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최근 우리 미술생산장 내 유사한 성격의 자립적 신생공간들이 급증한 것에 주목하여, 해당 공간 주체들의 생활 경험과 예술 실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연구를 위해 자립적 신생공간의 운영 및 참여 주체인 신진작가 15인을 심층 인터뷰하고 그들의 활동과 그 의미를 분석하였다. 특정한 장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의 하비투스와 장의 구조를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는 부르디외의 '문화생산장' 논의가 연구의 중요한 이론적 배경이 되었다. 연구 결과 비슷한 세대적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의 삶의 태도에 공통점이 있으며 그것이 예술 실천으로도 연결됨을 알 수 있었다. 이들 신생공간의 주체들 대부분은 큰 성공을 기대하지 않고 동료의 인정과 연대로써 현재를 즐기며, 외부의 선택과 원조를 기다리기보다 삶과 예술을 병행하며 홀로 서는 편을 택한다. 한편 이러한 이들의 자기 충족적 하비투스는 조건 특정적이고 유동적인 예술 실천의 면모로 이어져 오늘날 열악한 미술생산장의 구조와 공모함으로써 장 내 진입과 '위치취하기'에 있어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가능성을 타진하였다. 이러한 자립적 신생공간 주체들의 특징이 비단 현재 미술생산장뿐 아니라 우리 사회 문화생산장 전반의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연구의 사회적 의미를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국내의 서양미술 관련 연구 장은 유럽과 미국 도시들과의 불가피한 거리 시간상의 차이로 인해 이미 '그곳'에서 '역사의 보편화 작업'이 종료된 사건들만을 재차 다룰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이 같은 사실이 국내의 미술작용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지극히 제한적으로만 원전의 생산과 그에 관련된 조건들에 접근이 허용됨으로써 연구가 피상적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이 그 한 예이다. 그럼에도 그 같은 피상적 연구들이 국내 미술 장의 어떤 정치, 권력적 문맥 안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점함으로써 야기되어온 숱한 문제들이 또한 있다. 서양미술의 흐름과의 관계에서 그간 국내 미술이 보여주었던 과도한 연동성, 곧 '동화와 일치의 메커니즘'은 이 같은 원인이 초래한 결과다. 그럼에도, 국내의 서양미술사, 미술이론 영역의 연구들은 여전히 이 차이의 공간에 내재하는 컨텍스트를 간과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서양미술의 '원전적' 정보를 매개하거나 확대 재생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심각한 존재론적 한계를 노정해왔다. 또 국내의 서양미술사, 미술이론연구는 자신의 학문적 영역을 정당화하는 범주론과 영역주의 안에 거함으로써, 사이 공간에서 야기되는 복잡한 정치권력적 함의들을 독해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우리는 서양미술사, 미술이론을 보다 반성적인 학문으로 이끌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학문으로서 결코 현실에 대해 어떠한 특권적 지위도 가지려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확인해야만 한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의 삶과 존재에 보다 예민하고 긴밀하게 관여하는 학문이기를 소망해야 할 것이다. 국내의 서양미술사, 미술이론연구 장이 다시 인력과 지원의 활발한 움직임들을 끌어들이고, 그들(그것들)과 함께 인간과 문명에 대한 공동성찰의 장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객관성이라는 허구와 역사의 기계적이고 중립적인 독해로부터, 그리고 "토론장에서 마른 빵을 먹어치우는" 창백한 관습에서 사건들이 터지고 수습되는 뜨거운 현실로부터 새로이 출발할 수 있어야한다. 그리하여 충돌하는 두 개의 문화권역 사이에 끼어 분열을 경험하는 지식인 특유의 명석함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그 안에서 분별력 있는 선택과 판단에 필요한 조건들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예속과 자율의 변증법적인 관계 속에서 새로운 한국미술, 세계미술의 출범이 어떠해야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제안하는 것, 그것이 서양미술사, 미술연구의 새로운 좌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문화진흥법의 시행과 함께 문화매개 영역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본 연구자는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해 온 문화매개자의 역할을 기술할 수 있는 이론적 논의와 사례 연구를 모색하였다. 이에 이 연구는 지역의 문화매개 활동을 지역과 문화를 둘러싼 능동적인 의미 생산 활동으로 의미화하고, 기존의 가치와 인식에 대해 대안적 의미를 생산하고 지역의 문화 공론장을 역동적으로 구성하는 데 기여하는 문화매개자 역할을 조명하는 데 그 목적을 두었다. 피에르 부르디외의 개념을 경유하여 지역을 둘러싼 의미 생산에 기여하는 문화매개자의 역할을 이론적으로 검토한 후, 지역과 문화의 매개가 기존의 중앙 집중화된 문화생산 구조에 대해 대안적 의미를 생산하고, 도시재생의 국면에서 지역의 구체성을 드러내는 로컬 기획이 문화 공론장을 역동적으로 구성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논하였다.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 인천에서 활동해 온 로컬 기획자(스페이스빔, 임시공간, 인천스펙타클)의 사례를 연구하였다. 연구 결과, 각각의 사례는 1) 주민들과 이슈를 공유하고 지역의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삶의 환경을 변화시키는 역할 2) 지역의 전문예술 영역을 공적인 장으로 재구성하는 역할 3) 독립출판물을 통해 지역의 일상문화를 드러내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역할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각자의 영역과 관심 속에서 지역의 다양한 면모를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인천에서 문화를 둘러싼 공적 영역의 구성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번 연구는 지역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의 확보라는 과제를 둔 상황에서, 문화매개자의 역할을 지역에서 대안적 의미를 생산하는 활동주체로 의미화하고 각각의 매개 실천들의 특이성을 분석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장신구 디자인은 현대인의 생활과 문화, 그리고 관련산업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현재 우리 나라 대학의 공예디자인 교육에서는 금속 공예의 일부분으로 인식되어 독창성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미술 대학에서 순수 예술성을 추구하는 일품 공예 위주의 장신구 교육을 시행함으로써 장신구 디자인 교육은 산업 생산과 경영 측면을 이해 할 수 없는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획일적인 대학 장신구 디자인 교육의 문제점 및 개선 방향을 연구하여 장·단기적인 계획안을 제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각 대학별 특성을 살린 다양한 장신구 관련 교과과정을 개발, 시행한다면 교육 개방에 대비한 대학 경쟁력 강화와 대학의 산업 기여도 증진 및 관련 전공자들의 사회 활동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리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갤러리는 미술작품을 소통을 목적으로 생산 공급자인 작가와 중개자인 기획자, 경영자 그리고 수요자인 소장자, 대중의 만남을 이루고 소통의 장을 제공하는 공간으로써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갤러리에 대한 대전지역의 현황을 원도심을 중심으로 한 현황분석과 그들의 기능적 역할을 심층면접 및 3차에 걸친 델파이 방법을 통해 분석하였다. 대전지역의 원도심에서 운영되고 있는 갤러리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그들의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지역의 젊은 작가와 미술트랜드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델파이 조사의 결과 갤러리의 역할은 지역작가 발굴과 미술 트렌드와 패러다임에 대한 제공 및 사회적, 문화적 책임을 수행하는 문화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갤러리 측면에서 작품의 선정요인으로는 작품성, 시장성 및 갤러리와의 조화를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작가의 측면에서는 갤러리의 전문성, 갤러리의 인지도 및 작품 판매 능력을 중요한 능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갤러리들도 수동적이고 1차원적인 기능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 체험의 공간으로써, 문화 서비스 공간으로써의 기능을 고려해야 해야 할 것이다.
본 논문은 개념미술가 온 카와라(On Kawara, 1932~2014)의 작품 분석을 통해 추론한 개인의 일상기록 방법에 관한 연구이다. 온 카와라의 작품은 예술작업의 결과인 동시에 개인의 일상기록으로 기록학적 가치가 아주 높다. 회화나 사진 또는 설치의 형태로 개인의 삶을 이야기한 많은 예술가들과는 달리 온 카와라는 일기 형식으로 자신의 삶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작가는 주도면밀한 기록 생산 전략을 갖고 수없이 반복되는 일상 중 자신이 언제 어디에서 일어나 누구를 만났고, 무엇을 읽었으며, 어디를 다녀왔는지 등 몇 가지 주제를 선택해 기록했다. 온 카와라는 기록의 생산자인 동시에 관리자로서 직접 기록물을 생산하고 수집했을 뿐만 아니라 신문과 지도, 엽서, 전보 등의 매체를 이용해 자신의 일상과 관련된 타인과 사회적 사건까지도 지속해서 기록했다. 작품에 담긴 내용은 작가 개인뿐 아니라 주변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에 기록의 핵심 가치인 정보적, 증거적 가치를 담보하고 있다.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와 여러 사건들에 관심과 연민을 갖고 다양한 양상의 부조리 등을 함께 제시하는 방법으로 역사를 향한 세계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본 논문의 연구 대상인 온 카와라의 작품은 미술가가 자신의 일상을 작품으로 기록한 특수한 사례이지만, 개인의 일상기록이 역사적 기록물로 전환되면 시대상이 드러나게 되고 이를 통해 당대를 재구성하고 연구할 수 있는 사료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아가 사회가 발전하고 소통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며 공론의 장을 마련할 수 있음도 알게 해준다.
대부분의 근대예술영역에서 시도된 자본주의적 저항운동은 예술과 기술의 융합, 즉 상징적 경계의 새로운 형성을 통해 진행되었다. 러스킨과 모리스로 대표되는 이러한 저항운동은 수공예 장인의 부활을 통한 장인적 예술의 복원이 목표였지만 결과적으로 예술의 계급화를 초래하게 되었고 자율적인 노동을 배제하게 되는 탈장인적인 예술이 되었다. 이에 본 연구는 장인적 노동의 복원을 위한 노력으로서 유일하게 기계제대공업이 가져온 조건을 적극 활용하는, 즉 '기술과 예술 그리고 기계와 산업의 융합'을 통해 상징적 경계의 해체와 새로운 융합을 시도하였던 바우하우스에 주목하여 그것의 '행위자들actors'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16세기 르네상스 예술부흥운동, 19세기 미술공예운동, 그리고 바우하우스의 예술적 사조가 역사적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생산으로서의 장인적 예술, 예술소비로서의 민중의 권리, 표현방식으로서의 근대기술>의 교량역할을 수행했던 바우하우스 실천가들과 그들 사이의 협력과 갈등에 대한 고찰을 통해 바우하우스가 디자인 민주주의 이념을 구현하려 하였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현대 메타기술의 시대가 디자인과 기술의 융합을 통한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추동하고 있어 바우하우스의 '협력과 갈등'그리고 '위기와 해체'로부터 반면교사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충청남도 보령에 위치한 성주사(聖住寺)는 낭혜화상(朗慧和尙) 무염(無染, 800~888)이 창건한 사찰이다. 무염은 중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 잠시 수도 경주에 머물다 김인문(金仁問, 629~694)의 후손들이 관리하던 사찰에 주석하였다. 이곳에서 무염은 불타고 남은 사찰을 중수하여, 847년에 선종사찰 성주사로 개창하였다. 이후 성주사는 사세가 번창하였고, 사역 내 여러 전각이 들어서며 대규모 가람의 모습을 갖추었다. 지역 내 성주사의 영향력은 「숭암산성주사사적(崇巖山聖住寺事蹟)」에서 살펴볼 수 있다. 「숭암산성주사사적」을 보면 성주사에 건립된 불전은 모두 73간으로 전한다. 이 중에서 주목되는 기록은 '전단림구간(栴檀林九間)'이다. 전단림구간은 '전단으로 지어진 건물이 9간' 혹은 '전단을 보관한 곳이 9간'이라는 의미가 될 수 있다. 해석의 차이는 있지만, 성주사에 전단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이 시기 전단은 유향목재(有香木材)로 동남아시아 자바나 수마트라에서 생산되었다. 장보고 사후, 서남해안일대를 장악한 군소 해상세력이 동남아시아 전단을 대량으로 입수하여 성주사에 시주한 것으로 보인다. 문성왕대 김양(金陽, 808~857)은 무열왕계인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지역 내 명망이 높았던 무염의 성주사를 후원하여 왕실과 성주산문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였다. 원성왕계 왕실에서는 성주사를 지방 거점사찰로 삼아 반왕실적인 기운이 남아있는 지역에서 왕실의 권위를 회복하고자 하였다. 무염은 사찰을 수호하고, 민심을 교화하고, 나아가 지역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철불을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성주사 문도가 2,0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사세가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성주산문의 중심사찰인 성주사에 봉안된 철불은 지역의 민심을 결집하는 하나의 존상(尊像)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성주사 철불은 모두 2구로 확인되며, 현재 전하는 철불편과 대좌의 크기로 볼 때 각각 금당과 삼천불전에 봉안된 것으로 보인다. 금당에 봉안된 철불1은 2m가 넘는 대형 철불이고, 삼천불전에 봉안된 철불2는 1m가 넘는 중형 철불로 판단된다. 「숭암산성주사사적」을 보면 '개창선법당오층중각(改創選法堂五層重閣)'이라는 기록이 전하는데, 이를 통해 성주사 개창시 철불1과 같은 대형 불상을 봉안하기 위해 중층식 금당이 건립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철불1은 「성주사비(聖住寺碑)」와 손가락편의 모양을 통해 시무외여원인(施無畏與願印)을 결한 불상으로 추정된다. 성주산문은 동시기의 실상사(實相寺), 보림사(寶林寺), 삼화사(三和寺)와 같이 노사나불(盧舍那佛)을 주존불로 조성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무염이 초년에 화엄을 수학하였고 귀국 후 왕실의 후원을 받았다는 점에서, 신라하대 왕실을 중심으로 한 화엄종의 복고적인 경향이 선종사찰 성주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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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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