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앞으로 다가올 글로벌 지식기반사회는 기존의 지식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술, 역량, 능력, 태도 등을 요구할 것이고 특히 실제 문제 상황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천으로서의 수행 능력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은정과 정대홍, 2014; 박재진 외, 2014). 이러한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지식을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재구성해서 활용하는 것을 강조하기 때문에(김환남과 이영주, 2012) 예상하지 못한 문제 상황과 마주했을 때 자신이 가진 지식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역량과 함께 문제 상황을 바라보는 탐구 사고력이 중요해졌다. 이처럼 급변하는 사회의 변화는 학교 교육의 변화를 갈망하게 되었고, 이러한 흐름은 영재교육의 변화를 요구하게 되었다.
2018년에 교육부가 발표한 ‘제4차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을 살펴보면,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새로운 영재교육 비전을 제시하면서 국가의 미래를 견인할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영재교육의 혁신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교육부, 2018). 특히 핵심역량 중심의 영재교육 프로그램에 관심을 두고, 미래사회 핵심역량으로 강조되는 창의적 문제해결력, 소통, 협업, 창의성, 혁신중심으로 영재교육 프로그램의 목표와 내용을 재구조화할 것을 시사하였다. 이는 기존의 지식 위주 영재교육프로그램에서 탈피해 역량 중심 영재교육 프로그램으로 재편성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앞으로 과학 영재교육 프로그램도 탐구 사고력을 강조하는 역량 중심영재교육 프로그램으로의 변화를 예상해 볼 수 있다.
2015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에서는 과학적 사고력, 과학적 탐구 능력, 과학적 문제해결력, 과학적 의사소통 능력, 과학적 참여와 평생학습 능력을 과학과 핵심역량으로 제시하였는데(교육부, 2015), 이는 과학 영재교육에서 강조해 왔던 탐구 사고력 향상이라는 역량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그중 과학적 문제해결력은 과학적 지식과 과학적 사고를 활용하여 개인적 혹은 공적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특히 일상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와 관련 있는 과학적 사실, 원리, 개념 등의 지식을 생각해 내고 활용하며 다양한 정보와 자료를 수집, 분석, 평가, 선택, 조직하여 가능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실행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문제해결력은 문제해결 과정에 대한 반성적 사고 능력과 문제해결 과정에서의 합리적 의사 결정 능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교육부, 2015), 탐구 사고력 향상에 필요한 역량이다. 따라서 문제해결력은 문제에 관련된 요소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이전에 획득한 지식, 기능을 이용하기 위한 수단, 방법, 전략, 절차, 고차원적인 사고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표상하는 능력이므로(김천웅과 정정인, 2019), 탐구 사고력을 향상하려는 과학 영재교육의 방향과도 일치한다.
과학 영재교육에서 과학적 문제해결력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으로 R & E(Research & Education)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이후 과학영재들을 위한 대표적인 사사교육 모형으로 R & E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시해 왔다(최호성과 태진미, 2015). R & E 활동은 과학영재학교, 과학고등학교는 물론 일반계 고등학교에도 확산되었으며(정현철 외, 2012; 강성주 외, 2009), 지금은 R & E 프로그램을 독립연구, 사사교육, 창의적 산출물 대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적용하고 있다. 영재교육원 및 대학부설 영재교육원 등에서도 교육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실시함으로써 과학 영재교육에서의 R & E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R & E 프로그램은 과학영재들이 실제 과학자나 교사의 지도를 통해 자신이 연구주제를 선정하여 직접 연구를 수행하는 것으로, 연구를 설계하고 실행하면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함양함과 동시에 과학적탐구 능력을 계발함으로써 연구수행의 기초적인 방법을 배우게 되므로(김경대와 심재영, 2008; 이지원과 김중복, 2015) 과학영재 학생의 탐구 사고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과학영재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더 나은 과학적 경험을 하고, 탐구활동을 통해 내재적인 동기를 신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이상균과 김순식, 2012).
R & E는 실제 과학참여 연구와 자기주도적 프로젝트형 연구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 중 자기주도적 프로젝트형 연구는 지도교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연구를 계획하고 진행하면서 과학자처럼 연구의 전 과정을 경험해 보는 방식으로(박종원, 2009; Dunbar, 1997; O’Neill & Polman, 2004) 현재 많은 영재교육 기관에서 활용하고 있는 방법이다(정현철 외, 2012). R & E를 영재교육에서 많이 활용하는 이유로는 학교 정규교육 내에서는 경험해 보기 어려운 내용을 접할 수 있으며,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여 전문 지식과 과학적 탐구 방법을 활용해 과학적 의사소통을 함으로써 창의적인 사고를 할수 있기 때문이다(김경대와 심재영, 2008). 그러므로 성공적인 과학 영재교육의 도약을 위해서는 R & E 프로그램을 그들의 수준과 특성에 맞게 개발하여 경험할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강성주 외, 2009).
그러나 우리나라의 R & E 활동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음을 선행연구 결과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대부분의 R & E 교육은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해 정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제시한 수많은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잘못된 형태의 교육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Chinn & Malhotra, 2002). 과학영재로 선발된 학생들조차도 학교에서의 R & E 수행 경험이 부족한 채로 과학 영재교육을 받게 되는데, 과학 영재교육기관에서는 R & E 수행에 대한 자세한 안내와 피드백이 부족한 채 쫓기는 일정에 맞춰 탐구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니 과학적 탐구의 참맛을 느끼기 어렵다. 한편, 과학중점학교에서 고등학생들이 수행했던 과제연구프로그램 활동 중 가장 어려워했던 내용은 주제선정이었다(정혜영과 문성배, 2014). R & E와 많은 부분 맥락을 같이하는 프로젝트 학습의 경우, 학생의 자율성과 높은 수준의 사고 능력이 요구되다 보니 아무리 동기 유발이 잘 되어도 구체적인 문제를 스스로 찾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하였는데(정현철과 윤초희, 2005; Barron et al., 1998; Grant, 2011), 이는 학습할 가치가 있는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탐구를 요구하는 프로젝트 학습의 특징(이지애, 2015)을 고려해 볼 때 이 연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프로젝트 학습의 전 단계에 걸쳐 교사의 충분한 안내와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연구 결과(이지애, 2015)는 이 연구에서 지적한 R & E의 가장 큰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R & E 프로그램은 과학영재 학생들의 탐구 능력 신장이 주된 목적이므로 그들이 주제를 직접 선정해서 자신의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절차를 안내해주었다고 해서 모든 과학영재 학생이 스스로 독립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을 모두 갖추었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R & E를 진행하는 일반적인 방법을 과학영재 학생이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을 활용해 전체적인 수행과정을 연습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이 연구에서는 과학영재 학생의 탐구 사고력을 향상하기 위해 개발한 안내된 R & E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개방적인 탐구 활동으로 안내하기보다는 과학적 탐구 절차와 단계별 과정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경험하도록 하는 의도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정의함으로써 R & E 지도방법에 대한 개선을 강조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과학영재 학생이 R & E를 수행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안내된 R & E 수업 모형과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제 적용해 봄으로써 그들의 탐구 사고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Ⅱ. 연구 방법
1. 전체 연구 절차
이 연구를 위한 전체 연구의 절차는 Fig. 1과 같다.
Fig. 1. Procedure of the study
이 연구는 2018년 4월부터 11월까지 2주 간격으로 D 지역 교육청 영재학급은 토요일 오전에 3시간, H 지역 교육청 영재학급은 화요일 오후 3시간을 각각 진행하였다. 과학영재 학생 대부분은 R & E를 직접 수행해 본 경험이 낮은 편이었으며, 단계를 이해하여 수행하기보다는 주로 과제 형태로 경험을 한 적이 많아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먼저 R & E 수업을 진행하는 방법을 개선하기 위해 관련 수업 모형을 여러 문헌을 통해 비교, 분석한 후 시사점을 반영해 안내된 R & E 수업 모형을 개발하였다. 정확한 R & E 수행을 위해 연구자들의 전공 영역인 지구과학교육 내용을 탐구 주제로 선정하였고, 통합 탐구 과정 절차에 맞추어 프로그램 초안을 작성하였다. 과학교육 전문가 1명, 지구과학교육 박사 2명, 지구과학교육 박사과정 2명, 지구과학교육 석사 1명과 함께 수차례 논의를 통해 프로그램을 수정․보완하였으며, 안내된 R & E 프로그램을 예비 적용한 후 매주 1~2시간씩 논의과정을 통해 각 절차와 진행 과정 및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찾아 최적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노력하였다. 연구 결과의 분석을 위해 학생들의 산출물을 살펴보았으며,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와 탐구 사고력 검사 도구를 활용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였다.
2. 연구 대상 및 연구 설계
이 연구에 참여한 과학영재 학생은 전남에 있는 중학교 2학년 학생으로 D 지역 교육청 영재학급 20명, H지역 교육청 영재학급 18명 총 38명이 참여하였으며, 수업은 영재교육의 경험이 있는 지구과학교육 전공자(석사)가 직접 진행하였다.
D 지역과 H 지역 교육청 영재학급은 선발 당시, 전남 지역의 과학영재 학생 선발 규정에 따라 선발되었기에 일정 수준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연구진은 생각하였지만, R & E 수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이와 관련된 사전 검사를 실시하였다. 김종윤(2007)이 개발한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 검사지의 Cronbach's α 계수를 살펴보면 정미경(2002)은 .820, 김종윤(2007)은 .923, 손준호(2014)는 .896으로 높은 편이었다. 이 검사지로 사전 검사한 결과,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의 전체와 하위 요소 모두 유의수준 .05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으므로 두 집단은 같은 집단임을 확인하였다(Table 1).
Table 1. The results of self-directed learning attitude
이 연구에서는 두 개의 집단을 대상으로 일회시행 사례연구(one-shot case study) 중심의 연구 설계를 진행하였다. 이 방법은 가외 변수에 대한 통제가 없고 내적 타당도에 대한 문제가 있어 나타난 결과가 실험 처치효과 때문이라고 주장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지만, 현장에서 연구문제를 찾거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위한 기초자료를 수립하기 위한 연구로 사용할 때에는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김아영 외, 2016).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결과 값에 대한 기술통계량을 활용하되, 각 평가 요소별로 기술통계 결과 값을 척도화하여 각 요소가 의미가 있는지를 선행연구와 비교하여 질적으로 분석하였다.
3. 안내된 R & E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수행과정 모형 개발
이선길(2006)은 R & E 프로젝트 개발 모형으로 ‘탐색-문제선정-계획-수행-결론 도출-발표 및 토의’ 6단계를 제안하였는데, 모든 과정에서 메타 인지가 관여한다고 하였다. 이 모형에서는 탐색 단계를 제시하여 문제선정을 하기 전에 이론 학습과 관련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비록 교사의 직접적인 안내가 겉으로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단계별 교사의 안내에 따라 활동이 이루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R & E 수행과정의 단계를 정현철 외(2012)는 ‘주제 선정–주제 관련 지식학습–실험 설계 및 실험 수행–결과 발표 및 평가’로 제시하였다. 또한 이지애(2015)는 ‘준비하기–넓은 범위의 주제 찾기–안내된 과학적 활동하기–구체적 범위의 주제 찾기–창의적인 작품 제작하기-새로운 문제 발견하기’와 같이 안내된 프로젝트 학습모형을 제안하였다. 특히 ‘안내된 과학적 활동하기’ 단계에서는 전체적인 과학 수행에 대해 오류를 점검하는 시간을 포함했다.
이상에서 제시한 여러 모형을 종합해 볼 때, R & E 수행과정과 프로젝트 개발 모형은 단계별로 약간의 명칭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통합 탐구 과정(문제인식, 가설 설정, 변인 통제, 자료 변환, 자료 해석, 결론 도출, 일반화)을 포함하고 있었으며, 과학영재 학생이 이를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교사의 안내나 개입에 대한 부분도 포함되어 있어서 처음부터 모든 수행과정을 영재학생에게 맡기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재 학생이 R & E 수행과정에 따라 탐구를 진행하더라도 많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이는 각 절차에 대한 영재 학생의 실천적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영재 학생 중 상당수는 교사와 함께 해보는 수행과정을 모두 다 이해하지 못할뿐만 아니라 탐구 주제가 달라지면 동일한 어려움을 반복해서 겪게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탐구를 교사와 함께 여러 번 수행하되, 1차 탐구활동은 대부분 교사의 안내를 받아 진행하고, 2차 탐구활동에서는 교사의 개입을 점차 줄이고 학생의 참여율을 높이며, 3차 탐구활동은 학생이 대부분의 활동을 하며 교사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하는 자율적 탐구를 하도록 한다. 다시 말해, 영재 학생이 R & E를 각 절차에 따라 단계별로 연습해 보는 경험을 갖도록 하되, 점차 학생 주도로 권한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탐구수행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R & E 수행과정의 단계를 참고하되, 학생들이 실제 R & E를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탐구수행 주도권의 점진적 이양을 강조한 안내된 R & E 수행과정 모형을 Fig. 2와 같이 개발하였다.
Fig. 2. Guided R & E process model
4. 검사 도구
가. 탐구 사고력
이 연구에서는 김유향(2013)이 개발한 탐구 사고력평가 문항 검사지를 사용하였다. 이 검사지는 과학 창의성의 하위 요소인 정교성을 기반으로 채점 준거가 개발되었기 때문에 영재 학생의 창의적인 과학 탐구능력을 확인하는 데 적합하다고 연구진은 판단하였다. 원래 탐구 사고력 평가 문항은 총 18문항 78점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평가 요소마다 점수가 달라 평가 요소별 비교가 어렵다는 판단하에 원래대로 채점한 후 문항별 점수를 3점으로 환산해 총 54점으로 수정하였다. 문항별 평가 요소와 평가 문항 유형은 Table 2와 같다. 이 탐구 사고력 평가 문항에 대해 김유향(2013)은 Cronbach's α=.882, 채점자 간 신뢰도인 Kendall's W=0.984로 보고한 바 있다. 이 연구에서는 17명의 과학영재 학생을 대상으로 사전 검사 결과, 탐구 사고력 평가 문항의 Cronbach's α=.816로 나왔다. 평가 요소별 채점자 간 신뢰도는 Pearson상관계수로 구했는데, 일반적으로 Pearson 상관계수가 .60이상일 때는 양호하다고 판단한다. 이 연구에서 Pearson 상관계수는 유의확률 .001 수준에서 .631~.956의 범위로 모두 유의하였다.
Table 2. The construction of science process skills
이 연구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은 지구과학 내용과 관련된 것으로, 중학교 과학과 교육과정 특성상 2015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과학과 영역별 탐구사고력은 서로 전이력을 갖추어야 하므로 생물 내용으로 구성된 위의 탐구 사고력 검사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과학영재 학생의 탐구 사고력을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5. 분석 방법
탐구 사고력 평가 문항의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채점자들의 일관성 확보가 중요했다. 채점자들은 평가 문항별로 제시된 채점 기준표를 함께 윤독하고 서로 의문점을 물어봄으로써 1차 협의 과정을 거쳤다. 협의 후에는 3개의 문항을 선별하여 1차 가채점을 하고 오차 범위를 문항 총점의 50% 이상으로 설정해 차이가 난 문항을 대상으로 2차 가채점 과정을 거쳤다. 만약 오차 범위 밖에서 채점 결과가 차이가 난 경우는 3차 가채점 과정을 거쳐 채점 기준을 명료화하려고 노력했다. 가채점 과정을 통해서도 점수 차이가 있는 경우는 문항과 채점 기준을 토대로 공동 채점을 통해 평균 점수를 산출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연구에서는 개발한 R & E 프로그램을 2개 지역의 영재학급에 적용한 후, 탐구 사고력 검사 도구를 수업 직후에 측정하였다. 평가 요소별 평균 점수와 표준편차 및 점수별 분포도를 구하여 비교했고, 그 결과가 갖는 의미를 찾기 위해 개발한 R & E 프로그램의 특징과 효과 및 개선점과 관련지어 질적으로 분석하였다.
Ⅲ. 연구 결과 및 논의
1. 안내된 R & E 수업 모형 및 프로그램 개발
이 연구에서는 ‘탐색 및 주제 선정–배경 지식 이해–실험 설계 및 수행–보고서 작성–발표 및 논의’ 5단계를 공통내용으로 제시하고 교사와 학생 중심의 비율에 따라 ‘교사가 안내하는 R & E–학생의 참여 비율을 높인 R & E–교사의 안내를 최소화한 자율탐구형 R & E’의 과정이 포함되도록 모형을 개발하였다.
‘교사가 안내하는 R & E’ 과정은 거의 모든 수행과정을 교사 주도로 제시하고 이를 단계에 맞게 따라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이러한 과정이 중요한 까닭은 영재 학생 일지라도 R & E 수행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여 부담이 있거나 정확하게 연구하는 절차를 몰라서 힘들어할 때가 많은데, 전체적인 수행과정을 교사의 안내된 제시에 따라 차근차근 수행해 봄으로써 R & E 수행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단계를 한 번 따라 해 보았다고 해서 스스로 R & E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다음 과정에서는 교사의 관여를 조금 줄인 ‘학생의 참여 비율을 높인 R & E’를 통해 다시 한 번 수행과정을 익힐 수 있도록 하였다. 과학영재 학생 역시 탐구 주제 정하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면서도 탐구해 볼 가치가 있는 주제를 교사가 제시해 주고 나머지 과정은 학생들이 스스로 해 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모든 단계에 대한 피드백이 구체적으로 완성되면, 마지막 과정인 ‘교사의 안내를 최소화한 자율탐구형 R & E’를 통해 직접 R & E를 수행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이 마지막 과정에서는 문제 인식을 통해 탐구문제를 직접 선정하는 과정부터 실험을 통해 결론에 도출하고 발표하는 모든 과정을 과학영재 학생이 스스로 진행한다.
위의 모형은 학생의 R & E 수행 방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처음에는 교사중심으로 진행하되, 2차, 3차 과정을 거치면서 점진적으로 학생에게 주도권을 이양하는 점진적 권한 이양 모형이다. 1차 과정(교사가 안내하는 R & E)에서는 탐구 과정의 단계별 정확한 이해를 위해 태양전지판이 받는 빛에너지와 관련된 내용을 선정하여 R & E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2차 과정(학생의 참여 비율을 높은 R & E)에서는 콩기르기와 관련된 주제로 한정 지어 R & E를 수행하도록 하였으며, 3차 과정(교사의 안내를 최소화한 자율탐구형 R & E)에서는 팀별로 주제를 자유롭게 선정하여 R & E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이 중에서 1차 과정을 위한 개발 프로그램을 요약⋅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탐색 및 주제 선정’ 단계의 이해를 돕기 위한 프로그램의 내용은 Fig. 3과 같다. 전반적인 R & E 프로그램의 내용과 진행 상황을 안내한 후, 연구문제선정의 어려움을 함께 이야기한다. 태양계 천체의 물리량 분포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후, 태양에서 방출되는 빛에너지와 행성 표면온도와의 관계를 생각한다. 행성 표면온도에 영향을 주는 변인을 논의하고 실험을 통해서 확인이 가능한 내용을 찾아 연구문제를 작성해 봄으로써 연구주제를 정해보는 활동을 한다. 연구문제작성 후, 변인 통제와 관련된 이해를 돕는 설명을 한 후, 모둠원과 가설을 작성하고 상호 발표를 통해 피드백을 하도록 구성하였다.
Fig. 3. Contents of the development program related to ‘Exploring and Topic selection’
‘배경 지식 이해’ 단계는 앞에서 선정한 주제와 가설과 관련해서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이해하는 시간으로, 지도교사와 함께 관련 내용을 학습하는 시간이다. 배경 지식은 도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초지식이므로 스스로 찾고 탐구하는 자세를 강조하였다.
‘실험 설계 및 수행’ 단계의 이해를 돕기 위한 프로그램의 내용은 Fig. 4와 같다. 이 단계에서는 앞에서 고려한 변인 통제를 다시 점검해 보고 관련한 실험을 구체적으로 설계해 보는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변인 통제에 좀 더 많은 비중을 두었는데, 이는 실험 설계에서 매우 중요한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실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인을 모두 찾고, 그것들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 이를 어떻게 통제하는 것이 좋을지를 모둠별로 충분히 토의하도록 하였다. 교사가 준비해놓은 실험 준비물을 활용해 구체적인 실험 장치를 그림으로 그려보고, 실험 과정을 글로 작성하되, 통제 변인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실험 방법과 각 물리량을 측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기술하도록 하였다. 그런 후 과학적 의사소통을 거쳐 완성된 실험 계획에 따라 실험을 수행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자료를 변환해 해석하여 결론에 도출하도록 피드백을 하였다. 특히 결과 해석 시 과학적 오류 여부를 함께 논의하고 추가 실험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Fig. 4. Contents of the development program related to ‘Designing and Conducting experiments’
‘보고서 작성’ 단계의 이해를 돕기 위한 프로그램의 내용은 Fig. 5와 같다. 이 단계에서는 영재 학생이 지금까지 탐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과학적 의사소통을 위한 방법인 보고서 작성에 초점을 두어 구성하였다. 보고서 작성에는 특별한 양식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의 목적에서 본다면 보고서에 꼭 포함해야 할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학습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보고서 작성 방법을 소개하되, 다양한 보고서 양식을 사례로 제시하여 자신만의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Fig. 5. Contents of the development program related to ‘Making reports’
‘발표 및 논의’ 단계에서는 앞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다양한 방법으로 발표하도록 구성하였다. 파워포인트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구두 발표나 보고서를 확대 복사한 포스터 발표를 경험하도록 한 후,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피드백 하였다. 과학영재 학생이 작성한 탐구 보고서 예시는 Fig. 6과 같다.
Fig. 6. Products of science gifted students’ inquiry reports
2. 탐구 사고력 검사 결과 및 논의
이 연구에서는 탐구 사고력의 9개 평가 요소별 평균과 표준편차를 확인하였는데, 그 결과는 Table 3, Fig. 7과 같다.
Table 3. Mean and standard deviation of science process skills by evaluation elements
검사 결과, 평균 점수는 ‘가설 설정 > 변인 추출 > 탐구문제 도출 > 결론 도출 > 실험 설계 > 일반화 > 평가 > 자료 해석 > 자료 변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은영 외(2013)의 연구 결과에서 각 평가 요소별 점수를 평균값으로 환산했을 때, ‘가설 설정 > 변인 추출 > 탐구문제 도출 > 일반화 > 실험 설계 > 결론 도출 > 자료 해석 > 자료 변환 > 결론 도출 > 평가’ 순으로 나온 것과 비교하면 상위 3개의 평균 요소의 순서는 같았다. 또한, 9개 평가 요소의 전체 평균값인 3.64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탐구문제 도출, 변인 추출, 가설 설정, 결론 도출은 평균 4.84점으로 높은 점수를, 실험 설계는 평균 3.50점으로 전체 평균값과 비슷한 점수를, 자료 해석, 일반화, 평가는 평균 2.75점으로 낮은 점수를, 자료 변환은 평균 1.64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보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과학영재 학생은 실험 상황에서 가설 설정 능력이 높으며(이지애 외, 2011), 가설설정, 변인 추출, 탐구문제 도출 능력이 높다(정은영 외, 2013)고 한 선행연구와도 일치한다. 특히 Fig. 7에서 가설 설정과 탐구문제 도출의 경우, 절반 이상의 학생이 5~6점대에 점수가 분포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Fig. 7. Histograms of science process skills by evaluation elements
따라서 이 연구에서 개발한 안내된 R & E 프로그램은 ‘가설 설정, 변인 추출, 탐구문제 도출, 결론 도출’의 평가 요소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가능성이 큼을 알 수 있다. 이는 개발한 안내된 R & E 프로그램이 교사중심의 교사가 안내하는 R & E 활동을 통해 탐구문제를 선정하고 가설을 설정하는 방법을 자세히 학습했던 경험이 연구 결과에 영향을 주었다고 판단된다.
탐구문제를 제안하는 것은 새로운 문제의 발견이자 과학 탐구의 출발점으로 모든 과학 탐구 활동의 기초가 된다(손준호와 김종희, 2012). 하지만 실제 많은 과학영재 학생들은 자신이 연구할 탐구문제를 선정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탐구문제의 발견은 창의적인 문제의 해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오영란, 2005) 많은 선행연구에서 문제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고유미와 여상인, 2011; Starko, 1999). 탐구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은 단순히 문제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어떤 상황에서 문제형성과 해결 가능성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포함하는 복잡성과 다양성이 존재하는 고등사고능력이다. 그래서 이 연구에서는 스스로 탐구문제를 도출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하지만 1차 교사중심의 과정에서 교사의 개입을 줄여나가는 2차 과정인 ‘학생의 참여 비율을 높인 R & E’에서도 사실상 탐구문제를 발견하는 대상이나 범위를 교사가 제한적으로 제시하였고, R & E 수행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가설 설정이나 변인 통제보다는 자율성이나 적극성이 조금 낮게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과학영재 학생이 탐구문제를 도출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안내된 R & E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서는 국립중앙과학관의 전국과학전람회대회나 전국학생과학발명품대회 등 기존에 검증된 학생작품 위주의 탐구주제를 직접 검색해 보고 탐구 주제의 가치와 실현 가능성을 평가항목에 따라 평가해보는 내용을 프로그램에 포함 시킬 필요가 있다.
‘변인 추출’이나 ‘가설 설정’과 같은 평가 요소는 1차 과정 때부터 체계적으로 지도하여 2차와 3차 때 다양한 문제 상황별로 경험을 하였기에 평균 점수가 높게 나온 것으로 생각한다. 변인을 잘 선정할 수 있다면 가설을 보다 정확하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내용으로 설정할 수 있다. 실제 탐구 상황에서 과학영재 학생은 변인 선정 시 많은 부분에서 문제점이 있는데, 그중 통제 변인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경우가 낮다고 하였다(임수빈과 최원호, 2017). 한편, 가설 설정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잠정적인 과학적 진술로 볼 수 있다. 만약 확증된다면 이는 새로운 과학 이론으로 인정을 받기 때문에 과학교육에서 가설 설정 능력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박종원, 2000; Grandy & Duschl, 2007). 하지만 우리나라 과학 영재교육에서는 가설 설정 능력을 효과적으로 지도하지 못하고 있음이 여러 선행연구를 통해 드러났다(박미진과 서혜애, 2012; 신미영, 2013; 김지영과 강순희, 2006). 이에 이 연구에서는 변인 통제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이들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올바른 과학적 가설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위해 안내된 R & E 프로그램을 구성함으로써 여러 과정을 통해 많은 피드백과 경험을 제공하였기에 탐구사고력 평가 요소 중 가장 높은 평균 점수를 보였다.
‘실험 설계’의 경우, 평균값보다 조금 더 낮은 점수를 보여주었으며, 실험 설계의 능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평가’의 경우는 더 낮은 점수를 보였는데, 이는 과학영재 학생의 실험 설계 능력이 미흡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결과이다. 실험 설계 능력은 과학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로, 복잡한 문제 상황을 좀 더 구체화 시켜 실행 가능성 있게 발전시켜 가는 것이다(신명경 외, 2017). 특히 실험 설계 활동은 과학적 창의성 계발에 도움을 주는 교육 활동이지만(유지연 외, 2011), 과학영재 학생은 실험 과정을 구성하는 각 단계의 논리적 관계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고 실험설계에 필요한 지식수준이 피상적임을 지적한 바 있다(권용주 외, 2008). 비록 이 연구에서는 3번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정확한 실험 설계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으나, 실험 설계 능력이라는 것이 다른 평가 요소보다 몇 번의 연습만으로 향상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문제 상황에 맞는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각 변인 간의 논리적인 관계를 고려하여 자신이 생각해 낸 실험 전략의 적용 가능성을 스스로 평가하고 수정 및 보완할 기회를 자주 제공(유지연 외, 2011)해 줄 수 있는 특별 프로그램의 개발과 적용이 절실히 필요하며, 이런 내용이 안내된 R & E 프로그램에 반영되어야 하겠다.
‘자료 변환’은 연구 결과 가장 낮은 점수를 보인 탐구 사고력 평가 요소로, 앞으로 R & E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더 구체적인 안내를 통해 다양한 표와 그래프를 작성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과학에서 실험 결과를 표나 그래프를 통해 간략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은 과학적 의사소통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그래프는 과학 자료를 분석함과 동시에 과학 개념을 전달하는 의사소통의 도구이다(최연정, 2017). 심지어는 제시된 그래프를 통해 실험 가설이나 통제 변인까지도 찾을 수 있으므로(이정아와 임인택, 2004), 자료 변환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자료 해석’은 자료 변환 다음으로 낮은 점수를 보였는데, 정은영 외(2013)의 연구 결과에서도 자료 해석은 자료 변환 다음으로 낮은 점수를 나타낸 것을 보면, 자료 해석은 자료 변환의 낮은 점수와 연결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실 자료 해석은 관찰, 실험, 조사 등을 통하여 수집한 모든 자료를 분석하여 자료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고 설명하는 일로, 좁게는 표, 그래프, 그림 등을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하며 의미 있는 관계나 경향을 찾아내는 과정을 말한다(교육부, 2018). 그래서 자료 해석 과정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찾아 자신만의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즉 자료 해석을 통해 변인 간의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를 알아낼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조직화할 수 있게 된다(임성만 외, 2010). 이처럼 의미 있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자료 해석 능력은 중요한 탐구 능력임에도 현실적으로는 초등, 중등, 고등학생 모두 그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황현미와 방정숙, 2007). 물론 과학영재 학생은 일반 학생보다 자료 해석 능력이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조은부와 백성혜, 2006)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학영재 학생이 R & E를 수행할 만큼 의미 있는 자료 해석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흡하다. 이 연구에서 개발한 안내된 R & E 프로그램에서도 자료 해석의 중요성을 알고 자료 변환 후에 변인 간의 관계를 파악하도록 안내를 하였다. 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변인사이의 어떤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탐구주제와 관련지어 표면적인 해석에서부터 깊이 있는 해석까지 다양한 해석을 진술한 후 어떤 것이 의미 있고 타당한 자료 해석인지 등에 대해 절차를 밟아서 안내하지 못하였기에 평균 점수가 낮게 나온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자료 해석 또한 구체적인 예시 자료를 제시하여 함께 변인 간의 관계를 밝히는 경험을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
‘결론 도출’의 경우, 네 번째로 높은 평균 점수를 보였다. 결론 도출은 해석된 자료를 바탕으로 문제의 해답을 얻거나 가설을 판단하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탐구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요약정리가 아니라 탐구문제를 확정적으로 언급한 것이므로 자료의 의미를 결정짓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교육부, 2018). 물론 이 연구에서는 과학영재 학생이 탐구할 문제에 대해 최종적인 해답을 찾고 가설에 대한 검증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리했기에 결론 도출 능력이 높았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결론 도출이 단순히 하나의 탐구 요소로 길러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과학영재 학생의 질적으로 수준 높은 결론 도출 능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예시 자료와 연습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 도출을 통해 자신의 실험에 의미를 부여하고 더 나아가 추후 탐구 활동에서의 문제 제기를 위한 발판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안내된 R & E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1차, 2차 과정에서 깊이 있게 다루어지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일반화’의 경우, 정은영 외(2013)의 연구 결과와 달리 낮은 평균 점수를 보였다. 일반화는 여러 개의 구체적인 사례나 검증된 사실로부터 포괄적인 의미를 이끌어내는 과정으로, 실제 구체적인 실험 결과와 자료에 근거하여 규칙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설명력이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교육부, 2018). 하지만 과학영재 학생도 결론과 일반화를 정확하게 구분 짓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 수업에서나 과학영재 수업에서 일반화라는 용어를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와 관련된 경험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본 연구에서도 탐구 과정 전체를 이해시키기 위한 안내된 R & E 프로그램을 개발하였지만, 일반화를 위한 안내는 구두나 간단한 피드백 정도로만 제시되었지 체계적인 학습을 통해 결론 도출과 일반화를 비교하여 연습해 보는 활동을 제공하지 않았다. 따라서 과학 영재교육의 R & E 수행만큼은 일반화까지 다룰 수 있는 경험적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Ⅳ. 결론 및 제언
이 연구에서는 중등과학영재 학생의 탐구 사고력 향상을 위해 안내된 R & E 수행과정 모형과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그 효과를 분석하였는데 그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과학영재 학생이 R & E를 수행할 때 담당 교사가 체계적으로 지도할 수 있게 교사와 학생 주도권에 따른 점진적 이양을 강조한 안내된 R & E 수업 모형을 개발하였다. 1차 과정은 ‘교사가 안내하는 R & E’ 단계로 교사가 대부분의 수업 주도권을 갖고 R & E 수행에 필요한 모든 과정에 대해 안내하고 따라 해 보는 활동으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2차 과정은 ‘학생의 참여 비율을 높인 R & E’ 단계로 1차에 비해 학생이 주도권을 좀 더 많이 갖되, 교사의 안내와 지시가 여전히 공존하는 단계이다. 특히 연구문제의 경우, 범위를 한정 짓고 그 속에서 학생이 발견하도록 하는 통제된 안내가 특징이다. 마지막 3차 과정은 ‘교사의 안내를 최소화한 자율탐구형 R & E’ 단계로 1차 과정과는 반대로 주도권은 학생에게 있다. 3차 과정이 평소 대부분의 영재교육 기관에서 운영하는 R & E 자기주도적 프로젝트형 연구과정과 가깝다. 이렇게 1~3차까지의 과정을 통해 과학영재 학생은 교사의 안내된 R & E 탐구 방법에서 학생 스스로 개방형 R & E 탐구로 연구를 진행해 나가는 경험을 통해 더욱 체계적이면서 자신감 있게 R & E를 수행하는 능력을 함양할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 R & E 수업 모형에서 강조한 ‘탐색 및 주제 선정-배경 지식 이해-실험 설계 및 수행-보고서 작성-발표 및 논의’의 5단계 과정에 맞게 R & E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중학교 2개 영재학급 총 38명의 학생에게 적용하였다. 특히 이 연구에서 개발한 안내된 R & E 프로그램은 1차 과정(교사가 안내하는 R & E)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전체적인 R & E 수행과정을 함께 경험해 보고 문제점을 파악해 본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대부분 기존의 R & E 교육 프로그램은 단계나 과정을 소개하고 예시 보고서를 보여주면서 처음부터 R & E 활동을 진행하다 보니 과학 탐구 과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했음을 여러 선행연구에서 지적하였다. 따라서 진정한 R & E 수행을 위해서라면 과학영재 학생이라 할지라도 처음부터 자세한 안내와 따라 해 보는 수행의 경험은 필요할 것이다.
셋째, 과학 탐구 사고력 검사 결과, ‘가설 설정 > 변인 추출 > 탐구문제 도출 > 결론 도출 > 실험 설계 > 일반화 > 평가 > 자료 해석 > 자료 변환’ 순으로 높은 평균 점수를 나타냈다. 세부적으로 탐구 사고력의 9개 평가 요소 중 ‘탐구문제 도출, 변인 추출, 가설 설정, 결론 도출’은 높은 수준을, ‘실험 설계’는 평균 수준을, ‘자료 해석, 일반화, 평가’는 낮은 수준을, ‘자료 변환’은 매우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 개발한 안내된 R & E 프로그램은 ‘탐구문제 도출, 변인추출, 가설 설정’에 더 많은 도움을 주었으므로, 나머지 탐구 사고 평가 요소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서 더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과학영재교육에서 R & E를 체계적으로 활성화할 방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이 연구에서 개발한 안내된 R & E 프로그램 이외에도 탐구 과정을 단계별로 연습하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지침서를 학교급 별 발달 단계에 맞게 정리하여 일선 영재교육 기관에 배포할 필요가 있다. 이는 영재교육 대상자의 R & E 수행 능력 향상을 위한 국가의 관심과 책무로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강조하는 영재교육의 목표에 부합된다고 하겠다.
둘째, 영재교육 기관에서 R & E를 수행한 영재 학생의 산출물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공유한 산출물을 활용해 각자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자세로 분석하고 비판하는 경험의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직간접적으로 R & E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관련 담당자들의 창의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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