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학 연구에서 개인 아카이브는 상대적으로 연구가 되지 않은 분야이다. 특히 평범한 개인이 스스로를 위한 아카이브를 구성하는 방안을 찾아 보기 어렵다. 본 연구는 개인이 자신을 위한 아카이브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생애서사 구성을 제안하였다. 생애기억 아카이브의 구조와 메타데이터 설계를 위해 서사학 연구와 심리학의 기억연구 내용을 참고하였으며, 이를 아카이브의 계층성과 집합성 개념과 결합하였다. 또한 생애서사 구성을 위해 서사의 플롯 개념을 제안하여 스스로 자신의 생애서사를 구성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생애서사 아카이브의 구성과 활용에 대한 연구는 향후 개인이 자신을 위한 아카이브를 마련하고자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현대미술의 아카이브 담론으로서 '아트 아카이브'와 '아카이브 아트'의 기초 개념을 정리하고, 아카이브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미술작품이라는 매체적 특수성으로 인해 기록학에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아카이브 아트를 새롭게 고찰한다.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경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아카이브 아트는 '아카이브 구조나 방법론을 활용하는 미술작품이나 미술실천'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아카이브 아트 관련 연구의 주된 특징은 권력자에 의해 평가 및 선별되었기에 아카이브를 신뢰할 수 없는 대상으로 평가하고, 미술가가 공적 영역에서 소외되고 결락된 역사를 새롭게 구축한다는 점에서 대항서사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반아카이브적 관점으로 현대 아카이브를 비판하면서도 아카이브를 작품의 핵심적인 정체성으로 내세우는 모순적 특성을 드러낸다. 따라서 지금까지 전개된 주요 논의들은 기록의 진본성을 존중하고 기록 정보를 활용해 자신의 논리를 강화하는 사례를 포괄하지 못하고, 심지어 이들과 대치된다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본 연구에서는 기록학의 측면으로 아카이브 아트를 재정리해 유형을 분류하고, 각각의 특성을 분석할 것이다. 미술가가 활용한 아카이브 개념을 전통적인 기록학의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는 미술작품이 지닌 본래의 미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기록학의 연구 대상으로서 확대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홍동허스토리'는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 형식에 담아 기록하는 아카이브 활동이다. 일단의 여성들이 야밤에 집결하여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를 생산, 공유, 체화하는 식이다. 이 활동은 충남 홍성군 홍동면(이하 홍동)에서 홍동허스토리를 창안한 아카이브 활동가, 그녀의 동료들로 구성된 기획팀, 그리고 홍성여성농업인센터의 협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매년 한 해 농사가 마무리 되는 늦가을, 초겨울에 열린다. 2016년~2019년 4년 동안, 20명의 여성들이 참여하였다. 그 과정과 결과는 3권의 책으로 정리되어 출판되었다. 이 글은 홍동허스토리라는 익숙하면서도 독특한 아카이브 활동을 다시 아카이빙 하는 시도이다. 이를 위해 지역적, 사상적 배경을 먼저 살펴본 후, 홍동허스토리의 구성과 특징을 분석하여 서술하였다. 특히 아카이브의 서사적 기능과 정치적 기능에 주목하였다. '아카이브의 문화'를 논의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아카이브의 직접적 정보서비스, 돌봄의 윤리, 쾌락의 추구를 제시했다.
이 연구는 디지털아카이브 환경에서 기록의 생산맥락과 구조를 함께 보여주는 기술이 이용자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문제를 인식하고, 기록물의 이야기적 기술을 통해 보다 광범위한 맥락적 이해를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수행되었다. 이론 연구에서는 아카이브에 서사적 요소의 구체적인 형태와 위치를 파악하고, 보존기록 기술과 서사적 요소의 상호작용을 분석하여 서사적 기술을 기술에서 기록의 서사성을 확보하여 이야기하는 행위로 개념화하였다. 사례연구에서는 TNA, OAC,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 오픈아카이브의 기술을 조사·분석하여 서사적 기술을 '기록의 이야기', '기록의 재구성', '기록 해제 및 설명', '정리기술현장에서의 경험과 기억으로부터의 서사성 확보', '서사 플롯 설계'의 유형으로 식별하였다. 또한, 서사적 기술이 이용자들이 기록을 보다 쉽게 공감하고 이해하도록, 자신의 시각에서 다시 경험과 기억의 의미를 탐구하도록 돕는다는 것과, 기록의 해석과 해석자의 역할을 강조하여 아키비스트의 업무활동의 이해를 증진시킨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디지털아카이브를 하나의 콘텐츠로 인식하고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기록 접근점을 높이는 방안으로서, 출처와 맥락을 중시하면서도 주제적 접근이 가능한 기술 안으로서, 기술할 기록의 선별에 관여함으로써 방대한 기록으로 인한 기술의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으로서 서사적 기술을 제안하였다. 또한, 이러한 서사적 기술은 아키비스트가 맥락 구성자로서의 서사 정체성을 확립하고, 기록에 대해 폭넓고 깊은 연구를 수행하며,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기획함으로써 실행이 촉진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인간 삶은 '서사'로 재현되기도 하고, 삶의 과정에서 인간 스스로 '서사'를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서사'는 삶과 시간을 이해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과거, 현재, 미래는 단절된 시간들이 아니다. 과거는 미래에 개방되어 있고, 미래는 과거의 의미를 규정하며, 과거는 현재의 삶의 지평으로 환원된다. '서사'는 이러한 열린 시간성을 전제로 형성된다. 기록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서사'이며, 이 '서사'에 의해 과거의 시간이 재현된다. 또한 기록을 읽어내는 행위에 의해 기록의 '서사'가 아닌 새로운 '서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실재와 기록된 '서사'는 순환적이고 변증법적인 구조로 서로를 보완한다. 이글은 실재와 기록, 그리고 기억이 맺는 관계에 대해 현상학적 방법을 동원해 탐구한다. 탐구 도구로 폴 리쾨르의 해석학을 채택하여, 기록이 어떻게 실재와 관계 지워지고 해석되는지, 그리고 아카이브 정의에 복무하는 기억이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본 연구는 동시대 비민주적 폭력으로 점철된 사회사적 사건들 가운데에서 점차 잊혀져가는 사회적 타자들의 기억을 재소환하기 위해 이뤄졌다. 이 글은 그 극적 사례로써 2009년 '용산4구역 철거현장 화재사건'(이하 용산참사)을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다. 본 연구는 공적 기록의 빈 공백을 대신해 용산참사 속 현장 예술행동가들의 사회적 사건들을 새롭게 기억하는 자율적 방식에 주목한다. 다시 말해 이 연구는 용산참사의 경우를 일반 시민, 문화예술가, 독립미디어 활동가, 종교인 등이 함께 연대해 국가 권력 중심의 공식 내러티브에 대항해 경쟁서사를 마련하고 대항기억을 스스로 재구성하면서 시민 기록의 의미를 되살렸던 중요한 사례로 바라본다. 당시 그 누구보다 현장 예술가들은 용산참사에 대한 기록의 과정에서 배제되고 타자화된 도시 빈민들의 절규에 귀 기울이면서, 전시 및 음악 공연 기획과 도록 작업, 만화집, 현장르포 사진집, 미디어 방송, 다큐멘터리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자율적인 방식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의 감성과 정서를 기록했다. 특히 이 글은 현장 예술가들에 의해 수행됐던 참사 당시 비공식 대항기억 기록화의 움직임을 동시대 사회사적 사건의 기록화에 있어 중요한 전략으로 고려하고 이를 중요한 탐구 대상으로 삼는다. 이에 의거해 결론에서는 현장 예술의 동시대 현장 기록 방식이 가지는 기록학적 함의와 이를 사회 공통의 기억 속에 기입하기 위한 좀 더 포괄적인 기록화 방법을 제안한다.
경관을 기록하는 것이 역사적 풍경을 재현하는 개념에 가깝다면 장소는 인간이 의미 있는 활동을 통해 공간에 시간을 쌓아 만드는 곳으로, 기억이 축적되는 특별한 저장소에 비유할 수 있다. 그래서 장소와 경관은 '노무현 대통령의집'을 이해하고 그 곳에 쌓여 있는 다양한 기억의 층위를 탐색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본 연구는 노무현재단이 '노무현대통령의집'을 개방하기로 결정하고, 이 집을 시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면서 시작되었다. 첫번째 결과물은 "추모의 공간에서 기억의 장소로-대통령의집 콘텐츠 큐레이팅 및 장소 아카이브 컨설팅" 보고서로 발행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얼마전 "노무현 대통령의 지붕 낮은 집(2019)"이라는 이름의 기록집이 발간되었다. 보고서가 노무현대통령의집의 철학적이고 미학적인 의미와 이 집에 쌓여 있는 다양한 기억의 층위, 그리고 그 기억을 따라 생산된 기록의 내용, 이를 통해 이 집에 형성된 장소의 성격 등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를 진행한 것이라면, 기록집은 노무현대통령의집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의미를 복원하고 문화적 사건으로 큐레이팅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노무현대통령의집에는 '세 가지 기억'의 층위가 쌓여 있다. 첫 번째 기억은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에 내려와 펼치고자 했던 '삶과 꿈'에 대한 이야기이고, 두 번째 기억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부터 시민 개방이 시작되기 전까지, 9년에 가까운 '상실의 시간'에 대한 것이다. 세 번째는 노무현대통령의집 상시개방과 함께 시작된 '시민의 기억'이다. 이 집을 찾은 시민들은 앞 선 두 개의 기억과 마주하며 세 번째 기억을 축적하게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붕 낮은 집"은 노무현대통령의집이라는 장소에 축적된 세 개의 기억과, 의미로 가득 찬 '기록의 언어'로 구성된 기록집이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자살유족지원팀)와 자살유족 기록작업을 같이 했다. 자살유족지원팀은 자살유족의 심리지원을 위한 자조모임을 운영하고 있었다. 자조모임은 자살유족들이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며 고통을 나누는 자리이다. 자조모임이 어느 정도 진행되자 모임에서 리더역할을 수행하는 성원들이 생겼다. 이들이 모여서 글을 쓰는 에세이 모임을 구성했다.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2명), 딸을 먼저 보낸 엄마(2명), 아들을 먼저 보낸 엄마(1명), 남편을 먼저 보낸 아내(1명). 이렇게 6명의 사람들이었다. 에세이 모임은 사직공원 앞에 자리를 잡은 한 공간에서 매주 만났다. 한쪽 벽면 전체를 차지하는 창문으로는 저녁이 들어오고 있었다. 낮에 있었던 일들은 지는 해를 따라 갔다. 10명(에세이 모임 6명, 자살유족지원팀 3명, 임상역사가 1명)이 탁자를 가운데 두고는 빙 둘러 앉았다. "자,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자살유족 기록작업은 2013~2014년에 있었다. 교육적으로 중요하고 특수한 환자의 임상사례를 학회, 잡지에 보고하는 것을 의학에서는 증례(證例. case report)라고 한다. 자살유족들과 같이 했던 기록작업을 증례로 소개하는 형식을 취해 정리했다. 증례 형식을 취한 것은 기록을 말하기 위해서는 인간을 말해야 하고, 인간을 말하기 위해서는 기록에 대해 말해야 하는 '인간과 기록의 상관성'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살유족 기록작업에 대한 글이 이런 상관성에 대한 논의를 하는 데에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났다. 당시 상황을 기록하는 데 필요한 객관적 거리가 확보되었을까? 그건 자신할 수 없지만, 작업의 과정과 방법을 서술하면서 '일상의 기록생산'에 대해 말해본다. 나아가 기록과 기록의 의미(인간)에 관한 몇 가지 단상을 말해본다. 1장에서는 기록의 출처를 다루었다. 그것은 기록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또는 누가 기록하는가 하는 것이다. 기록이 무엇인가 보다는 기록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하는 물음이 앞서야 할 것 같다. 2장은 기록하는 형식에 관한 논의로 무엇을 위해 기록하는가, 무엇을 기록화 대상으로 삼는가, 어떤 기록형식이 필요한가 하는 것을 다뤘다. 3장과 4장은 일종의 기록방법론일 수 있는데, 3장에서는 쓰기, 4장에서는 대화를 다뤘다. 5장에서는 기록을 수용하는 의례를 다뤘다. 3개월이든 1년이든 자신이 기록했던 시간을 어떻게 수용하며 그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6장에서는 논의의 지평을 넓혀 일상의 기록생산, 일상적 아카이브를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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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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