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명의 바탕인 금속공학의 기본이론

  • Published : 2022.10.01

Abstract

Keywords

1. 서론

인류의 역사를 석기시대, 청동기 시대 및 철기 시대 등으로 분류한다. 이는 인간의 생활과 문명에는 필연적으로 그 재료가 바탕이 됨을 의미하며 그 생활수단의 도구나 기구가 철저히 재료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그 분류는 현대사회로 오면서 많은 요인들에 의해 변화되었다. 혹자는 철기시대 다음을 원자력시대라고 분류하기도 하고 혹자는 ICT, 전자 (반도체), AI 등으로 분류하는 등 시대의 변천에 따라 많은 변수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아무리 AI나 전자관련 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더라도 현대사회와 문화는 철강, 알루미늄, 동합금, 특수합금 등 다양한 금속재료가 기반이 되어 움직임을 부인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반도체의 부족에 의해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정도로 반도체가 중요하지만 반도체 제조장비 및 자동차를 구성하는 기본 재료는 상기와 같은 구조용 금속재료이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정부에서 굴뚝산업을 경시하는 정책을 펴면서 AI 및 ICT 산업의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굴뚝산업을 없애면 우리가 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자동차, 가전제품, 항공기 등의 모든 기기들을 제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유지할 수도 없다. 따라서 굴뚝산업이 비록 생산성과 부가가치가 ICT, AI 등에 비해 낮지만 모든 산업이 조화를 이뤄야 사회가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각 대학에서는 이와 같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금속공학이나 주조공학 과목을 개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대학의 반도체 관련학과 정원을 크게 늘이겠다고 정부가 발표하고 관련 학과의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대학이 많다. 그러나 아직도 현대문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발전, 자동차, 선박, 항공기, 심지어 반도체 장비들까지 금속공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를 일일 생활권으로 만든 항공기의 경우 가장 핵심인 제트엔진의 거의 모든 재료는 특수한 합금을 사용하고 있고 철저하게 금속공학의 기본 원리를 기반으로 부품들을 제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선진국에서 기술을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 있어서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고 선진국들에 기술이 종속되어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들은 현대문명의 기반이 된 각종 특수 합금을 수많은 연구개발을 통해 확보하고 있으며 관련 기술은 군사적, 경제적 이유로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최근 국산 초음속전투기를 개발하고 초도비행에 성공했지만 실상을 보면 그 심장인 제트엔진은 미국 GE사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향후 생산과 유지를 위해서는 그 핵심부품을 지속적으로 수입하여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굴뚝산업이라고 경시했던 분야가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과 국방의 발목을 잡는 격이다.

따라서, 구조용 금속재료라고 해서 과거의 굴뚝 산업에 해당되는 폐기될 기술이 아니라 첨단 신기술로서 국가적으로 개발하고 보유해야 할 분야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특히, 제트엔진이나 발전용 가스터빈과 같이 고온에서 작동되는 핵심부품은 주조공정에서 응고조건을 조절하여 단결정이나 일방향응고 조직을 갖게 되는데, 이는 우리가 흔히 주조현장에서 경험에 의해 주조방안과 주조공정 조건을 결정하던 것과 달리 고체-액체 계면에서 온도구배 (thermal gradient)와 응고속도 (solidification rate) 등을 이론 [1-3]에 근거하여 아주 과학적으로 조절해야 건전한 제품을 얻을 수 있는 첨단과학 기술이 굴뚝산업에 적용되는 예라고 할 수 있다.

2. 본론

흔히들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생산현장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과 현장은 많이 다르다 하고 이론보다 경험을 중요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일상에서 접하는 금속재료 부품이나 기계류가 금속공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설계되거나 제조된 것은 한 단계만 더 자세히 고려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기계류나 부품이 손상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분석함 (RCA: Root Cause Analysis)에 있어 최종 단계에서 반드시 금속공학의 이론이 적용된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면서 오해하고 있거나 간과한 금속공학의 이론이 적용된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모든 금속재료로 구성된 부품이나 기계류에 적용된 이론들을 언급하고자 한다.

2.1. 사례 1

일반인들을 상대로 고무 (rubber)와 철사 (steel wire)의 탄성계수가 어느 것이 큰지를 물어보면 고무의 탄성계수가 크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실제 저자가 대학에서 금속공학 전공 4학년 수업 중에 동일한 질문을 하면 고무의 탄성계수가 크다고 답하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금속공학이나 기계공학 전공자가 가장 기본으로 하는 인장특성 혹은 인장시험의 Fig. 1과 같은 응력-변형율선도(stress-strain curve)를 고려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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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Stress-strain curve showing Young’s modulus showing the material with lower Young’s modulus have more elastic deformation.

고무의 항복강도는 8~10MPa이고 탄성계수 (Young’s Modulus)는 104Pa로서 연강 (mild steel)의 항복강도 약 350MPa과 탄성계수 약 190~215GPa에 비해 아주 작다. 다만 고무는 탄성변형을 많이 일으킬 수 있다.

유사한 사례로, 최근 들어 골프 인구가 크게 증가하여 수요가 크게 늘어난 골프 용구를 들 수 있다. 골프채의 경우 드라이버 헤드 (driver head) 소재로 Ti 합금 또는 순수 Ti 소재를 많이 적용한다. 10수년전 탄성계수가 큰 비정질(Amorphous) 금속을 개발하여 기존의 철강재료를 대체할 높은 항복강도를 갖는 것으로 각광 받은 적이 있다. 당시에 많은 연구자들이 비정질재료 개발에 매달렸으며 자동차용 철판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였지만 금속공학의 이론을 적용하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발상이었다. 탄성계수가 높고 항복강도가 높지만 소성변형을 전혀 일으키지 못하므로 (비정질의 특성상 슬립이 불가능) 자동차가 충격을 받아 외피가 손상되면 아주 날카로운 흉기가 될 것이고 부분 정비가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높은 탄성계수로 인하여 반발력이 커서 골프 드라이버로 사용하면 비거리가 크게 향상된다고 하여 비정질 재료을 사용한 골프드라이버를 판매한 적이 있다 (실제로 비정질 판위에 철 구슬을 낙하시켜 다른 금속소재와 비교하면서 반발하여 튀어 오르는 높이가 다른 것을 보여 주며 홈쇼핑 등에서 선전하며 판매하였음). 그러나 골프 드라이버 헤드는 위에서 언급한 탄성계수가 낮고 항복강도가 높으며 가벼운 소재가 적합하다. Fig. 1과 같이 탄성계수가 낮고 항복강도가 높으면 많은 탄성변형 (탄성변형량이 큼)을 일으키고 다시 복원하여 공을 전진시키기 쉽고 많은 탄성변형으로 인하여 공을 칠 때 오는 충격을 완화 (damping)하여 골퍼가 느끼는 타구감이 우수하다. 그런데 탄성계수가 높은 소재를 적용하면 실제와 완전히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타구감도 나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골프 드라이버 헤드는 가벼워서 (Ti 비중 4.54, 철 7.8) 크기를 크게 함으로써 최적 타격면적 (sweet spot)을 넓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탄성계수가 낮아 (~120GPa) 충격흡수력 (damping capacity)이 우수하고 항복강도가 높은 (500~1100MPa) 순수 Ti 또는 Ti합금이 최적의 재료이고 현재 가장 많이 적용되는 소재이다.

이와 같은 Ti합금의 낮은 탄성계수의 특성을 이용하는 것이 생체재료로서의 적용이다. 인간의 뼈는 10~30GPa의 탄성계수를 갖는데 금속 중 특정 Ti합금은 40GPa정도까지 낮은 탄성계수와 생체와의 반응이 가장 적기 때문이다.

골프에서 드라이버 뿐 아니라 골프 아이언 (iron) 헤드의 경우 외국의 유명브랜드들은 연철단조채 (실제는 연강 단조품)를 사용한다고 선전하고 판매하고 있다. 이 또한 아이언은 실제 반발로 치는 것이 아니라 공 뒤를 깎아 치면서 (공에 역회전을 주어 백스핀이 걸리게 함) 잔디가 떠지는 형태이므로 역시 반발력보다는 탄성계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연강 단조품이 우수한 것도 금속의 특성과 골프의 원리를 고려하면 쉽게 알 수 있다.

2.2. 사례 2

십 수 년 전 국가 상징물에 균열이 발생하여 다시 제작한 것이 제작자의 사심이 개입되어 문제가 된 사실이 신문과 방송에 대서특필 된 적이 있다 [4-7]. 국가 상징물인 동시에 년 2만회 이상 사용하기 때문에 충분한 강도와 신뢰성을 갖추고, 국가 상징으로서 귀중함을 표현하기 위해 귀금속으로 제조된 상징물이 손상되었을 때 국가에서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여 다시 제작하기로 하였으며, 제작자를 선정하고 자문위원단을 구성하였다. 선정된 제작자가 그 동안 줄 곳 전통 주조기술과 전통 금속기술의 우수성을 강조하여왔다. 선정된 제작자가 당시 자문회의에서 그 당시 사용하던 국가 상징물에 발생된 균열을 두고 현대 금속공학의 오류라고 지적하였다. 실제 그 상징물을 국가의 첨단 과학기술을 대표하는 국가출연연구기관이 제작하였기 때문에 선정된 제작자가 현대 금속공학의 오류라고 지적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와 같이 국가를 대표하는 출연연구기관의 조그만 실수에 의해 과학기술계 전채가 불신을 받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사실 그 당시 제작된 상징물은 귀금속 합금으로 두께가 얇고 내부 공간에 지지하는 부분이 없이 속이 빈 형태로 설계상 오류가 있었지만 담당 출연연구기관에서 간과했던 것을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본 필자가 응력해석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또한, 선정된 제작자에게 현대 금속공학의 오류가 아닌 설계의 잘 못이라고 주장하여 언쟁을 벌인 바 있다. 이후 제작자는 본 필자에게 전혀 자문을 요청하지 않았고 본 필자는 제작과 자문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제작자의 의도대로 제작하여 국가에서 일정기간 사용하였다. 차후 제작자들 사이의 갈등으로 제작과정에서 제작자가 문제를 발생시켰다는 사실이 알려져 국가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

이렇게 문제가 된 상징물의 제작에 전통 주조기술과 전통합금 기술이 적용되었다고 주장하였지만, 실제 전통 주조기술과 합금의 우수성을 주장한 것이 근거가 없음이 본 필자의 주장에 의해 밝혀졌다. 그 후 현재 사용 중인 상징물은 필자가 주장한 사항들을 상당히 반영하여 그 전과 동일한 국가출연연구기관이 다시 제작하였다. 본 필자와 당학회의 간부진이 제작위원으로 참여하여 기술사항을 꼼꼼히 검토하는 과정에서 제작을 맡은 기관의 담당자가 요구사항 (예: 응고 simulation을 통한 주조결함 방지 및 주조방안 설정 등)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등의 어려운 과정을 거쳤지만 제작된 상징물은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금속공학의 이론을 잘 적용하면 과거 전통주조법이나 현재의 첨단 주조법 모두 해석이 가능하고 건전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3. 사례 3 (항공사고)

1) 제트엔진의 손상원인 분석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첨단 항공기의 제트엔진은 1500ºC 정도의 고온과 수천~수만 rpm으로 회전함에 따라 높은 원심력에 의한 지속적인 응력 (크리프 응력)과 반복적인 작동에 의한 열-응력피로, 고온 부식성 환경에 견뎌야 하는 등 현대의 기계류 중에서 가장 고도의 기술이 집합된 기관이다. 유사한 원리로 작동되는 것이 발전용 가스터빈이며 그 핵심부품은 터빈 블레이드이다. 과거 정부에서 굴뚝산업으로 분류하였던 주조공정에 의해 제조되는 부품이다. 이와 같은 주조품은 단순히 금속을 녹여 주형에 주입하여 응고시키는 것이 아니라 액체금속의 온도, 액체-고체 계면의 형상과 온도구배 (thermal gradient) 및 응고속도 (solidification rate) 등을 잘 조합한 조건에서 주조해야 하는 첨단 기술을 적용한 첨단과학 기술 제품이다.

Fig. 2는 2002년2월26일 KBS 뉴스에 보도된 영상의 한 부분으로서 제트 전투기가 엔진고장으로 추락하는 장면이다(본 그림은 KBS에서 관련 영상의 CD를 구입하여 영상에서 캡춰 (capture)한 것임)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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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2. Aircraft crash caused by jet engine failure (KBS 9 o’clock news on Feb. 26th 2002. Video clip Capture) [8].

첨단 기술이 집합된 전투기 엔진에서 주조품의 결함으로 전투기가 추락하고 전력에 큰 지장을 줄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이다. 당시 한-미 사고조사팀이 엔진 제조사에서 관련부품의 결함을 찾았고 결함에 대해 미국측에서는 잘 이해했지만 한국 조사팀은 관련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아 결함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본 필자는 사고조사팀에 초청받아 관련 부품 (미국에서 제조됨)의 결함 원인이 주조공정 조건에 관련되어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였고, 이후 비행을 재개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관련 기관에 제공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 이 역시 금속소재의 합금설계와 응고이론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해서 발생한 것으로 금속공학 이론이 모든 첨단 항공기엔진 부품의 제조에 바탕이 됨을 증명한 경우이다. 그 외에도 단결정 제품의 손상에서 결정립의 생성 혹은 결정 방위의 문제 등 학교에서 접하는 금속공학 이론을 적용하여 제트엔진 사고의 원인 분석결과들을 당국에 제공한 적이 있다.

핵심 금속소재 부품의 결함 혹은 제조공정에서 간과한 실수로 각종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예들 (NHK Special 2; 2006.7.12. 방송)을 보면 대부분이 부품의 제조시 조그만 결함의 생성을 간과했거나 검사에서 발견하지 못해서 발생한다.

2) 헬기 사고분석 사례

구조물 손상 사고의 대부분은 과도한 작동이나 부품의 결함에서 시작된다. 위에서 언급한 항공기 (고정익기) 사고 외에도 헬리콥터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였다. 모든 사고의 원인분석 (root cause analysis: RCA)에는 반드시 작동원리의 이해와 함께 금속공학 이론에 바탕을 둔 해석이 필요하다.

Fig. 3 (연합뉴스 2018년8월6일 및 2018년 12월 21일 보도 사진)은 2018년 7월17일 발생한 해병대 상륙헬기 추락사고 장면이다 [10-12]. 이 사고로 인해 5명의 고귀한 인명의 희생이 있었고, 사고조사위원으로 참여했던 필자는 많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본 사고는 해외회사에서 부품제조 과정의 실수에 의해 발생한 것 [12,13]으로 필자가 관찰한 현미경 조직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여 제조회사에서 파견한 조사위원에게 문제점을 제시하였으며 결국 제조회사에서 문제점을 시인하였다. 이 사고에서 문제 부품은, 우리가 흔히 구조용 저합금강재 (low alloy steel)를 구조용 부품에 적용할 때 갖는 통상적인 금속조직과 달리 이상한 조직을 가짐을 알 수 있었는데 이는 구조용 금속재료가 얼마나 우리의 일상뿐 아니라 첨단 국방 기술에서도 얼마나 중요한가를 증명한 것이다. 특히, 대학에서 실험실습 중에 흔히 관찰하는 금속현미경 조직을 잘 활용한 것이고, 이는 철강의 상변태를 이해해야 알 수 있는 사항이다. 따라서 구조용 금속재료의 이론을 충실히 교육하여 금속공학 엔지니어들을 육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 주는 사례이다. 이외에도 헬리콥터와 관련하여 10여건의 사고 조사 결과에서도 구조용 금속재료와 관련된 상변태나 변형 등의 이론을 적용하여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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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3. Helicopter crash [9-11; Yonhap News Aug. 6th 2018; courtesy of Yonhap News].

2.4. 사례 4 (산업용 부품의 사례)

1) 화학반응용기의 손상 사례

십 수 년 전 Fig. 4에 보인 거대한 화학반응용기의 내용물과 증기가 누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현장 관리자가 누출되는 것을 미리 감지하여 전혀 인명피해나 타 장비의 손상은 주지 않았지만 두께 약 30mm의 304 스테인리스강으로 된 화학 반응기 10여대에 내용물과 증기 누출 현상이 발생하였다. 실제 폐기된 화학반응기 내부에서 촬영한 표면을 나타낸 Fig. 5에 폭 약 30~50mm의 수많은 줄이 형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반응용기는 지름 약 7m 두께 약 30mm의 거대한 스테인리스강 구조물 표면에 동일한 304 스테인리스강 half pipe를 나선형으로 용접해서 냉각수 혹은 증기가 통과하게 하여 반응용기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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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4. Failed chemical reactor ves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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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5. Internal surface of the failed vessel showing numerous bands of cracks.

이 손상의 원인 분석과정과 결과를 간단히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거대한 화학용기의 손상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용기 본체 및 온도조절용 half coil의 금속조직을 우선적으로 분석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조직은 Fig. 6과 같다. 이와 같은 금속조직은 흔히 손상원인 분석에서 가장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염소에 의한 응력부식균열의 형태이다. Fig. 7에 나타낸 주사전자현미경 (SEM) 및 미소성분분석기 (EDS: energy dispersive X-ray spectrometer)를 이용한 분석 결과에서 기지에 비해 균열 주위에 염소원소가 상당히 많이 검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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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6. Microstructure of the failed ves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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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7. SEM micrograph and EDS analysis results.

이와 같은 염소에 의한 응력부식균열임을 확인하고 담당자와 염소의 원인에 대해 추적하던 중 냉각수 사용료를 절약하기 위해 타 공장에서 폐기하는 냉각수 (수도물)를 대량 보관하여 재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수질을 분석한 결과 염소가 많이 농축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 역시 금속공학의 기본 이론을 지키지 않은 사례이다.

2) 축 (shaft)의 국산화 사례

수년전 대형 장비 방향을 제어하는 축의 기어가 FIg. 8과 같이 손상된 적이 있다. 그 손상원인을 분석하던 중, 이 부품은 수입하던 것인데 국산화 개발을 했다는 사실을 담당자와의 조사과정에서 확인하였다. 따라서, 과거 사용한 부품과 손상된 부품을 비교분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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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8. Feature of a sound shaft (a) and a failed shaft (b).

먼저, 두 제품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모두 AISI 8620과 유사한 소재를 사용한 것을 확인하였다. 일반적으로 축 소재에 적용하는 소재이므로 소재 선정은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리고 손상된 기어부분을 절단하여 거시 조직과 미세조직을 관찰하여 비교한 것이 Fig. 9와 같다. 거시 조직에서 과거 사용한 부품은 기어 이빨에 침탄층이 명확히 보이지만 손상품에서는 침탄층이 없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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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9. Macrographs of gear area. (a) sound shaft and (b) failed shaft.

이 사례 역시 금속공학의 기초적인 이론이 적용되지 않은 결과이다. 즉, AISI 8620소재는 0.2% 정도의 낮은 탄소함량을 지니므로 열처리를 하여도 그다지 높은 경도를 얻을 수 없다. 그러나 본 국산화 과정에서 소재의 분석으로 유사한 재질을 선정하였지만 이 소재가 기어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표면에 침탄층을 형성하여 내마모성과 강도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이다. 따라서 단순히 동일한 소재를 선정하고 침탄열처리를 하지 않고 기어를 제작함에 따라 기어부분에서 손상이 일어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이상의 대표적인 손상원인 분석 사례들을 예로 들었다. 더 많은 사례들은 회사와의 계약과 군사적 이유로 공개하지 못하였지만 많은 사례들이 금속공학의 기초 이론을 충실히 지키지 않은 결과였음을 알 수 있었다.

3. 결론

이상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언급할 수 있다.

(1) 흔히들 생산 현장에서 형상, 치수 및 기본 물성만 만족시키면서 생산하여 금속공학의 원리상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이론들이 바탕이 되었다는 사실을 망각하기 쉬운 오류를 범할 수 있다.

(2) 국산화 개발이나 신제품 개발에서 금속공학의 이론이 바탕이 되지 않고 형상과 치수 등 외형만 강조하여 개발하다 보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3) 첨단 기술의 집합체인 항공기나 발전 설비에도 반드시 금속공학의 기본 원리, 주조, 단조 및 열처리 등의 금속관련 구조금속재료 이론이 밑바탕이 됨을 명심해야 한다.

(4) 구조용 금속재료는 전통산업으로 대표적인 공해 유발 굴뚝산업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고 부가가치가 낮은 것으로 오해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첨단 과학기술의 이론이 적용되어 우리의 생활을 유지시켜 주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 다. 특히, 이 분야는 최근에 각광 받는 K 방산에는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며 이론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구조용 금속재료의 이론을 충실히 교육하여 금속공학 엔지니어들을 육성하는 것이 현대 문명의 발전과 사회 안전에 바탕이 된다. 물론 각광받고 있는 ICT와 AI 등도 첨단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중요하다. 그러나 그 저변에 있는 모든 구조물, 교통 및 산업기계류를 구성하는 구조용 금속재료의 중요성도 인식해야 할 것이며 그 육성을 위한 정책적배려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감사의 글

본 원고의 작성에 협조해 주신 연합뉴스 기자 윤종석님과 관련자 여러 분께 감사드립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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