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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은 왜 "논고"를 포기했는가?

  • 박정일
    • 논리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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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7권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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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7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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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
  • 비트겐슈타인이 왜 "논고"를 포기했느냐 하는 주제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조명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이 글의 일차적인 관심은 비트겐슈타인이라는 한 개인의 실제 철학적 사유 과정보다는, 오히려 "논고"가 포기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들과 경로를 생각하고 추적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논고"의 여러 근본 전제들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 부류는 직접적 논박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서, 여기에는 "논고"에서 정의에 해당되는 것, 모호한 개념인 "완전한 분석"과 관련된 것, 그리고 유아론과 관련된 것 등이 있다. 다른한 부류는 전자에 비해 어떤 직접적인 논박 가능성의 여지가 있는 근본 전제로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요소 명제들의 상호 독립성을 들 수 있다. "논고"는 소위 "색깔배제 문제"부터 후자에 속하는 근본전제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으면서 와해되기 시작했으며, "논고"와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에 서게 됨으로써 비로소 포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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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의 정신병 연구에 근거한 영화 속 주체의 증상 - 라스 폰 트리에의 <살인마 잭의 집>을 중심으로 (Symptoms of the subject in a movie based on Lacan's work on psychosis - Focusing On Lars von Trier's film )

  • 한경지
    • 트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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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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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69-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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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
  • 영화 <살인마 잭의 집 The House that Jack Built>은 주인공 잭이 12년간의 연쇄살인과정에서 점차 정신병 증상을 지닌 '광기의 예술가'로 재탄생되는 모습을 다룬다. 강박증 증상을 지니고 있는 엔지니어 잭은 한차 레의 우연한 살인으로 향락을 느끼면서 사람을 죽이는 것을 하나의 예술 형태로 간주하고 이 과정에서 강박증을 극복하게 된다. 본고에서 주목하는 문제는 과연 반복 살인이라는 행위로 강박증 증상이 극복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따라서 본고는 잭의 강박증은 살인과정에서 극복 된 것이 아니라 신경증에서 안정화 된 정신병 상태로 이행하면서 그 증상이 사라졌다는 관점을 밝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정신분석학자 라캉(Lacan)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 주체가 현실적인 안정성을 잃을 때 경험하는 환각이나 망상은 상징계의 틈새로 비집고 들어오는 실재(The Real)와 직면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영화 속 잭의 망상으로 구축된 가짜현실과 같은 현상은 잭에게 부성은유의 부재로 인해 '아버지의 이름'(The Name-of-the- Father)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원인으로 나타나는 병리적 증상이다. 따라서 본고는 라스 폰 트리에( Lars von Trier) 감독의 영화 <살인마 잭의 집>의 주인공 잭이 지닌 정신병 구조를 라캉의 정신분석을 통해 해독한다.

음양오행적 상상력에 기반한 <구운몽>의 창작과 향유 방식 연구 (A Study of Kuwoonmong Writing and Enjoyment in the Aspects of Yin-Yang (陰陽) and Wu Xing (五行) Imagination)

  • 황혜진
    • 고전문학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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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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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153-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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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 이 연구는 음양오행과 관련된 문화적 상상력이라는 참조 체계를 활용하여 <구운몽>의 창작과 향유 방식을 연구하였다. 음양오행의 상상력은 오랜세월 생활문화뿐만 아니라 예술문화의 생성과 향유에도 영향을 끼쳤다. 김만중이 <구운몽>을 쓸 때에도 이러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인물과 관계, 인연을 이루는 사건들을 구성했을 수 있다. 특히 이 연구는 김만중이 아직 팔선녀들의 이름과 개성을 구체화하기 전의 구상 단계에서 갑녀, 을녀, 병녀, 정녀 등으로 순서를 정하고 해당 천간(天干)이 지닌 음양오행적 속성을 고려하여 형상화 작업을 시도하지 않았을까 가정하였다. 다양한 천간의 특성을 핵으로 삼아 개성적 인물을 만들어낼 때, 중첩되는 인물 창조를 피하고 이들이 만드는 다채로운 관계의 양상과 사연을 구성하기 용이한 까닭이다. 위 표는 천간에 대응되는 <구운몽>의 인물을 배치한 것이다. <구운몽>은 각 천간적 특성을 인물 개성의 핵심으로 삼아 등장하는 시기와 배경, 인물의 성격과 분위기, 인물이 겪는 갈등의 원인과 주요 사건 등을 구성하였다. 초봄의 버드나무를 연상시키는 갑목의 진채봉은 솔직하고 적극적인 한편, 분칠한 담을 배경으로 하여 만개한 앵두꽃 같은 을목의 계섬월은 을목답게 섬세하고 부드럽다. 해로 비유되기도 하는 병화의 정경패는 화려한 정사도 집의 무남독녀로서 모든 것을 환히 비추는 병화의 능력을 발휘하여 양소유가 연주하는 곡의 의미와 의도를 꿰뚫어보기도 한다. 또 정경패는 예(禮)를 중시하고 화를 참지 못하는 병화의 성격으로 양소유에게 속아 체면을 잃은 것에 대한 앙갚음을 반드시 하고야 만다. 병화가 한낮의 작렬하는 태양이라면 정화는 밤에 빛나는 달이나 촛불에 가깝다. 정화의 가춘운은 단아하고 신비로운 정화의 매력으로 양소유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수시로 변화하는 불꽃처럼 여선이 되었다 귀신이 되었다 하는 등 연기에도 능하다. 영웅호걸을 마음대로 고르기 위해 자신을 창가에 팔거나 양소유를 따르기 위해 연왕의 천리마를 타고 도주하는 적경홍은 자주적이며 결단력 있는 경금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칼과 같이 날카로운 신금에 대응하는 인물인심요연은 서늘한 기운과 함께 양소유 앞에 등장하여 창검 빛으로 화촉을 대신하며 그와 인연을 맺었다. 계수의 백능파는 물과 관련된 애욕으로 인한 고난을 겪으며 반사곡이란 차갑고 깊은 계곡에 유폐된 신세였다. 마지막으로 난양공주 이소화는 물처럼 아래로 흘러 하방(下方)의 존재를 감싸는 겸손함과 포용력으로 2처 6첩이 서로 자매로 일컫는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한편, 무토는 성진에, 기토는 양소유에 해당한다. 기토인 양소유는 무른 흙으로 팔선녀와 스며들고 동화되어 각색의 인연을 만들기에 적합한 기질을 갖추고 있으며, 그림의 '여백'처럼 자신은 비어 있으나 대상의 정을 비춰내는 기능을 담당한다. 무토인 성진은 너르고 단단한 무토의 기질답게 팔선녀와 양소유의 꿈[九雲夢]을 너른 흉중에 품고서 단단한 자신중심을 지키며 불도에 정념하고 자기를 따르는 도반(道伴)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 개개 인물뿐만 아니라 서사세계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도 <구운몽>은 음양오행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음양오행에 따라 오악(五嶽)을 배치한 작품의 서두에서부터 작동시키는 음양오행적 상상력은 천간적 특성을 갖는 인물들의 개성을 감지하게 하는 생성적 틀로 작용하며, 나아가 인물의 개성이 잘 발현된 대화 장면에서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인물의 형상뿐만 아니라 인물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오행의 상생상극의 기운은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한다. 또 음과 양이 꼬리를 무는 미시적 사건의 연쇄, 양과 음의 세계를 오가는 거시적인 서사의 움직임, 그리고 음과 양이 서로를 품고 있는 구조 등을 갖춘 서사세계에 노닐며 수용자들은 마음속의 태극도가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런 점에서 <구운몽>은 추상적 음양오행론을 서사적으로 구현한 커다란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작가인 김만중이 음양오행의 원리(道)를 의도적으로 상징화하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되어 이미 다른 학문과 종교 영역에 습합된 음양오행적 상상력의 자장(磁場) 안에 있는 존재였으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구운몽>의 당대 향유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굳이 이 소설을 분석적으로 읽지 않아도 그들은 자연스럽게 음양오행적 상상력을 적용할 수 있었으며 익숙한 세계관과 인간관이 강화되는 쾌감을 얻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