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에서는 민법전에 의료계약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기 위한 논의의 과정에서 의료관련 법률의 진료거부금지 규정과 의료계약에서 계약자유의 원칙의 관계를 검토하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의료법의 진료거부금지 규정이 의료계약 체약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요청에 따른 진료개시와 진료개시 후 의학적 판단에 기초한 의료내용의 결정과 진료비에 대한 협의 하에 체결되는 의료계약의 성립은 구별된다. 반면 진료거부금지 규정으로 의료계약 해지의 자유는 제한된다. 의료계약은 전문가인 의료인과 자신의 생명·신체에 대한 처분을 전문가에게 맡긴 환자의 신뢰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신뢰가 깨지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계약의 해지로 환자의 생명·신체에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의료계약의 해지에는 일정한 제한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의료계약의 체약을 강제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 의료법의 태도이다. 민법전의 의료계약에 관한 규정에서는 의료계약 해지의 자유를 인정하되, 일정한 경우에 계약의 해지를 제한하는 방향을 제시하였다. 계약의 해지를 위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고, 환자가 다른 의료인으로부터 진료를 받을 수 없는 등 불리한 시기가 아닌 경우에 계약의 해지를 인정한다. 의료법의 진료거부금지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규정을 삭제하고, 계약법의 문제로 옮겨와야 할 것이다. 진료를 거부한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국민건강보험법의 요양급여거절의무에 따른 행정제재로 규율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는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하고 있으며,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의료기관을 이용하도록 구분되어 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미 중증 질환에 대한 치료가 이루어져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전원 또는 자택으로 퇴원이 가능한 경우 의료기관에서 환자에 대하여 의료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우리나라 법원의 입장으로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더 이상의 입원치료가 불필요한 경우 의료기관의 의료계약 해지권을 인정하는 판결과 그러한 경우에도 의료기관의 의료계약 해지권을 부정하는 판결이 병존하고 있다. 한편 미국 판결 중에는 급성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에서 입원 중인 환자에게 더 이상 급성 치료가 필요하지 않는 경우에 전문간호시설 등으로 전원을 인정하는 판결들이 있다. 의료자원이 한정되어 있고 의료기관의 계약 해지권이 제한된 취지가 국민의 생명권, 건강권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임을 고려할 때 해당 의료기관에서 치료가 종결되어 환자에게 더 이상 신체적 위해가 없음이 확인된 경우에는 다시 원칙으로 돌아가 의료기관의 계약 해지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대법원 2016.1.28. 선고 2015다9769 판결의 검토를 목적으로 한다. 이 사건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이전의 판례에서 대법원은 객관적 요건으로 회생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와 주관적 요건으로 환자의 동의가 충족되면 의료계약이 해지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환자의 동의는 의료계약 해지에 관한 동의가 아니다. 환자의 의료행위에 대한 동의는 법률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사실행위이다. 만약 연명 의료의 중단에 관한 환자의 추정적 의사가 의료계약의 해지의 의사라면, 의료계약은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소 제기시에 종료하여야 한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의료계약이 일부 해지되었다고 하면서도 진료비채무는 연명의료 허용에 관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면제된다고 하였다. 이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연명의료의 중단이 허용되면 의료급부 제공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그 부분 진료채무가 면제된다. 급부의 불능은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확정판결이 있는 때에 확정된다. 따라서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확정판결이 있은 때부터 연명의료에 대한 진료비채무가 면제된다고 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다만 그 근거는 의료계약의 일부해지가 아니라 일부불능이다.
임플란트 시술은 소위 상업화된 의료에 속하고 상대적으로 시술자체가 단순 명료하며 그 시술이 성공가능성은 거의 100%에 달한다. 또한 환자에게 건강을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기 보다는 선택적 수단의 의미를 지니는바 자기결정권의 보호를 위한 설명의무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에 비추어 임플란트 시술 계약에 대하여는 도급의 성격이 강조되어 경우에 따라서는 식립 자체의 실패만으로도 의사의 과실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임플란트 시술은 상업화된 의료로서 단순 명료한 의료행위인바 과실여부는 직업적 평균인이 아닌 일반인의 상식을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므로, 임플란트 시술 후 악결과가 발생한 환자는 예를 들어, 시술 중 과도한 통증과 출혈이 발생하였음에도 의사가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등을 입증하면 충분하고 그 전문가의 입장에서 의료행위가 적절치 못하였다는 점까지 밝혀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임플란트 의료과오 판결들을 살펴보건대 법원은 명시적으로 임플란트 시술계약을 도급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식립 자체의 성공여부로 의사의 과실을 판단하고 있어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계약과 유사한 특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듯 보인다. 또한 제시하고 있는 의료과실의 구체적 내용들에 비추어 의료과실의 판단도 일반인의 상식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1979년 대법원이 처음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인정하였고, 그 후 판례를 통해서 설명의무의 구체적 내용이 형성 발전되어 오고 있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헌법 제10조와 진료계약상의 의무에 근거하고 있고, 보건의료기본법 제12조 및 개별 법률에서도 설명의무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2016. 12. 20. 개정된 의료법 제24조의2에 설명의무에 관한 규정이 신설되었고, 개정 의료법은 2017. 6. 21.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 의료법에 따르면,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의료행위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이다. 이러한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반드시 사전에 법정사항이 기재된 서면으로 설명을 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개정 의료법의 내용과 학설 및 판례를 통해서 인정되어 온 설명의무에 관한 기존 법리를 비교 검토해 보면, 양자 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에 따라 개정의료법의 시행 이후에도, 기존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일한 사안에서 설명의무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이 민사상 손해배상사건과 의료법 위반으로 인한 과태료처분사건에서 서로 달라지는 것은 법적 안정성이나 법질서 전체 통일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개정 의료법상의 설명의무에 관한 내용을 기존 법리에 맞게 수정하거나 독일의 경우와 같이 진료계약의 내용에 포함시켜 민법에서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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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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