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t, ODA)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 가입 선진 국가들과 세계은행, 유엔, 아시아개발은행 등 다국적 기구의 공여를 통해 수원국의 빈곤퇴치와 경제개발을 목표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되었다. 1960년 OECD DAC가 설립되며 DAC 가입국을 중심으로 더욱 체계적으로 공적개발원조를 지속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된 성공적인 원조의 사례로 주목 받고 있으며, 2010년 OECD DAC에 가입함으로써 이전보다 더욱 활발히 공적개발원조를 수행하게 되었다.
공적개발원조는 공여자에 따라 공여자가 개별 국가인 경우 양자간 공적개발원조(bilateral ODA)와 국제기구인 경우 다자간 공적개발원조(multilateral ODA)로 구별할 수 있다. 또한 양자간 원조는 원조의 조건에 따라 상환조건이 없는 무상원조(grant)와 수원국이 공여자에 채무를 지게 되는 유상원조(loan)로 나눌 수 있다. 또한, 원조에 따른 구속성 여부에 따라 공여국의 재화와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야하는 구속성원조(tied aid)와, 이러한 제약조건이 없는 비구속성원조(untied aid)로 구분할 수 있다. 기존 연구에서는 무상원조에 비해 유상원조가 상환에 대한 관리 책임이 부여된다는 점에서 원조의 긍정적인 효과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확인한다. 더불어, 공여국에 대한 수원국의 의존도가 커질 수 있는 있는 구속성 원조에 비해, 수원국의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비구속성 원조가 효과성이 높을 수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본 연구는 원조의 효과가 공적개발원조 공여형태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대해서 실증분석을 수행하고 수원국의 원조의 효과성의 측면에서 한국 공적개발원조의 방향성을 제언하고자 한다. 한국의 공적개발원조에 관한 최근의 연구는 전반적인 제도(Kang, 2014)의 측면에서, 구속성원조와 비구속성원조(Eom, Hwang, & Chung, 2014)의 측면에서, 결정요인 (Koo & Kim, 2011)의 측면에서 다양하게 분석되었고, 이와 관련된 정책적 함의가 제시되었다. 하지만 양자간 원조와 다자간원조를 구분하여 실증분석하고 정책적 함의를 제시하고 있는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본 연구는 공적개발원조가 수원국에 미치는 효과를 양자간 원조와 다자간 원조를 구별하여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다. 또한 원조의 효과를 인당 GDP로 측정된 경제성장의 관점과, 인간개발지수로 측정된 삶의 질로 구분하여 복합적으로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가 있다.
실증분석에서 사용된 주요 설명변수는 통해 공여 형태에 따라 양자간 원조와 다자간 원조를 구분하였고, 금융시장 발전정도를 추가적인 설명변수로 활용하여, 공적개발원조와 금융지상발전정도의 교호작용을 포함하여 분석하였다. 공적개발원조 형태와 수원국의 금융시장 발전정도가 수원국의 경제성장과 삶의 질의 측면에서 살펴본 결과, 원조 자체의 효과는 양자간 원조와 다자간 원조 두 경우 모두 경제성장에 부정적이었으나, 금융시장이 발전한 경우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원조 자체로는 긍정적으로 나타났으나 금융시장과 교호작용 항을 추가한 경우 긍정적인 영향이 사라졌고 다자간 원조의 경우에만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시장의 발전이 효과적인 공적개발원조를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함의점을 가진다. 따라서 금융시장이 발달한 국가로 ODA를 확대하고, 수원국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인도주의 적인 측면에서 다자간 원조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2. 공적개발원조의 효과에 대한 이론적 배경
공적개발원조에 관한 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공적개발원조의 존립을 위해 필수적인 원조의 효과에 대한 연구와 공적개발원조를 결정하는 원인이 수원국의 필요에 의한 것인지 공여국의 이익 및 경제상황에 의한 것인지(Maizels & Nissanke, 1984; Ahn & Park, 2018)를 중심으로 원조의 결정요인에 대한 연구가 그것이다. 본 연구는 어떤 조건 하에서 공적개발원조가 수원국의 경제성장과 삶의 질에 긍정적인 효과를 야기하는지를 분석한다는 점에서 첫 번째 연구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적개발원조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존재한다. Chenery and Strout (1966)는 원조를 통해 국내 투자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어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보였다. 그 이후 원조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에 관해서는 다양한 요소가 추가되며 이론 및 실증적으로 연구되었다. 대표적인 연구로 Burnside and Dollar (2000)가 수원국의 안정적인 통화, 재정, 무역 정책이 성장을 위한 전제조건임을 보였고, Hanse and Tarp (2000)는 원조와 성장의 관계가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원조가 성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확인하였다.
한편, 원조의 효과를 경제성장이 아닌 다른 측면에서 분석한 연구들이 존재한다. Kosack (2003)은 공적개발원조의 효과를 소득이 아닌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icators, HDI)로 표현되는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수행하여 민주주의가 발달한 국가에서 ODA가 효과적이었음을 보였다. Williamson (2008)은 ODA 가운데 보건분야(health sector)지출이 다양한 보건관련 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영향이 없음을 보였다. Hwang, Park, Lee, and Lim (2016)는 공적개발원조의 효과성을 경제성장과 개인의 복리 수준으로 구분하여 분석하고 있다.
금융시스템의 발전이 경제성장에 중요한 요소임을 보인 대표적인 연구는 Levine (1997)이 있다. Arestis and Demetriades (1997)는 주식시장에 초점을 맞추어 주식시장은 은행의 발달과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통해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침을 실증적으로 보인다. Ang (2010)은 금융시장의 자유화가 원조의 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인도에 대해서 시계열 분석을 수행하였다. Minoiu and Reddy (2010)는 원조를 개발 원조와 비개발 원조로 구분하여 각각의 원조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본 연구는 공적개발원조를 양자간 원조와 다자간 원조로 세분화하고 금융시장의 발전에 따른 원조의 효과를 경제 성장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으로 구분하여 실증적으로 살펴본 후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공적개발원조의 정책적 방향에 주는 함의를 제시하고자 한다.
3. 양자간 원조와 다자간 원조 현황
본 장에서는 양자간 원조와 다자간 원조의 차이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이론적 배경을 소개하고 OECD에서 제공하는 국제개발통계(OECD International Development Statistics)를 활용하여 양자가 원조와 다자간 원조의 현황을 소개한다. 양자간 원조는 개별 국가가 직접적으로 수원국에게 개발원조를 수행하는 것이고, 다자간 원조는 개별 국가들이 세계은행, UN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개발원조를 수행하는 것이다. Milner (2004)는 개별 국가들은 수원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원조의 결과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공적개발원조의 감독 비용과 대리인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국제기구를 통한 다자간 원조를 확대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제기구를 통한 다자간 원조는 양자간 원조에 비해 덜 편향되어 있으며(Neumayer, 2003a), 원조의 동기, 특성, 수원국과의 관계 등에 있어서 양자간 원조와는 구분된다(Ram, 2003). Neumayer (2003b)도 양자간 원조와 다자간 원조 의사결정에 수원국 인권이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남을 보였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과 같은 지역 은행은 역내 경제협력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Choi, 2016) 효율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협력 국가간의 제도적인 동질성이 요구된다(Baek, 2015).
Figure 1은 전체 ODA를 양자간 원조와 다자간 원조로 구분하여 각각의 금액을 막대차트에 표시하였고, 양자간 원조의 비중은 실선으로 표시하여 보여주고 있다. Figure 1 상단에 위치한 그림은 1970년부터 2014년까지 OECD DAC 회원국 전체의 자료를 나타낸다. 전체 ODA 가운데 양자간 원조의 비중이 평균 70%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다자간 원조의 비중이 증가하여 최근 양자간 원조 비중이 60%까지 낮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자간 원조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드는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Dang, Knack, and Rogers(2013) 연구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포함한 은행공황(banking crisis) 시기에 공적개발원조가 감소한다는 결과와 일치한다. 또한 다자간 원조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양자간 원조는 상대적으로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패턴은 양자간 원조가 개별국가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더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Figure 1: Trend of bilateral and multilateral ODA
Figure 1 하단에 위치한 그림은 한국의 공적개발원조 패턴을 나타내고 있다. 시계열 자료 누적의 한계로 인해 최근 5년간의 자료만 확보할 수 있었다. 한국은 지난 5년간 평균 양자간 원조 비중이 83%로, OECD DAC 회원국 전체의 최근 5년간 평균값인 58%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ODA의 양자간 원조의 비중이 가장 높았던 2014년 88%에 비해 2015년에는 79%로 감소하였다. 이는 정부의 다자간 원조목표비율이 30%이기 때문에, 양자간 원조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임을 확인할 수 있고, 추후에도 이러한 비중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자간 원조와 양자간 원조의 동기 및 효과가 다르다는 측면에서, 한국의 양자간 원조의 비중이 평균 OECD DAC 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원조의 양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질적인 부분에 있어서 세계적인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서 다자간원조 비중을 확대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Figure 2는 1980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실질 공적개발 원조의 상위 공여자를 양자간 원조와 다자간 원조로 구분하여 보여주고 있다. Figure 2 상단에 위치한 그림은 양자간 원조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8개국을 선별하여 국가별 연평균 원조액을 나타냈다. 미국의 공적개발원조는 연평균 200억 달러 이상이며 이는 전체 양자간 원조의 1/4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상위 공여자로써 이들 상위 5개국이 전체 양자간 원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임을 확인한다.
Figure 2: Source countries and institutions of bilateral and multilateral ODA
Figure 2 하단의 그림은 다자간 원조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제기구를 나타낸다. EU기구가 연평균 90억 달러 이상의 원조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다자간 원조의 1/3에 해당한다. EU 기구 외에 다자간 원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구는 세계은행, UN, 지역개발은행 순서로 나타났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다자간 원조는 세계은행(44%), 지역개발은행(26%), UN(24%)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2015년 5년간 평균적으로 세계은행을 통해 19억 달러, 지역개발은행을 통해 11.5억 달러, UN을 통해 10.2억 달러를 다자간 원조로 지원하고 있다.
4. 가설 설정
공적개발원조의 효과를 분석한 기존의 실증연구들은 혼재된 결과를 보이고 있는데, Bourguignon and Sundberg (2007)는 그 원인을 수원국과 공여국이 처한 상황이 다양하고 원조의 목적과 방식 등이 다르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Easterly (2003)도 원조의 경제적 효과는 이론적으로도 실증적으로도 확정적이지 않음을 보인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원조의 효과를 측정하는 방식 가운데 경제적인 측면과 삶의 질 측면 (Kosak, 2003) 두 가지로 구분하여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다.
H 1: 공적개발원조는 수원국의 경제성장 및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앞장 원조의 현황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양자간 원조와 다자간 원조는 규모, 변동성의 관점에서 다르고, 원조의 동기, 특성, 수원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다른 특징을 가진다(Ram, 2003). 이렇게 다른 특성을 가진 공적개발원조를 크게 다자간 원조와 양자간 원조로 세분하여 효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양자간 원조의 경우는 수원국과 공여국의 이해관계가 일대일로 반영될 수 있는 특성이 있고 다자간 원조의 경우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원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양자간 원조가 가난한 국가의 경제성장이나 삶의 질 향상에 더 효과적일 것으로 예측할 수 있고, 이를 반영한 다음 가설을 수립하였다.
H 2: 양자간 원조에 비해 다자간 원조가 경제성장 및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원조의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으로 금융시장의 발달 정도를 추가하였다. Alfaro, Chanda, Kalemli-Ozcan, and Sayek (2004)은 FDI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발달이 필요조건임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투입된 자본이 발달된 금융시장을 통해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Lee (2018)의 연구와 Ferrarini, Hinojales, and Scaramozzino (2017)의 연구에서는 금융시장을 통한 적절한 신용의 공급이 기업 활동을 촉진하고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음을 확인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가설을 수립하였다.
H 3: 수원국의 금융시장이 발달한 경우 원조의 효과가 더 크다.
5. 자료 및 모형
앞 장에서 수립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1970년부터 2014년까지의 ODA자료를 OECD에서 수집하였고, 총 142개 수원국의 공적개발원조 자료를 양자간 원조와 다자간 원조로 구분하여 표본을 구성하였다. 자료의 정확성과 더 많은 시계열의 확보를 위해 ODA자료는 지불액(disbursement) 대신 약정액(commitment)을 이용하였다. 양자간 원조는 DAC 가입국과 DAC 비가입국을 모두 포함하여 구성하였고, 다자간 원조는 EU기구, IMF, World Bank, UN, 지역 개발은행 등의 국제기구를 통한 ODA 자료를 활용하였다.
ODA의 경제적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 1인당 실질 GDP (GDP per capita)와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HDI)를 활용하였고, 이 두 변수를 로그 변환하여 종속변수로 이용하였다. 1인당 실질 GDP는 Pen World 표에서 추출하여 계산하였고, 인간개발지수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자료를 이용하였다. 인간개발지수는 기대수명으로 측정된 건강지표, 교육수준으로 측정된 지적수준 영역, 1인당 국민소득으로 측정된 삶의 질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는 교육, 생활, 건강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삶의 질을 나타내는 자료이기 때문에, 경제성장만을 측정하는 인당 GDP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설명변수에 사용된 투자는 GDP 대비 투자의 비중을 나타내며 Pen World 표를 이용하였다. 민간신용(domestic credit to private sector)은 GDP 대비 금융회사에 의해 민간에 제공되는 자금으로써 금융시장의 발전을 나타내는 지표이며 World Bank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이용하였다. 모든 변수는 특이값으로 인한 분석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양극단 1% 값을 조정한 뒤 분석에 사용하였다.
Table 1은 각 변수들의 기초통계량을 나타내고 있다. 인당GDP는 pen world table의 실질 GDP를 인구 수로 나누어 계산하였다. 실질 GDP를 사용했기 때문에 아랍에미리트와 같은 산유국에서 1970년대 초반에 높은 인당 GDP가 나타났다. 인간 개발지수는 0.21에서 0.85까지 값이 분포하였고 분석을 위해 로그 변환할 때는 1을 더하였다. GDP대비 투자비중은 평균 20%정도이고 최소값 0.92%부터 83%까지 분포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GDP 대비 민간신용의 평균은 30% 수준이며, 최소값은 0, 최대값은 166%로 나타났다. 홍콩과 같이 전체 산업가운데 금융의 비중이 큰 국가에서 민간신용 변수가 높은 값을 나타냈다. GDP 대비 ODA 비중은 양자간 원조가 2%, 다자간 원조가 1.3%로써 양자간 원조가 다자간 원조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Table 1: Summary statistics
Note: GDP per capita and HDI take the value before log transformation. * stands for the percentage of GDP.
Table 2는 분석에 사용되는 변수들의 상관계수를 나타내고 있다. 기초통계량에 사용된 변수를 로그 변환한 값에 대한 상관계수이며, ODA는 다른 변수와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경제가 발전되고 삶의 질이 높을수록 공적개발원조를 적게 받는다는 의미이다. 경제성장을 측정하는 1인당 실질 GDP와 삶의 질을 측정하는 HDI 변수는 상관관계가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Table 2: Correlation Matrix
Note: GDP per capita and HDI take the value before log transformation. * stands for the percentage of GDP.
실증분석은 아래와 같은 패널 고정효과 모형(Panel fixed effect)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동성을 반영하기 위해 연도 더미를 포함하였고, 내생성의 문제를 통제하기 위해 모든 독립변수는 1기 이전의 값을 이용하였다. 또한 통제변수에 포함되지 않은 개별 국가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국가별 고정효과를 포함한 모형을 이용하였다. 모든 변수를 로그 변환한 값을 이용하여 계수의 해석을 용이하게 하였다.
Yi,t = β0 +β1Zi,t-1 +β2Crediti,t-1 +β3Aidi,t -1+β4 (Aid× Credit)i,t-1 +γt +ηi +εi,t
Yi,t는 인당 GDP와 인간개발지수이다. 두 가지 종속변수를 사용함으로써, 첫 번째 가설인 공적개발원조의 경제적인 효과와 인도적인 측면에서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자 한다. Zi,t-1는 통제변수인데, 종속변수로 1인당 GDP를 사용한 모형에서는 GDP대비 투자비중을 사용하였고, 종속변수로 인간개발지수를 사용한 모형에서는 1인당 GDP를 통제변수로 사용하였다. Crediti,t-1은 민간신용이며 Levine (2002)과 Calderón and Liu (2003)의 연구와 같이 금융시장의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변수로 이용하였다. Aidi,t-1은 GDP대비 ODA비중을 나타내며, 두 번째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양자간 원조, 다자간 원조, 총 ODA 세 가지 변수를 사용하였다. 세 번째 가설인 금융시장의 발전 정도가 원조의 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보기 위해 민간신용과 ODA변수의 교호작용항(Aid x Credit)을 추가하였다.
6. 실증분석 결과
Table 3은 ODA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ODA 변수를 포함하지 않은 기본모형(1)에서 시작하여 총 ODA를 추가한 모형(2), 총 ODA와 민간신용의 교호작용 항을 추가한 모형(3), 양자간 원조와 다자간 원조를 구분하여 추가한 모형(4), 마지막으로 공여자에 따른 ODA와 민간신용의 교호작용 항들을 추가한 모형(5)로 구성되어있다.
Table 3: Effect on bilateral and multilateral ODA on economic growth: fixed effect model
Note: t-values are reported in parentheses. * p<0.05, *** p<0.001
투자와 민간신용은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공적개발원조는 전체 ODA, 양자간 원조, 다자간 원조 모두 원조 자체로는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모형(2), (4)). 하지만 민간신용과 ODA의 교호작용 항을 추가하여 금융시장의 발전에 따른 조건부 원조에 대해 분석하면, 전체 ODA(모형(3))와 다자간 원조(모형(5))가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설 3에서 예측한 바와 같이 수원국의 금융시장의 발전이 효과적인 ODA를 위한 필요조건임을 확인하였다. 이는 Levine (2002), Lee (2018), Ferrarini et al. (2017)의 연구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금융시장의 발달을 통해 자금의 유동성이 확보되고 기업이 투자를 촉진할 수 있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 ODA를 통해 해외로부터 유입된 자본이 기업들의 투자에 적절하게 활용되고 이를 통한 생산성 증대, 경제성장, 삶의 질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역할이 필수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Table 4는 ODA가 수원국의 삶에 질에 미치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Table 3과 유사한 모형이지만 종속변수가 인간개발지수로, 통제변수가 인당 GDP로 바뀌었다.
Table 4: Effect on bilateral and multilateral ODA on quality of life: fixed effect model
Note: t-values are reported in parentheses. * p<0.05, ** p<0.01, *** p<0.001
경제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인당 GDP와 금융시장의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민간신용은 수원국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과는 달리 전체 ODA와 양자간 원조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간신용과 ODA의 교호작용 항을 추가하면 전체 ODA도 금융시장이 발달한 경우에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고 다자간 원조도 금융시장이 발달한 경우에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금융시장의 발전이 필요조건임을 확인하였다. 특히 다자간 원조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 금융시장의 발달이 선제 조건임을 확인하였다.
공적개발원조는 전 세계의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세계은행의 데이터를 통해 지난 수십 년간 수원국의 경제를 성장시키고 영아 사망률과 수도 보급률과 같은 삶의 질을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08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이 공여국의 경제 혹은 정부재정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에는 절대적인 규모 자체가 감소할 수 있다(Frot, 2009). 글로벌 경기가 악화될 경우 오히려 수원국의 원조에 대한 필요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원조의 수요와 공급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적인 기준에 비추어 보아 무상원조의 비중과 비구속성 원조의 비중이 낮고 전체적인 원조액도 경제규모에 비해 적은 편이기 때문에 원조를 위한 재원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Lee, 2011).
수원국의 금융시장 발전이 원조의 효과를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실증분석 결과에 근거하여 공적개발원조 재원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이 발달한 국가를 중심으로 원조를 확대하여 효과적인 원조가 수행될 수 있도록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한편으로 다자간 원조의 비중을 선진 공여국 수준으로 확대하여 국제 빈곤 퇴치라는 인도주의적인 원칙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양자간 원조를 집행하는 기구인 한국국제협력단과 한국수출입은행, 다자간 원조를 집행하는 기구인 외교통상부와 한국은행의 주무부처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제한된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7. 결론
본 연구는 공적개발원조를 양자간 원조와 다자간 원조로 구분하여 수원국의 금융시장 발전 정도에 따른 원조의 효과를 경제적인 측면과 인도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실증분석 결과, 경제 성장과 삶의 질 향상에 미치는 양자간 원조와 다자간 원조는 금융시장의 발전 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금융시장이 발전한 국가에서만 공적개발원조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으며 이를 통해 금융시장의 발전이 효과적인 공적개발원조를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를 통해 주요 공여국인 선진국 국가들의 공적개발원조 예산이 감소하였고, 원조의 효과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원조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인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인 배경 하에 선진 공여국에서는 원조를 위해 예산을 확보하고 금융혁신과 같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속적인 공적개발원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 “국제개발협력 선진화 방안”을 수립하여 원조예산을 확보하고 인도적 예산의 비중을 확대하는 등 ODA의 선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의 원조효과를 단독으로 분석하기에는 우리나라의 원조규모가 수원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는 한계점이 있기에, 전체 공여자에 대한 원조의 효과를 분석하였다. 하지만 전세계 원조의 기준과 흐름에 부합하는 한국 ODA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는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해 함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은 OECD DAC가입국 평균에 비해 양자간 원조 비중이 높고, 다자간 원조의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 DAC의 2012년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ODA는 포괄적인 다자간원조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수원국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금융시장이 발달한 국가에 다자간 원조의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본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나라 ODA 중 다자간 원조의 비중을 확대해야 하고, 수원국의 현황 중 금융시장의 발전 정도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본 연구는 효과적인 ODA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수원국의 금융시장 발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확인하였다. 공적개발원조를 양자간 원조와 다자간 원조로 구분하였지만, 개별 공여국이 아닌 전체 원조의 합산 금액을 이용하였고, 공적개발원조의 투자 부문을 세분화하여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OECD 국제 개발 통계에서는 공여국 보고 통계(Creditor Reporting System, CRS)를 투자 부문별로 세분화하여 제공하고 있다. 투자 부문은 사회 인프라. 경제 인프라, 생산, 다부문, 일반프로그램지원, 부채경감, 인도주의 지원 등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연구에서는 세분화된 투자 부문에 따른 원조의 효과를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불어, 수원국 특성 뿐만 아니라, 공여국의 국가적 특성까지 고려하여 투자부문별 분석을 수행한다면 보다 구체적인 정책적 제언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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