대한 글이 이런 상관성에 대한 논의를 하는 데에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났다. 당시 상황을 기록하는 데 필요한 객관적 거리가 확보되었을까? 그건 자신할 수 없지만, 작업의 과정과 방법을 서술하면서 '일상의 기록생산'에 대해 말해본다. 나아가 기록과 기록의 의미(인간)에 관한 몇 가지 단상을 말해본다. 1장에서는 기록의 출처를 다루었다. 그것은 기록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또는 누가 기록하는가 하는 것이다. 기록이 무엇인가 보다는 기록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하는 물음이 앞서야 할 것 같다. 2장은 기록하는 형식에 관한 논의로 무엇을 위해 기록하는가, 무엇을 기록화 대상으로 삼는가, 어떤 기록형식이 필요한가 하는 것을 다뤘다. 3장과 4장은 일종의 기록방법론일 수 있는데, 3장에서는 쓰기, 4장에서는 대화를 다뤘다. 5장에서는 기록을 수용하는 의례를 다뤘다. 3개월이든 1년이든 자신이 기록했던 시간을 어떻게 수용하며 그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6장에서는 논의의 지평을 넓혀 일상의 기록생산, 일상적 아카이브를 다뤘다.
기억 담론'은 기록학계의 패러다임 변화의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억은 재현가능성을 전제로 삼았던 '증거로서의 기록'의 한계를 지적하고, 기록을 기억을 포착하여 무한히 해석 가능한 매개체로 다시 정의한다. 이제 기록관리는 '보이는' 기록과 '보이지 않는' 기억 사이에서, '세계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를 넘어 '어떤 세계를 기억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기억이 가진 개인성과 현재성, 일상성의 힘은 기억과 기록의 관리 그 자체가 사회 정의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이 글은 서구의 기억 담론 지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재구성하여 기억의 사회 정의적 가능성에 대해 살펴본다.
최근 미니홈피, 블로그 등의 개인 홈페이지가 활성화되면서 개인의 생활 경험 정보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욕구가 증대되고 있다. 이와 같은 시도는 주로 영상이나 텍스트에 의존한 기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보 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디지털 라이프로그라는 개념으로 개인의 전반적인 일상 생활을 디지털 미디어로 기록해 두고자 하는 시도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라이프 로그에서 저장되는 정보는 단순히 개인이 보고 듣는 정보뿐 아니라 개인의 주변상황 및 신체상태 등 그 다양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정보를 개인의 실생활에서 수집하기 위해 개인이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사물에 정보 수집 및 처리 기능을 부가하자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본 고에서는 이와 같이 지능화된 사물을 지능형 가젯(gadget)이라 부른다. 지능형 가젯은 단순한 사용자의 개인 생활 정보를 수집하는 수단 외에도 가젯들 간의 상호 정보 교환으로 사용자의 현재 상황 정보를 인지할 수 있으며 라이프 로그가 저장된 서버와의 정보 교환으로 사용자의 과거 경험 정보로부터 사용자의 의도나 취향을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활용하여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하고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본 고에서는 이를 위한 기본이 되는 라이프 로그 서비스를 위한 지능형 가젯의 각 구성 모듈인 지능형 가젯 플랫폼, 지능형 가젯 네트워크, 그리고 지능형가젯 미들웨어의 기술 동향과 라이프 로그 서비스의 연구 사례에 대해 살펴본다.
북미 기록학계는 1990년대 전자기록, 2000년대 초 전자기록의 진본성 문제를 다루었고 최근에 들어 미시적이고 문화적 담론을 인식한 연구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을 기록학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는 정보화와 기술(technology)에 영향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미시적 문화적 담론을 인식한 커뮤니티 아카이브, 일상 아카이브 등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기록문화나 역사가 갖는 개별적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 봐야한다. 즉 일상, 마을, 커뮤니티 아카이브는 기왕의 기록학 담론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목소리들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된 인식을 바탕으로 커뮤니티 아카이브를 기록화하기 위한 현재 존재하고 있는 방법론은 제한적이다. 특히 기술(description)은 공공영역에서 이용하고 있는 여러 표준들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기술표준을 통해서는 커뮤니티 및 커뮤니티 아카이브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과 개별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은 북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비슷한 양태이다. 따라서 각 커뮤니티 아카이브의 목적과 지향을 우선적으로 이해해야 하며 이를 적합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술방법이 필요하다. 즉, 기왕의 기술방법이 아닌 탈표준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패러다임 전환과 기술을 이론적으로 살펴보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커뮤니티 아카이브의 기술을 분석했다. 분석을 통해 기술표준의 한계를 지적하고 나아가 '우애의 아카이브' 프로젝트의 기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한국인권기록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기술을 제안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생산 유통되는 디지털 개인기록의 관리, 특히 보존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해외에서 개인을 대상으로 제공되고 있는 디지털 개인기록 보존교육프로그램 및 지침을 분석하여 교육프로그램의 필수요소를 도출하고, 디지털 개인기록 생산자들과의 설문 면담을 통해 요소를 검증하였다. 이를 토대로 P대학 학부생을 대상으로 실시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의 내용을 설계하고 교육프로그램 지도안을 구성하였다. 지도안은 인식제고, 생산, 관리, 보존을 위한 기록 선별, 보존폴더 생성, 보존용 사본생성, 보존용 사본의 관리의 총 7개로 구성될 것이며, 교육 진행흐름에 맞춰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성취목표를 제시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증강현실 기반 일상다이어리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를 기획하였다. 제안하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하여 사용자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변함없이 기록들을 다시 열람함으로써 추억을 회상할 수 있다. 이에 우리는 실제 생활하는 특정 공간에 자신의 감정을 기록할 수 있는 가상 나무를 심고, 해당 나무에 기록을 남기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나무를 메타포로 설정하여 공간의 축을 고정시키고 시간의 흐름을 더욱 부각시킴으로서 기억이 일상 공간에 뿌리내리듯 공간의 확립성을 부여하였다.
이 글에서는 공동체 아카이브 컬렉션의 두 사례를 비교하면서 공동체 아카이브의 의미를 짚어보았다. 살펴본 사례는 외국의 경우에는 미국 뉴욕 Herstory Collection(Stony Brook Univ.)이고, 한국의 경우에는 풀무학교 전공부(충남 홍성군 홍동면 소재)의 개교 10주년 컬렉션이었다. 전자는 뉴욕 주립대학인 스토니 브룩 대학에서 지역단체인 Herstory Writers Workshop의 기록을 기증 받아 정리한 컬렉션이고, 후자는 풀무학교 전공부에서 개교 10주년을 맞아 수집한 기록과 10년 동안 자체적으로 보유하던 기록을 모아 정리한 컬렉션이다. 뉴욕 허스토리 컬렉션은 전문 아키비스트가 국제표준인 ISAD(G)에 따라 정리하고 기술한 것이다. 허스토리 컬렉션은 '지역기반+소수자 기반'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측면은 우리가 공동체 아카이브의 의미를 말할 때 주요하게 지적되어 로컬리티 다큐멘테이션과 소수자의 기억과 정체성의 측면을 동시에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겠다. 또한 허스토리 컬렉션은 '대학 + 지역단체 공동 아카이브'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대학과 지역단체가 서로 협력해서 공동으로 아카이브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한국 대학 아카이브에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대학은 자신이 속해 있는 지역에 자체적으로 기록관리를 할 수 없는 소규모 공동체를 아카이빙할 수 있고, 역으로 소중한 활동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나 여건이 되지 않는 소규모 공동체는 대학과 협력해서 자신의 기억을 아카이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풀무 전공부 10주년 컬렉션은 아마추어 아키비스트(풀무학교 전공부 재학생)가 국제표준에 따르지 않고 다소는 특이한 이야기 정리기술(Narrative Description) 방식으로 정리하고 기술한 것이다. 이야기 정리기술은 아직은 '기록 공동체'에 알려지지 않았거나 시도되지 않았던 방식이다. 그런데 풀무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공동체 내부에 고유한 내러티브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유한 공동체 내러티브와 실제 기록물을 연결시켜 작업함으로써 이야기 정리기술은 공동체의 역사와 특성을 살린 기술방식이 될 수 있었다. 이런 점은 국제표준 적용방식과는 다른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본다. 또한 풀무 컬렉션은 앞에서 지적했듯이, 전문 아키비스트가 아닌 공동체 내부의 구성원이 아마추어 아키비스트가 되어 만든 것이다. 이는 공동체 아카이브에서 제기될 수 있는 몇 가지 문제-비용문제, 인류학적 맥락에서 삶과 아카이브의 유대성 문제, 공동체의 고유한 내러티브와 실제 아카이브의 연관성 문제 등-에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국가 아카이브가 추구하는 것에 '국민의 역사적 정체성'이 들어가듯이, 공동체 아카이브도 '공동체성'을 추구해야 한다. 양자의 차이점이 있다면, 소규모 공동체의 경우 전문가-비전문가, 전문작업-일상생활 등의 격자에서 다소는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풀무 컬렉션에서 내부 구성원이 이야기 정리기술이라는 새로운 정리기술 방법론을 만들어가면서 작업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자유로움에서 유래할 것이다. 공동체 아카이브는 국가 아카이브와 다른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큰 맘 먹고 나섰던 여행은 일상으로 돌아올 때 '사진'을 남긴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어느 유명한 디지털카메라 제조업체의 광고문구처럼, 여행 후 남은 한장의 사진은 추억의 일부가 된다. 여행과 사진은 참으로 잘 맞는 궁합이다. 여행에 사진이 없더라도, 사진을 찍으러 굳이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이들이 어우러지는 경우 훌륭한 작품이 되곤 한다.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는 잊을수 없는 추억이, 사진을 보는 사람에게는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게 바로 사진이다. 이번 호에서는 사진이라는 콘텐츠가 '지도'라는 정보를 만나서 더 좋은 추억과 기록으로 남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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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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