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초순쯤, 양계 현장에서 20년 이상 활동하시고 있는 양계 전문 수의사 한 분으로부터 새해 인사 전화를 받았다. 그분은 이런저런 현장 얘기를 하시면서, 농림축산검역본부 조류질병과의 하는 일이 특정 바이러스성 질병인 조류인플루엔자(AI), 뉴캣슬병, 전염성 기관지염 등에 국한된 연구만을 하는 곳으로 알아 왔다는 이야기에 상당히 놀랐었다. 그동안 우리가 하는 일들을 잘 알거라 생각해왔던 수의사까지도 극히 일부분만을 알고 있다면, 농장을 경영하거나 관련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 중에 상당수는 조류질병과가 어떤 일을 얼마나 많이 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과거의 영광과 수많은 성과가 현재를 대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겠다는 가르침으로 다가왔다. 사실, 조류질병과는 양계산업이 걸음마 단계인 60년대(1966년) 신설되어 오늘날처럼 축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하기까지 질병 예방을 위한 다양한 백신 개발과 예방법 연구를 통해 양계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으나, 최근 수년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의 잇따른 발생 때문에 AI 진단과 예방업무에 치중하다 보니 현장과의 연계가 느슨해지고, 몇 가지 전염병만을 연구하는 곳으로 인식되었던 것 같다.
지난해 8월 AI만을 연구하는 연구진단과가 새롭게 신설되어 올해부터는 AI를 제외한 모든 닭 질병은 우리 과에서 여전히 양계산업을 위해서 연구하고 있다. 하여간 양계산업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들을 소상히 현장에 알려드리는 채널이 필요하다는 직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올 2월부터 매달『검역본부질병 Bulletin(소식지)』를 소중한 월간양계지면을 이용해서 소통할 예정이다. 이 소식지는 주요 닭 질병발생동향, 연구개발정보, 동물(닭)용 의약품기술검토 현황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꾸며지도록 노력할 예정이며, 이번 첫 호는 조류질병과의 `18년 실험실별 중점추진 업무를 말씀드리고, 그리고 지난 1월 초에 발생한 산란계에서 감염 초기 임상 증상과 육안적인 병변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조류 질병 진단연구실
기본 임무는 현장(농장), 수의사, 사료 회사, 제약회사 등에서 의뢰한 가검물의 진단을 통해서 질병 발생 원인, 치료, 예방 등의 기술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험실이다. 올해는 질병 진단을 의뢰한 분들에게 다른 업체나 대학, 기관 등과 차별화된 내용으로 “프리미엄 진단서비스”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전염성 질병 진단서비스를 위해 임상병리 검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병원체의 분리 동정 후 특성분석과 혈청검사를 강화하며, 진드기 약제 감수성 검사도 하반기부터 제공토록 하겠다. 아울러, 최종 진단결과가 의뢰자에게 제공되기 전에 부검소견을 바탕으로 가진단과 정밀검사 진행과정을 알려드려서 농장에서 적절한 치료 등의 조치로 피해 최소화로 이어지게끔 진단록 서비스 품질을 향상해 나가겠다. 이렇게 되면 생산현장과 조류질병과의 긴밀한 협력체계가 더욱 굳건해지고, 현장문제를 신속하게 파악하여 연구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류 세균/가금위생 연구실
세균 및 가금위생연구실의 중점 추진사항으로는 살모넬라 국가모니터링 및 방제시스템 구축, 치료제(생균제, 박테리오파지 등) 원천기술개발, 난계대 및 생산성 저하 질병방역기술개발, 가금위생 미생물 오염조사 및 기생충 방역기술 개발 등이다. 위에 기술된 연구 이외에 올해는 국제동물보건기구(OIE) 표준실험실을 추가로 인증받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과에서는 기존 뉴캣슬병 OIE 표준실(`11년 6월 인정, 아시아 최초)을 갖고 있지만, 추가로 살모넬라 OIE 표준실험실을 조류 세균실에서 인정받기 위해 지난해 12월 중순에 신청서를 OIE에 제출하였으며, 올해 5월 말 OIE 총회(프랑스, 파리)에서 인정여부가 결정된다. 또한, 산란계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인 닭 진드기 방제를 위한 효과적인 방역관리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연말쯤 농가에 보급할 예정이며, 현장에서 자주 얘기가 나오고 있는 닭 진드기와 가금티푸스의 상관성을 조사하여 농가에 소상히 알려드릴 예정이다.
표 1. 산란계 HPAI(H5N6) 초기 주요증상
▲ 녹색변(화살표)
▲ 난포 파열(화살표)
뉴캣슬병 OIE 표준실험실
뉴캣슬병 연구실은 뉴캣슬병만 연구하는 실험실은 아니며, 닭·오리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모든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곳이다. 주요 추진사업은 뉴캣슬병 국내 부재 증명 전국 예찰검사, 주요 생산성 저하 바이러스성 질병 예방법 개발, 닭 전염성 기관지염과 뉴모바이러스 감염증 등 양계 백신 개발 등이다. 올해는 특별히 뉴캣슬병에 대한 장기계획을 수립하는 원년으로 삼을 예정이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2000년대 초반까지는 뉴캣슬병 발생으로 연간 수천억의 피해가 유발되었으나, 부화장에서 1일령 분무 백신접종 의무화, 품질 좋은 백신주 선정, 효율적인 백신 프로그램 적극적인 홍보 등을 통해서 지금은 현장에서 뉴캣슬병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가장 마지막 뉴캣슬병이 확인되었던 2010년(발생 3건) 이후부터 올해까지 연수로 8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이 없고, 최근에는 양계농장을 새롭게 하신 분들이나 젊은 수의사들은 뉴캣슬병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도 생겨날 정도다.
이렇게 오랜 기간 발생이 없는 상황이지만, 아직도 현장에서는 10년 전에 썼던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똑같이 사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어떻게 뉴캣슬병을 예방하고 관리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폭넓은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협의회(공청회) 등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장기적인 추진계획을 세워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