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두 가지 비판적 탐색과 이를 통한 비평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첫째는 중국 고전 텍스트에 대한 루쉰의 사유와 연구태도를 살펴보고, 아울러 루쉰이 '예악'을 어떻게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있는지를 탐색해 본다. 《광인일기》의 광인이 중국의 오래된 텍스트를 다루는 방식을 실마리로 삼아, 루쉰의 중국 고전 문헌의 편집과 전승과정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태도를 살펴보았다. 루쉰은 고전 문헌이 역사 속에서 전승·전파될 때, 텍스트가 편집 재구성되는 가운데 사건과 맥락, 실재가 은폐되고 텍스트가 봉쇄되는 상황을 주목한다. 또한 루쉰은텍스트의 전승과정과 아울러 중국문화와 사회·정치의 구성에 '예악'이라는 오래된 문화가 어떻게 작동하며 현재에도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있다. 고전은 단순히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습속과 도덕 감정, 그리고 통치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둘째, 이러한 루쉰의 예악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루쉰이 평생에 걸쳐 교감했던 혜강(嵇康)의 글 중<성무애락론>을 중심으로 그의 미완의 고전비평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소리에는 슬픔과 기쁨이 없다'는 혜강의 이 글은 중국문화구성의 핵심 논리인 '예악'의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한 것으로, 감응주체의 자율성, 그리고 조화로움, 공통적인 것을 찾아가는 개체의 숙고 과정을 중시하며 기존 예악과 통치성의 문제에 균열을 낸다. 루쉰을 통해 혜강을, 혜강을 통해루쉰을 살펴보는 작업을 통해 루쉰의 못 다한 고전비평의 작업을 재구성하고, 중국고전텍스트가 현재의 실제 삶과 접속될 가능성을 탐색해 본다.
이 논문은 조선 초기에 편찬된 병서(兵書)를 통하여 지식인들의 병학(兵學) 사상을 개괄한 것이다. 선초는 대외적으로는 남북으로 외세(外勢)를 극복하고, 대내적으로는 새로운 왕조(王朝)의 기반을 확립하는 상황이었으며, 이것은 병서 간행에 있어서도 전제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당시의 병서는 병학 자체의 정립 목적과 아울러 여말(麗末)의 무장(武將)이자 조선(朝鮮)의 개조(開祖)로서 활약상을 반영함으로써 정치적 안정을 고려하고 있다. 선초에 출간된 병서는 일부 전쟁사 기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경칠서(武經七書)와 그 주해에 근거한 것이다. 이것은 당시 병학 정립의 시급성과 아울러 우리나라 고래의 병서가 전해지지 않았던 데 원인이 있다. 그러나 당시 지식인들은 무경칠서를 권모궤계(權謀詭計)에 치우친 것으로 평가하고 유가적 입장에서 병학을 재정립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로부터 중국과 우리나라의 지리적(地理的) 차별성이 병학 논쟁의 시발점이 되었으며, 병학과 음양가(陰陽家), 병학과 유가(儒家)와의 관계에 대한 논쟁도 있었다. 선초의 병서에서는 무엇보다 장수의 문무겸전(文武兼全)의 리더십과 군대의 화합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현실적 측면에서 예악(禮樂)과 병형(兵刑)의 겸용(兼用)을 강조하고, 순자(荀子)의 '부민(附民)'(일민(壹民))의 사상을 대량으로 원용(援用)하고 있다. 이 점은 중국의 병가(兵家)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당시 성리학의 정립 과정에서 맹자를 전제로 하는 것과는 다른 경향이다. 요컨대 선초 지식인들은 문무병용(文武竝用)이라는 전제하에 병학을 유가의 성현(聖賢)과 연계시키고, 양자의 접합점으로서 인의(仁義), 예악(禮樂), 충효(忠孝), 삼강(三綱), 오륜(五倫) 등의 덕목을 들고 있다. 특히 병학을 유가의 삼강이나 오륜과 연계시키는 것은 중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며, 한 마디로 조선 초기 병학의 특징은 '병학(兵學)의 윤리화(倫理化)'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본고에서는 1795년 화성 행궁에서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열린 봉수당진찬의 의례와 악무를 "원행을묘정리의궤(園行乙卯整理儀軌)" 및 "정조실록", "홍재전서(弘齋全書)"등의 봉수당진찬 의례기록과 <화성능행도병>등의 도상자료, 일기체의 한글가사 작품인 이희평(李羲平)의 <화성일기(華城日記)>등의 자료를 중심으로 분석하여 무대와 공연요소 중심으로 고찰하였다. 잔치의 주인공에게 충(忠)과 효(孝)의 의미를 담은 음악과 춤, 꽃과 음식, 술과 글을 예를 갖춰 올리는 궁중연향은 예악(禮樂)의 원리에 바탕을 둔 국가의례로서 조선왕조 500년 동안 고유한 음악문화를 형성해왔다. 그러나 조선왕조가 막을 내리면서 '예'라는 상징적이며 총체적인 틀 안에서 상호 유기적인 관계에 놓여있던 연례의 음악과 춤들이 개별 악곡과 춤으로 해체되어 '작품화'되었고. 궁중음악과 춤의 철학이나 원리, 시공간에 대한 이해는 현저히 축소된 채, 음악과 춤의 전통은 형식과 예술적 표현 중심으로 변화해왔다. 1990년대 이후, 궁중의례 전통의 재현(再現)을 목적에 둔 연구와 행사가 추진되면서, 이와 연관된 공연예술 활동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특히 봉수당진찬은 다양한 방식으로 현대무대화 하고 있다. 그러나 원전(原典)의 재현(再現) 및 복원(復原) 문제, 완성도 및 예술성에 대한 문제는 과제로 남아있으며, 지금까지는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수록된 의주의 외형적 재현에 관심을 두었을 뿐, 무대조건이나 공연요소에 중점을 둔 심도있는 분석은 부족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본 연구에서 무대구성과 공연요소 중심으로 분석해 본 결과, 조선시대 궁중연향 중에서 유일하게 '행궁'에서 개최된 봉수당진찬은 '예악의 정치'를 의례와 악무로 구현하는 궁중연향의 기본적인 면모를 보여주면서도 '군신동락(君臣同樂)'의 친화의 비중이 높은 연향이었음을 밝혔다. 내연과 외연의 성격이 섞인 봉수당진찬에서는 가림막을 최소화하여 신분의 차서(次序)와 남녀유별(男女有別)의 원리를 충족시키면서도 삼면에 둘러친 휘장 안에 외빈의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술과 음식, 음악과 춤을 다 같이 공유하도록 배치되었다. 또한, 연향공간의 상징성을 내포한 차일을 백관들의 공간에 치고, 임금이 솔선하여 선찬(膳饌)과 산화(散華)를 명함으로써 군신동연(君臣同宴)의 의미와 범위를 확장시킨 점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봉수당진찬이 '예악의 원리'가 강하게 드러나는 여느 궁중 연향에 비해 '정(情)'을 나누는 화친(和親)에 기반을 두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봉수당진찬에서는 여느 내연에서보다 임금의 역할과 비중이 높았으며, 특히 의주 외의 기록으로 전하는 여러 가지 상황 - 7작 이후에 정조가 신하들을 가까이 불러 나눈 대화, 신하들에게 음식과 꽃을 내림, 잔치를 주제로 직접 시를 짓고, 신하들에게도 이에 화답하게 한 일 등-은 의주에 따른 단선적인 연향의 진행에 변화를 주고, 연향의 의미를 확장시키는데 한 몫 하였다. 이밖에, 봉수당진찬의 주악과 정재의 구성을 분석해 본결과 연향에서 여러 인물들의 대화와 움직임이 매우 절제된 것은 여느 궁중연향과 비슷하지만, 춤과 음악을 통해 구현된 소리와 색채감은 매우 다채로웠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봉수당진찬에서는 정조 이전에 치러진 내연에 비해 다양한 종류의 정재를 상연하였고, 이 중에는 새롭게 초연된 레퍼토리도 있었으며, 또 기존의 공연을 새롭게 재구성한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선유락>이나 <검무> 등, 지방 관아 및 민간의 레퍼토리를 궁중연향으로 수용한 점, 풍류방에서 즐겨 연주되기 시작한 생황을 <학무> 와 연계한 것은 전통적인 규범과 관습에 매이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궁중연향의 '열린구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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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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