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프랑스가 말리 내전에 대응해 자국의 병력을 말리 내에 전개한 바르칸(Barkhane) 작전을 실시한 지 10년이 넘었다. 말리 일대는 과거 아프리카 대륙을 잇는 종·횡단 무역로의 중심지였지만 내전과 더불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의 등장, 정부의 무능함 등이 더해지며 테러 조직의 소굴로 변모했다. 각 집단 간 이해관계에 따라서 말리 전역에서 각종 군사적 행위와 상호간 적대 행위로 많은 난민과 희생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허나 말리와 관련된 구체적인 주제는 국내에서는 관심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언론의 보도나 연구가 다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프랑스어를 기반으로 말리 내전의 조직들은 물론 내부적으로 이뤄진 정세 변화를 이해해보고자 한다. 물론 말리 1개 국가만을 분석하여 사헬 지대의 테러 정세를 분석하여 진단하기엔 객관성이 결여될 수 있는 한계를 가질 수 있다. 허나, 사헬 지대 내 많은 국가 중 가장 복잡한 전개 양상을 가지고 있는 국가이기에 어느 정도의 테러 확산과 관련된 연관성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테러의 확산은 비단 물리적으로 아프리카 대륙만의 문제는 아니며 국제사회가 한 뜻으로 대처해야할 국제적인 의제이기에 본 연구에서는 지난 10년간의 말리 정세를 분석해보고 말리가 위치한 사헬 지대 내 테러 집단의 양상을 예측하고자 시사점을 도출해보고자 한다.
말리 소개 및 정세 개관
말리는 지역 특성상 사하라 사막에 인접하고 있기에 농업이 발달하진 못했지만, 목축과 무역으로 해당 지역에서 성장하고 발전해온 많은 부족들이 존재하며, 현재에 이르러서는 주변에 다양한 국가들과 맞닿아 있는 점에서 지정학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말리 일대에는 기원전 3세기부터 사람이 거주했던 흔적이 존재했으며, 본격적인 국가 형태에 대한 기록은 13세기 말리 제국에 기인한다(Kim, 2014). 20세기에 접어들며 서구 열강의 식민 지배를 위한 아프리카 대륙 침략이 시작되었고, 현재 말리가 존재하는 지역에 있는 많은 부족들은 이들의 침략에 맞서 거센 저항을 실시했다. 하지만 베를린 회담 결과에 의거하여 사헬 지대에 거주하던 토착 부족은 고유의 지역과 영토에 대한 고려 없이 자로 그은 인위적이고 기괴한 국가 경계를 가지게 되었고, 이는 현대 아프리카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분쟁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말리 북부의 투아레그(Touaregs)족은 자신들의 처우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품으며 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1960년대 후반부터 꾸준하게 반정부 투쟁을 전개해왔다. 정부가 처우 개선에 대한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게 되자 투아레그족은 반란을 일으키며 2012년 4월 6일 독립국 ‘아자와드(Azaward)'를 선포한다. 투아레그족의 반란은 인접국가 리비아의 독재정권과 연관이 있다. 리비아 내전 당시 투아레그족 일부를 용병으로 고용했는데, 독재자의 사망 이후 용병들이 다수의 무기와 군자금을 들고 말리를 포함한 사헬 지대로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투아레그족의 활동은 사헬 지대에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이 무사히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을 마련했다(Kim, 2021).
결국 테러 조직이 말리의 대부분 지역을 점령하고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자 2013년 1월 말리 정부는 프랑스에 병력 지원을 요청하게 된다. 세르발(Serval) 작전의 시작이었고, 테러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바르칸(Barkhane) 작전, 사헬 연합군(Sahel G5) 구성, 특수부대 타쿠바(Tacuba) 등이 이루어졌으나, 완벽한 소탕은 이뤄지지 않은 채2022년 8월 프랑스군이 말리에서 철군하게 되고, 러시아의 준 군사 조직인 바그너(Wagner) 그룹에 의해 대체된다. 이와 더불어 대테러 전을 수행하던 독일도 유엔평화유지군 철수를 검토함에 따라 말리 내 치안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말리 내전 세력 소개
말리 정부군
2012년 기준 말리군의 병력은 군사 경찰과 자위 민병대를 포함하여 2만 2000명에서 2만 6000명으로 추산되며, 말리 외무부는 이론적으로 14,000명을 실 작전 병력으로 소개한 바 있다. 냉전 시대에 구소련과 교류한 경험이 있어 다수의 소련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허나 이들은 투아레그족의 반란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의 유입이 발생하는 동안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에서 군부에 대해 재정적, 물질적인 지원을 제한해왔기 때문에 이들은 늘 만성적인 의지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1)
프랑스군
2013년 1월 11일, 세르발 작전을 실시하며 말리 내전에 개입한다. 세르발 작전은 앞서 언급했듯이 말리 정부의 요청을 받아 국가 안정을 위해 실시된 군사개입 작전을 뜻하며, 내부 안정화와 함께 말리 정부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에 의해 전복되는 것을 막고자 함이 대외적인 명분이었다. 프랑스는 UN의 위임 하에 말리 안정화를 위한 세르발 작전을 전개했고, 이후 말리를 포함한 사헬 지대에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을 소탕하기 위해 2014년 바르칸 작전을 연달아 실시했다. 2017년 테러 조직의 소탕을 위해 사헬 연합군을 구성하고, 여러 테러 조직의 수장을 수차례 사살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헬 지대 내 안보 위기는 날로 심각해지면서 프랑스군을 향한 말리 국민들의 신뢰는 대폭 하락했다. 2013년 이후 사헬 지대에서 사망한 프랑스군은 58명이며, 이 중 51명이 말리에서 사망했다.2)
아자와드 민족해방운동(Mouvement national de libération de l'Azawad, 이하 MNLA)
투아레그족이 반란을 일으키며 세운 조직이다. 대다수의 투아레그족은 이슬람교를 신봉하나, 모계 사회를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종교를 받아들인바 알카에다 혹은 IS 계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과는 물과 기름처럼융화되지 않는다. 대다수의 투아레그족은 프랑스의 식민지배 시절부터 백여 년 가까이 오랜 시간에 걸쳐 차별을 받아왔기에 자신들만의 국가건설을 최우선의 목표로 가지고 있다.
알카에다 마그레브 지부(Al-Qaïda au Maghreb islamique, 이하 AQMI)
AQMI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조직의 유래를 마그레브 지역에서 찾을 수 있는 알카에다 계열 테러 조직이다. 알제리의 군사 정권에 대항하던 반정부 조직이 사헬 지대 인근으로 쫓겨나며 이슬람 국가의 건설과 반정부 투쟁을 지속했으며, 2006년 10월 공식적으로 알카에다에 편입하며 2007년 AQMI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말리 북부 지역이 MNLA의 활동으로 인해 안보적으로 취약해진 틈을 타 해당 지역에서 활동을 전개하였다.
마시나 해방 전선(Front de Libération du Macina, 이하 FLM)
2015년 말리의 중부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19세기 존재했던 마시나(Macina) 제국의 부활을 꿈꾸며 말리의 토착 부족인 풀라니족이 주축으로 활동하는 테러 조직이다. 프랑스군과 국제사회에 대한 큰 반발심과 적개심이 FLM의 주된 특징인데, 프랑스의 개입으로 다수의 난민과 실향민이 발생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이들은 2019년 프랑스인을 포함한 4명을 납치, 억류한 바가 있다. 프랑스군의 구출 작전으로 무사 석방되었지만, 이는 해당 지역 내에서 테러 정세가 고조되고 있음을 보인다.
이슬람·무슬림 지지그룹(Groupe de Soutien à l'Islam et aux Musulmans, GSIM)
AQMI의 하부조직인 안사르 알딘(Ansar Al-Dine, 이하 AAD)의 지도자였던 ‘이야드 아그 갈리(Iyad Ag Ghali, 1958년 ∼)’에 의해 2017년 창설된 알카에다 계열 거대 테러 조직이다. AQMI는 물론 FLM까지 하위 조직으로 두며 사헬 지대 내 가장 거대한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으로 거듭났다. AQMI의 하부조직을 포함해 4개의 무장단체의 연합인 GSIM은 말리를 포함한 사헬 지대에서 동시다발적인 무수한 테러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각 단체는 각자가 점령했던 지역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폭약의 제조 기술까지 공유하며 나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군과 경찰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 뿐만 아니라 외국인 여행객이나 민간인 대상 납치와 테러도 자행하고 있다. 2019년 이후 GSIM은 부르키나파소, 말리, 코트디부아르 사이 지역으로 국경을 넘어가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데, 해당 지역에는 다수의 금 채취가 가능한 금광이 있기에 종교적인 이념을 전파하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무기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자금 조달이 목적으로 여겨진다.
대사하라 이슬람국가(État Islamique dans le Grand Sahara, 이하 EIGS)
AQMI의 하위조직인 알카에다 계열 조직 알 무라비툰에서 파생한 조직이다. 창설 이후 극단적인 활동으로 세력을 넓혀가던 알 무라비툰은 2015년에 조직의 정체성을 두고 알카에다 계열과 IS 계열 사이에서 갈등했으며, 당시 분열되어 IS 계열을 주장하던 이들은 2016년 10월 공식적인 IS의 하부 조직이 되었다. 2019년 3월 EIGS는 서아프리카에 존재하던 IS 지부와 합병하여 ‘IS 사헬지부(La branche sahelienne de l'État islamique)’라는 공식 칭호를 얻으며 사헬 지대 내에서 세력을 확산함은 물론 다수의 분쟁을 주도했다. 테러조직의 현황은 Table 1과 같다.
Table 1. List of terrorist groups in Mali3)
세부 전개 과정
2012년 1월 17일 MNLA과 AAD 동맹의 북부 지역의 도시 메나카(Ménaka) 습격은 말리 내전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말리 정부군은 동맹군에게 휴전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다. 이후 정부의 대응에 불만을 품은 말리 정부군은 쿠데타를 통해 대통령을 축출했고, 두 달에 걸쳐 임시 내각을 구성한다. 해당 기간 동안 MNLA와 AAD는 북부 지역의 주도권을 놓고 갈등하다가 분열하였으며, 이 틈을 타서 AQMI가 말리 내로 유입된다. AAD와 AQMI 두 테러 조직에 주도권을 빼앗긴 MNLA는 지배한 대다수의 지역에서 밀려나며 소수 지역에 대한 지배권만을 간신히 유지하게 된다.
2013년 1월 말리 북부의 테러조직이 투쟁을 계속할 것을 밝히며 공격을 이어가자 말리 임시 정부는 프랑스에 즉각적인 도움을 요청했고, 프랑스는 세르발 작전을 전개한다. 며칠에 걸친공군의 폭격으로 테러조직들은 말리의 최북단 지역까지 크게 후퇴했으며 프랑스군은 4천 명 넘게 말리에 넘어간다. 이후 프랑스와 국제사회는 테러조직에 대한 대단위 공세를 전개하며 그들이 버리고 간 대량의 무기를 획득하기도 한다. 한편, 말리 임시 정부는 정식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는 조건으로 MNLA와 임시 휴전 협정을 체결한다.
프랑스군은 AQMI를 포함한 테러조직의 다수 조직원을 사살하며 2014년 3월 승리를 선포했지만 전투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프랑스군의 공세에 알 무라비툰과 AAD의 주요 지도자가 다수 사살된다. 말리 정부군은 조건부 휴전 협정을 체결한 이후 별다른 활동이 없었던 MNLA에 대한 공격을 갑작스레 실시하게 되는데, MNLA는 말리 정부군을 격퇴하며 도리어 다수의 지역을 추가적으로 점령한다. 정부군과 MNLA를 중재하는 과정에서 투아레그족은 친정부, 반정부 성향으로 나뉘게 된다.
2014년 8월 1일 프랑스군은 세르발 작전의 종료를 선언하며 바르칸 작전이 시작됨을 알린다. 바르칸 작전은 테러조직의 소탕이 말리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닌 사헬 지역 일대에서 전개됨을 시사한다. 바르칸 작전은 말리 뿐만 아닌 인근에 존재하는 사헬 지대 국가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모리타니, 차드를 작전지역으로 상정하였다. 한편AQMI는 MNLA와 말리 정부군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에 파병된 UN군에 대한 공격도 실시했으며, 이로 인해 다수의 평화유지군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바 있다.
2015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에 의한 불안과 위협이 점차 확산되어 갔는데 AQMI는 UN군, 프랑스군, 정부군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공격 범위를 확장시켰다. 또한 이전에는 북부지역과 국경 인근에서만 자행되던 폭탄 테러 등이 말리 중부 지역에서도 발견되었다. 결국 말리 중부 지역에 거주하는 토착 민족인 풀라니족까지 이슬람 극단주의의 영향을 받아 테러 조직 FLM이 창설되어 AQMI로 자연스럽게 편입된다. 한편, AQMI의 하부조직으로 존재하던 알 무라비툰은 내부적으로 불화를 겪으며 알카에다 계열과 IS 계열로 분열된다.
반정부 성향의 투아레그족은 UN군의 헬기가 자신들의 차량에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함과 동시에 말리 내전 간 UN군이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지 않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이들이 말리 정부에 대한 협력을 중단하고 나갈 것을 촉구한다. 분쟁이 심화되자 두 그룹은 임시 휴전을 실시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UN군이 말리 정부와 소통하는 정황이 포착되자 투아레그족은 이들의 캠프를 둘러싸 시위를 전개한다. 이 과정 중 3명이 죽고 4명이 부상을 입게 되어 합의는 백지화된다. 평화를 위한 합의가 지지부진하던 중 결국 6월 20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을 제외한 모든 단체들이 모여 평화를 위해 나아가자는 취지의 ‘알제 협정(l'Accord d'Alger)'을 체결하며, 말리는 평화의 급물살을 타게 된다.
말리 내전이 시작된 이후 프랑스와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2012년 이후부터 2015년까지 테러조직의 분포 현황은 Fig. 1과 같다.
Fig. 1. Changes in the Organization of Terrorism in Mali5)
2016년부터는 상황이 다소 변화한다. 2016~2017년 동안 말리 내부 지역 갈등은 커다란 변화 없이 다소 안정화되는 측면을 보이나, 테러조직의 활동은 점차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AQMI는 알제 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모인 다수의 조직을 상대로 폭탄 테러를 실시했으며 이로 인해 77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부상을 입는 결과를 얻게 된다. 이는 말리 내전 발발 이후 가장 심각한 수치를 보인 테러이며 이후 꾸준하게 테러활동을 전개하던 AQMI와 예하조직들은 대규모 테러 조직인 EIGS로 거듭났고, EIGS는 세력을 과시하든 몇 달에 걸쳐 북부 전역에 대한 무차별적인 테러를 실시한다.
한편 테러조직에 의해 수차례 지연된 알제 협정의 세부 사항이 이행되며 실향민과 난민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사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합의하지만, 서로 다른 부족들끼리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결국 2017년 10월 UN이 작성한 관련 보고서에 의하면 말리는 ‘평화 협정 이행에 거의 진전이 없다’는 평을 받는다.
2018년 EIGS 역시 본격적인 말리 내 활동을 전개했는데, 이들은 북부 지역보다는 남동부 지역을 위주로 활동한다. 이에 대해 UN은 다시 한번 ‘매우 우려스럽다’는 보고서를 발표한다.4) 이후 프랑스군에 의해 2018~2020년에 걸쳐 사헬 지대에 대한 대대적인 토벌이 이뤄졌고 다수의 테러조직 주요 지도자가 사살되지만, 말리 내에서는 다양한 지역 방위 단체들이 생겨나며 크고 작은 분쟁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알카에다 계열 GSIM와 IS계열 EIGS는 암묵적으로 상호 간 불가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2020년이 되며 돌연 서로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다. 조직이 확장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부딪히게 된 것이다. 한편, 프랑스는 사헬 지대 내 테러조직을 더욱 봉쇄하는 측면에서 유럽과 아프리카의 13개국이 참여하는 특수부대 타쿠바를 창설한다.
수년에 걸친 내전으로 말리의 경제 상황은 매우 불안정했기에 국민들은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게 된다. 정부에 대한 불만이 극에 이르자, 아시미 고이타 대령은 2020년 8월 여론을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쿠데타를 통해 군사 정권을 수립한다. 이후 온전하지 않은 독재적인 정부 운영이 계속되자, 국제사회는 군사 정권에 대한 경제적 제재와 압박을 거세게 진행한다. 결국 아시미 고이타 대령은 자신을 부통령으로 한 과도기 정권을 설립하지만, 2021년 5월 다시 한 번 쿠데타를 실시했으며, 국제 사회와 관계를 단절한다. 이 과정에서 돌연 말리 정부는 프랑스를 비난했는데, 이는 10월 초 러시아 뉴스에서 말리 총리가 “프랑스가 키달 지역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언급한 점을 통해 알 수 있다.
결국 2022년 말리 내에 러시아의 준군사 조직인 바그너 그룹의 용병 수백명이 배치되었음이 밝혀지고, 프랑스는 말리 정부와 협력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8월 15일 말리 전역에서 전면철수한다. 이와 동시에 특수부대 타쿠바 역시 전면적으로 폐지되었다. 한편 테러조직의 위협속에서 민주주의 선거가 어렵다는 이유로 아시미 고이타를 주축으로 하는 군사 정권은 민주주의에 의거한 대통령 선거를 2025년으로 연기한 바 있다.
분석 결과
민족 갈등
투아레그족을 포함한 소수 민족에 대한 꾸준하고 부당한 대우는 내전을 발생케 했다. 식민지 독립 이후 수십 년에 걸쳐서 여러 차례 투아레그족의 반란이 발생했고 정부로부터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었지만 그 효과는 미약했다. 특히나 이번 경우에는 더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제3의 세력인 극단주의 세력인 GSIM이나 EIGS의 테러가 가지는 영향력이 투아레그족의 목소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세기 때문이다. 더불어 현재 투아레그족은 친정부와 반정부 두 개의 조직으로 양분되어 있어 하나의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2015년까지만 해도 알제 협정을 통해 독립국가는 어렵더라도 투아레그족의 자치주나 독립적인 연방에 대한 요구를 할 정도까지 말리 정세는 투아레그족에게 긍정적인 분위기로 유지되었으나, 이후 테러 집단의 존재와 그들의 세력 확산은 공통의 위협으로 자리 잡게 되어 해당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 이슬람 극단주의가 투아레그족과 말리 내 부족들에 스며드는 실정이다. 풀라족에 의해 창설된 FLM이 대표적인 예시이며, 다양한 지역 방위 단체가 생겨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렇지 않아도 종족 간 갈등으로 복잡한 지역에서 종교적 색채까지 더해지면서 갈등 구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은 10년에 걸쳐 사헬 지대에서 활동 반경을 넓혔다. 특히 말리 정부의 무능력함은 이들이 거침없이 말리 영토를 공략하는데 커다란 발판 역할을 했으며, 프랑스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개입은 테러조직이 말리의 영토 내에서 활동하기 더 없이 좋은 명분을 제공했다. 말리를 넘어서 본격적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을 소탕하기 위한 특수부대 타쿠바는 창설된 지 3년 만에 해체되는 수순을 밟았으며, 프랑스군은 전면적인 철수를 결정했다. 다수의 지도자들이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GSIM와 EIGS 등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을 공격하고 납치하여 몸값을 요구하는 등의 행태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금전적인 목적도 있지만 국제 정세에서 이러한 활동이 자신들의 존재감 과시에 유리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군사 쿠데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아프리카 내 전체적인 군사 쿠데타는 감소했지만, 20년 가까이 민주 정권이 안정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말리의 군사 쿠데타는 국제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퇴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야기했다. 그러나 말리 내부적으로는 이러한 군사 정권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의 무능력함 탓이 크다. 2012년 당시 쿠데타를 통해 정권의 변화 의지를 밝혔던 정부는 국고를 낭비함과 동시에 사적인 부를 축적했기 때문에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았으며, 반정부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해 다수의 희생자를 양산한 바 있다. 현재의 말리 군사 정권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의 세력 확장을 막아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러시아의 영향력이 말리를 포함한 아프리카 정부와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활동 양상 전망 및 시사점
프랑스와 국제사회의 공조로 실시한 세르발 작전과 이에 이어지는 바르칸 작전, 사헬 연합군의 구성과 특수부대 타쿠바 창설10년에 걸쳐 진행된 어느 것도 말리에 평화를 선사하지 못했다. 외부에서 시작된 군사적인 개입은 GSIM이나 EIGS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이 더욱 반발하는 결과를 낳았으며, 말리 인근 지역이 테러 조직의 본거지로 변모하고 있는 점을 살펴보았을 때 설사 현존하는 말리 내 테러 조직을 전부 토벌하더라도 대체되는 또 다른 테러 조직이 출현할 뿐 상황이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더군다나 테러 조직의 소탕이라는 논의 역시도 현실적이지 않다. 정부 차원의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종족 간 갈등도 문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분쟁 기간이 길어질수록 실향민과 난민들은 정부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게 될 것이며, 이는 테러 조직에 호재로 작용하여 테러 조직이 말리 사회 깊숙한 지역으로 전파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10년간의 사례를 보았을 때, 테러 조직은 지역 사회를 거점으로 국제 사회에 대한 분노를 확장시키며 세력을 확장했다. 같은 사례가 되풀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부르키나파소 역시 프랑스의 군사적 도움을 거절한 바, 사헬 지역을 지지하고 있는 국제사회조직은 중립적이고 방어적인 형태를 취하는 UN군뿐이기에 상황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러시아의 준군사 조직 바그너 그룹의 말리 주둔이 테러 조직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지는 시간을 두고 추이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말리 군사 정권은 쿠데타를 통해 집권했기에 테러 조직 소탕이나 부족민 간 갈등 해소보다는 권력을 유지하는 데 더욱힘을 쓸 것으로 판단된다. 바그너 그룹이 사헬 지대의 평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여겨질 성과가 부족하다. 이러한 점을 토대로 보았을 때 말리는 이에 말리를 포함한 사헬지대는 한동안 별다른 소득 없이 고착화될 것으로 보이며, 테러 조직들은 말리 정부와 바그너 그룹의 방해가 없다면, 국제사회를 향한 강도 높은 메시지 전달에 주력할 수도 있다. 얼마 전 석방된 프랑스 기자의 예와 같이 테러 조직들은 인질을 통한 협상과 몸값을 요구하는 일련의 방식으로 군자금 조달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 정권이 민주주의에 의한 대통령 선거를 실시한다며 정해놓은 2025년이 다가올 때 까지는 테러 조직의 득세가 계속될 것이며 말리 국가 자체의 부담은 계속되며, 국민들의 고통 또한 증대될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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