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칼럼 -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청정화가 가져다 준 선물

  • 이희수 (농림축산검역본부 조류질병과)
  • 발행 : 2016.10.01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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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는 삶”. 이는 어느 정치인의 공약이 아닌 우리 모두의 작은 소망이 되었다. 모두가 왜그리 바쁜지 가족이 오손도손 서로의 얘기를 들어주며 저녁 한번 먹기가 힘든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8월 18일 고병원성 AI 자체 청정화를 선언하였다. 그간 HPAI가 경기 이천 및 광주에서 4월초 마지막으로 발생한 이후 3개월 이상 추가적인 발생이 없고 가금농장 및 야생철새 등의 예찰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 세계동물보건기구(OIE) 동물위생규약에 따른 청정화 조건을 충족시킨 결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AI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는냐에 있다. 최근에도 중국 및 대만 등 인접국가에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여행객이나 교역물을 통한 유입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우선적으로 AI 발생 우려 대상에 대한 방역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상시예찰을 통한 조기 검색을 강화하기 위하여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하여 철새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철새도래지와 인근농가에 대한 예찰과 소독철저 등 대응체계를 지속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질병 전파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하여 오리·종오리장·부화장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를 지속실시하고, 가든형 식당의 사육시설에 대한 등록강화 및 KAHIS 시스템 등록을 통한 방역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소규모 가금농가, 전통시장 및 계류장 등 방역취약대상에 대한 검사 및 방역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그 밖에도 민간 자율방역시스템 운영강화와 계열사의 책임방역 의식고취 및 소속농가의 방역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주변에서는“AI 청정화선언, 그거 뭐 중요하냐, 얼마나 간다고, 금방 재발할 텐데”라고 크게 기대를 갖지 않는 분위기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수차례의 HPAI를 겪었고 이로 인하여 가금산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그 발생도 과거에는 2~3년 간격의 주로 겨울철에 발생하던 것이 최근 발생은 여름철까지 이어지고, 쉽게 근절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국제사회에서 AI 청정국 지위회복으로 인한 양계산업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큰 것으로 알려진다. 국가방역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수출이 재개되고, 신규의 검역협상이 강화될 수 있으며, 양계산업의 활력이 증진될 수 있다.

무엇보다 HPAI의 발생이 없으면, 방역에 종사하는 직원들이 밤새며 일하지는 않는다. 퇴근 후 시간약속이 가능하고 주말에는 가족들과 즐거운 저녁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지난주에는 범부처 조류인플루엔자 연구협의체를 구성하여 첫모임에 다녀왔다. 이 모임은 우리본부, 질병관리본부 및 환경과학원 등 관련 연구원들의 정보교류와 연구협력 증진에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한 연구관은 “철새 도래지에 먹이가 없다. 추수 후 사료용으로 볏짚까지 모두 수거하면서 먹이가 태부족하고 먹이를 찾아 수시로 이동하는 철새의 안정화를 위해서도 먹이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철새도래지에 먹이가 부족하니 먹이를 찾아 인근의 농가까지 올 수 있고, HPAI를 전염시킬 수 있기에 쫓아내기 바쁘고 기피대상이 된 철새이지만, 철새에 대한 인간의 작은 배려의 마음이 필요해 보였다. 다음 모임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주관해달라는 요청에 “HPAI발생이 없다면”하고 말꼬리를 흐렸지만, 내심 내년에는 새로운 터전 김천에서 개최할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다.

AI 및 구제역 발생이 없으면서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연구 분위기도 달라졌다. 몇 년간 검사업무와 방역지원 업무에 정신이 없었다면 이제는 연구활성화와 연구성과가 필요하게 되었다. 조류질병 관련해서도 최근 현장에서 문제되는 닭진드기(와구모)의 구제나 계속적으로 문제되는 가금티프스 방제, 닭에서 특히 내성율이 높은 플로르퀴놀론계 약제 내성문제 등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들이다. 조류질병과 연구직으로서 닭에서 문제되는 이들 질병들을 알고 해결하려는 노력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다면 이것 또한 다행이고 보람이 아닐 수 없다. 또 다시 여기저기 HPAI가 발생하여 검사하기 바쁘고, 검사결과로 모두 살처분된다면 질병예방이나 치료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맡은 업무에 열중하여 보람을 갖을 수 있고 상호 교류와 협력할 수 있으며 여유가 있는 삶, 이는 AI 청정화가 가져다주는 소중한 선물이기에 오래오래 지속되어야하며 함께 힘을 모아 지켜나가야 할 과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