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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직구조에 따른 책임은폐와 문제해결의 동학(動學): 국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일본의 약해간염 사고의 비교

The Dynamics between Accountability Concealment and Problem Solving according to the Governmental Structure: Comparison of Humidifier Disinfectant Case in Korea and Hepatitis C from Tainted Products in Japan

  • 현승효 (충북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 ;
  • 이민규 (충북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행정학과) ;
  • 류화신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Hyeon, Seung Hyo (Department of Public Administration, Chungbuk National University Graduate School) ;
  • Lee, Min Kyu (Department of Public Administration, College of Social Sciences, Chungbuk National University) ;
  • Ryoo, Hwa Shin (Law School, Chungbuk National University)
  • 투고 : 2020.08.24
  • 심사 : 2020.11.20
  • 발행 : 2020.12.31

초록

Background: In this study, we compared the incidents of humidifier disinfectants and incidents of mild hepatitis in Japan to highlight the differences in government response in the health care field in terms of "chain of responsibility". Methods: We examined whether the three mechanisms of action and the chain of responsibility hypothesis were applied to compare the cases of Korea and Japan. The incident of Japan occurred in 1987 in Misawa city, Aomori prefecture. In the 1990s, the safety of blood products increased dramatically. However, relief for infected victims was neglected. Green Cross did not notify the parties. In Korea, in the spring of 2011, a number of lung disease patients were accidentally admitted to a hospital in Seoul, and a female patient with respiratory failure symptoms expired. The Korea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onducted animal tests and the 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issued an order for forced collection of humidifier disinfectants. Results: In the case of Japan, the 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had to take responsibility for follow-up measures such as the investigation of the cause, so it was tied to a "chain of responsibility". However, in the case of Korea, the 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was free from the chain. Conclusion: Through the comparison between the cases of Japan and Korea, we confirmed that whether or not a government organization chooses to conceal responsibility depends on its past behavior, which is whether it is free from the chain of responsibility or not. Therefore, it was reaffirmed that an organization (ministry or department) free from the chain of responsibility must exist within the government.

키워드

서론

지난 연구에서는1) “정부가 수많은 부처와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관료조직, 산하기관들을 운영하고 있으면서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은 악재를 막지 못하였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출발하였다. 그 해답으로 “정치권 · 시민사회가 정부에 대하여 해결을 하라는 압력을 가하더라도 정부조직은 ‘책임은폐’라는 선택”을 한다는 관측을 제시하 였다. 특히 화학물질을 허가 · 관리하는 환경부 ·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소극적으로 대응하였고, 보건 복지부는 화학물질의 허가 · 관리의 주무 부처가 아니었음에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원인규명과 제품회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였다. 이러한 현상을 ‘책임의 사슬’이라는 용어로 설명하였다[1].

그러나 지난 연구에서는 가습기 살균제라는 하나의 사례만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책임의 사슬’이라는 가설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1].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일본의 약해간염(薬 害肝炎)2) 사고를 비교 사례로 제시하여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한국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1년 4월, 한 병원이 ‘원인미상 폐 질환’ 환자를 발견하고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한 후 알려지게 되었다. 질병관리본부는 환경적 요인에 관하여 역학조사를 실시하였다. 역학 조사 결과에 따라 시중에 유통되고 있던 가습기 살균제를 회수하였고, 폐손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원인규명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1,2].

반면, 일본의 약해간염 사고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은 달랐다. 여기서 약해간염이란 피브리노겐(fibrinogen)3) 제제에 의한 C형 간염 집단감염 피해 사고를 말한다. 1987년 전후에 피브리노겐 제제를 사용한 환자 다수가 간염에 걸려, “뉴스 JAPAN”이 1998년 추적보도를 시작한 뒤, 2004년에 제약회사인 일본 녹십자(현 다나베미츠비시 제약)가 해당 사실을 인정하였다. 피브리노겐 제제의 투여 수는 약 29만 명이고 간염 발생 수는 1만 명으로 추산된다[3].

본 연구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는 사용을 승인한 주체(환 경부,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인규명 및 회수조치 주체(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4), 질병관리본부5))가 분리되어 있으나 일본 사례에서는 사용을 승인한 주체와 원인규명 및 회수조치 주체가 후생성으로 동일하다는 점에 주목하여, 이러한 차이가 일본에서의 소극적 대응과 피해에 대한 적극적 조사 착수를 어렵게 한 원인이라는 것을 밝히면서 지난 연구를 검증 · 보완하고자 한다.

방법

1. 예측 불가능한 사고와 정부의 대응: 행동 기제

Hyeon과 Lee [1]의 지난 연구에서는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행동 기제를 도출하였다.

행동 기제 1. (의사 결정의 지연) 조직은 불확실 위험요인이 있을 때 의사결정을 지연한다[1].6)

행동 기제 2. (소극 관성) 조직은 사고가 실제로 일어나거나 위험요인의 불확실성이 확실성으로 바뀌어도 그전까지 의사결정을 지연해 왔던 경우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한다[1].

행동 기제 3. (적극 관성) 조직은 사고가 실제로 일어나거나 위험요인의 불확실성이 확실성으로 바뀌어도 그 전까지 의사결정을 지연해오지 않았던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한다[1].

2. 책임의 사슬

이러한 행동 기제가 발현되는 원인에 대하여 Hyeon과 Lee [1]의 지난 연구에서는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책임은폐 행동과 보건복지부, 식약청, 질병관리본부의 적극적 행동을 비교하면서 ‘책임의 사슬’을 가설로 제시하였다. 정부조직은 사고가 일어나거나 발견되기 이전의 행동에 의해 ‘책임의 사슬’에 묶이면 행동 기제 2(소극 관성)가 발현되고, 반면에 ‘책임의 사슬’에 묶이지 않는 정부조직은 행동 기제 3(적극 관성)이 발현되어 ‘해결의 영역’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1].

본 연구에서는 일본의 약해간염 사고와 우리나라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서 살펴보고 앞서 제시한 행동 기제와 책임의 사슬이 일본의 사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가 어떠한 조직구조를 가져야 하는지 논의해 보고자 한다.

3. 일본의 약해간염 사고 고찰

1) 피브리노겐 제제에 관한 규제의 변천과정

피브리노겐(fibrinogen) 제제는 사람의 혈액을 정제하여 제조된다. 예전에는 저(低)피브리노겐 혈증의 치료를 위한 지혈제로서, 산부인 과 · 외과 등 다양한 진료영역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일본에서 피브리 노겐 제제는 1964년에 당시 주식회사 일본 블러드뱅크(株式会社日 本ブラッド · バンク)가 승인을 받았고, 일본 녹십자사(株式会社ミ ドリ十字) 등을 거쳐 현재는 다나베미츠비시제약(田辺三菱製薬)에 서 제조 · 판매되고 있다(Table 1).

Table 1. Main events of hepatitis C from tainted products in Japan

제목 없음.png 이미지

From Ministry of Health, Labour and Welfare. Survey report on hepatitis C virus infection caused by fibrinogen preparations [Internet]. Tokyo: Ministry of Health, Labour and Welfare; 2002 [cited 2020 Jul 20]. Available from: http://www.mhlw.go.jp/houdou/2002/08/h0829-3a.html [4].

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BPL, β-propiolactone; anti-HBs, hepatitis B surface antibody; SD, solvent/detergent.

피브리노겐 제제는 사람의 혈액을 이용하므로 태생적으로 에이즈 · 간염 바이러스 등 감염의 위험이 있다. 1977년에 미국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가 피브리노겐 제제에 대한 승인을 취소 하였고, 일본에서는 최소 3명의 후생성 직원이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 녹십자사에서도 1978년 1월 FDA 승인을 취소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이를 내부 검토한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후생성은 1984년 6월 6일에 이르러서야 녹십자사에 혈액제제에 관한 재평가를 위한 자료를 요구하는 등의 소극적인 대응에 그쳤다. 1987년에 아오모리현에서 C형 간염의 집단감염이 발생하였다. 이에 따라 녹십자사는 처리방법을 비가열 제제에서 가열 제제로 변경 하였으나 여전히 간염 환자가 발생하였다[4].

피브리노겐 제제는 최초 승인 이후 자외선 처리 등의 방법으로 제조 · 판매되고 있었지만, 1987년 아오모리현 미사와시에서 집단간염 발생 이후 가열처리로 전환되었다. 그 후 1994년에 유기용매-계면활 성제(solvent/detergent, SD) 처리가 제조 공정에 추가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SD 처리의 도입 이후 현재까지 피브리노겐 제제로 인한 간염 발생사례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1988년 이전까지 일본에서는 피브리노겐 제제가 널리 사용되고 있었으며, 이러한 지속적인 사용이 C형 간염의 문제를 더욱 확대시켰다는 지적이 있다[1].

2) 아오모리 집단감염 발생과 일본 정부의 대응

사건의 발생은 1987년 아오모리현 미사와시(青森県 三沢市)에서 였다. 피브리노겐 제제에 의해 간염 환자가 집단 발생한 것이다. 한 산부인과 의사가 임산부들의 연속적인 감염을 후생성에 보고한 후에야 비가열 피브리노겐 제제에 대한 회수가 시작되었다[5].

1987년 1월에 미사와시의 한 산부인과에서 후생성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비가열 피브리노겐 제제를 투여한 8예 중에서 간염증상 사례는 7예였다. 같은 해 3월, 후생성은 녹십자사에 전국적인 조사를 실시할 것을 지시하였다. 4월 8일에 비가열 제제로는 에이즈 및 간염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후생성은 판단하였다. 4월 15일에는 비 가열 제제에서 가열 제제로의 대체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 (1) 같은 달 23일까지 비가열 제제를 회수하고, (2) 20일에 가열 제제에 대한 신청을 하여 30일에 혈액제제조사회에서 심의 · 승인하였다. 아오모리현에 대한 집단감염은 같은 해 1월 17일 지역 신문에서 보도되었고 다음 날인 18일에는 전국지에 보도되었다. 같은 해 6월 녹십자사는 74시설 · 112예의 간염 발생을 파악하였음에도 7월에 41시설 · 74예의 간염 이 발생하였다고 축소보고하였고, 가열 제제로 전환한 뒤에도 같은 해 11월에 11예의 간염 발생을 파악한 녹십자사는 후생성에 3예가 발생하였다고 축소보고하였다.7) 다음 해인 1988년 5월까지 34예의 환자가 후생성에 보고되었다.

1990년대에 이르러 C형 간염 항체검사가 일본에 도입되고, 일본에서 헌혈에 의한 제품 자급이 달성되면서 혈액제제의 안전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감염 피해자에 대한 구제는 방치되고 있었다. 녹십자사는 피브리노겐 제제로 인한 C형 간염 감염 가능성이 높은 환 자들의 리스트를 파악하여 관리하고 있었으나 당사자들에게는 고지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리스트는 2002년 후생노동성이 피브리노겐 제제와 관련한 조사에서 녹십자사로부터 제출받았다가 그 존재를 잊고 있었고, 2007년 10월 19일 후생노동성 지하창고에서 발견되었는데, 등록된 환자 수가 418명이었기에 나중에 ‘418인 리스트’(418人リ スト)라고 명명된다[6].

간장(肝臟)은 ‘침묵의 장기’라고 부를 정도로 중증이 될 때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는 만큼,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될 때까지 감염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던 환자가 다수 발생하였다. 국가와 적십자사가 고지를 태만히 한 까닭에 이들이 적절히 치료받을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있다[7].

3) 피해자들의 제소와 재판

2002년에는 hepatitis C virus 감염 피해자가 국가와 제약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2002년에 약해간염전국변호단(薬害肝炎 全国弁護団)이 결성되었고, 같은 해 10월에 약해간염 소송의 원고 16 인이 오사카(大阪)와 동경(東京) 지방재판소에 제소함으로써 약해간염 재판이 시작되었다. 이듬해인 2003년 4월에는 후쿠오카(福岡), 5 월에는 센다이(仙台), 6월에는 나고야(名古屋)에서 소송이 제기되어 약해간염 재판은 5개의 지방재판소에서 각각 진행되었다[5, 7, 8].

이 재판들은 2006년에서 2007년 사이에 1심 선고가 내려졌다. 오사카에서는 2006년 6월 21일 선고되었는데, 녹십자사는 1985년 피브리노겐 제제를 불완전한 처리방법으로 변경함으로써 안전성 확보 의무를 위반하였으며, 정부는 1987년 4월에 비가열 피브리노겐 제제 사용에 대한 규제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불완전한 처리방법인 가열피브리노겐 제제를 승인한 과실이 있다는 판결이었다. 후쿠오카에서도 8월 30일에 오사카와 비슷한 판결이 내려졌다. 2007년 3월 23일 동경과 7 월 31일 나고야에서도 녹십자사와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있었다. 반면, 2007년 9월 7일 센다이에서는 적십자사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 나왔다[7].

4)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약해간염구제법의 성립

1심 재판의 결과가 엇갈린 가운데 2심 재판이 진행되었다. 2007년 11월 7일 오사카 고등재판소는 화해권고를 내렸고, 12월에는 마침내 원고들과 총리 간에 면담이 이루어졌다. 2008년 1월 11일 “특정 피브리노겐 제제 및 특정 혈액응고 제Ⅸ인자제제에 의한 C형 간염 감염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급부금의 지급에 관한 특별조치법”(特定フィ ブリノゲン製剤及び特定血液凝固第Ⅸ因子製剤によるC型肝炎感 染被害者を救済するための給付金の支給に関する特別措置法, 약 해간염구제법)이 제정되어 같은 달 16일에 시행되었고 피해자들과 국가 간의 분쟁이 마무리되었다[8].

4.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발생과 해결과정

1) 환자의 발생과 신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해결양상은 관료제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 [1]. 2011년 봄, 다수의 폐질환 환자가 서울 소재 A병원에 우연히 입원하였는데, 호흡부전 증상이 있던 여성 환자가 3월 초 사망하였다. A병 원은 동일한 증상의 사례가 있는지 조사를 실시하였고, 다른 네 곳의 병원에서 있었음을 4월 19일에 인지하였다. 4월 25일에는 이러한 사 실을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하였다[1,2]. 이 시기에 여러 언론들이 해당 사실을 보도하였다. 이 보도들에 따르면 임산부들 사이에서는 감염병 또는 방사성 물질에 의한 피해일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었다고 한다[1,9-11].

2) 문제의 원인 규명과 해결

질병관리본부는 환경적 요인에 주목하여 역학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2011년 8월에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일 수 있다고 발표하였다 [1,12]. 질병관리본부는 동물실험을 실시하여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9월 27일에 그 결과를 발표하였다. 11월 11일 보건복지부는 가습기 살 균제 6종에 대한 강제수거 명령을 발동하였다. 12월 30일에는 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품들이 의약외품으로 지정되어 식약청장의 품목허가 를 받아야만 판매할 수 있게 하였다. 이날 이후 현재까지 품목허가를 받아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은 없다[1,2]. 질병관리본부는 2012 년 12월에 폐손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그리고 2014년 12월에는 폐손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발표하였다[1,2].

3) 시민단체의 요구와 정부의 대응

2011년 8월 역학조사 발표 직후, 환경시민센터는 ‘가습기 살균제품과 유사제품명을 공개하고 제품회수 조치를 실시하라’라는 제목의 긴급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실제로 정부의 제품명 공개와 회수조치가 취해진 것은 동물실험이 끝난 11월이었다[1,2].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주된 요구사항은 ‘책임자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보상’이었다. 특히 시민단체에서는 정부(사회적 참 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새로운 피해자 찾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하 면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제조와 유통 등 관련 기업 조사와 정부 대응의 적정성 조사” 등을 중점적으로 요구하였다[13].

2017년 11월에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 참사 진상규명법)이 통과되어 시행되고 있다 [1,14]. 2017년 1월 옥시 전 대표에 대해 안전성 확보를 위한 충분히 검 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상 과실치사의 유죄로 1심(징역 7년) 판결이 내려졌다. 2017년 7월 2심에서도 유죄(징역 6년)로 판결하였고, 2018년 1월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하였다[15,16]. 2020년 8월 현재 SK 케미칼 · 애경산업 전 대표 등 책임자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17].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피해 규모는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2020년 8월 기준 사망자 총 1,559명이다 [17]. 환경부가 인정한 사망자는 2020년 7월 기준 1,336명인데, 이 중 정부 지원금의 대상이 되는 사망자는 209명이다[18] (Table 2).

Table 2. The action mechanisms of government depart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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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한국과 일본의 정부 대응 비교

1. 행동 기제: 한국과 일본의 대응 비교

앞서 제시한 행동 기제 가설을 바탕으로 일본에서도 동일한 가설이 적용되는지를 살펴본 후, 이를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비교하고자 한다(Table 2).

1) 일본 약해간염 사고 사례 검토

일본의 약해간염 사고에 대하여 ‘행동 기제 1’을 검토해 보면, 미국 FDA가 1977년 피브리노겐 제제의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하였으나, 일본 후생성은 사고의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적극적인 규제를 하지 않은 사실이 설명된다[4]. 아오모리현 집단감염 이후에도 ‘행동 기제 2’와 같이 사건을 축소 · 은폐하였다. 피브리노겐 제제를 승 인하고, 1987년에 가열처리 제제를 승인한 것도 모두 후생성이기 때문이다. ‘행동 기제 3’은 그전까지 의사결정을 지연해 오지 않았던 담당 조직이 일본에서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현되지 않는다.

2) 국내 가습기 살균제 사건 검토

‘행동 기제 1’에 관해서는,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에 의해 집단 사망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적극적 규제행위를 하지 않았다[1]. ‘행동 기제 2’를 살펴보면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고 이후 회수조치를 하지 않은 것 으로 보아 소극관성이 작용하였다[1].

‘행동 기제 3’을 고찰하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인지하자 질병관리 본부는 회수조치를 하는 등 적극적이었다. 이것은 보건복지부가 사고 이전에는 의사결정에 관여하였거나 책임을 져야 하는 기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1].

2. 책임의 사슬: 정부 구조가 정부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

Figure 1은 일본 약해간염 사고와 국내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대응과정의 차이를 설명하는 모델이다. 일본의 약해간염 사고에서는 피브리노겐 제제를 승인하고 관리 · 감독을 후생성이 했고, 원인규명 등 사후조치의 책임도 후생성이 져야 했기 때문에 ‘책임의 사슬’에 묶여 있었다(Figure 1A). 반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는 환경부와 산 업통상자원부는 ‘책임의 사슬’의 영향으로 소극적으로 행동하였지 만, 보건복지부라는 ‘책임의 사슬’에서 자유로운 기관이 있어서 원인 규명 및 회수조치를 할 수 있었다(Figure 1B)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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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The chain of accountability: comparison between Japan and Korea. (A) Hepatitis C from tainted products in Japan. (B) Humidifier disinfectant case in Korea. Modified from Hyeon et al. Health Policy Manag 2020;30(1):4-14 [1].

고찰

1. 연구의 요약 및 한계점

본 연구에서는 국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일본 약해간염 사고를 비교하여 보건의료영역에서 정부 대응양상의 차이를 조명해 보았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는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2011년에 인지하고 빠르게 원인규명 및 회수조치 등을 실시하였으나, 일본 약해간염 사고에서 후생성의 행동은 지연되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책임의 사슬’을 강조하였고, 정부조직이 ‘책임은폐’라는 선택을 할 것인지 여부는 정부조직의 과거 행동, 즉 책임의 사슬로부터 자유로운지에 달려 있다. 따라서 책임의 사슬로부터 자유로운 조직(부처 또는 부서)이 정부 내에 존재하여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였다[1].8)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2017년부터 현재까지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보상과 2009년 이후 일본의 약해간염 피해보상의 양상에 대한 비교 를 수행하지 못하였다. 향후 자료수집을 통하여 새로운 연구가 진행 되기를 기대해 본다.

2. 향후 연구방향

향후에는 1980년대 오염된 혈액제제로 인한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AIDS) 및 C형 간염 발생의 인지과정 및 그 사회적 영향들을 일본 및 유럽의 사례 비교를 통하여 밝히고자 한다. AIDS와 C형 간염은 오염된 혈액 제제가 주된 감염경로 중의 하나이고, 1980년경에 보고되었으며, 대형사고가 되기 전까지는 정부가 예측하지 못하였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예측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사고를 예방하거나 그러한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정부가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 처음으로 AIDS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국내에서도 1985년에 첫 환자가 보고되었다[19]. 1991년 10월 프랑스의 르몽드에 따르면 1980 년대에 오염된 혈액을 수혈한 것이 원인이 되어 AIDS 등의 심각한 질병이 발병하였다는 발표를 하였다[20]. 또한 정부의 행동양상을 게임 이론과 같은 형식 모델(formal model)을 통하여 설명하려는 연구도 요구된다.

감사의 글

이 논문은 2017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이다(NRF-2017S1A5A2A01023802). 이 연구를 위하여 콘도 마사키 교토대학 법학부 교수, 소마에 키요사다 간사이학원대 학 종합정책학부 교수, 아사누마 카즈나리 후생노동성 관방후생과학 과장, 안주영 류코쿠대학 정치학부 교수, 스즈키 토시히로 일본 변호사 등의 자문이 있었으며, 자문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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