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박쥐류는 익수목(Chiroptera)에 속하는 포유류로, 전 세계 1,300여 종이 알려져 있고[7], 우리나라에는 관박쥐과(Rhinolophidae), 애기박쥐과(Vespertilionidae), 큰귀박쥐과(Molossidae) 에 속하는 3과 10속 21종이 알려져 있다[48, 49]. 제주도 박쥐류에 대한 연구보고는 Mori [22]가 큰수염박쥐(Myotis mystacinus)에 대한 보고를 시작으로 관박쥐, 큰귀박쥐를 비롯하여 3과 7속 15종이 기록되어 있다[8, 12, 17, 28, 42].
DNA 서열의 차이는 계통 분류학 고찰에 있어 중요한 단서들을 제공하고 있다. 모계 유전의 marker로 이용되는 미토콘드리아 DNA (mitochondrial DNA, mtDNA)의 서열은 핵 DNA에 비해 빠른 진화속도를 나타내어, 종간 유연관계 분석 뿐만 아니라 집단수준의 비교에도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1, 2, 10]. 형태적 유사성 때문에 분류상의 어려움을 나타내어 왔던 Myotis 속의 경우도 최근 분자 유전학 정보를 활용하여 기존에 동일종으로 취급되던 것들이 서로 다른 종으로 구분되기 도 하였다[14, 36, 38]. 이 중에는 국내에도 서식하는 M. bombinus와 M. aurascens 등이 포함되어 있어 국내 박쥐류 동물상이 재정리되고 있다[8, 25, 47, 48].
MtDNA의 cytochrome B (CYTB) 유전자 서열의 다형성에 근거한 haplotype의 출현과 빈도에 근거하여 일본 Hokkaido 큰발윗수염박쥐 집단의 유전적 구조가 산이나 수계(강) 등 지 형적인 장벽에 의해 구분되는 양상을 보였다[16]. 제주도 육상 포유류는 현재 28종이 기록되어 있으며, 그 중 절반 정도를 박쥐류가 차지하고 있다[12, 27]. 제주도 박쥐류에 대한 연구는 외국인 학자나 국내 학자들의 방문 조사에 의해 일시적인 조사를 통해 수집한 제한된 수의 표본에 대한 단편적인 서식보 고나 형태적 특성에 대한 기록이 대부분이다. 현재 몇몇 문헌 기록종은 서식 실태 확인과 분류학적 재고찰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하였다[35]. 제주도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박쥐류 중 하 나인 큰발윗수염박쥐의 서식은 Son의 보고[41]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8, 12, 17, 25, 28]. 하지만, Koyanagi et al. [17]이 큰발윗수염박쥐 11개체(암 5, 수 6)의 형태 자료를 간략히 소개한 것을 제외하면 제주도 집단의 생물학적 특성을 설명할 수 있는 자료는 없다.
본 연구는 제주도에 서식하는 큰발윗수염박쥐 집단에서 모계 유전의 marker로 활용되고 있는 mtDNA CYTB와 NADH dehydrogenase subunit 1 (ND1) 유전자 서열의 다형성과 haplotype의 분포를 근거로 유전적 집단 구조와 제주도 내 동부, 서부, 한라산 지역 소집단 사이의 상관관계, 제주도 집단과 한반도를 비롯한 타 지역 집단과의 계통 유연관계를 조사하기 위하여 수행하였다.
재료 및 방법
관찰 및 포획 조사
큰발윗수염박쥐는 2007년 9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제주도 동부지역(제주시 구좌읍, 우도면, 서귀포시 성산읍), 서부지역 (제주시 한림읍, 한경면, 서귀포시 대정읍, 안덕면, 상예동), 한라산지역(제주시 아라동, 오등동, 연동, 조천읍, 서귀포시 하원동, 중문동, 상효동) 등으로 구분하여 총 30개 지역에서 조사를 수행하였다(Fig. 1). 현장조사는 천연 용암동굴, 인공 진지동굴, 생태통로 등을 선정하여, 동절기 조사와 하절기 조사로 구분하여 수행하였다. 동절기 조사는 용암동굴과 진지동굴을 방문하여 직접 조사하였고, 하절기에는 동굴 주변 50 m 지점에 mist-net을 설치하여 조사하였고, 생태통로인 한라산 동-서 쪽 도로의 교각과 계곡 등에서 mist-net을 이용하여 조사하였다. 수집한 시료는 현장에서 암수를 확인하고, 장소별로 성체 1-2개체를 실험실로 옮겨 종 동정과 형태측정 등에 이용하고, 액침표본을 제작하였다. 한반도의 큰발윗수염박쥐는 강원도 인제군, 영월군에서 수집한 시료를 이용하였다. 실험은 제주대학교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승인(승인번호 2015-0020)을 받았으며 위원회의 동물실험 취급과 관리에 따른 규정에 준하여 수행하였다.
Fig. 1.Study site map. Circles indicate the survey sites of lava tubes (LT), sea caves (SC), cave enforcements (CE) and eco-corridors (EC): 1, Sameuiak CE; 2, Seosambong CE; 3, Gwangioruem CE; 4, Ora-bridge EC; 5, Guemoruem CE; 6, Handeul-gul LT; 7, Igyeoreum CE; 8, Gamaouem CE; 9, Saesinoruem CE; 10, Noknambong CE; 11, Gasiak CE; 12, Dansan CE; 13, Seotaloruem CE; 14, Songaksan shore CE; 15, Nonoruem CE; 16, Wolrabong CE; 17, Gunsan CE; 18, Gaetgatdonggul SC; 19, Daramjui-gul SC; 20, Yeongsil EC; 21, Georinsaseum EC; 22, Donneko valley EC; 23, Muljangol-bridge EC; 24, Uitbeolari-gul LT; 25, Albeolari-gul LT; 26, Ilchulbong CE; 27, Udobong LT; 28, Udo-gul LT; 29, Utsanjeon-gul LT; 30, Bukoruem-gul LT. Black-colored circles indicate the observation and collection sites of M. macrodactylus in this study.
DNA 추출 및 PCR 증폭
박쥐에서 분리한 비막 절편 시료에서 DNeasy Blood & Tissue Kit (Qiagen, USA)를 이용하여 DNA를 분리하여 중합 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 반응을 위한 주형으로 이용하였다. 큰발윗수염박쥐 CYTB와 ND1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얻기 위해 NCBI database 상에 보고된 Myotis속 박쥐류의 mtDNA 유전체 서열들(NC_022694, M. macrodactylus; NC_015828, M. formosus; NC_022698, M. ikonnikovi)을 기준으로 CYTB, ND1 유전자 증폭용 프라이머들을 고안하였다: BatCYTB_F, GTG ACA CGA AAA ATC ACC GTT GT; BatCYTB_R, TTC CCC TTY TCT GGT TTA CAA GA; BatND1_F GCA GAG RCC GGT AAT TGC ATA A; BatND1_R GGT TCA ATT CCT GTA ATT CTA GAA AT. 유전자 증폭을 위한 PCR은 Maxime PCR Premix (iNtRON Biotechnology, Korea)를 이용하였고, 94℃에서 3분간 초기 변성, 94℃ 45초, 60℃ 45초, 72℃ 1분으로 구성된 cycle을 35회 반복한 후, 72℃에서 10분간 최종 신장하였으며, Thermal Cycler 2720 (Applied Biosystems, USA)을 이용하여 증폭하였다. 증폭한 PCR 산물은 1% agarose gel 상에서 전개하여 확인하였다.
염기서열 결정과 유사도 검색
증폭된 PCR 산물은 QIAexII Gel Extraction Kit (Qiagen, USA)를 이용하여 정제하고, PCR primer를 이용하여 DYEnamic ET-Dye Terminator Kit (GE Healthcare, USA)로 dye-termination 반응을 수행한 후, MegaBase1000 (Amersham Pharmacia, USA)을 이용하여 염기서열을 결정하였다. 결정은 BLAST 검색을 통해 NCBI database (http://www.ncbi.nlm.nih.gov/)에 보고된 서열과 비교하였다. 연구를 통해 얻은 큰발윗수염박쥐의 ND1, CYTB 유전자 서열들은 NCBI database 상에 등록하였다(Table 1).
Table 1.1 , Mma, M. macrodactylus; Mau, M. aurascens; Mmy, M. mystacinus; Mbo, M. bombinus; Mpe. M. petax; Mfo, M. formosus; Mbr, M. brandtii; Msc, Miniopterus schreibersii. 2 and 3 contains JapanH1 and JapanH2-H9 of CYTB haplotypes defined by Sakai et al. [39] and Kobayashi et al. [16].
계통 유연관계 분석
결정된 mtDNA ND1, CYTB 서열들과 기존에 NCBI에 보고된 서열들을 수집한 후(Table 1), CLUSTAL W program [18]으로 다중정렬하였다. 서열의 haplotype은 DnaSP v5 [19]으로 결정하였고, 수집된 모든 서열들에 대한 계통 유연관계의 분석은 MEGA 6.0. program [45]을 이용하였다. 유전적 거리지수는 best model test를 통해 선정된 TN93: Tamura-Nei’s model [44]을 기준으로, 변이 지점에 대한 gamma 분포를 적용하였다. 계통수 작성을 위해 제주도에 서식이 확인되거나 문헌에 전해지는 Myotis 동물들(흰배윗수염박쥐, M. bombinus; 대륙쇠큰수염박쥐, M. aurascens; 붉은박쥐, M. formosus; 큰수염박쥐, M. mystacinus; 우수리박쥐, M. petax)의 서열을 추가하였다(Table 1). 애기박쥐과(Vespertilionidae)의 긴가락박쥐(Miniopterus schreibersii)의 서열들을 outgroup rooting에 이용하였다. 산출된 거리지수에 대한 1,000회 bootstrap하여 neighbor-joining (NJ) tree를 작성하였다. Haplotype 사이의 염기변이율에 근거한 분화시점(divergence time) 예측은 Nabholz et al. [24]와 Ruedi and Mayer [37]의 방법을 모두 채택하여 산출하고, 산출된 평균값을 이용하였다.
결 과
동아시아 지역 큰발윗수염박쥐 집단별 CYTB, ND1 서열 haplotype 분포
제주도와 한반도의 큰발윗수염박쥐에서 결정한 CYTB, ND1 서열과 기존에 database 상에 보고된 일본, 중국 등의 서열들(Table 1)을 수집하여 haplotype 분석을 수행하였다. CYTB 서열의 경우 전체 서열에서 14개의 haplotype들(CY01-CY14)이 발견되었고, ND1은 9개의 haplotype들(Nd01-Nd09)이 발견되었다(Table 2). CYTB 유전자의 haplotype 중에서 제주도는 모두 CY01, 한반도는 CY12, CY14에 포함되었다. 일본 집단은 CY02-11에 해당하는 9가지 haplotype으로 구분되었으며, 중국 큰발윗수염박쥐의 서열은 CY13에 포함되었다. ND1 유전자 haplotype에서 제주도 집단은 4가지(Nd01-Nd04), 한반도 집단은 2가지(Nd08-Nd09), 일본 집단은 3가지(Nd05-Nd07) haplotype으로 구분되었다.
Table 2.Haplotype distribution of CYTB and ND1 sequences used in this study
제주도 큰발윗수염박쥐의 유전적 집단 구조
연구에 이용한 mtDNA의 CYTB, ND1 유전자 서열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제주도 집단에서 전체 4가지의 haplotype들이 ND1 유전자의 다형성에 의해 결정되었다(Table 3). 제주도 내 3개 지역 소집단을 구분했을 때, 성산읍과 구좌읍, 우도면 등이 포함된 동부지역 소집단은 Nd03 haplotype만 출현하였고, 한라산국립공원과 연속된 산림을 형성하고 있는 한라산지역 소집단의 경우 총 3가지(Nd01, Nd02, Nd03) haplotype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한림읍, 한경면, 대정읍, 안덕면 등이 포함된 서부지역 소집단에서는 3개(Nd02, Nd03, Nd04)의 haplotype들이 출현하였다. 발견된 haplotype 중 Nd03은 모든 지역에서 발견되나, 한라산지역에서는 Nd01이, 서부지역에서는 Nd04가 특이적으로 발견되었다.
Table 3.1, 2 indicate the number of individuals and frequencies found in each haplotype.
제주도와 한반도 큰발윗수염박쥐의 계통 유연관계
제주도 큰발윗수염박쥐 집단의 계통 유연관계를 조사하기 위하여 haplotype 사이의 유전적 거리지수를 바탕으로 NJ tree를 작성하였다(Fig. 2). CYTB NJ tree 큰발윗수염박쥐의 CYTB 서열들은 크게 2개의 분지를 형성하였고, 제주도 집단에서 발견된 haplotype CY01은 일본의 CY11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발견되었다. 반면, 강원도 haplotype인 CY12, CY13은 중국에서 보고된 서열과 같은 분지 상에 위치하였다. ND1 NJ tree에서는 제주도 집단의 haplotype들(Nd01-Nd04)가 일본의 haplotype들(Nd05-Nd07)과 동일한 분지에 위치하였고, 한반도의 haplotype들(Nd08-Nd09)은 독립된 분지를 나타내었다.
Fig. 2.Phylogenetic trees based on the pair-wise genetic distances of nucleotide sequences of the CYTB (left) and ND1 (right) haplotypes of M. macrodactylus collected in Jeju Island and its related sequences. Genetic distances were calculated using Tamura-Nei’s model [44]. The numbers in front of the nodes are bootstrap values.
큰발윗수염박쥐의 진화적 분화시점
제주도와 한반도에서 수집된 큰발윗수염박쥐 집단과 타 지역 집단과의 유전적 분화시점(divergence time)은 CYTB 유전자 서열의 거리지수를 이용하여 산출하였다(Table 4). 일본과 중국 사이의 분화시점이 0.789±0.063 MYBP (million years before present), 제주도-한반도 사이의 분화시점은 0.708±0.057 MYBP, 제주도-중국 0.740±0.059 MYBP, 제주도-일본은 0.168±0.013 MYBP, 한반도-일본은 0.757±0.061 MYBP, 한반도-중국은 0.050±0.004 MYBP을 나타내었다. 또한 제주도 집단 내에서 분화시점은 CYTB과 ND1 유전자 서열을 조합하여 전체 서열 (1,935-bp)의 정보를 바탕으로 최소 0.010±0.0008 MYBP, 최대 0.041±0.0033 MYBP에 이르는 것으로 계산되었다.
Table 4.1, contained the haplotype sequences from Tsushima, Nagasaki, Tokyo and Hokaido, Japan. 2, indicates the number of CYTB haplotypes found. Divergence time unit is MYBP (million years before present).
고 찰
제주도와 한반도의 큰발윗수염박쥐에서 결정한 CYTB, ND1 서열들과 기존에 보고된 일본, 중국 등의 서열들을 모두 수집하여 haplotype의 분포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에서 매우 흥미로운 점은 지역집단 사이에서 서로 공통적으로 출현하는 haplotype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의 큰발윗수염박쥐에서 결정된 CYTB 서열에서 결정된 haplotype들이 모두 지역-특이적인 양상을 나타내었으며, 심지어 제주도와 한반도 집단 사이에서도 서로 공유하는 haplotype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CYTB와 ND1 haplotype 서열의 계통수 상에서는 큰발윗수염박쥐 서열들이 다른 종들과 비교했을 때, 단계통적(monophyletic)인 양상을 나타내었다. 이상의 결과들은 동아시아의 큰발윗수염박쥐 지역집단들이 단일 공통조상에서 기원한 집단들이나 이들이 분화된 시점이 오래되어 각각의 지역-특이적인 haplotype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며, 적어도 본 연구에서 이용한 집단들 사이에서 현재는 모계에 의한 유전자 교류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 큰발윗수염박쥐에 대한 연구에서 전체 9가지의 다양한 haplotype들이 출현하지만, CY02의 경우 일본 최북단의 섬인 Hokkaido와 Honshu의 남부지역인 Tokyo, Yamanashi, Shizuoka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출현하며[16, 39], CY11에서 나타나는 CYTB 서열은 Tsushima와 Kyushu의 Nagasaki에서 공통으로 출현하는 서열로 보고되었다. 지역 집단 사이에서 발견되는 haplotype의 지역-특이성, 지역집단 사이의 분화시점이 중국-한반도를 제외하면 모두 10만 년 이상인 점 등을 미루어 보아, 본 연구결과는 한반도, 제주도, 일본, 중국의 큰발윗수염박쥐 집단들은 오랜 기간 동안 서로 격리되어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Kobayashi et al. [16]의 연구에서는 지역 간에 공통적인 haplotype의 분포뿐만 아니라 Hokkaido 지역 내에서도 산과 강에 의해 구분되는 소집단-특이적인 haplotype이 출현한다고 보고하였다. 제주도 집단의 경우, 동부지역, 서부지역, 한라 산지역 등 3개 소집단으로 구분했을 때, ND1 유전자의 haplotype 중 Nd03은 섬 전체에서 공유하고 있지만, Nd01은 한라산지역에서만, Nd04는 서부지역 1개체에서 발견되었고, 동부 지역의 경우는 Nd03만을 나타내었다. 이 결과는 제주도의 큰발윗수염박쥐 집단이 적어도 4가지 모계 계통(maternal lineage)에서 유래된 집단이며, 이 중 Nd03 모계 선조는 제주도 전 지역의 소집단 형성에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제주도 동부와 서부에서보다 한라산 지역에서 Nd03의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Nd03 이외의 haplotype을 보유한 모계들과 함께 서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도 집단 내에서의 분화시점 추정에서 haplotype 사이에서 최대 분화시점이 약 4만 년 전이었으며, 이는 최후-최대빙하기(last glacial maximum)인 2만 5천 년-1만 5천 년[4, 15] 보다도 이전이므로, 이들 서열은 새로이 유입된 집단과 기존 집단의 경쟁에 의한 분리가 아니라, 제주도 내에서 CYTB 서열 분화에 의해서 만들어진 여러 모계 계통의 경쟁 등의 이유로 의해 서식지 분포가 달라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핵 DNA 분석을 통한 충분한 혈통분석 정보, 표식 후 개체의 행동권 추적 등 다양한 생태적 정보뿐만 아니라, 이들을 통합적으로 분석한 자료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Fig. 3.Distribution of mitochondrial haplotypes found in three subpopulations in Jeju Island. The subpopulations between the Mt. Halla region and Western region are actually not divided in natural condition, but those between the Mt. Halla region and Eastern region are naturally divided by grassland patches, agricultural farms and artificial golf resorts. Horizontal-lined regions show the natural forest patches named ‘Gotzawal’ and gray-masked region indicate the Hallasan National Park (Mt. Halla region) and its surrounding area.
계통수 상에서 제주도 집단은 일본 집단과 근연이며, 한반도 집단이 중국 집단과 근연이라는 점과 분지된 양상이 완전히 구분된다는 점에서 큰발윗수염박쥐 공통 모계선조(common maternal ancestor)가 약 70만 년 전에 2개의 1차-모계선조 집단으로 구분되었고, 이들이 다시 한반도-중국, 제주도-일본으로 분화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2개의 1차-모계선조 중에서는 한반도-중국 모계선조가 원시형에 더 가깝게 위치하여, 한반도-중국의 모계선조 집단에서 제주도-일본 집단이 분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제주도-일본의 2차 분화는 약 17만 년 전, 중국과 한반도의 2차 분화는 약 5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상의 결과는 신생대 제 3기와 제 4기의 빙하기와 동아시아에서 한반도 및 제주도, 일본의 지형형성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제주도의 경우 170만 년-200만 년 전에 형성되어 크게 4-5회 화산활동과 신생대의 빙하기를 동시에 거치면서 형성되었고, 최후-최대빙하기(약 2.5만-1.5만 년 전) 이후 1.8만 년 전 경부터 해수면의 급격한 상승과 함께 한반도와 분리되기 시작하였고, 약 6천 년경에 현재의 해수면과 유사한 형태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4, 11, 15, 40]. 지질학과 화석 연구에서 일본의 Kyushu 지역과 제주도가 분리된 시점을 15만 년 전으로 제안하였고, 한반도와 일본의 Tsushima가 완전 분리된 것이 10만 년 전, 제주도와 한반도의 분리는 1.2만 년-1.6만 년 전이며, 또한 약 2만 년 전의 제주도 인근은 Homo sapiens 선조들이 걸어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해수면이 낮았다[15, 33, 34].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약 2만 년 전, 최후-최대빙하기 이전에 큰발윗수염박쥐도 중국-한반도 등에서 자연적으로 분산되었고, 이들 중 일부가 제주도까지 이른 것으로 추정되며, 그 과정에서 일본 집단과 제주도 집단이 분리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제주도-특이적인 ND1 haplotype의 분화시점이 약 1만±0.08만 년 전에서 최대 4.1만±0.33만 년인 점 등은 제주도 집단의 유입 시점은 적어도 5만 년 이전이며, 그후 제주도 내에서 다시 모계 계보의 유전적 분화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육상 포유류에 대한 연구결과에서 제주등줄쥐(Apodemus chejuensis)와 뒤쥐(Sorex caecutiens), 작은땃쥐(Crocidura shangtungensis)는 한반도 집단들과 유전학적으로 명확히 구분되며[9, 26, 31, 32], 두개골과 외부형태 형질에서도 대형화되는 경향을 보고한 바 있으며 [30, 31], 두 지역 집단의 분화시점은 적게는 10만 년 전부터 많게는 120만 년 전으로 제안하였다[9, 26, 31, 32]. 특히 제주등줄쥐는 한반도의 등줄쥐와 공통조상에서 기원하였고, 이들이 한반도가 아닌 현재의 황해만을 거쳐서 제주도로 이주했으며, 이주 후 추가적인 유전적 분화가 진행된 것으로 제안되었고 [26], 오랜 기간 동안의 지리적 격리로 현재는 한반도의 등줄쥐(Apodemus agrarius)와 형태적으로 유사하지만 생식적으로 격리된 별개의 종으로 분화한 것으로 제안되었다[29].
결론적으로 한반도와 중국의 북동부지역에서 종 분화된 큰발윗수염박쥐의 모계가 적어도 약 70만 년 전에 1차적인 분화를 통해 2개 이상의 모계선조로 구분되었으며, 이 중 하나가 현재의 제주도와 일본 집단의 선조가 되었고, 다른 하나는 한반도와 중국 집단의 모계기원이 된 것이다. 그리고 제주도와 일본 집단은 약 17만 년 전, 한반도와 중국은 약 5만 년 전에 2차 분화가 일어났으며, 분화 이후에는 제각각 독특한 모계 계보를 유지하면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반도 집단과 제주도 집단, 일본 집단은 각각의 지역 내에서 추가적인 유전적 분화를 거쳐 현재의 모계 계보로 구분되었다고 판단한다. 이들은 모두 최대-최후 빙하기 이전에 분화된 것으로 보이며, 마지막 간빙기인 현세에 지역별로 지속적인 분화가 진행 중이라 하겠다. 한반도 남부지역과 남해안의 섬지역에서 제주도 집단과 강원도 집단의 연결고리에 해당하는 개체들이 존재할 가능성은 여전히 충분하다고 하겠다. 본 연구의 결과가 동 아시아 큰발윗수염박쥐 집단의 계통 유연관계의 해석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으나, 집단 사이의 진화적 상관관계나 이주경로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유추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는 못하다고 하겠다. 향후 중국, 몽골, 러시아 등 본 연구에서 분석하지 못한 국가와 지역별 시료 등이 충분히 확보되고, 형태학적, 분자유전학적 연구를 수행한다면, 동아시아 큰발윗수염박쥐의 계통 유연관계와 진화적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설득력 있는 자료가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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