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연산오계의 기원과 유전정보 연구현황

  • 이준헌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 발행 : 201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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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오계 독자적 품종 확인

연산오계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가금 천연기념물이다. 1980년 천연기념물 제 265호로 지정된 이래 한 가문의 울타리 안에 격리된 채 순수혈통을 보존해 왔다. 그러나 체계적인 혈통관리 없이 오로지 외모기준 선발만을 통해 명맥을 이어온 측면이 강하다.

일반적으로 오골계로 불리는 닭 품종의 가장 큰 특성은 피부, 근육 및 골격이 검다는 점이다. 유전적으로 결합조직에 멜라닌 과립을 가지고 있는 색소세포가 다량으로 존재하여 이들 조직이 검게 보이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자바섬 Cemani 지역의 Ayam Cemani종, 중국 호북성의 Yunyang종 등 9개 품종, 일본의 오골계 및 한국의 연산 화악리의 오계가 이에 해당된다. 이들 품종은 다시 견사성 깃털을 가진 종과 정상 깃털을 가진 종으로 분류된다. 흔히 실키(Silkie)라 불리는 견사성 품종은 깃털의 소우지 (Barbuke)에 갈구리(Barbicel)가 없어 우면이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정상 깃털에 대하여 단순 열성의 유전양식을 보인다. 일본의 오골계, 중국의 Taihei종이 이에 해당된다. 실키종은 장미 볏과 5개 이상의 발가락을 가지며 모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된 유전형질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정상 깃털을 가진 연산오계 등의 품종은 단관과 4개의 발가락 등 일반적인 닭에서 보이는 유전형질을 가진다. 따라서 오골계와 오계는 유전적 으로 상이한 품종으로 구분하는 것이 타당 하다 할 것이다.

<견사성 깃털>

<깃털의 세부구조, 2:소우지, 3:갈구리>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오계를 길렀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지금까지 밝혀진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고려시대 문인이고학자였던 재정 이달충(1309~1385)의 문집 인『재정집(霽亭集)』제1권에 그가 지은 시 2수가 전해진다. 「신돈 이수(辛旽二首)」라는 시의 두 번째 수에“누렁개와 검은 매는 진실로 꺼리는 바이고, 검은 닭(烏鷄)과 흰 말 (白馬)은 이 어찌 행운인고”라는 구절이 있다. 그리고 이 구절의 협주에“신돈이 나이들어 검은 닭(烏鷄)과 흰 말을 먹고 정력을 보충하는 약으로 삼았다”는 기록이 보인다. 여기에 검은 닭 즉‘오계’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하고 있다.

이밖에 조선시대에 발간된『구급방언해 (救急方諺解)』『언해태산집요(諺解胎産集 , 要)』, 『동의보감(東醫寶鑑)』등 여러 의서에오계의 약효와 처방이 다수 기록돼 있는 것으로 미루어 오계는 적어도 이 땅에서 700여 년 이상 살아온 토종임을 알 수 있다.

연산오계는 천연기념물 축양동물로 지정된 이후 꾸준히 일정 개체 수 이상의 집단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외형의 선발 기준만 엄격하게 적용하고 집단의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하는 전략이 구체적으로 세워지지 않은 채로 집단의 크기와 일정 비율의 암수 비율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충남대학교 연구팀은 유전적 다양성 감소와 근친에 의한 번식기능 저하 등이 우려되어 유전정보를 분석하였고, 현재 오계의 유전적 다양성 정도와 이형질성, 근친도를 조사하게 되었다. 조사와 더불어 앞으로 효율적인 근친제어와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개체관리와 교배계획 수립 및 적용을 위해서 RFID를 이용한 근거리 통신 방법을 적용하여 개체의 ID를 부여하였다.

해당 개체의 DNA를 추출하여 유전체 변이 분석을 수행한 결과, 연산오계는 한국재래닭 순종계와 국내 품종뿐만 아니라 해외 유입 품종과도 뚜렷하게 구분되는 품종으로 확인되었다. 외형 기준의 엄격한 선발 때문에 국립축산과학원에서 보존되고 있는 오계 집단과도 약간의 군집 형성의 차이를 보이는 것을 확인하였다. 유전성분을 분석하였을 때도 다른 닭 품종과 구분되는 독자적인 유전성분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반면 혈통관리 없이 보존되어 온 연산오계의 유전적 다양성의 감소와 높은 근친도의 우려와는 달리 현재의 연산오계는 적정 수준 이상의 유전적 다양성과 유효집단의 크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의 원인은 연산오계의 보존과정에서 외형 기준의 강한 선발이 적용되었지만 교배계획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자연교미로 근친도가 높아지지 않은 것을 추정해 볼 수 있다.

향후 연산오계 집단은 유전적 다양성과 근친도를 유지하기 위해 유전체 평가 및 선발 교배계획을 수립하여 집단을 효율적으로 보존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적용할 예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확보되는 유전정보는 지속적으로 유사한 해외 닭 품종과의 비교 분석 연구를 통해 연산오계의 독자성과 우리 고유 유전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발견하는데 활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