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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the Strategy of Sub-Character in Entertainment Programs

예능프로그램의 부캐릭터 전략 연구 - <놀면 뭐하니?>를 중심으로 -

  • Lee, EuiJung (Dept. of Cultural Contents., Graduate School, Dongguk University) ;
  • Lee, JongHoon (Dept. of Theater & Film, Daeduk University)
  • Received : 2021.03.22
  • Accepted : 2021.05.17
  • Published : 2021.05.31

Abstract

The current trend of entertainment programs is an "Sub-character." This study is to find out which strategies were chosen, considering the entertainment program "Hang Out With Yoo" as the beginning and front-runner of craze for Sub-characters. The following results were deduced: implementation of trendy characters, aggressive acceptance of growth narrative and expansion of episodes. The success or failure of an entertainment program depends on the implementation method of differentiated characters. At this point in time when Sub-characters are continuously developed, this program is meaningful in that it has presented the strategies for Sub-characters reflecting the demand of audience.

Keywords

1. 서론

바야흐로 영상콘텐츠의 시대이다. 케이블TV에 이어 IPTV, OTT 등 다양한 영상공유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영상콘텐츠들의 시장경쟁이 매우 치열해졌다. 예능프로그램들도 이러한 경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치열한 경쟁들 사이에서 저마다의 예능프로그램은 독창적 아이템과 캐릭터 구축을 통해 차별화된 재미 요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의 아이템을 살펴보면 먹방, 관찰 예능프로그램과 같이 일정한 시기에 유행하는 아이템을 외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비슷한 아이템을 다루면서도 차별화된 재미를 구축하는 방법으로 캐릭터 전략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예능프로그램의 성패는 ‘차별화된 캐릭터 구현 방식’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나 뉴스처럼 정형화된 형식을 추구하는 장르와 달리 예능프로그램은 생동감 있는 즉흥성에 의존한다. 따라서 예능프로그램 캐릭터의 매력과 영향력은 콘텐츠가 안정적으로 소비되기까지 가장 중요한 변수이며, 나아가 캐릭터 그 자체는 프로그램의 내러티브를 만들어 내는 소재이자 배경이 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1]. 결국, 캐릭터를 잘 구축하는 것이 곧 출연자의 생존방식인 동시에 프로그램의 생존방식[2]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몇몇 예능프로그램에서 ‘부캐릭터(副 + Character)’를 새롭게 창출하는 전략이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부캐릭터’란 온라인 게임에서 메인 캐릭터나 계정을 뜻하는 ‘본캐릭터(本 + Character)’외에 특정한 필요에 따라 새로 만든 캐릭터 및 계정을 이르는 개념이다[3]. 한 명의 게이머가 게임상에서 하나의 캐릭터만 운영하지 않고 여러 캐릭터를 운영하는데, 주로 운영하는 캐릭터와 구분하여 부수적으로 운영하는 캐릭터를 부르는 용어이다. 즉 ‘본캐릭터’로 즐기던 게임 스타일이 아닌 다른 직업과 스타일로 게임을 하고 싶을 때 ‘본캐릭터’로 채워지지 않는 다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부캐릭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게임의 ‘부캐릭터’ 현상이 예능프로그램에 확장되었다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해 예능프로그램에서도 하나의 캐릭터를 가지고 활동하던 연예인이 이전과는 다른 임의의 가상적 정체성을 부여하여 복수의 캐릭터를 갖고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즉 한 명의 연예인이 하나의 캐릭터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캐릭터로 분화하여 활동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대표적인 ‘부캐릭터’사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놀면 뭐하니?> 에서는 유재석이 ‘유산슬’, ‘지미유’, ‘유두래곤’, ‘유팡’, ‘유야호’ 등의 ‘부캐릭터’를 만들고 있고, 랩퍼로 활동하고 있는 매드클라운은 ‘마미손’이라는 또 다른 캐릭터로, <나 혼자 산다>에서 여은파는 ‘조지나’, ‘사만다’, ‘마리아’, 김신영은 ‘둘째 이모 김다비’, 신봉선은 ‘캡사이신’으로 활동하고 있다. 심지어 ‘부캐릭터’ 현상의 인기에 호응하여 연예인의 ‘부캐릭터’를 선발하는 예능프로그램인 <부캐릭터 선발대회>가 웹 예능프로그램으로 방송되기까지도 했다. 시청자들은 ‘부캐릭터’ 현상을 보면서 그간 익숙해져 왔던 여러 연예인의 모습에서 낯설고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며 향유하고 있는 것이다.

즉흥성이 중요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구조화되고 정해진 포맷은 쉬운 접근성을 구축함과 동시에 매너리즘을 만드는 딜레마로 작용한다. 때문에, 정해진 포맷 안에서 살아 움직이며 변수를 창출하는 캐릭터는 시청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웃음을 이끌어내는 감초 같은 역할을 한다. 전통적으로 예능프로그램에서 캐릭터의 구현 방식은 출연자와 캐릭터 간의 사적 거리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통해서 리얼리티를 극대화하는 데 있었다. 그런데 기존의 캐릭터 전략과는 달리 ‘부캐릭터’ 전략은 출연자에게는 안정적이고 시청자에게는 편했던 캐릭터 활용과는 상이한 측면이 있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예능프로그램이 택한 ‘부캐릭터’ 현상이 어떻게 작용하고, 나아가 어떤 의미작용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학술적인 차원의 탐색이 필요하다.

예능프로그램에 ‘부캐릭터’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캐릭터’에 대한 연구가 매우 부족하다. 현재 ‘부캐릭터’와 관련한 선행연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강민희, 이승우는 ‘부캐릭터’를 중심으로 여러 사례를 분석하며 그 의미를 ‘자유와 솔직함, 도전과 실패의 자유, 애환과 꿈’에서 찾았다[3]. 즉 대중에게 이미지 구축이 되어있는 출연자가 ‘본캐릭터’의 역할로는 거의 할 수 없었던 솔직하고 파격적인 이야기를 ‘부캐릭터’를 통해할 수 있었고, 생계와 거리를 둠으로써 마음껏 도전하고 실패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고 한다. ‘부캐릭터’는 자신의 내면에 다양한 정체성을 인정하고,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의 한 부분이며 ‘부캐릭터’를 시의성 높은 오락거리로 단순화하지 않고 의미를 찾았다는 것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본 연구가 탐색하고자 하는 연구문제인 ‘부캐릭터’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선행연구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끊임없이 ‘부캐릭터’가 형성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본 연구는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을 활용하여 부캐릭터를 구성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놀면 뭐하니?>를 중심으로 ‘부캐릭터’전략을 살펴보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의 수요를 반영한 적절한 ‘부캐릭터’전략을 제시하고 그것이 가진 기획론적 의미를 찾는 과정에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다시 말해 수많은 ‘부캐릭터’가 범람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부캐릭터’ 논의의 시작을 알리는 논문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본 연구는 대표적으로 <놀면 뭐하니?>를 분석대상으로 택했다. 일차적으로 <놀면 뭐하니?>는 현 예능프로그램 ‘부캐릭터’ 열풍의 시초격으로 타 예능프로그램을 포함하여 각종 영상콘텐츠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부캐릭터’ 현상의 포문을 열었다.그 결과 <놀면 뭐하니?>가 구현한 ‘부캐릭터’들은 2020년 주말 예능프로그램 부문 올해의 브랜드 대상, 2020년 MBC방송 연예 대상, 2021년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예능 작품상 등을 수상했고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며 견고한 인기를 끌고 있다.이렇듯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형상화된 ‘부캐릭터’들도 실질적으로 <놀면 뭐하니?>의 ‘부캐릭터’ 전략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결국 <놀면 뭐하니?>는 ‘부캐릭터’의 대표성을 갖는 예능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2. 예능프로그램의 캐릭터 전략

2.1 캐릭터의 의미와 역할

‘부캐릭터’는 결국 캐릭터가 가진 의미와 역할에서 파생된 하나의 구현체이다. 따라서 ‘부캐릭터’의 논의는 캐릭터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립국어원 표준 대사전에 따르면 캐릭터란 ‘소설이나 연극 따위에 등장하는 인물 또는 작품 내용 속에 드러나는 인물의 개성과 이미지, 독특한 인물이나 동물의 모습을 디자인에 도입한 것’[4]이라고 설명한다.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가지고 있는 성격, 특성, 개성, 성질 등 다른 인물과 구분될 수 있는 그만의 ‘정체성’을 의미하며, 이는 시각적으로 형상화된 캐릭터의 ‘개성’을 의미한다. 캐릭터는 ‘정체성’과 ‘개성’이라는 두 가지의 특징이 공존한다. 이 둘은 캐릭터의 안과 겉을 형성하는 요소이며 안을 채우는 것이 무엇이고, 그걸 어떻게 보여주는가를 설명한 실체가 바로 캐릭터이다[5].

텍스트 내적인 측면에서 캐릭터는 그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토대로 서사를 이끄는 주요한 역할을 한다. ‘살아있는 존재’로서 사건을 일으키고 해결해 나가는 모든 행동의 방법을 결정하고 그로 인해 유발된 반응으로 또다른 사건을 만들어 내는 무한한 에피소드의 원천이 된다[6]. 캐릭터는 다양한 행동을 하며 그만의 목적을 향해 나아간다. 고정된 플롯 안에서 자율적으로 에피소드를 생성해내는 존재이며, 콘텐츠의 이야기가 완결까지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추진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텍스트 외적인 측면에서 캐릭터는 시각적으로 형상화된 개성을 바탕으로 시청자와 제작진을 연결해주는 감정교감의 통로 역할을 한다. 제작진이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의미를 캐릭터가 대신 전달해주며, 캐릭터는 시청자를 대신해서 행동하고, 목격하고, 경험해주며 대리만족이라는 재미를 준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자신의 신체적, 사회적, 심리적 자질을 캐릭터에 투영시키게 된다. 시청자와 비슷한 자질들을 투영해 만들어진 하나의 개성적인 캐릭터는 우리의 생활 속 가까이에 자리 잡게 된다.

현재는 캐릭터 중심 스토리텔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어떤 텍스트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기보다는 이야기 속 매력적인 캐릭터가 기억에 더 남는 법이다. 독특한 정체성과 시청자의 여러 자질을 투영하여 만들어진 개성적 캐릭터는 그 어떤 스토리의 요소보다 시청자와 감정교감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2.2 예능프로그램의 캐릭터 구현 방식

예능프로그램의 캐릭터 구현 방식은 대략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출연자의 사적인 내용을 캐릭터에 투사해 구현하는 것이다. <무한도전>을 예로 들자면, 프로그램이 지속되는 동안에 주요 출연자들은 주목받지 못하는 연예인에서 대스타로 성장했고, 연애를 하고, 이별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으며, 입대하고 제대했다. 이런 그들의 실제 일상 모습들은 고스란히 <무한도전>의 이야기 속으로 편입됐고 그 과정에서 캐릭터가 탄생했다[7]. 즉, 출연자의 사적인 일상을 카메라 앞으로까지 확장하는 것이다[1]. 시청자는 예능프로그램의 서사 안에서 출연자의 사적인 모습들을 인식하고 그것들이 이미지화되어 출연자를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가 구현된다.

두 번째는 여러 출연자 간의 상호소통 관계로 구축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예능프로그램의 캐릭터는 ‘주도자, 희생자, 협조자’의 세 유형으로 이루어진다[8]. 이 유형을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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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Implementation of entertainment programs characters established by mutual communication.

상황을 조율하는 좌장 역할의 주도자, 조롱과 공격의 대상이 되는 희생자, 그리고 희생자에 대한 공격을 실행하는 협조자가 그것이다. 이 유형은 상황에 따라 역전되거나 새롭게 구축되기도 한다[8]. 출연자들은 제작진이 부여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출연자 간에 나타나는 긴장과 갈등, 음모와 배신, 화해와 협력 등 다양한 형태[1]의 관계구조 속에서 캐릭터 구축이 된다. 어떤 출연자와 조화를 이루는가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캐릭터가 탄생될 수 있으며, 포맷이 단조롭더라도 출연자들 간의 상호소통 관계 속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돌발적인 상황과 에피소드 중심의 서사로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와 같은 두 가지 캐릭터 구축방식은 점차 예능프로그램의 정형화된 틀로 굳어져 왔다.

예능프로그램은 연속물적 특징을 가진다. 규칙적으로 방송됨으로써 예측 가능한 시청관습을 만드는데, 주도적인 캐릭터들은 하나의 특징적인 모습보다는 이어지는 시리즈로 이야기가 지속함으로써 굳어지고, 이를 기억함으로써 캐릭터 속성은 강화되고 유지된다[9].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는 일정한 시간과 노력이 동반되며 이렇게 구축된 캐릭터는 정해진 공간이 아니면 더는 지속되지 않는다는 한계를 갖는다 [1].

그러나 <놀면 뭐하니?>는 기존의 캐릭터 전략처럼 유재석의 사적인 모습을 토대로 ‘부캐릭터’를 구현하지 않으며, 여러 출연자와 상호소통으로 캐릭터를 구현하는 것이 아닌 한 명의 고정출연자 유재석을 중심으로 ‘부캐릭터’를 구현한다. 이는 기존의 정형화된 예능프로그램 캐릭터 구현 방식의 상식에서 벗어난다. 그럼에도 <놀면 뭐하니?>가 구현한 ‘부캐릭터’전략은 시청자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하나의 트렌드를 열었다. 바로 이러한 맥락을 바탕으로 다음 장에선 <놀면 뭐하니?>는 어떤 전략을 통하여 ‘부캐릭터’를 구현했는지에 대하여 분석, 고찰하고자 한다.

3. <놀면 뭐하니?>의 부캐릭터 전략

3.1 부캐릭터 전략 1 : 트렌드에 적합한 부캐릭터 구현

<놀면 뭐하니?>는 트렌드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장치로서 페르소나를 활용하는 전략을 택했다. 가면을 뜻하는 페르소나는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하나는 본래의 것을 감추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와 소통을 하기 위해 형상화된 인물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장치는 <놀면 뭐하니?>에서 두 가지 양상으로 작동되는데, 우선 첫 번째는 한 명의 고정출연자인 유재석의 ‘본캐릭터’를 감추고 여러 가지의 ‘부캐릭터’로 드러낸다는 점이다. 이 자체로 수많은 트렌드 연구에서 핵심 키워드로 꼽은 ‘멀티페르소나’로연결된다. ‘멀티페르소나’는 다양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한 개인이 환경과 상황에 맞게끔 가면을 쓰면서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한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가면을 씀으로서 외면을 세상에 드러내는 역할을 하기에 해당 사회문화적 환경에 맞게끔 페르소나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 집에서의 ‘나’와 직장에서의 ‘나’, SNS상에서의 ‘나’[3]가 각기 다르듯이 상황에 맞는 ‘멀티페르소나’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의 등장은 사회활동을 하면서 반드시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가면을 쓴 ‘나’와 온전히 발가벗겨진 날것의 ‘나’의 모습, 이 혼란스러운 두 개의 자아 혹은 여러 개의 자아 속에서 끊임없이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현대인들의 욕망을 역설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놀면 뭐하니?>의 ‘부캐릭터’ 전략은 현대인들에게 내재 되어있는 ‘멀티페르소나’적 욕망과 교차 되는 지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동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인지하고 그것에 적합한 ‘부캐릭터’들로 드러냄으로써 현재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따라가거나 선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시로는 <미스트롯>의 인기로 트로트가 유행할 때 신인 가수의 일대기를 담은 ‘뽕포유’ 특집의 ‘유산슬’, 복고열풍과 뉴트로의 인기로 혼성 그룹을 만들어 90년대 여름 댄스 음악을 부활시키자는 ‘싹쓰리’ 특집의 ‘유두래곤’, 각자 삶을 눈치 보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서로 개성을 존중하자는 의미에서 여성 서사 특집을 다룬 ‘환불 원정대’의 ‘지미유’,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우울한 사회에 위로를 전하는 심야 라디오 특집 ‘라디유스타’의 ‘유DJ 뽕디스파뤼’, 각종 공연이 취소되는 현실 속에서 언택트 시대에 맞게 집에서 공연을 즐기자는 취지의 ‘방구석 콘서트’ 특집의 ‘유샘’, 개그 프로그램이 종영되는 시기에 설 자리를 잃은 예능인을 위한 특집 ‘2021동고동락’의 ‘카놀라유’, 온라인 유행어를 차용한 ‘유야호’ 등이 있다. 이처럼 <놀면 뭐하니?>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견고하게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이 아닌 사회문화적 환경에 적합한 특징들과 현 트렌드에 알맞은 것을 재빠르게 수용해 ‘부캐릭터’로 구현한다.

예능프로그램에서 한번 구축된 출연자의 캐릭터는 쉽게 바뀌지 않아 때로는 정형화된 전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놀면 뭐하니?>의 ‘부캐릭터’는 고정되어 변화에 한정적인 캐릭터를 구축하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감추거나 드러내는 전략으로서 프로그램에 생기를 불어넣고 새롭고 낯설게 하는 효과를 보인다.

3.2 부캐릭터 전략 2: 성장 서사를 겪는 부캐릭터

<놀면 뭐하니?>는 성장 서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성장 서사란 미숙, 불완전, 결핍의 존재가 성숙, 완전, 충족의 존재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인식과 실천을 다룬 서사이다[10]. 서사 속 주인공은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목표를 설정하며 행동하고 움직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주인공은 변화하게 되며, 이 변화의 핵심은 바로 주인공의 정체성 혼란이다. 그런데 <놀면 뭐하니?>의 성장 서사는 이러한 일반적인 성장 서사와 차이를 보인다.<놀면 뭐하니?>의 캐릭터 성장 양상을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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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2. The growth narrative process of [Hang Out With Yoo].

‘본캐릭터’는 제작진으로부터 갑작스럽게 미션을 부여받게 된다. 그리고 ‘부캐릭터’로서의 역할을 강요당한다. 이 과정에서 ‘본캐릭터’와 ‘부캐릭터’사이에 오는 괴리감으로부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캐릭터’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은 출연자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결국에는 성장을 하게 된다.이때 기존 성장 서사와의 차이점은 성장을 끝마친 ‘부캐릭터’는 예능프로그램의 연속물적인 특성으로 인해 ‘본캐릭터’에 편입되어 하나의 순환궤도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이 순환궤도 중에서 특히 시청자가 몰입하는 부분은 정체성 혼란과 성장 서사 부분이다.

정체성 혼란으로부터 나타나는 시청자의 몰입은 ‘뽕포유’ 특집에서 잘 드러난다. 제작진의 요구로 유재석은 어떤 낯선 공간에 진입하게 되고, 조력자 박현우 작곡가를 만나게 된다. 유재석에게 “어떤 신인가수가 온다던데?”라고 하며 ‘유산슬’이라는 ‘부캐릭터’의 목표와 미션을 자연스레 부여한다. 유재석은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유산슬’이라는 트로트 가수로 새로운 정체성을 얻게 되며 노래, 안무 연습, 뮤직비디오 촬영, 트로트 데뷔 무대, 홍보 무대 등 그가 일상에서 접하지 못했던 낯선 미션들을 ‘부캐릭터 유산슬’로 수행하게 된다.

예컨대, 최고의 트로트 신인 가수로 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조력자들은 ‘유산슬’에게 “자네가 개그에서 최고인데, 노래는 최악이거나 보통이거든?”이라고 하며 잔소리를 하거나 꾸중을 하는 모습, 갑자기 버스킹 무대에 데뷔 무대를 갖게 하여 당황하는 모습,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를 올라가는 모습과 긴장한 모습 등을 보여준다. 이는 유재석이 프로답게 진행하고, 모든 것을 다 잘해나가는 ‘국민 MC’의 위치가 아닌 모든 것을 처음 접하고 어리숙하며 일반 시청자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인간적 면모와 결함이 가득한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이라는 위치로 전복된다.또한 “유산슬이라는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유산슬인지 유재석인지 혼란이 온다.”라고 하며 ‘본캐릭터 국민 MC’와 ‘부캐릭터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의 거리적 괴리감에서 오는 정체성 혼란의 고민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유재석은 ‘본캐릭터’와 ‘부캐릭터’간의 정체성 혼란을 인지하고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여기에서 간극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에피소드가 된다. ‘본캐릭터’ 유재석은 결국 이러한 정체성 수용 이후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에게 주어진 미션을 끊임없이 수행한다. 다양한 미션을 마친 ‘유산슬’은 하나의 독립된 서사를 지닌 고유한 캐릭터로서의 존재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리고 성장을 끝마친 ‘유산슬’은 유재석의 ‘본캐릭터’로 편입되며 한 회의 에피소드가 마무리된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프로그램 진행 30년 경력인 ‘국민 MC’유재석을 트로트 가수로서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완벽한 이미지의 ‘본캐릭터’를 평균 이하의 모습, 모순과 결함을 가진 ‘부캐릭터 유산슬’로 전복하는 것에 있으며 이를 통해 시청자는 ‘부캐릭터’가 느끼는 정체성 혼란, 그리고 점차 극복해나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것으로부터 반전과 의외성, 돌발적인 웃음을 얻게 된다.

이러한 ‘부캐릭터’의 성장 서사는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뭐든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게 된다. 마침내 성장한 영웅적 캐릭터와 본인을 동일시하면서 프로그램에 몰입하고 호응하게 된다[1]. 이를 통해 ‘부캐릭터’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며 더욱더 ‘부캐릭터’에 열광하고 응원하게 된다.

3.3 부캐릭터 전략 3: 에피소드의 확장

<놀면 뭐하니?>는 일회적으로 ‘부캐릭터’를 구현하는 것이 아닌 해당 ‘부캐릭터’에 다양한 서사를 내재시킨다. 또한, 그것을 토대로 다른 ‘부캐릭터’와의 관계성을 이루며 끊임없이 에피소드를 만들고 확장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는 두 가지의 방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로는 과거 서사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주식회사 H&H’ 특집에선 마음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는 대표이사 ‘유팡’의 비밀스러운 ‘부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마법처럼 등장하는 물건’, ‘신비한 이곳에 자리 잡은 남자’, ‘지게를 쓰는 사진’, ‘말을 타거나 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하는 흑백 사진’등 ‘수 세기에 걸쳐 사람들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애쓴 배송 전문가’라고 해당 ‘부캐릭터’에 이미지, 자막, 편집 효과 등을 추가해 과거에 대한 서사를 부여한다. 이 과거 서사는 차후 ‘주식회사 H&H사랑편’으로 이어진다. ‘유팡’의 동생 ‘러브유’라는 ‘부캐릭터’로 관계성을 추가하여 에피소드를 확장한다.

두 번째로는 닫힌 결말이 아닌 열린 결말로서 서사를 일시적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에피소드로 ‘부캐의 세계’ 특집을 예로 들 수 있다. 1년간 유재석이 구현해왔던 ‘부캐릭터’들이 마치 같은 시공간에 있는 것처럼 편집해 라이브 방송 맞대결을 하는 평행세계 컨셉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갑자기 트로트를 부르게 된 신인가수 ‘유산슬’, 갑자기 손님을 초대하여 라면 한 그릇을 대접하는 ‘유라섹’, 새벽까지 일하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전해주는 ‘유DJ뽕디스파뤼’이 세 ‘부캐릭터’들은 일명 ‘유(Yoo)니버스’라는 세계관을 구축했다.

통상적으로 한 ‘부캐릭터’의 서사가 끝이 나면 다음 특집에선 다른 ‘부캐릭터’의 서사가 시작된다.해당 ‘부캐릭터’에 몰입을 한 시청자는 ‘과연 이후의 서사가 어떻게 됐을까?’라는 궁금증과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부캐릭터’의 서사를 열린 결말로 일시적 마무리를 하며 다른 ‘부캐릭터’와 관계성 구축을 바탕으로 또 다른 에피소드로서 확장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두 가지 방식은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텔링의 특징으로 보인다.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텔링은 제작진이 어떤 ‘부캐릭터’를 선택했는지에 따라 세부적인 스토리가 다르게 진행될 수 있어 다양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에 따라 선택의 폭을 크게 하고 캐릭터 중심으로 사건들이 연결되며 전개 속도에 맞추어 캐릭터가 변화하고 성장할 때 풍부한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게 되고 몰입의 효과가 뛰어나게 된다[11].

4. 결론

현재 예능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방송 콘텐츠는 다양한 온라인 미디어와 플랫폼의 공격에 직면하여 미디어로서의 지속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12].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온라인 미디어 콘텐츠와 플랫폼이 생겨나는 요즘, 방송 콘텐츠는 복잡한 현대사회를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트렌드에 민감한 예능프로그램 특성상 대중이 원하는 캐릭터를 발 빠르게 구축하는 것에 따라 성공 여부가 달라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예능프로그램은 기존에 캐릭터를 구현해온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략인 ‘부캐릭터’를 적극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본 연구는 <놀면 뭐하니?>를 ‘부캐릭터’ 열풍의 시초격이자 선두주자로 판단하고 전략을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그 결과 첫째, 사회문화적 환경에 적합한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부캐릭터’에 차용한다. 이로써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따라가거나 선도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기존 캐릭터에 부적합한 요소가 있더라도 현 상황에 적합한 또 다른 ‘부캐릭터’를 형성함으로써 언제든 발 빠른 대처가 가능했다. 시청자가 원하는 ‘지금 여기’의 ‘부캐릭터’를 구축하여 효율적으로 트렌드에 따를 수 있었으며, 이는 프로그램을 계속 낯설고 환기해주는 효과를 준다.

둘째, 단순히 트렌드에 맞는 ‘부캐릭터’를 형성하는 것이 아닌 일련의 성장 서사를 겪는 ‘부캐릭터’로 구축한다. 완전 무결해 보이는 ‘국민 MC’의 유재석이 신인이라는 위치의 ‘부캐릭터’로 전복된다. 정체성 혼란을 겪지만 좌절하는 것이 아닌 도전하고 끝내 성장을 한다. 이는 시청자에게 성장의 기쁨과 결실을 대리 충족하는 역할을 하며 몰입을 극대화하고 있다.

셋째, ‘부캐릭터’에 다양한 서사를 내재함으로써 주변 ‘부캐릭터’와 끊임없이 관계성을 이루며 에피소드를 확장하고 있다. 이는 정형화되고 고정된 포맷 형식이 아닌 캐릭터 중심 스토리텔링의 방식을 택함으로써 어떤 형식이든 서사를 유연하게 변형하거나 확장할 수 있다. 또한, 확장된 것을 토대로 제작진과 유재석의 무한한 창조력을 발현시킨다.

이러한 전략적 차원에서 ‘부캐릭터’는 서사의 구성요소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닌, 서사를 이끄는 주도적인 역할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독립적인 개체로서 타 미디어와의 교섭과 융합이 자유롭다.방송사 간의 벽을 허물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캐릭터와 관계성을 구축하여 색다름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만큼 ‘부캐릭터’의 세상은 풍부하고 극도로 변화무쌍하기에 진정한 서사이자 비교할 수 없는 풍부한 인물과 공간,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3].

본 연구는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의 ‘부캐릭터’에 한정하여 연구했다는 한계가 있다. 다양한 ‘부캐릭터’가 등장하고 있어서 이에 관한 확장된 연구가 필요하다. 남성 캐릭터인 유재석과 다르게 여성 연예인의 ‘부캐릭터’는 어떠한 방향성과 전략을 보여주는지, ‘부캐릭터’의 본래의 캐릭터가 누구인지 확연하게 드러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전략과 효과 등에 관한 연구, 그리고 ‘멀티페르소나’의 일면일 수 있는 ‘부캐릭터’가 담고 있는 사회문화적 함의 등이 향후 연구 과제가 될 것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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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 Jung, Entertainment Program Storytelling, Communication Books, Seoul, 2015.
  3. M.H. Kang and S.W. Lee, "Multi-Persona's Cases and Meanings," Korean Literary Creation Society, Vol. 19, No. 2, pp. 123-143, 2020.
  4. National Institute of Korean Language Standard Korean Dictionary,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View.do?word_no=341760&searchKeywordTo=3 (accessed march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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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D.H. Lee, "A Study on Archetype of Narrative-Space in Growth-Narrative - Focused on the Novel Won-Deuk," The Journal of Culture Contents, Vol. 0, No. 5, pp. 185-212, 2015.
  11. M.J. KIM and Y.S. Jung, "Game Storytelling System in View of Character-centered Standpoint," Proceeding of the Korea Contents Association Conference, pp. 418, 2005.
  12. S.K. Shin, "Ideological Approach to Television Dispositif," Journal of Korea Multimedia Society, Vol. 21, No. 12, pp. 1522,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