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I QR코드

DOI QR Code

A Study on the Aesthetic Singularity in the Salpuri Dance by Types - Focused on Honam Region

류별 살풀이춤에 나타난 미적 특이성에 관한 고찰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 Received : 2021.03.17
  • Accepted : 2021.04.26
  • Published : 2021.05.28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produce the results of the cultural aspects of the Honam region and present the aesthetic specificity of the traditional dances inherited in the Yehyang Honam region. The research method examined the regional characteristics of Honam dance and the form of Lee Mae-bang, Choi Seon, Jang Geum-do, and Cho Gap-nyeo Salpuri dance, and analyzed the authenticity and dance tendencies of Honam dance through the analysis.The work of understanding the background of local culture and creating cultural values through these representative salpuri dances in Honam region is an attempt to reflect on the essential value of the region as an intangible heritage of the region.

본 연구는 예향 호남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전통춤 중에 류별 살풀이춤들은 호남 지역의 문화적 양상에 어떠한 영향을 받았는가를 도출하고 그 미적 특이성을 제시하는데 본 연구의 목적이 있다. 연구방법으로는 호남춤의 지역적 특성과 호남지역 교방에 뿌리를 두고 계승·발전되고 있는 이매방, 최선, 장금도, 조갑녀 살풀이춤의 구성 형태를 살펴보고 작품구성에 대한 분석을 통해 호남춤의 정통성과 춤 성향을 알아보고 이를 통해 호남지역 살풀이춤의 예술적 독창성과 호남춤으로서의 명맥, 그리고 전승과 창조적인 발전을 지역적 특수성과 연관 지어 보고자 진행하였다. 이러한 호남 지역의 대표적인 살풀이춤을 통해 지역문화의 배경을 이해하고 문화적 가치를 생성해 내는 작업은 지역의 무형유산으로서 본질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성찰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Keywords

Ⅰ. 서론

살풀이춤은 살풀이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는 음악적 형식이 갖추어진 춤이기는 하나, 우리 민족의 가장 보편적인 정서인 ‘한(恨)’의 정서를 내포하고 있고, 춤을 추는 사람의 감정과 정서에 따라 즉흥성이 강하며 또한 지역, 풍습, 환경, 시대적 특징 그리고 춤을 추는 개개인의 정서 등 춤추는 사람의 개성을 마음껏 들어낼 수 있는 춤이라 하겠다[1].

이러한 살풀이춤은 현재에는 기방계, 재인계, 무속계를 비롯해 토속적이며 향토색 짙은 계열 등의 여러 류가 형성되어 각 지역별로 다양한 살풀이춤이 전승되고 있다.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함에 있어서 지역화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분석을 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으며 춤 예술도 예외는 아니다. 춤은 같은 종교적 신화와 사상에 의해 발생되었다고 하지만 지역적 차이와 예술의 독창성은 무궁무진한 미학적 특성으로까지 이어지며 고유의 특색 있는 문화를 창조[2]함에 있어 그 가능성은 무한하다 하겠다. 따라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함에 있어 객관적 지표가 될 지역 춤에 대한 연구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라 사료된다.

한국 춤에 대한 지역 연구를 위해 한반도의 지역구분에 따른 춤의 분포를 구분하면, 한강이북의 북쪽 지역 춤과 한강유역의 중부지방의 지역춤, 남쪽지방의 지역 춤의 성격들이 서로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한국 전통춤 연구자인 정병호는 양 지역의 특성을 “경상도의 춤은 남성적이고 절도가 있는 춤인데 비하여 전라도의 춤은 부드럽고 유연성이 있는 여성적인 춤이라 할 수 있다. 또 경상도가 탈춤이 발달한 곳이라면 전라도는 농악과 소리 춤이 발달한 곳[3]”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춤은 이와 같은 형성 요인으로 지역마다 각기 다른 양태를 띤 춤들이 발생하기도 하고 교류를 통해 변천하면서 춤 문화권과 지역 춤을 형성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춤 형태에 대한 연구에 있어서 춤의 원류와 외적 형태의 문화적 배경은 지역적 특성의 연구를 통해서 보다 객관적인 의미들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민속 문화의 지역적 특수성은 공간적 산물이면서 시간적 산물이며, 언젠가 그 지역에서 존재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끊임없이 변화해온 역동적인 결과물이다[4]. 춤을 춰온 이들의 연고와 지역에 따라 그 지방의 기후와 풍습, 지리적, 역사적 환경의 영향에 따라 춤의 색깔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나며, 춤과 지역성의 연관관계상 하나의 춤은 한 지역의 문화적 배경과, 그 지역의 다양한 환경요소에 영향을 받아 독특한 특성을 드러내는데 이렇듯 한국 춤은 같은 살풀이춤이라 해도 그 춤이 행해지는 지방과 연희자에 따라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양상들은 한국 춤의 예술적 깊이를 형성하는데 있어 근간이 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예향 호남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전통춤 중에 류별 살풀이춤들은 호남 지역의 문화적 양상에 어떠한 영향을 받았는가를 도출하고 그 미적 특이성을 제시하는데 본 연구의 목적이 있다.

연구방법으로는 호남 춤의 지역적 특성과 호남지역 교방에 뿌리를 두고 계승·발전되고 있는 이매방, 최선, 장금도, 조갑녀 살풀이춤의 구성 형태를 살펴보고 작품 구성에 대한 분석을 통해 호남 춤의 정통성과 춤 성향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호남지역 살풀이춤의 예술적 독창성과 호남 춤으로서의 명맥, 그리고 전승과 창조적인 발전을 지역적 특수성과 연관지어 보고자 한다. 단 본 연구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호남지역 살풀이춤에 대한 고찰은 춤사위의 면밀 분석보다는 전승과정에서 살풀이춤이 표현되어지는 양상 및 외형적 특성에 나타난 지역성을 위주로 춤의 본질적인 전승현상과 다양성에 대한 주목으로 연구 범위를 제한하고자 한다.

Ⅱ. 호남지역 살풀이춤의 류별 특징

1. 이매방류 살풀이춤

1.1 유래 및 전승

이매방은 1927년 전라남도 목포시 대성동에서 태어난다. 조부인 이대조는 목포 권번에서 승무와 창, 북을 가르쳤으며 예인의 집에서 자연스레 소리와 춤을 익히며 성장했다. 유년시절 그의 집에는 목포 권번의 권번 장이었던 함국향이라는 기생이 세 들어 살고 있었다. 또한 할아버지가 권번의 가무 선생이란 점, 고모 한 분도 소리로 유명하였던 이소희였으므로 그의 환경은 자연스레 예인의 맥을 따라 춤을 배울 수밖에 없는 자연스런 환경에 놓여 있었다고 본다[5].

이매방의 원명은 이규태이며 1927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이매방의 살풀이춤은 멋과 흥, 한(恨)과 신명을 표현해주며 교태미의 아름다움이 두드러진다. 이매방의  살풀이춤은 호남류의 색체는 없으나 이매방이 남자이면서도 어려서부터 기방에서 성장하면서 배운 기방춤이 바탕에 깔려 있어 모으는 사위가 많은 여성적인 「기방계 살풀이춤」의 교태미적 성격이 두드러진다[6]. 또한 춤사위의 기교가 뛰어나며 한과 설움을 위주로 하여 흥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춤이다. 이매방의 살풀이춤은 맺고 푸는 측면에서 본다면 푸는 쪽의 춤, 즉 신명의 춤으로 이끌어가면서 한국인들의 신명을 잘 대변해주는 춤이라고 할 수 있겠다[6].

국가무형문화재 97호인 이매방류 살풀이춤의 계보는 목포권번의 신방초, 신영두, 안두온, 이정선, 김금옥 → 이창조, 이대조, 박영구 → 이매방[7]으로 이어지며 이 춤은 잘 다듬어진 전형적인 교방춤의 산물로 춤사위의 기교가 화려하고 멋스러우며 흥을 위주로 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몸의 꼬임이 많고 여성스러운 섬세함이 조화로운 교태미를 나타낸다. 즉, 이매방류 살풀이춤은 남성적인 비장미에 여성적인 우아함과 화사함이 조화를 이루어 흥과 신명이 있는 춤으로서 유연하고 다양한 변화로 단절되지 않은 끈끈한 연결로 서서히 춤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어 화려한 춤의 최고 경지를 보여준다[6].

1.2 무복 및 무구

무복 : 복식에 있어서 이매방류 살풀이춤은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른 배색으로 바꾸어 사용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남성은 흰색 바지, 저고리 위에 안은 대추색이고 겉은 연분홍색 쾌자, 그 위에 동정을 뒤로 젖힌 옥색 무동복을 입고 머리에 남바위를 쓴다. 여성은 녹색 치마, 자주고름의 녹색 저고리를 입고 안은 대추색이고 겉은 연분홍색 쾌자, 그 위에 동정을 뒤로 젖힌 옥색 무동복을 입고 머리에 조바위 또는 아얌을 쓰고 춤을 춘다[7].

남녀 모두 소매는 곡선을 살린 붕어소매 또는 재래배 배래로 소맷자락이 유연한 곡선을 이루며 3중으로 껴입은 복식의 각기 다른 색상이 조화를 이룬다. 주조가 되는 색은 백과 홍 저고리 쾌자 무동복 3겹이 겹쳐 나비 모양으로 고름을 매며 그 좌우에는 옥색의 매듭을 단다[8].

무구 : 살풀이 수건

1.3 장단

이매방류 살풀이춤은 살풀이 141장단 → 자진 살풀이 62장단 → 느린 살풀이 8장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악기는 피리, 해금, 장구, 징, 북 등이 기본악기로 사용되는 삼현육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 1. 이매방류 살풀이춤 장단 구성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1.4 춤사위 특성

상체사위 : ▪휘젖는 사위▪채는 사위▪꼬리치기▪ 수건돌리기▪수건 휘날리기▪펴는 사위▪비껴든 사위 ▪앞으로 뿌리는 사위▪뒤로 젖혀 뿌리는 사위▪평사 위▪걸치기

하체사위 : ▪잉어걸이▪완자걸음▪까치걸음▪비디 딤▪빙글 도는 사위▪뱅글 도는 사위▪맺는 사위

몸통사위 : ▪지숫는 사위▪어르는 사위[9]

이매방류 살풀이춤은 도입부 첫 박에 몸을 위로 솟으며 맺었다가 서서히 풀어나가는 정지한 순간의 감흥이라기보다는 장단과 장단사이에 내딛는 디딤세가 많다. 멋과 흥을 돋우는 디딤세로 장단의 맥을 정확히 짚어내며 직선이 아니라 반원이나 태극의 곡선으로 원형적인 춤의 형태를 갖고 있다. 용트림처럼 세찬 힘으로 구불거리기도 하고 새의 날개 짓처럼 아기자기하게 그려내는 곡선의 디딤세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어 강한 인상을 주고 꼬리치기, 방아사위, 수건 채는 사위, 몸 돌리는 사위 또한 많이 나타나는 사위 중 하나로 춤 전체에 풍요로움과 감칠맛이 있고 역동성 있는 춤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자진 발놀음의 대표적인 디딤세는 빠르고 민첩하게 다양한 기교로 변화를 주어 춤을 한 층 더 탄력 있고 윤기 있게 만들며 고조되는 흥과 멋이 어우러져 춤의 화려한 절정을 이루게 된다. 신명난 자진몰이 특유의 맛을 살려 슬프게 추어지며 이러한 이매방류 살풀이춤의 디딤세는 까치걸음, 잉어걸이, 완자걸이 등으로 대두되는데[8] 전라도 지역의 춤 특성인 손목사용이나 평사 위의 사용보다는 몸통의 관절을 이용하여 춤을 추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동작이 많았고 상체·하체사위의 비중이 비슷한 특징이 있다.

2. 최선류 호남살풀이춤

2.1 유래 및 전승

최선류 호남살풀이춤은 전주 국악원에서 춤선생으로 활동했던 추월에게서 배워온 수건춤을 그의 꾸준한 연마와 예술 활동을 통해 무대화 작업을 거쳐서 완성시킨 춤으로 1996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5호 호남살풀이춤·동초수건춤으로 지정되어 최선(최정철)에 의해 전승되어지고 있다.

최선은 김미화에게 처음 무용을 접하였고, 창작춤은 정인방에게 영향을 받았다. 춤 입문 당시 전주권번의 기녀 출신 정목단을 비롯한 김추월 등에게 입춤·북춤· 승무를 익혔고, 정소산, 은방초에게도 전통춤과 신무용을 배웠다.

최선류 호남살풀이춤의 계보는 전주 정동권번의 김추월 → 최선(최정철) → 최지원(전수교육조교)으로 이어지는데 호남살풀이춤은 여느 살풀이춤에서 보여지는 형식의 하나인 바닥에 엎드려 떨어뜨린 수건을 잡고 얼르는 춤사위가 없는 것이 특징이며 살풀이춤에서 빠진 이와 같은 춤사위 구성 형식은 동초수건춤에서 보여진다. 최선의 호남살풀이춤은 뿌려지는 수건에서 직선과 곡선의 조화로움이 마치 한 폭의 난을 치는 것과 같은 형상을 연상시키며 절제된 호흡에서 한 번 더 솟구치는 호흡과 엇박·정박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까치걸음으로 이동하는 춤사위들은 학이 날고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특징을 보여준다[10].

또한 이 춤은 춤사위의 변화 폭이 크고 동작이 시원스러우며 상체의 동작이 많은 변화를 추래하면서, 특히 호남 지방의 특징인 춤의 흐르는 선이 깨끗하고 깔끔하며 반듯한 자세에서 나오는 고고한 기품이 어려 있다 [11]. 춤을 출 때에는 항상 어깨에 바위를 들쳐 메고 춤추듯이 무겁게 그러나 내면의 감성은 즐겁게, 또한 학처럼 두 날개를 펴고 빙글빙글 돌며, 항상 버선 코끝이 위로 올라가도록 하며, 두 손은 많이 올리지 않고 손가락사이를 붙여 손은 힘없이 하며 손목을 떨어뜨려주는 것[11]이 특징이다.

2.2 무복과 무구

무복 : 최선의 호남살풀이춤의 복식은 남자는 흰 바지와 조끼형 저고리를 기본으로 하고 속 두루마기 위에 속 쾌자를 입고 그 위에 쾌자형 겉 두루마기의 고름을 뒤에서 리본으로 묶어 앞을 개방하여 입는다. 저고리와 겉 두루마기의 소매부분을 삭제하여 조끼형 저고리와 쾌자형 두루마기를 입는 것은 팔 부분을 날렵하게 하여 동작이 많은 팔사위의 유연함을 위한 것이다. 이때 쾌자와 두루마기에는 무를 달아서 넓은 A자 형태를 만들어 춤사위와 어우러져 학의 날개와 같은 몸짓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하며, 공연무대의 상황에 따라 속쾌자 또는 쾌자형 겉 두루마기의 무 부분을 옥색 또는 보라색으로 색을 첨가하기도 하고 겉 두루마기에 그림을 그려 입기도 한다. 그리고 머리에는 일반적인 초립과는 형태가 다른 특수 제작한 초립 갓을 착용하는데 이는 호남살풀이춤의 상향 지향적 팔동작이 많은 것을 고려하여 최선이 고안해 낸 것이다. 또한 갓의 양태부분을 뒤집어 붙이고 양태와 총모자 부분에 깃털과 금술 및 보석으로 장식하여 화려함을 추구하고 있다. 여자는 자주색 삼회장이 있는 백색 저고리에 남색 끝동을 다는데 깃·고름·곁마기·끝동부분에 모두 은박을 찍고 옥색치마를 착용하여 교방의 화려함을 지향하고 있다[10].

무구: 살풀이 수건

2.3 장단

최선류 호남살풀이춤의 장단은 남도 살풀이 81장단 → 자진굿거리 42장단 → 느린 살풀이 10장단 구성으로 시나위선율을 얹은 반주악기와 더불어 구음이 더해져있고, 신나는 듯 아닌 듯 한의 정서가 깊이 깔려 있다.

표 2. 최선류 호남살풀이춤 장단 구성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2.4 춤사위

상체사위 : ▪감아 걸치기▪꼬아 감기▪던져 풀기▪ 들쳐 매기▪머리 감기▪멍석 모리▪수건 어르기▪채켜 쓰기▪휘어 감기▪학체 펴기▪굴려 뿌리기▪사선 걸치기▪꺾음 사위▪굴려 걸치기▪여며 풀기

하체사위 : ▪갈팔 질팡 걷기▪구름 날기▪구슬 차기 ▪겅중 돌기▪게발걸음▪之자 돌기▪반 무릎 돌기▪찍고 서기▪궁체 돌기

몸통사위 : ▪버드나무 사위▪짓으기

최선의 호남살풀이춤은 춤사위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상체사위의 용어가 하체사위와 몸통사위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상체의 동작이 많은 변화를 추래하면서 호남지방의 특징인 몸의 꼬임이 적고 반듯한 자세에서 나오는 동작의 담백함이 특성적이다. 남도 살풀이장단의 춤사위는 엇가락을 사용한 깊은 호흡과 어깨짓으로 시작하여 무거우면서도 간결하며 감아걸치기, 굴려뿌리기, 사선걸치기, 꼬아감기, 학체펴기, 구름날기 등 상체사위의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는 특징이 있다. 또한 남도살풀이 장단에서 자진 굿거리장단으로 넘어가는 마지막 장단에 호남살풀이춤의 특징적인 춤사위인 멍석모리가 보여지는데 이 춤사위는 양 손에 잡은 수건을 머리위로 멍석을 말듯이 한 바퀴 말아 올리는 동작으로 다소 긴 듯한 남도살풀이 장단의 무거운 분위기를 신명의 호흡으로 전환시킨다. 자진굿거리 장단에서만 사용되는 버드나무 사위와, 之자 돌기 등은 뿌려지는 수건에서 난을 치는 듯한 곡선과 직선의 묘미를 더해준다. 느린 살풀이장단에서는 호남살풀이 춤의 남도 살풀이장단의 시작과 같은 동작을 조금 더 절제된 호흡으로 시작하여 학처럼 두 날개를 펴고 빙글 빙글 도는 듯한 동작으로 무대의 중앙에서 춤의 마무리를 하는 특징이 있다.

3. 장금도류 민살풀이춤

3.1 유래 및 전승

장금도는 군산 소화권번 출신으로 권번춤의 내력과 전통춤 학습 및 활동을 알 수 있는 전통 춤사위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춤꾼이다. 장금도류 민살풀이춤의 계보는 도금선 → 장금도로 이어지는데 도금선은 경북출신이지만 전주의 전주권번에서 활동한 예인이었다[12]. 이렇듯 장금도는 군산 소화권번 춤 선생으로 활동했었던 도금선의 민살풀이춤을 계승하였는데 도금선(都錦仙 1907~1979)은 군산일대를 주름잡던 춤꾼으로서, 전주권번과 군산 소화권번에서 춤 선생으로 활동하였으며, 한때 최승희도 도금선의 ‘기러기춤’을 배웠다[13]고 한다. 즉, 장금도류 민살풀이춤은 도금선으로부터 배우고 익힌 살풀이를 장금도만의 색채를 입혀 완성한 것이다.

1928년생인 장금도 명인은 전북 군산서 11세때 권번에 입소, 이듬해부터 춤 수업을 받았다. 졸업시험에서 종합 1등으로 예기허가증을 받았으며, 창극단 생활을 거쳐 권번으로 돌아갔다. 결혼 후 공백기를 거쳐 군산서 춤을 재개한 것이 18세때. 서울 명월관 국일관으로 불려 다녔고, 한국전쟁 후 군산 일대 최고 춤꾼으로 이름이 났다. 1956년 아들 교육을 위해 소리와 춤을 접었으나 1980년대 초반 국립극장에서 열린 명무전 공연을 통해서 세상에 다시 알려지게 되었다. 그 후, KBS방송 출연과 1998년 제1회 서울세계무용축제 중 ‘명무초청 공연’ 출연, 2004년 ‘여무, 허공엔 그린 세월’ 출연, ‘남무, 춤추는 처용아비들’ 특별출연, 2005년 제8회 서울 세계무용축제 중 ‘전무후무’ 출연, 2006년 ‘전무후무’ 프랑스 초청공연 출연 등 본격적으로 활동영역을 넓혀 갔으며 장금도의 춤은 기정희, 신명숙, 송미숙이 계보를 이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13].

3.2 무복과 무구

무복 : 장금도류 민살풀이춤의 무복은 따로 정해진 것은 없으나 장금도는 명무전 공연시 흰색 치마‧저고리에 남색 옷고름의 한복을 입었다. 본래는 고름까지도 흰색인 소복을 입었었으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시각적인 것을 의식해서 바꾼 것이라 하였다. 83년 명무전 공연 당시에 장금도는 옥색 비녀에 약간의 무늬가 들어간 위아래 흰색의 한복을 입고 추었었다. 이 때 고름색은 흰색이었다. 그렇지만 2004년<여무(女舞), 허공에 그린 세월>공연 시에는 무늬 없는 위아래 흰색 한복에 남색 고름의 복색을 하고 추었다[14].

무구 : 없음

3.3 장단

장금도류 민살풀이춤의 장단은 살풀이 56장단 → 자진모리 32장단 → 동살풀이 24장단 → 살풀이 8장단의 구성을 이루고 있으나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즉흥성이 살아있기 때문에 공연에 따라 장단구성과 장단수, 장단의 연주시간, 춤의 길이 등이 각기 다르며[12], 동살풀이는 다른 유파의 살풀이춤에서는 볼 수 없는 장금도의 민살풀이춤에서만 볼 수 있는 춤으로서, 고정된 것은 아니며 가변적(可變的)이라 할 수 있다. 장금도는 춤을 추다가 흥이 나면 동살풀이 장단까지 가미해서 춤을 추었는데, 이러한 점 때문에 ‘동살풀이춤’으로 불리기도 한다[13].

표 3. 장금도류 민살풀이춤 장단 구성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3.4 춤사위

상체사위 : ▪한손사위 ▪양손사위 ▪한손 엎고 뒤집는 사위 ▪양손 엎고 뒤집는 사위 ▪날개사위 ▪한손 뒤로 매는 사위 ▪양손 교대로 엎고 뒤집는 사위 ▪꽃 봉우리 사위

하체사위 : ▪가지사위 ▪까치체▪잉어걸이▪완자걸이▪디딤세 ▪까치발로 회전하기 ▪치마 잡고 걷는 사 위

몸통사위 :▪어깨놀음

장금도의 민살풀이춤은 거의 모든 장단에서 사용되는 손사위·발사위의 유형이 장단마다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어지고 있는 특징이 있다. 한손사위와 양손사위는 도입부의 살풀이장단에서는 앉으면서 한손사위, 앉으면서 양손사위로 발전된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한손사위, 양손사위, 한 손 엎고 뒤집는 사위, 양손 엎고 뒤집는 사위, 날개사위, 한 손 뒤로 매는 사위, 디딤세, 까치체 등이 주로 매장단에서 사용되어지고 있다.

도입부의 살풀이장단에서는 정중동의 춤사위를 정갈한 발디딤과 함께 보여주고 있으며 자진살풀이장단에서는 사선, 태극동선의 사용과 좌우의 움직임을 잦은 발디딤과 까치체의 사용으로 상체보다 하체의 움직임을 강조한다. 앞 장단의 정갈함에서 자진살풀이장단의 경쾌함은 한층 흥을 불러일으킨 후 동살풀이장단에서는 상체위주의 어깨짓으로 시작된 춤사위의 동작이 좀 더 커지고 섬세해지는 특징을 보이며 마지막 살풀이장단에서는 공간의 이동은 거의 없이 중앙에서 마무리한다[13].

상체를 많이 숙이기도 하고 팔을 머리위로 들기도 하며 어떠한 동작형태를 완성하기보다는 동작의 흐름이 주가 되며 다리를 들거나 무릎굴신 사용이 많아 공간이동 또한 많은 특징이 있다. 계획하지 않고 넘나드는 발동작과 이에 따른 팔동작은 동작의 형태보다는 좌우호흡에 의한 깊은 몸짓에서 보이는 자유로움이 특징적이다[15]. 이렇듯 장금도의 민살풀이춤은 몸통 사용을 절제하는 호남류의 살풀이춤의 특색을 잘 표현하고 있는데 동작이 담백하고 소박한 특징을 보여준다. 또한 권번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우리춤의 즉흥성과 인위적이지 않은 몸짓을 지니고 있는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춤이며 수건을 들지 않고 동살풀이장단이 들어간다는 특이성을 지니고 있다[14].

4. 조갑녀류 민살풀이춤

4.1 유래 및 전승

동편제의 탯줄로 알려진 전라북도 남원은 조선후기 교방이 존재해 가무악을 전수했고, 일제강점기에도 이러한 가무악의 맥은 권번을 통해 훼손되지 않은 채 이어져왔다[13].

남원권번은 1921년 남원의 유지들에 의해 광한루 경내에 세워졌던 현남원국악원의 전신으로서 4년 과정으로 엄격한 학습을 하였는데 예인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것을 예절교육으로 꼽고 까다로운 예절교육을 마친 후에야 악기와 소리공부를 하고 더불어 춤을 배울 수 있었다. 소리는 시조, 단가, 흥부가, 춘향가, 수궁가, 적벽가, 심청가를 기본으로 모두 배우고 악기와 소리를 익혀 장단을 알아듣게 되면 춤 교육을 받았다[13].

이렇듯 전라북도에서 유명한 남원권번 출신인 조갑녀는, 1923년생으로서 6세 무렵 전북 남원권번에서 악기, 시조, 단가와 판소리에 이어 승무, 검무, 살풀이춤을 배웠고 1934년(당시 11세) 제4회 춘향제를 통해 ‘남원의 소녀 명무’란 소리를 들었다. 30년 동안 춤판을 멀리했던 조갑녀는 1971년부터 1976년 국악계 인사들의 간곡한 청을 못 이겨 춘향제에 잠시 참석하였으나, 본격적인 활동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1985년 구희서 평론가의 기획으로 ‘한국의 명무’에 섰으며, 2007년 제10회 서울세계무용축제에 ‘어머니의 춤’을 춰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13].

조갑녀의 ‘어머니의 춤’을 본 관객들은 ‘극히 단아하고도 절제된 춤사위에 객석은 얼어붙은 듯했다’고 기억한다. 요약하자면 '법도 있는 무거운 살풀이'의 재탄생이었다. 그의 춤을 아는 사람들은 '인간문화재'라는, 마지막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고향 남원에서는 지난해부터 그의 전수관 건립을 검토 중에 있으며, 2008년 5월 문화재 지정을 신청, 남원 지방문화재가 됐다. 최근 인터넷 등에서 인간문화재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에 대해 조갑녀는 "나한테서 춤을 배운 딸이 지난해 5월 이장산의 마지막 직계라며 남원시에 이야기했다. 요즘은 인간문화재가 되어야 춤을 인정해 주는 모양이다. 젊은 사람들 앞에서 시험 치듯 춤을 추려니 가슴 아팠다. 나한테 '장단을 아느냐'고 묻던데, 어이없었다."라고 답하였다(한국일보, 2009.4.28). 문화재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예술가의 위상은 높아졌으나, 반대로 생각하면 조갑녀의 회답과 같이 미지정된 문화재에 대해서는 그 가치를 너무 낮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13]. 직접적인 전수활동보다는 복원 및 재현을 통한 활동이 주를 이루면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다른 유파의 살풀이춤에 비해서 전수활동이 활발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조갑녀류 살풀이춤의 계보는 남원권번의 이장산 → 조갑녀로 이어지며 두 딸인 정명희, 정경희에게 전수되어 춤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13]. 조갑녀류 살풀이춤 역시 수건 없이 맨손으로 추며, 좁은 방 안에서 춤을 추던 모습 그대로 중앙에 돗자리를 깔고 돗자리 공간 안에서만 춤을 춘다[16].

4.2 무복과 무구

무복 : 조갑녀류 살풀이춤 의상은 머리장식이나 추가 소품 없이 흰색 저고리, 흰색 치마, 흰색 고름을 기본의 상으로 착용한다[16].

무구 : 없음

4.3 장단

조갑녀류 민살풀이춤의 장단구성은 살풀이 47장단 → 자진모리 27장단의 구성으로 단조로운 듯하나 시나 위선율을 얹은 반주가 동반하여 기교를 더하며 기본악기로는 삼현육각 향피리, 대금, 거문고, 장구, 북으로 구성되어 있다[15]. 그러나 가야금, 해금, 아쟁 등을 비롯하여 구음과 타령 등 즉흥적인 악기구성 만으로도 춤이 가능하다[17].

표 4. 조갑녀류 살풀이춤 장단 구성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4.4 춤사위

상체사위 : ▪양우선▪평사위▪하사위▪상사위▪안 가랑 사위

하체사위 : ▪좌우걸이▪잉어걸이▪완자걸이▪까치 디딤▪비디딤

조갑녀의 민살풀이춤은 비정비팔(非丁非八) 모양의 발사위로 인해 무대 왼쪽의 악사들을 보게 되는 춤 자세의 특징을 나타내며 무대 중앙에 깔아놓은 돗자리 위에서만 춤을 추는 특징이 있다. 또한 상사위와 까치디딤은 자진 살풀이장단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살풀이장단 춤사위의 전반부에는 하체의 발사위로 시작해서 팔사위는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듯 표현하며 후반부로 갈수록 무겁고 절제된 동작을 더욱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양우선, 평사위, 하사위, 좌우걸이의 손사위가 자연스러운 멋을 표현하고 맺고 어르고 푸는 호흡이 손목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타나며 잉어걸이, 완자 걸이 등의 발사위는 원을 그리는 듯 무거우면서도 삼진삼퇴(三進三退)의 구조 변화를 이루고 있다.

살풀이장단의 춤사위가 발사위로 시작된 반면 자진 모리장단의 춤사위는 한손사위로 시작하는데 양우선, 평사위, 좌우걸이, 하사위, 상사위의 손사위가 절제의 미를 표현하고 있으며 잉어걸이, 완자걸이, 까치디딤의 발사위는 무겁지만 흥겨움을 표현하고 있다[13]. 조갑녀의 살풀이춤에 대한 선행 연구들에 의하면 조갑녀의 민살풀이춤은 호남동편제의 특징을 담고 있어 정확한 박을 짚어 춤을 추며 잔 동작의 기교보다는 호흡을 통해 박과 박 사이를 연결하는 소박한 특징을 보인다고 한다. 또한 상․하 호흡위주의 좌우호흡과 단전을 중심으로 하는 구심호흡을 중점으로[15]하고 있어 정지 동작 속에 상체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이끌어내며 전체적인 춤사위가 반복되는 동작의 연결로 움직임이 작은 여백의 미와 같은 특성을 보인다.

Ⅲ. 호남지역 살풀이춤에 나타난 미적 특이성

1. 호남춤의 지역성

한국의 지역문화를 비교하는 데는 광역적으로 북부권, 중부권, 남부권으로 구분하기도하고 같은 남부권이라도 영남권과 호남권은 또 다른 생태환경으로 인해 비교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18]. ‘호남(湖南)’은 전라도를 부를 때 흔히 사용하는 별칭(別稱)으로 두 이름은 동일한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굳이 차이라고 한다면 전라도는 공식 명칭이고 호남은 그에 대한 별칭이라는 것이다[19].

이을호는 호남문화의 개관에서 “백제문화가 낳은 호남예술의 특색은 백제 유민의 슬픔이 예술로 승화된 서민적 전아성(典雅性)에 있고 불굴의 항쟁정신을 지녔으며, 유·불사상도 뛰어났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병도는 호남문화의 배경에서 “호남은 고대문화의 한 중심지를 이루었고 호남의 풍족한 생산력과 교통의 편리함은 문화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라고 강조하였다. 한편 지춘상은 남도문화 특질론에서 호남 문화의 특성으로 예술성과 유현미, 풍류성과 멋, 서민성과 민중성을 들었고 인성으로는 끈질긴 기질, 순후한 심성, 포용성 등을 제시하였다[20].

또한 지춘상은 전라도의 판소리를 ‘그 한의 통분을 예술로 승화시킨 것’이며, 호남인들이 ‘풍류를 즐긴 것도 한때나마 잊고자 하는 한의 심성이 풍류와 멋으로 표출된 행위’라고 말한 바 있고 호남의 민족예술은 유현성(幽 玄性), 변조성(變調性), 애정성(哀情性), 격정성(激情性)에 의하여 특징지어진다고 한다. 이 중 애정성과 격정성은 호남지역의 좌절과 소외의 역사적 경험이 호남의 민속예술에 반영되어진 것으로 보았다[5].

역사적으로 호남은 선사시대부터 넓은 평야지대로 인한 농경문화가 발달하면서 천신·지신을 섬기기 위한 축제가 많았다. 더불어 식생활의 여유로움은 문화 수준을 높이면서 자연스럽게 예술적 감각을 발달시키고 민중문화, 서민문화를 발전시켰는데 춤문화 역시 이러한 역사 지리적 환경을 배경으로 성장 발전하였으며 교통이 좋아 문화의 교류가 빈번할 수 있었기에 춤의 유형도 농악춤, 탈춤, 소리춤, 허튼춤 등으로 빠르지 않은 느린 춤들 중심으로 폭넓게 전승되었으며 흥이 넘치는 멋을 가진 독창적 구조로 전승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 때문에 호남지역의 춤은 부드럽고 우아하며 아름다운 느린춤, 곡선춤, 아래로 여미는 하향춤, 손목놀림이 많은 손춤, 부드럽게 대지를 밟아주는 답지(踏地)춤이 생활화되었고 손춤의 특징이 그대로 남아서 오늘의 예인춤인 살풀이춤이나 승무와 같은 춤으로 이어진 것이라 본다[18]. 다시 말해 살풀이춤은 서울 경기 충청 전라도지방에서만 전승되는 살풀이장단에 맞춰 추는 수건춤을 말하며 호남의 살풀이춤은 시나위 장단에 따라 3분박 4박자의 반주음악을 사용하여 우리 춤의 보편적 정서인 한·흥·멋·태중에서 ‘한’과 ‘멋’이 특히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18]는 것이다.

따라서 호남지역의 춤은 민중들의 흥과 멋을 움직임으로 보여주었던 대표적인 춤이며, 그들의 고단한 삶과 애환을 춤으로 승화시켜 그들만의 독특한 춤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또한 여성적인 감성을 독특한 춤사위로 풀어내는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잘 다듬어진 서정성을 드러내주고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또한 애정성(哀情性)과 격정성(激情性)은 호남예술을 가장 대표하는 정서로 대변되며 한의 속박에서 벗어나 풀음으로서의 신명을 이루고 이를 통해 풍류를 아는 서정적인 ‘멋’의 춤사위로 특징짓고 있는 것[5]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호남의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교방에서 전승되어오는 살풀이춤으로는 이매방류 살풀이춤, 최선류 호남살풀이춤, 장금도류 민살풀이춤, 조갑녀류 민살풀이춤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2. 호남지역 살풀이춤의 류별 특이점

2.1 장단

이매방류 살풀이춤은 살풀이장단, 자진살풀이장단, 느린 살풀이장단의 3단계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장단수와 장단구성이 정형화되어 있고 최선의 호남 살풀이춤은 남도살풀이장단, 자진 굿거리장단, 느린 살풀이장단의 3단계 구성으로 역시 장단수와 장단구성이 정형화되어 있다. 반면 장금도류 민살풀이춤은 살풀이장단, 자진모리장단, 동살풀이장단, 살풀이장단의 4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느 살풀이춤에서는 볼 수 없는 동살풀이장단이 포함되어 있고 이 장단은 공연에 따라 첨삭이 가능한 즉흥성을 띄고 있으며 전체 춤의 장단수도 공연 때마다 즉흥적으로 가변하는 특이점을 알 수 있었다. 조갑녀류 민살풀이춤은 살풀이장단, 자진모리 장단의 2단계로 역시 보통의 살풀이춤과는 다른 구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장단수도 공연 때마다 즉흥적으로 변하는 특이점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5. 류별 살풀이춤 장단 구성의 특징

2.2 무복 및 무구

이매방류 살풀이춤과 최선류 살풀이춤은 남녀의 복식이 구별되어 있으며 이매방류 살풀이춤은 남녀 모두 치마(바지), 저고리 위에 쾌자와 무동복을 입고 머리에 남바위나 아얌을 쓰고 춤을 춘다. 최선류 호남살풀이춤은 여자는 치마, 저고리에 쪽머리를 하고 남자는 조끼형 저고리에 쾌자, 두루마기, 쾌자형 두루마기를 앞을 열어 고름을 뒤로 묶어 입으며 초립을 쓰고 춤을 춘다. 장금도와 조갑녀의 민살풀이춤은 기본으로 흰 치마, 저고리를 입고 쪽머리를 하고 춤을 추며 장금도류 민살풀이춤은 때에 따라 남색 고름을 하기도 한다. 이매방류 살풀이춤과 최선류 살풀이춤은 무구로 살풀이수건을 사용하였고 장금도류와, 조갑녀류 민살풀이춤은 무구 없이 맨손으로 춤을 춘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6. 무복 및 무구의 특이점

2.3 춤의 특징

호남지역 살풀이춤의 류별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매방류 살풀이춤은 몸통의 꼬임이 많이 사용되어 여성적 교태미를 보이는 반면 최선류 호남살풀이 춤, 장금도류, 조갑녀류 민살풀이춤은 몸통의 꼬임이 없이 상체의 반듯한 사용으로 담백함을 표현하는 특성이 있다. 둘째, 춤 장단의 구성에 있어서 이매방류와 최선류의 살풀이춤은 장단구성 및 장단수에 있어 정형화되어 있다면 장금도류 민살풀이춤은 동살풀이 장단의 사용으로 흥을 더욱 고조시키며 장단구성과 장단수의 즉흥적인 가변성이 특징이며 조갑녀류 민살풀이춤은 기존의 다른 유파의 살풀이춤과는 다르게 자진모리장단으로 춤을 마무리하는 특징이 있다. 셋째, 이매방류와 최선류의 살풀이춤에서는 무구로 수건을 사용하여 무대화에 따른 변화를 수용한 살풀이춤으로 손목의 사용보다는 뿌려지는 수건의 곡선과 직선의 미를 표현하고 있는 반면 장금도와 조갑녀류 민살풀이춤은 수건을 사용하지 않고 옛 교방의 원형을 간직한 맨손의 자연스러움을 많은 손목 사용으로 소박하게 표현하는 특징이 있다. 넷째, 이매방류의 살풀이춤이 극장식 무대에 맞도록 발전하여 전체적인 공간 활용을 크게 사용하는 반면 최선류 살풀이춤은 하체동작보다는 상체의 동작이 많아 제자리형과 무대의 전면 사용이 많아 공간 활용은 다소 적은 특징이 있으며, 장금도류, 조갑녀류의 민살풀이춤은 무대화되지 않은 동선의 사용으로 원형무대에 어울리는 특징이 있다. 다섯째, 이매방류와 장금도류 살풀이춤은 섬세함이 묻어나는 여성스러움이 특징적인 반면 최선류와 조갑녀류 살풀이춤은 강건함과 씩씩한 힘이 느껴지는 특징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매방, 최선, 장금도, 조갑녀 명인의 살풀이춤은 춤의 구성 요소는 각각의 전승과정과 생활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른 차이점이 있으나 호남 춤의 문화적 특성을 춤에 고스란히 담아내어 호남 문화의 한과 풍류가 멋스럽게 표현되고 있다는 점과 서민문화의 애절함은 절제된 호흡으로 스며들어 신명으로 끌어내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7. 류별 살풀이춤의 특성(○:많음△:적음×:없음)

Ⅳ. 결론

오늘날의 살풀이춤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오는 민족의 정서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춤의 내면과 정신세계는 인간의 내부에 응축되어 있는 한과 감정을 예술성으로 표출시키고 있다. 이와 같이 살풀이춤의 예술성은 거듭되는 수행을 통해 한 차원 더 높은 미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것이며 점점 더 무르익은 겹겹의 결실은 그 춤을 행하는 연희자의 성장 배경 및 생활 문화 환경과 각자의 성향, 재능, 그리고 전승환경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비로소 독창적인 예술로서의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호남지역의 교방으로부터 전승되어 추어지고 있는 살풀이춤의 고찰을 통해 춤의 형성과 지역성의 영향을 연계하여 예술적 독창성과 특이점을 살피고자 진행하였다.

이와 같은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호남 춤의 지역성에 관한 문헌조사와 호남지역 교방에 뿌리를 두고 계승·발전되고 있는 살풀이춤들의 작품구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지역성에 따른 미적 특이성을 도출하였다. 또한 이매방, 최선, 장금도, 조갑녀의 살풀이춤은 같은 호남지역의 살풀이춤임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전승환경과 성장배경에 따라 장단구성, 복식, 무구 등 춤의 구성요소가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매방류 살풀이춤과 최선류 호남살풀이춤은 전승자가 남성이라는 성별의 공통점이 있으나 이매방의 살풀이춤은 섬세하고 기교가 많은 여성적 특성을 보이는 반면 최선의 호남살풀이춤은 강직한 그의 성품이 춤에 묻어 반듯하고 담백한 특성을 보이고 있었다. 이는 장금도와 조갑녀의 살풀이춤에서도 나타나는 특징으로 여성이라는 성별의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장금도의 민살풀이춤은 애절한 서편제의 성격이 강한 단아하고 여성적인 춤이라면 조갑녀의 민살풀이춤은 동편제의 강인함이 씩씩한 남성적인 성격을 표현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었다.

둘째, 이매방류 살풀이춤과 최선류 호남살풀이춤은 장단구성과 장단수가 정형화되어 있으며 무구인 살풀이 수건을 사용하여 뿌려지는 수건에서 직선과 곡선의 미를 살려 체계적이고 세련된 무대화의 특성을 잘 나타내주고 있으며 무복 역시 교방춤에 뿌리를 두고 있어 다양한 색감 사용 및 화려한 장신구의 활용으로 한껏 멋을 부린 기생을 보는 듯한 반면 장금도와 조갑녀의 민살풀이춤은 장단구성과 장단수가 즉흥성을 띄고 있어 여느 살풀이춤과는 다른 가변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으며 복식은 소박한 흰 치마, 저고리에 무구인 살풀이 수건을 사용하지 않는 맨손의 자연스러운 상체 동작에서 멋스러움을 표현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었다.

셋째, 최선, 장금도, 조갑녀의 살풀이춤에서는 호남춤의 지역적 특성을 대변하듯 몸통의 사용이 적고 반듯한 상체 동작에서 표현되는 담백함과 깊이 눌러주는 호흡으로 무겁고 간결하면서도 정중동의 미학을 잘 표현하는 춤의 양상은 흥이 넘쳐흐르는 멋을 지니고 있는 반면 이매방의 살풀이춤에서는 비교적 상체의 꼬임이 많은 잔 기교가 여성의 교태미를 표현하는 특징이 있으며 분명한 대삼·소삼의 호흡에서 묻어나는 절제된 신명은 흥을 불러일으키는 특징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매방, 최선, 장금도, 조갑녀의 살풀이춤은 목포, 전주, 군산, 남원권번이라는 춤 전승환경과 성장배경의 차별성이 각각의 춤 구성요소의 독창성이라는 예술적 미의식을 생성하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로 구축해가고 있으나 큰 맥락으로 보았을 때 같은 호남권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교방에 뿌리를 두고 전승되었다는 점에서 춤의 성격이 풍류적이며, 민중적인 애절함을 한과 멋으로 승화시켜 신명으로 표출시키고 있다는 지역적 특수성과 호남춤의 정통성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듯 호남에는 전통적인 문화가 존재하며 이는 다른 지역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호남지역의 대표적인 살풀이춤을 통해 지역문화의 배경을 이해하고 문화적 가치를 생성해내는 작업은 지역의 무형유산으로서 본질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성찰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매방, 최선, 장금도, 조갑녀의 살풀이춤은 호남춤으로서의 정통성과 원형성의 맥을 이어온 소중한 지역 문화유산으로 활용 가치를 재고해야 할 것이며 삶의 애환을 담아 감성에 호소하는 섬세한 기교들은 전통과 현대를 이어가는데 있어서 지켜내야 할 전통예술로서 자리매김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시간적으로는 전통문화와 공간적으로는 지역문화라는 한계를 벗어나 호남예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나아가 예향 호남의 예맥을 이어갈 대표적인 춤으로서 지속적인 계승과 지역문화예술로서 발전가능성을 위해 어떠한 형태로든 효과적인 활용 및 응용작업에 대한 구조적 시도는 게을리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더불어 호남지역의 교방에서 전승된 춤 뿐만 아니라 지역의 특성을 담고 있으나 숨겨져 있는 춤들에 대한 발굴 및 보존·전승을 위한 연구 또한 지역 문화예술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후속연구로서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References

  1. 정영수, 이매방류 살풀이춤의 보존.전승을 위한 무형문화재적 가치연구, 상명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6.
  2. 김지원, "지역성과 관련한 한국춤의 언어문화학적 연구법 고찰:대구지역 권명화 살풀이를 중심으로," 공연문화연구 제17집, pp.107-134, 2008.
  3. 이은영, "영호남 지역 입춤에 나타난 지역성에 관한 연구, 한국무용교육학회지," Vol.24, No.1, pp.121-142, 2013.
  4. 임재해, "민속문화의 지역성과 보편성을 보는 눈," 실천민속학회, 실천민속학연구 Vol.2, pp.11-61, 2000.
  5. 김지원, "호남춤의 예맥(藝脈), 전통춤의 전승에 관한 논의," 한국공연문화학회, 공연문화연구 제22집, pp.157-183, 2011.
  6. 강지연, 한영숙류와 이매방류 살풀이춤의 미적 특성 비교,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미간행 석사학위논문, 2005.
  7. 배숙희, 살풀이춤의 미적 특성 고찰, 단국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1.
  8. 하수연, 한영숙류와 이매방류 살풀이춤의 춤사위용어와 호흡비교, 숙명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3.
  9. 이화진, 살풀이춤의 류파별 비교분석, 숙명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5.
  10. 최지원, "전북지역 권번춤의 전승현황에 관한 고찰, 대한무용학회지," Vol.75, No.1, pp.233-259, 2017.
  11. 최지원, 호남살풀이춤 연구, 경희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2.
  12. 서정숙, 장금도 민살풀이 춤사위 분석, 한국예술종합학교, 석사학위논문, 2008.
  13. 송미숙, "장금도와 조갑녀의 호남 민살풀이춤 비교 연구," 한국무용연구, 제31권, 제1호, pp.163-193, 2013. https://doi.org/10.15726/JKD.2013.31.1.008
  14. 한효림, 민살풀이춤 명인 장금도 연구, 연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5.
  15. 이미영, "역학의 관점으로 본 민살풀이춤 연구-조갑녀.장금도 춤을 중심으로-," 한국무용연구, Vol.33, No.3, pp.251-281, 2015.
  16. 양근화, 교방춤의 지역특성과 예술형식, 고려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8.
  17. 정경희, 명인 조갑녀의 민살풀이춤에 관한 연구, 조선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9.
  18. 이병옥, "영남춤의 생태민속학적 고찰," 한국무용연구회, 한국무용연구, Vol.29, No.2, pp.81-103, 2016.
  19. 조상현, "전라도의 별칭 호남의 연원," 한국사상문화학회, Vol.91, pp.129-153, 2018.
  20. 김병인, "호남전통문화론,"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제28권, pp.263-272,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