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조선후기 성리학이 균열되고 확장되는 과정에서 종교적 윤리성이 강화되어 현세의 윤리적 실천이 내세의 복으로 이어진다는 세속적 생활윤리로 변화되고, 또 한편에서는 유불도 사상이 결합된 도교 권선서가 유입된 이래 언해, 간행되어 민간에 널리 퍼져 생활 이념화되었던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유교의 세속화 및 조선후기 권선서의 윤리적 이념성이 19세기 한글필사본 소설인 "저승전"의 윤리관과 연결되고 있음에 주목하여 19세기 권선서(勸善書)가 갖는 시대적 의의를 살펴보고 "저승전"의 이념성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조선후기 권선서(勸善書)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구분할 수 있으니, 유교를 바탕으로 하되 귀신이나 명계(冥界), 선행으로 인한 내세의 복리(福利) 등 종교적 실천을 강조한 유교적 권선서와 주로 중국 도교 권선서의 언해로 유불도 사상이 결합되고 옥황상제, 문창성군 등 도교의 신을 존숭(尊崇)할 것과 선행으로 인한 복을 받은 이들의 예화를 적극 수록한 도교적 권선서가 그것이다. 이 중 유교적 권선서는 조선후기 경학 연구자였던 심대윤(沈大允)의 "복리전서(福利全書)"에서 그 일단을 찾아볼 수 있는데, "복리전서"의 서문(序文)에서 드러나듯 이 책은 일반 백성들의 행동 교화를 목적으로 하여 기본적으로 유학자의 입장에 있으면서도 저서 곳곳에서 귀신과 저승의 보응을 강조하여 천인감응의 인과론과 이승에서의 선행을 적극 강조한다. 심대윤의 사상은 성리학의 관점과 달리 내세와 보응을 중시하고 불교의 윤회설과 유사한 듯하지만, 이는 철저히 현실에서의 선행과 그로 인한 복리를 강조한 것일 뿐 귀신을 섬기거나 현실을 부정하는 종교적 태도와는 다르다. 조선 후기 권선서 유행의 다른 한 축인 도교 권선서는 충효 등의 유교 윤리를 권선징악적 입장에서 강조하고 그 실천을 통해 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는 입장에서 유교적 권선서의 태도와 유사하다. 다만 중국 도교 권선서의 언해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도교의 신들을 엄히 신봉하고 탄신일을 지키며 일상에서 지켜야 할 덕목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제시한다. 이는 현실에서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신의 감시 하에 있으며 그에 대한 점수가 사후와 직결된다는 의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들 도교 권선서는 임금의 명과 지식인들의 적극적 개입뿐 아니라 민간에서는 책을 간행, 배포하는 것만으로도 복을 받는다는 의식 때문에 파급력이 매우 컸다. 특히 도교 권선서에는 이승에서 선악을 행한 뒤 저승에서 겪는 구체적 사례를 매우 다양하고 방대하게 수록하였는데 도교 권선서의 이러한 서사성은 여성을 비롯한 하층민에게 도교 권선서가 효과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원인이 되었다. 생활 속 실천 윤리의 강조와 보응이라는 소박한 종교적 태도의 유교 권선서와 종교적 성향은 훨씬 강하긴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지켜야 할 행동 규칙을 세세하게 제시함으로써 권선의 목적을 확실하게 드러낸 도교 권선서는 종교의 차원을 넘어 조선후기 서민들의 일상 속 윤리 교과서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담당하였다. 19세기 필사본 한글소설 "저승전"은 선승인 지선이 득병(得病)하여 저승에 다녀온 내용으로, 일반적 불교 저승체험담의 형식을 지니면서도 이념 지향 면에서 독특한 면모를 지닌다. "저승전"은 기본적으로 불교적 인물의 저승 체험이라는 불교적 외피에, 옥황상제나 각종 도교적 신들의 위계에서 보듯 도교적 상상력과 삼강오륜 등의 유교적 윤리가 어우러져 있다. 그중에서도 주인공이 목격한 저승의 심판 장면은 매우 구체적이고, 단지 추상적 선(善)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직분과 신분에 따라 지켜야 할 사항을 일일이 제시하며 이를 어긴 자에 대한 처벌 또한 상세히 묘사하였다. 이러한 "저승전"의 특징은 바로 19세기 권선서에서 일반 백성들에게 선행과 보응의 엄밀함과 선행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여 생활 속 실천으로 이끌고자 하던 당시의 사회 문화적 분위기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는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 율곡도서관 한적실 소장본(나손문고)으로 한글 필사본이다. 서지사항을 보면 선장(線裝)으로 34장(張)이며 계선이 없다. 각 면은 9행(行)으로 자수(字數)는 불정(不定)하다. 책의 크기는 $19.8{\times}19.3cm$이다. 간사지(刊寫地), 간사자(刊寫者), 간사연(刊寫年)이 미상(未詳)이다. 소설의 제목을 보면 표제에 흰종이를 붙여서 ""고 써 있는데, 나손 김동욱 선생이 직접 쓰신 듯하다. 원래 책에는 표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은 한 사람이 다 쓴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글씨체가 여러 번 바뀌기 때문에 그렇다. 처음에는 일반 고소설의 흘림체였다가 고딕체로 바뀌고 다시 한글흘림체로 바뀐다. 이는 여러 사람이 나누어서 썼을 가능성과 한 사람이 다양한 글씨체를 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 1권 1책인데, 그 안의 내을 보면 3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 <소학>, <부모은중경>이 실려 있다. <>의 내용을 보면 선과 악을 중심으로 한 일반론과 실제 이야기, 즉 왕손, 이창연, 주회, 양춘, 왕원, 왕봉의 이야기를 나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은 앞의 서지에서도 밝혔듯이 선덕을 쌓은 사람이 자신의 명을 다한 후에 지부에 가서 염라대왕을 만나 목숨을 연장 받고 회생한다는 이야기이다. 주로 <감응편>을 외우라 강조하고 있는데, 이로 볼 때 <>은 저승과 연명의 유형을 가지고 있는 고소설로 <저승전>의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침서이자 개인적 삶을 경계하는 목적으로 쓰여진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저승길' '심판' '징벌'의 지옥 관련 화소를 포함하고 있는 조선후기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지옥 형상화의 양상과 그 성격에 대해 살펴보았다. <인과문> <권왕가> 등의 불교가사는 지옥에서의 징벌 양상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징벌의 이유로 살생 망어 음주 사견 등의 5악 내지 10악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가사에 나타난 '지옥'은 '불전 속의 지옥'과 큰 차이가 없다. '회심곡'의 경우는 시왕의 심판을 받는 죄인을 남자와 여자로 구분한 뒤, 남자에게는 선행의 덕목을, 여자에게는 악행의 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선행의 덕목과 악행의 항목들에는 불교적 윤리 규범과, '삼강오륜'을 포함한 유교적 윤리 규범이 공존하고 있다. 지옥 관련 야담과 한글소설은 징벌의 양상 및 그 이유가 작품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지옥행의 원인을 통해 '삼강오륜'을 중심으로 한 윤리적 덕목들을 강조하고 있는 공통점을 보인다. 그리고 대체로 지옥행의 원인에 비해 지옥의 징벌 화소가 축소되어 나타나 있다. 이러한 특징은 지옥 관련 조선후기 문학작품이 지옥의 고통을 환기시켜 불도수행에 힘쓸 것을 권하기보다는, 일반 대중에게 익숙한 '지옥 관념'을 활용하여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하는 윤리적 덕목들을 제공 또는 교육시키는데에 주된 목적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유교적 윤리 규범의 강조는 지옥 관련 문학작품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니다. 이들 작품이 창작 유통된 19세기에는 유교적 윤리 규범을 강조하는 교화서 교훈가사 권선서의 찬술 및 간행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유교적 윤리의식의 고양 내지 강화는 삼정(三政)의 문란, 잦은 민란의 발생, 천주교의 교세 확장 등 기존 체제를 위협하는 사회적 혼란에 대한 19세기 조선사회의 위기의식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조선후기 지옥 관련 문학작품의 창작 유통은 천주교의 유포 및 확산과 관련이 있다. 당시의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천주교가 널리 확산되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천당 지옥설'이었고, 집권층 및 유가 지식인들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되었던 천주교의 교리 또한 천당 지옥설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조선후기 문학작품의 지옥 형상화는 19세기 조선사회가 직면했던 사회적 혼란에 대한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자, 당시 널리 확산되고 있던 천주교의 지옥설에 대한 문학적 대응의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동시성 현상으로서 이해되는 주역 점(占)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곤경에 처했을 때, 즉 의식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진지한 마음으로 물음을 던지는 종교적 자세(religo)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것은 단지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겸손하지만 적극적인 자세이다. 초의식과 접속하여 신탁을 얻는 주역 점의 체험은 의식의 자아가 무의식의 원형과 대화와 토론을 시도하는 적극적 명상과 일맥상통하며, '무의식의 절대지, 자기원형의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나는 부친상을 당하기 1달 전, 대화가 불가능한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지금 아버지와 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주역 점을 쳐서 주역의 19번째 괘, 지택 임괘(地澤 臨卦)초구 '함림정길(咸臨貞吉), 지행정야(志行正也)'를 점괘로 얻었다. 이 점괘를 통해 자연의 섭리에 '기쁘게 순종'하면서 겨울 뒤에 찾아올 봄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죽음 이후 생을 기다리는 자세, 그리고 통속적인 이해타산을 넘어서는 인간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무한한 것(분석심리학적 용어로는 '자기[Self]')과의 만남에서 얻은 감동을 굳건한 마음으로 지켜가는 것이 인생의 참뜻을 바르게 행하는 것임을 나는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부친상 6개월 전에 꾼, '저승'에 대한 꿈에서 '죽음 뒤에도 이어지는 것이 있다는 것이 진실'이라는 직접적인 메시지의 충격 이외에도 확충의 과정을 통해 드러난 폐쇄 병동과 황천의 유사성-내향화를 통한 정신의 재생, 하얀 철문-, '영원을 향한 창문'을 통해 통과의례를 거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열린 태도의 중요성을 배웠다. 그리고 천주교의 교리 '성인의 통공'-산 자와 죽은 자가 서로를 도우며 나선형으로 순환하는 과정-이 우리의 정신 내에서 의식과 무의식이 상호작용하는 개성화 과정의 상징으로서 뿐만 아니라 실제일 수도 있다는 조그마한 희망을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진행된 '연도(煉禱)'의례를 통해 어렴풋이 품게 되었다. 그리고 인생에서 만난 많은 인연들의 조문을 통해 받은 위로 속에서 무한한 것과 접촉하여 맺어지는 길은 바로 눈 앞에 있는 존재들과 사랑하는 것이 그 시작이라는 답을 나는 우선 얻었다. 이러한 연속적인 체험을 분석심리학적 입장에서 이해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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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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