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칼럼 - AI 가축 매몰지 소멸처리 이대로 둘 수 없다!

  • Published : 2018.09.01

Abstract

Keywords

우리나라는 지난 2010년~2011년 당시 역사상 유례가 없는 최악의 가축전염병(AI, 구제역) 발병 사태를 겪으면서 아직도 그 상처가 남아있다.

2018년 기준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2010년~2011년 조성되어 사체분해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는 가축 매몰지는 4,751개소이며 그 이후에도 전국적으로 3천여개의 매몰지가 HDPE. FRP 탱크에 저장하는 저장조저장방식으로 그 형태만 바꾸었을 뿐 7천여개의 구제역, AI 매몰지가 존재한다. 필자가 7천여개의 매몰지라 표현한 것은 중앙정부, 지자체, 생산자 단체 그 어는 기관에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매몰지의 정확한 집계가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에 양계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 이 글이 나부터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것을 먼저 밝힌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점이다’라는 말처럼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2018년 2월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으로 2022년까지 5개년 간 매년 20%의 매몰지를 발굴, 소멸 처리한다는 정책이 수립되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현행 가축전염병 긴급대응 지침(SOP)에 따르면 가축전염병으로 살처분한 가축을 매몰 또는 저장조 등에 저장하고 3년이 경과하면 모두 자연소멸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있어, 매몰지 소멸에 대한 그 어떤 기준도 정하고 있지 않다. 사체의 자연 분해란 토양에 존재하는 토착미생물에 의해 살처분 가축 사체가 발효되는 과정을 의미하지만, 자연 소멸을 위해서는 미생물 활성화에 필요한 온도, 습도, 공기량 등 환경 조건이 적합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오랜 시간이 경과되어서 가축 사체의 발효 분해가 이루어지기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 7년이 지난 매몰지에 미부숙 사체가 부패 상태로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로 인한 주변 토양 및 지하수 오염으로 농작물의 2차 오염 우려까지 많은 언론에서 새로운 사회문제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축산업을 생업으로 하는 영세 축산농가에는 환경오염이라는 거시적인 문제, 어찌 보면 마치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불가항력적 사회문제보다 더 심각한 현실적인 문제에 고통을 받고 있다. 바로 토지이용 제한이라는 사유재산권의 제약이다.영세한 축산 농가의 토지에 조성된 매몰지로 인해 작은 창고 하나 새로 짓는 것조차 불가하며 심지어 저장조 방식의 매몰지는 자재를 야적하는 공간으로조차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토지나 농장을 매매하고 싶어도 일반적인 주변 부동산 시세의 60~70%에 불과한 금액에 거래하며 손해를 감수하고 있지만 그나마 거래 자체가 이루어지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영세 축산농가의 고통은 지구환경오염이라는 환경문제에 가려져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토지에 대한 사유재산침해를 보상하는 근시안적 대책이 아닌 매몰지 자체를 소멸 처리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매몰지 소멸처리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복합적인 문제를 고려하여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공법을 선정하여야 한다. 가장 주목할 사항은 전국의 모든 가축 매몰지는 조성 위치, 주변 냄새 민원 문제, 기타 환경 여건 등 모든 여건이 상이하여 전국적으로 획일화된 공법을 지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반경 1km 이내에 민가가 있는 매몰지에 최소 2~3개월이 소요되는‘생물학적 미생물 발효에 의한 생분해’공법을 채택할 경우 또 다른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가축 사체를 발효시키는 퇴비화 과정은 가축의 근육 등의 주성분인 단백질이 아미노태 질소, 암모니아태질소, 질산태 질소로 이어지는 성분 변화를 거쳐 질소 비료 성분의 유기질 퇴비가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인체 유해 가스가 바람을 타고 민가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실제 관리 기간 경과 후 현재 농경지로 사용 중인 매몰지 토양을 전문 시험기관에 의뢰한 결과 악취와 인체 유해 원인 물질이 암모니아태 질소가 주변 비오염 토양과 비교하여 최소 10배에서 최고 120배 이상이 검출된다. 이 피해의 당사자는 매몰지 주변 주민, 즉 우리 양계농가의 소비자이자 고객이라는 점에서 우리도 정부의 몫이라 치부하고 방치할 수 없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표 1. 오염토에 따른 암모니아태질소 함량 비교

주 1) 시험방법 : 농촌진흥청 고시 제2016-27호 토양(퇴비) 품질 검사기준에 의한 표준 토양 시험

주 2) 시험기관 : 제일분석센타 (농진청 지정 공인 토양 시험기관)

암모니아태질소가 발효의 마지막 단계에서 질산태질소로 변화되면 대기 중에 이산화질소가 발생하는데 이는 최근 초미세먼지의 원인 물질로 규정되어 정부에서는 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시키는 등 강력히 규제하는 위험 물질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 매몰지의 경우 가금류 특유의 냄새를 유발하는 이산화황이 발생하며 대기 중의 수소와 결합하여 독성물질인 황화수소를 발생시킨다. 주변에 호흡기 질환, 화학물질 과민성 피부 질환을 가진 주민이 있을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어이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공법 선정은 매우 위험하다. 이러한 지역특성이 있는 매몰지의 경우 장기간 유해 가스 발생을 수반하는 미생물 발효 공법이나고온 스팀을 이용하는 습열처리 방식의 고압랜더링방식은 지역 주민에게 또 다른 피해를 발생시키게 되므로, 처리 기간이 짧고 다습한 가스 발생이 거의 없는‘건열처리 공법’을 채택해야 하나 현재 정부 정책에는 이러한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역별 특성과 영세 축산농가의 상황을 고려한 현장 기반의 최적의 처리 공법 선정을 위해서는 각 지자체별로 지역 여건에 익숙한 지역업체 육성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지역별 가축전염병 초동 대응 및 매몰지 소멸처리 전문 업체를 육성하고 지자체와 생산자, 소비자를 연계한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구축이 가축 매몰지의 효과적인 처리를 위한 근본적인 해법이라 생각한다.

소비자는 썩은 가축 사체가 없고 오염되지 않은 토양에서 생산된 건강한 가축을 원하고 또 닭, 오리와 계란을 구입할 때 표시된 생산자 표시를 보면서 좋은 환경에서 정성껏 키웠을 것이란 믿음을 가지게 된다. 소비자의 믿음과 요구가 있는 한 생산자는 나라에서 알아서 하겠지라고 하며 매몰지 관리와 소멸처리 노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없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국민 건강을 위해 획일화된 탁상공론이 아닌 지역 특성에 최적화된 관리와 소멸을 위해 소비자인 주민과 전문성 있는 생산자와 평소 지속가능한 유대관계 및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한 지역업체를 적극 육성하여 최적화된 기술 자문과 문제 발생 시 신속한 업무 협조를 통해 부족한 한계를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마음을 열고, 정부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믿음을 얻기 위해 귀를 열었을 때 비로소 소비자의 믿음도 얻을 수 있다는 진리를 잊지 말고 남의 일이 아닌 나부터 바꾸면 된다는 생각으로 우리가 앞장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