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생활 법률 - 양계농가가 주목해야 할 환경관련법률

  • Published : 2016.03.01

Abstract

Keywords

-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환경피해구제법 -

양계농민들 뿐 아니라 모든 축산 관련종사자에게 환경문제는 영원한 화두이다. 지난 칼럼에서 살펴본 것처럼 계사주변 공사장의 소음·진동으로 양계장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하며, 가축사육으로 인한 악취와 수질오염은 지역사회에서 종종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축산관련단체에서는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12월 열렸던 ‘국민과 상생하는 축산농가 행동강령 선포식’에서 환경관련 강령을 2개나 포함시킨 바 있다.

올해 축산농가가 환경분쟁과 관련하여 특히 주목해야 할 법이있다. 바로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하 ‘환경피해구제법’이라 함)」이며, 지난 2014년 12월 31일 제정되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법이다. 환경피해구제법은 축산농가 주변의 소음·진동배출시설로 인한 피해, 가축분뇨의 배출시설로 인한 토양오염·수질오염·대기오염 등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기에 축산농가는 환경피해구제법의 시행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환경피해구제법의 목적은 ‘환경오염피해로부터 신속하고 공정하게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법은 피해자의 입증부담을 경감하는 등 실효적인 피해구제 제도를 확립하였는데, 가장 획기적인 것으로 사업자의 무과실책임을 들 수 있다. 즉, 시설의 설치·운영과 관련하여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한 때에는 해당시설의 사업자가 그 피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것인데, 사업자는 자신이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환경오염사고에 대하여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환경오염피해’란 시설의 설치·운영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 해양오염, 소음·진동,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원인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정신적 피해를 포함) 및 재산에 발생된 피해(동일한 원인에 의한 일련의 피해를 포함)를 말한다. 

환경관련 분쟁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인과관계’의 문제이다. 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은 기본적으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원고에게 입증책임이 있다. 하지만 환경소송은 전문지식의 심각한 비대칭으로 인하여 원고가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환경소송에서는 입증책임을 완화한다는 의미의 ‘개연성 이론’이 대두되었는데, 원고 측에서 오염물질의 배출, 오염물질의 도달, 원고의 피해발생 등의 사실을 입증하면 가해자(피고) 측에서 이를 반증하지 못하는 한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는 이론이다. 환경피해구제법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시설이 환경오염피해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볼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때에는 그 시설로 인하여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때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는 시설의 가동과정, 사용된 설비, 투입되거나 배출된 물질의 종류와 농도, 기상조건, 피해발생의 시간과 장소, 피해의 양상과 그 밖에 피해발생에 영향을 준 사정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게 된다. 

위와 같이 환경피해구제법은 환경오염피해에 대한 무과실책임과 인과관계의 추정을 규정하고 있다. 즉,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한 경우 해당 사업자의 시설이 환경오염피해의 원인으로 볼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면 그 시설로 인해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해당 시설의 사업자가 그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게다가 환경피해구제법은 시설의 사업자들에게 연대책임(환경오염피해를 발생시킨 사업자가 둘 이상일 경우 해당 사업자들은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을 부과하고 피해자에게 정보청구권(피해자에게 가해자가 가진 개연성을 입증할 자료의 제공 또는 열람을 청구할 권리를 규정)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부여했다. 

한편, 환경피해구제법의 적용대상은 어떠한 ‘행위’가 아닌 ‘시설’인데, 이는 환경오염행위를 처벌대상으로 할 경우 개념이 모호해질 우려가 있어 시설책임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환경피해구제법이 적용될 대상시설을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동 법은 약 10개의 시설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대기오염배출시설, 폐수배출시설, 폐기물배출시설, 토양오염관리시설 등이 규정되어 있다. 또한, 환경피해구제법 상 적용시설은 해당시설의 설치·운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업장, 창고, 토지에 정착된 설비, 그 밖에 장소 이동을 수반하는 기계·기구, 차량, 기술설비 및 부속설비를 포함하여 적용대상의 범위를 확대했다. 법의 시행과정에서‘설치·운영과 밀접한 관계’에 대하여 논란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는 궁극적으로 법원이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축산농가는「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제2조 제3호의 배출시설로 인해 환경피해구제법 상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축산농가는 당해 환경오염피해가 축산농가의 가축분뇨배출시설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한다. 또한, 축산농가는 가축분뇨배출시 환경오염피해 발생의 원인과 관련된 환경·안전 관계법령 및 인허가조건을 모두 준수하고 환경오염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하며, 실제로 환경오염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피해경감에 필요한 조치를 함으로써 환경피해구제법 상 인과관계의 추정 규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반면, 축산농가는 「소음·진동관리법」제2조 제3호에 따른 소음·진동배출시설로 인한 환경피해구제법 상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축산농가는 환경피해구제법을 통해 소음·진동배출시설의 사업자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계농가를 비롯한 축산농가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수의학, 축산학 등에 대한 전문적 지식의 활용을 통해 실질적인 경제적 피해의 배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며, 피해발생 초기부터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증거수집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후 환경피해구제법이 어떠한 방향으로 운영되고 환경분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축산농가는 환경피해구제법 상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의 시행 과정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