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존재 x를 도덕적 행위자로 만들어주는 조건은 무엇인가? 인공물도 도덕적 행위자일 수 있는가? 도덕적 행위자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이성적 존재로 간주된다. 본 논문에서는 우선 이성적 존재에 대한 조건에 대한 데이빗슨의 입장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 명제적 태도(propositional attitude)를 가지는 믿음과 그 배경으로서의 믿음들의 연결망은 이성적 존재의 필요조건이 될 수 없음이 논증된다. 그런 뒤에 도덕적 행위자의 조건에 대한 프로케소바(Eva $Proke{\check{s}}ov{\acute{a}}$)의 입장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프로케소바가 제시한 조건들은 단지 피상적인 요소들의 병렬적 나열에 불과함이 밝혀진다. 본 논문에서 도덕적 행위자는 이성적 행위자를 포함하며, 강한 일인칭 시점이 이성적 행위자와 도덕적 행위자의 필요충분조건임이 논증된다. 결론적으로 도덕적 행위자로서의 가능성을 완강하게 부정하는 강한 회의론 대신에 도덕적 행위자의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인공물의 행위자 가능성에 잠정적 한계를 설정해주는 온건한 회의론의 밑그림이 제시될 것이다.
도덕은 공동체에서 비로소 등장한다. 공동체는 자신의 존속과 발전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공동체의 구성원인 개별자들은 또한 각각이 자신의 존속과 발전을 추구한다. 도덕은 개인의 이익과 공공선의 갈등 상황에서 요청된다. 도덕철학들은 개인을 도덕적 의무의 담지자로 규정하여 도덕의 수행을 요구하기도 하고, 이기적 욕망의 소유자로 인정하되 합리적 판단을 통한 도덕의 선택을 요구하기도 했다. 본고는 이런 입장에서 우선 인간을 이기적 욕망의 권리자로 규정한 순자 도덕철학을 분석하고, 그러한 규정이 공공선의 달성이라는 근본적 목적 사이에 어떤 문제를 야기하게 되는지를 검토한다. 순자 철학에서 이기적 인간이 가진 행위는 오직 욕망의 추구라는 하나의 동력만을 가진다. 순자는 더 이롭다는 것으로 예의의 준수, 곧 도덕의 선택을 장려한다. 이로부터 두 가지 이론적 문제가 발생한다. 그 문제란 곧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유일한 추동력으로 삼는 인간관으로부터 야기되는 도덕적 선택의 동기 부재 문제와 도덕을 선택의 영역에 둠으로써 위반자에 대한 처벌이나 비난, 나아가 도덕의 강제가 불가능하다는 문제이다. 필자는 전자에 대해 도덕적 행위에는 극단적 상황에서의 영웅적 행위와 일상적 상황에서의 소극적 준수 행위가 있으며, 영웅적 행위의 어려움이 소극적 준수조차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일정정도의 해명을 시도했다. 다음으로 위반자에 대한 처벌이나 비난이 불가능하고 이에 따라 도덕이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그러한 문제제기가 사실은 도덕의 수행에 타율을 필수적인 것으로 전제하는 입장에 기인한 것임을 지적하였다.
이 연구는 상황행위이론을 디지털 저작권침해의 다운로드와 업로드 행위에 적용함에 있어 자기통제력과 처벌억제의 통제작용을 살펴보았다. 상황행위이론에 따르면 개인의 도덕성은 높은데 도덕규칙이 약한 환경일 때는 자기통제력이, 도덕규칙 환경은 높은데 개인의 도덕성이 낮을 때는 처벌억제가 범죄에 통제요인으로 조절효과를 갖는다고 보았다. 이에 본 연구는 서울시 재학중인 317명 대학생을 대상으로 다운로드와 업로드 행위로 나누어 각각 상황행위이론의 논의를 상호작용효과 분석을 통해 검증했다. 분석결과 다운로드의 경우는 도덕성이 높지만 도덕규칙이 낮은 경우에서 자기통제력이, 그리고 도덕규칙이 높지만 도덕성이 낮을 때 처벌억제가 유의미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상황행위이론을 지지하지 못했고 상호작용효과 결과가 유의미하지 않았다. 그리고 업로드의 경우는 상황행위이론과는 달리 도덕성은 높지만 도덕규칙이 낮은 경우에서 자기통제력이 업로드를 통제하기보다 오히려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제시했고, 또한 상황행위이론과 반대로 도덕성은 높지만 도덕규칙이 낮은 경우에서 처벌억제가 조절효과를 갖는 것을 제시했다.
본 연구에서는 고등학교 영재학생들의 학업부정행위에 대한 인식의 개념도를 작성하여 영재학생들의 인식에 관한 개념구조를 제시하고, 영재학생들과 일반학생들의 학업부정행위에 대한 인식차를 비교하였다. 본 연구는 영재의 특성에 대해 파악하고 이를 통하여 영재학생들을 지도하는데 있어서 여태까지 강조되어 왔던 지식 영역뿐만 아니라 도덕성, 인성 등과 같은 정의적 영역에 대한 올바른 접근 및 지도방법을 모색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고등학교 영재학생 초점집단 63명의 브레인스토밍으로 얻어진 진술문들을 종합하여 64개의 최종 진술문을 확정하였고, 이들 진술문은 초점집단 63명 중 다시 선발된 13명의 연구 참여자에 의해 분류, 평정되었다. 그 후 다차원 척도분석과 위계적 군집분석을 통해 개념도를 작성한 결과 고등학교 영재학생의 학업부정행위에 관한 인식은 총 5개의 군집으로 분류되었으며, 각각의 군집명은 '용납할 수 없는 친구의 부정행위', '사회적 구조, 영재성, 그리고 부정행위 간의 불가분의 관계', '부정행위 요구로 인한 심적 갈등, 대처 및 용인 수준', '개인 내면의 비도덕성(도덕불감증)', '도덕성과 사회정의에 근거한 판단'으로 나타났다. 또한 영재학생 150명과 일반학생 160명을 대상으로 각 진술문에 대한 동의 정도를 likert 6점 척도로 표시하게 한 후 두 집단 사이의 인식 차를 살펴본 결과 '용납할 수 없는 친구의 부정행위', '도덕성과 사회정의에 근거한 판단' 군집은 두 집단 간의 유의미한 차이가 전무하거나 매우 미미한 반면, '사회적 구조, 영재성, 그리고 부정행위간의 불가분의 관계', '부정행위 요구로 인한 심적 갈등, 대처 및 용인 수준', '개인 내면의 비도덕성(도덕불감증)' 군집은 두 집단 간의 인식 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적으로는 영재학생이 일반학생보다 학업부정행위에 관해 더 도덕적인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결과는 영재들의 도덕성과 관련하여 논의되었다.
본 논문은 주로 인지적 발달과 도덕적 정서를 중심으로 기존의 도덕적 판단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토대로 정서의 역할을 확대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이루어졌다. 행위자의 화가 사건판단과 행위자 평가를 관대하게 하고 판단자의 정서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가설을 실험을 통해 검증하였다. 다양한 도덕적 영역에서 '화'가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위해 정서 처치는 피험자 간 변인으로 다양한 도덕적 영역은 피험자 내 변인으로 구성하였다. 연구결과, 행위자가 화가 나 있었다는 점이 판단자로 하여금 사건의 도덕적 허용성과 일반성을 높게 평가하게 하였다. 그러나 대인 관계적 윤리 영역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또한 행위자가 화가 났다는 점은 행위자에 대한 평가를 관대하게 하였다. 행위자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처벌 평가에서 사건 판단과 동일하게 대인관계 윤리 영역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행위자가 화가 난 상태라는 점은 모든 영역에서 판단자의 공감을 높였고, 행위자에 대한 화를 낮췄다. 행위자의 화와 판단자의 도덕적 정서인 화의 상관 분석 결과 부모에게 욕한 행위만 제외하고 모든 영역에서 부적상관이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부모에게 욕한 행위자의 화는 판단자의 대상에 대한 화와 유의미한 정적 상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다른 영역과 달리 행위자의 화가 판단자의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부도덕한 행동 이후에 발생하는 정화행동에 대한 도덕적 평가가 행위자의 자원 가용성에 따라 달라지는지를 검증했다. 이를 위해 행위자 특성(사회경제적 수준, 신체건강 수준)을 달리하여 도덕적 정화방법(기부, 봉사)에 따른 자원 가용성을 조작했으며, 참가자들은 도덕적 정화행동에 따른 고통, 위선의 정도, 그리고 용서 가능성을 평정했다. 연구 1에서는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거나 낮은 사람이 기부 혹은 봉사를 통해 도덕적 정화행동을 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부유한 사람의 기부는 고통스럽지 않았을 것이며, 위선적이고 용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연구 2에서는 신체가 건강하거나 병약한 사람이 기부 혹은 봉사를 통해 잘못을 정화하는 내용을 제시했다. 그 결과 병약한 사람의 봉사활동은 고통스러웠을 것이며, 덜 위선적이며 (다른 조건에 비해) 용서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매개분석 결과 연구 1, 2 모두에서 정화행동의 고통이 클수록 위선을 약하게 판단하며, 이는 용서 가능성을 높이는 매개효과가 나타났다. 이 결과들은 동일한 정화행위라도 행위자의 자원 가용성에 따라 도덕적 판단이 달라짐을 보여준다. 즉, 사람들은 도덕적 정화행동은 고통을 수반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그 행위는 위선적이며 용서하기 어렵다고 평가함을 알수 있다.
기존 연구들은 도덕적 판단이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받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혐오감이 도덕적 엄격함을 유도하며, 도덕적 처벌에 대한 청중효과는 이를 보여주는 예들이다. 도덕적 판단이 유동적이라는 것은 강한 정서적, 인지적 효과를 가진 영상자극이 도덕적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긍정영상이 도덕적 행동을 촉진한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들은 일부 존재하지만(Schnall, Roper, & Fessler, 2010), 부정영상이 도덕적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본 연구는 인간의 선함과 악함을 보여주는 영상이 자신과 타인에 대한 도덕적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였다. 이를 위해 참가자들에게 인간의 긍정 혹은 부정적인 면을 보여주는 영상을 시청하게 한 다음, 자신 혹은 타인의 도덕적 위반행위의 옳고 그름에 대해 판단하게 하였다. 그 결과 영상의 내용(긍정, 부정)과 행위주체(자신, 타인) 모두 도덕적 판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으나, 두 요인간의 상호작용이 발견되었다. 특히 인간의 악함을 보여주는 영상을 시청한 경우 참가자들은 타인의 도덕적 위반행위를 더욱 가혹하게 판단하였다. 이 결과는 영상의 내용이 도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며, 그 영향이 행위주체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도덕적 혐오, 프레이밍 효과, 기본적 귀인오류에 근거하여 이 결과를 해석하였다.
도덕과 수업의 주요한 목적 중 하나는 의미 있는 도덕적 앎을 형성하는 것으로 도덕적 의미는 인식주체에게서 발생하는 것이며, 의미 발생에서 우연은 배제될 수 없다. 만약 우연을 배제하고 조작적이고 공학적으로 도덕과 수업에 접근한다면, 학습내용이 전달 될 수는 있어도 의미 있게 수용되기는 어렵다. 이러한 난점으로 인해 도덕과 수업에서는 체제적 접근에 대한 대안적 관점을 요청한다. 그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체제적 접근에 전제된 설명의 논리부터 재고할 필요가 있다. 도덕과 수업이 체제적이고 조작적인 행위로 이해되는 배경에는 설명의 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설명의 논리는 학생보다 우월한 지능을 가진 교사가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행위로 교육을 이해하며, 이 과정에서 교사의 전달에 대한 학생의 번역은 간과된다. 도덕과 수업에서 도덕에 대한 교사의 번역은 학생의 번역에 의해 의미가 발생하며, 나아가 새로운 의미로 확장된다. 이처럼 도덕과 수업을 번역과 번역으로 연결된 과정으로 이해할 때, 체제적 접근에서 간과하는 상징으로서의 교수, 공백으로서의 교수텍스트 구성, 우연으로서의 학습이라는 측면은 재조명될 수 있다. 도덕과 수업에서 이러한 측면들을 부각시키면, 도덕과 수업은 일종의 시 행위와 같다. 이러한 이해에 터하여 시 행위와 도덕과 수업의 닮음을 도출할 수 있다. 시 행위와 닮은 도덕과 수업에서 교수텍스트는 불변체적 의미와 더불어 불확정성을 전제하는 변체적 의미를 갖는다. 도덕과 교수텍스트가 갖는 불변체적 의미라는 제약성과 변체적 의미에서 가능한 개방성은 학생의 반응에 의해 도덕적인 수업으로 전환된다. 이 전환은 텍스트와 독자가 심미적으로 상호 교통하는 의식에서 비롯되듯이, 도덕과 학습에서 교수텍스트가 의미 있는 앎으로 수용되기 위해서는 학습목표를 의식하지 않는 학습이 가능해야 한다.
맹자 성선설은 인간 존재의 심리 특질을 나타내는 '성'과 도덕 가치나 도덕 행위를 나타내는 '선'을 하나로 결합하고 있다. 때문에 성선의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인간 심성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과 도덕규범에 대한 윤리학적 분석이 동시에 요청되는 바, 바로 여기에서 성선에 대한 도덕 심리학적 접근의 필요성이 정당화된다. 그러나 도덕 심리학의 이론들은, 하나같이 도덕성을 인간 심성의 다른 요소에 부속되거나 다른 요소에 의해 부차적으로 갖추어진 것으로 본다. 반면 맹자는 선험적 도덕성과 선험적 도덕규범을 하나로 결합하여 성선을 주장하면서, 도덕성이나 도덕규범의 근거나 단서를 사단지심으로 예증하고, 도덕 행위의 실천 근거를 양능 양지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맹자 성선설을 도덕 심리학적 관점에서 고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덕 심리학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것은 첫째로 성선설이 인간을 덕성 주체로 보고 도덕성이나 도덕규범이 인간 심성에 본유한 것으로 보면서 그 근거나 단서를 도덕 감정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도덕성과 도덕규범을 중심 문제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둘째로 양능 양지는 도덕 행위의 실천이라는 점에서 보면, 어쩌면 도덕 지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그 기원이 혈연적 도덕 정감에 있는 만큼, 도덕 지능으로서의 감성 지능을 규명할 수 있어야 한다.
반이론주장의 조직불가능성명제는 윤리적 이론화의 불가능성에 대한 대표적인 근거이다. 특수주의가 강하게 반영된 이 명제를 통해 반이론가들은 구체적인 도덕적 상황에서 개개 행위자들이 내리는 결정들은 도덕원칙으로 조직화될 수 없기 때문에 윤리적 이론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조직불가능성명제의 적절성은 이론적 차원에서 조직화의 대상이 도덕적 실제인지 아닌지의 쟁점을 통해, 그리고 실천적 차원에서 도덕원칙으로부터 도덕적 추론이 연역되는지 아닌지의 쟁점을 통해 검토될 수 있다. 먼저 실천적 숙고의 성격은 도덕적 실제 그 자체가 아니라 도덕적 실제를 넘어서는 도덕성이 조직화의 대상이라는 도덕이론가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또한 반이론가들의 비판과 달리 도덕이론가들은 도덕적 추론을 위해서 도덕원칙이외에도 상황적 지식과 행위자의 지혜에 근거한 도덕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도덕이론가들은 다양한 도덕적 실제를 반영하는 행위자의 판단이 도덕성을 제시하는 도덕원칙을 통해 검토되고 이에 근거하여 도덕적 지위를 갖게 되는 형태의 윤리학을 추구한다. 결국 도덕이론가들은 복잡하고 다양한 도덕적 실제를 도덕원칙으로 조직화하거나 도덕원칙만으로 도덕적 추론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 않기 때문에 조직불가능성명제를 통해 윤리적 이론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반이론가들의 시도는 성공적이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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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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