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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과제 주관 기관 : 경북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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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의 목적은 "주역"과 인공지능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성과 차이점을 밝히려는데 있다. "주역"의 점술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지식체계 가운데 하나이며, 인공지능은 인류가 만들어낸 과학의 발명 가운데서도 최전선에 서 있는 지식체계이다. 양자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빅 히스토리(Big History)의 관점에서 본다면 "주역"과 인공지능은 기호학적 관점에서 볼 때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지닌다. 첫째, 인공지능과 "주역"은 인공언어를 사용하는 기호 체계에 의지한다. 둘째, 점술과 인공지능을 가능하게 하는 원리는 모방과 재현에 있다. 셋째, 인공지능과 "주역"은 모두 추리 과정을 수행하기 위하여 알고리즘(algorithm)에 의지하며, 그 알고리즘은 이진법(二進法)을 기본적 수단으로 삼는다. 넷째, "주역"과 인공지능은 지식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비(類比)의 방법에 의존한다. 물론 이러한 몇 가지 유사성이 있다고 해서 "주역"이 과학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거리가 먼 것 같은 두 지식체계 사이에 이러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문명의 본질에 관해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주역"과 인공지능은 미지(未知)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하여 지능을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는 "주역"의 점술의 과정에 개입하는 지능이 어떤 종류의 지능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의 성격에 대해서도 아직 잘 알지 못하고 있다. 미지의 주체에 의해 운용되는 지능은 우리에게 신비롭고도 두려운 존재이다. "주역"의 점술이 우리에게 점단(占斷)을 행하는 초월적 주체가 무엇인지에 관해 경외하는 마음을 품게 하였듯이, 기계속에 보이지 않는 인공지능의 주체도 우리를 두렵게 한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의 등장은 의식있는 존재만이 지능을 가질 수 있다고 간주했던 전통철학의 관점에 도전을 던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기호를 매개로 진행되어 온 문명의 발전 과정이 이제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시점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하는데, 필자는 이 용어를 구문명(舊文明)과 신문명(新文明)의 경계를 가리키는 임계점(臨界點)이라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소옹(邵雍)의 용어를 빌려서 표현한다면 구문명은 선천(先天)이고, 신문명은 후천(後天)이다. 임계점을 지나면 질적 변화가 일어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며 더 이상 과거로 회귀하지 않는다. 현대 문명은 특이점을 통과했다는 징후를 여러 측면에서 보이고 있다. 후천개벽은 조선 후기의 종교 사상가들에게는 예언이었지만 어느덧 소리 없이 현실로 다가와 이미 우리 곁에 있다.
This paper aims to clarify the similarities and differences between the Zhouyi and artificial intelligence. The divination of the Zhouyi is rooted in the oldest system of human knowledge, while artificial intelligence stands at the cutting edge of modern scientific revolution. At first sight, there does not appear to be any association that links the one to the another. However, they share the same ground as seen from a semiotic standpoint because both of them depend on the semiotic system as a means of obtaining knowledge. At least four aspects can be pointed out in terms of similarities. First,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Zhouyi use artificial language that consists of semiotic signs. Secondly, the principle that enables divination and artificial intelligence lies in imitation and representation. Thirdly,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Zhouyi carry out inferences based on mathematical algorithms that adopt the binary system. Fourth,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Zhouyi use analogy as a means of obtaining knowledge. However, those similarities do not guarantee that the Zhouyi could arrive at the scientific certainty. Nevertheless, it can give us important insight into the essence of our civilization. The Zhouyi uses intellect in order to get new information about the unknown world. However, it is hard to know what kind of intellect is involved in the process of divination. Likewise, we do not know the fundamental character of artificial intelligence. The intellect hidden in the unknown subject is a mystic and fearful existence to us. Just as the divination of the Zhouyi inspires the sense of reverence toward the supernatural subject, we could not but have fear in front of the invisible subject hidden in artificial intelligence. In the past, traditional philosophy acknowledged the existence of intellect only in conscious beings. Nonetheless, it becomes evident that human civilization ushers into a new epoch. As Ray Kurzweil mentioned, the moment of singularity comes when artificial intelligence surpasses human intelligence. In my viewpoint, the term of singularity can be used for denoting the critical point in which the human species enters into the new phase of civilization. To borrow the term of Shao Yong(邵雍) in the Northern Song Dynasty, the past civilization belongs to the Earlier Heaven(先天), the future civilization belongs to the Later Heaven(後天). Once our civilization passes over the critical point, it is impossible to go back into the past. The opening of the Later Heaven foretold by the religious thinkers in the late period of Joseon Dynasty was a prophecy in its own age, but it is becoming a reality in the 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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