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19세기 인쇄술의 발달과 사진의 등장에 이어 ‘움직임’에 대한 연구와 그 결과는 20세기 영화의 탄생과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통해 형성되었고 키네틱 아트, 비디오 아트, 미디어 아트 등 여러 표현예술에서 다양하게 시도되었다. 움직임에 대한 표현 욕구는 전통회화에서부터 시작하여 영화의 탄생과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졌으며 오늘날의 현대 미디어아트에 와서 더욱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영화는 사진을 기본단위로 진행되며 움직이는 실제 피사체를 직접 찍어서 제작하지만 애니메이션은 그림을 단위로 직접 그려서 움직임을 연출한다.
현대 영상미디어아트에서는 기본적으로 움직임의 요소를 동반하며 영화적인 기법의 제작방식이나 전통 셀 애니메이션 기법도 나타난다. 또한 3D 프로그램을 이용한 움직임 재현방식과 프로그램을 활용한 모션기법을 통해 움직임을 연출하기도 한다.
미디어 아트에서 나타나는 비물질적인 오브제의 해체와 조합을 통한 은유와 상징화는 전통 오브제의 변화 과정처럼 다양화 되었다. 오늘날 영상 미디어 예술에 있어서 몰입감을 높이고 작품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움직임은 매우 중요한 표현요소이다.
영상미디어아트는 컴퓨터 기술의 발전을 통해 전통예술의 표현방법을 다양화하고 움직임의 요소 동반을 통해 전통적인 미학적 개념을 확장시켰다. 컴퓨터 기술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동하여 여러 미디어 작가들에 의해 독창적인 비물질적 오브제의 형태로 제작되고 있으며 그 변화과정이 너무나도 빠르고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상 미디어아트는 정확하게 장르를 구분하기 힘들만큼 복합적이고 다양한 장르로써 설치미술, 가상현실, 인터렉티브 아트 등 앞으로의 변화에 많은 기대가 된다.
영화, 셀 애니메이션, 3D모델링, Photoshop 편집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식으로 비물질적 오브제의 제작방식이 세분화되었고 서로 간에 융합되는 현 상황에서 전통적인 오브제의 변화과정에 대한 연구만큼의 비물질적 오브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영상 미디어아트에서 보여지는 비물질적 오브제의 움직임은 미술사적 오브제의 영역을 확장함과 동시에 제작 방법상에서도 영화적 특성과 애니메이션적 특성으로 나눠지거나 융합되는 현상을 보인다. 영상매체의 대중화로 영상 속 비물질적 오브제는 일상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침투되어 있고 받아드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 속에서 나타나는 움직임을 통해 작가들은 감정을 표현하고 관객들은 공감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움직임을 동반한 비물질적 오브제에 대한 연구는 예술의 은유와 상징성을 재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연구라고 본다.
전통 회화에서부터 나타났던 오브제의 역사를 모두 다뤄야겠지만 일반적인 오브제의 역사와 관련해서는 선행연구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본 논문에서는 비디오아트 이후의 비물질적 오브제가 가지는 미술사적 의의와 특징만을 서술하고자 한다. 작품분석으로는 빌 비올라, 이이남, 임상국 3명 작가들의 작품제작방식을 비교한 후 그 특징들을 분류하고 정리해 보고자한다.
2. 이론적 고찰
2.1 오브제 움직임의 역사
움직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알타미라 동굴벽화에서 나타나는 8개의 발을 그린 동물에서부터 사진기의 발명,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라프(Cinematographe)에 의한 영화의 탄생으로 이어지는데 기계적 장치를 통한 움직임의 표현이라는 목적에서 애니메이션의 역사와 이어진다.
Fig. 1.Altamira cave mural
또한 회화사에서도 움직임에 대한 표현현상은 나타나는데 마르셀 뒤샹의(Marcel Duchamps)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 (1913), 자코모 발라의 <줄에 묶인 개의 동학>(1912)와 같은 작품들을 보면 알수 있듯이 움직임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표현노력은 많은 작가들에게 의해 시도되었고 기존의 고정적인 이미지들은 예술가들에 의해 어떤 것이든 표현할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되었다.
2차 대전 이후에 나타난 다다운동과 초현실주의 운동에서 나타나는 매체의 변화들은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로 이어지면서 사운드, 빛 등의 비물질적 요소가 자연스럽게 등장하였고 오브제의 범위 또한 확대되고 재해석 되었다.
Fig. 2.Marcel Duchamps 'Nude Descending a Staircase, No.2.' 1913.
Fig. 3.Giacomo Balla 'Dynamism of a Dog on a Leash' 1912.
전통회화에서부터 이어져온 고정적이었던 오브제의 이미지는 비디오 아트의 탄생이후 동적으로 ‘움직임’을 생성하였고 90년대 컴퓨터의 보급으로 전자이미지에서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을 주도하면서 디지털기술의 발달은 이러한 ‘움직임’을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켰다.
2.2 미디어 아트와 비물질적 오브제
디지털화된 미디어 아트의 특성을 보면 컴퓨터를 통한 합성, 조합, 편집의 기술이 강화되고 이미지는 디지털 정보로 전환되어 나타나는 완벽한 비 물질성을 뛰게 된다. 미카엘 가움니츠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오브제의 완전한 탈 물질화를 선언했다1).
“ ‘새로운 전자도구로 이미지의 위상은 근본적으로 바뀐다. 즉 전통적인 회화에서는 고정적이며 영원했던 이미지가 동적이며 잡을 수도 없는 동시에 그 발생과정을 완전히 드러내기는 하지만 곧바로 사라져 버린다. 유일한 이미지는 없으며 작은 천장을 통한 수많은 불빛들 속에서 교활하게 침투하며 한없이 많아진다. 미술관에서 고요했던 그것은 말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소리 지르기 시작한다.’ ”
미디어아트에서 보여지는 움직임이나 영화 또는 전통 셀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지는 움직임 모두 공통적으로 비물질적 오브제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영화는 실재 피사체인 인물의 연기력과 표정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고 셀 애니메이션은 작가의 손에 의해 그려진 그림의 움직임을 통해 재현되지만 기존의 원본이미지가 존재한다. 그러나 미디어아트에서 보여지는 합성, 편집 등을 통한 이미지의 움직임 연출은 작가의 의도와 연출에 따라 원본은 사라지고 새로운 의미의 상징만이 존재한다.
관객들은 고정적인 이미지보다는 움직임을 동반한 이미지에 더 몰입하며 최근의 영화나 전통애니메이션에서도 움직임에 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컴퓨터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애니메이션 제작기법은 다양한 장르에 이용되고 있으며 비물질적 오브제의 움직임을 위해 미디어아트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 어떠한 방식으로 움직임을 연출할 것인지에 따라 비물질적 오브제의 특성이 달라지기도 한다.
2.3 움직임 제작방식
움직이는 예술은 사물의 움직임을 영화와 같이 직접적으로 촬영하여 표현하는 방식이 있고, 실재하지 않는 것을 작가가 임의로 움직임을 제작하여 표현하는 방식이 있다2).
영화는 사진을 기반으로 실재 피사체를 촬영하여 움직임을 연출하고 전통 셀 애니메이션은 그려진 그림을 통해 실재하지 않는 형상의 움직임을 창조한다. 3D 프로그램은 모델링을 기본으로 무에서 유를 조각하듯이 이미지를 형성하여 모션기법을 통해 움직임을 연출하며 연구자의 움직임은 photoshop 편집을 통한 합성이미지를 모션기법을 통해 연출한다.
연구자가 말하는 ‘움직임’이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스크린 속에서만 존재하는 비 물질성의 움직임으로 빠르고 속도감 있는 움직임, 천천히 이어가는 느림의 움직임, 순간순간 끊어지는 듯한 움직임 등 모든 움직임들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연구자의 제작방식과정을 살펴보면 Table 1과 같다. 기존의 이미 존재하던 이미지는 컴퓨터의 프로그램을 통해 복제, 합성, 편집되고 재해석되어 창조된다. 움직임은 프로그램 장치를 통해 연출되고 작가의 의도에 따라 재현된다.
Table 1.The researchers proposed production method
이러한 제작방식은 일부 유사한 방식의 애니메이션 제작기법 (픽실레이션 애니메이션3), 로토스코핑 애니메이션4))이 있으나 분명한 방법적 차이가 있다. 위에서 제안한 4가지 제작방식을 사례를 통해 비교해 보고자 한다.
3. 사례 연구
3.1 연구 방법
현대 영상미디어아트에서 나타나는 비물질적 오브제의 다양한 제작방식 사례를 연구해 보고자 한다. 연구방법으로는 영화적 방식, 3D 모델링 방식, 마지막으로 연구자가 밝히는 Photoshop을 통한 편집방식으로 미디어 아트 작가들 중 빌 비올라, 이이남, 임상국의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그 특징들의 분류기준은 Table 2와 같다.
Table 2.Classification standard
또한 비교방식으로는 오브제의 종류, 기본형식, 재현방식, 제작기법으로 나눠서 정리하고자한다.
그 분석기준은 Table 3과 같다.
Table 3.comparacion prevencion
2.2 사례별 연구 내용
빌 비올라의 Fig. 4. ‘트리스탄의 승천’(2005)에서는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하여 실재상황을 직접 촬영한 영상으로 수많은 첨단장치들이 숨겨져 있지만 보여지는 것은 환상적이고 사실적인 영상속의 움직임이다. 물줄기를 따라 승천하는 죽은듯한 육신은 한줄기의 빛을 향해 슬로우 비디오처럼 상승한다. 시간을 조작하고 재편집함으로서 현실이 아닌 환영을 보는 듯하다. 실재인물을 연출된 무대 위에서 다양한 특수 장치를 이용하여 움직임을 연출한 특수영화 촬영형식이지만 시간의 조작을 통한 움직임의 재현이라고 볼 수 있다.
Fig. 4.Artist Bill Viola 'Tristan of ascension' 2005. 10min 16sec.
위에서 분류한 1번 형식으로 영화적 기법을 이용한 영상촬영방식이다.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하여 움직임을 조작하고 스크린을 통해 재현함으로서 작가의 사상과 감정을 연출하고 있다.
분석 기준표를 통해 정리해 보면 Table 4와 같은 특징으로 나눠진다.
Table 4.method of move moving image
Fig. 5. 이이남 작가의 '신-금강전도'는(2009-7분 10초) 우리의 분단현실을 대비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3D애니메이션기법을 통해 표현한 미디어 작품이다. 기존 금강전도의 고전회화가 가지고 있던 상징적 이미지가 기계적 조작과 편집 등을 통해 재해석되고, 3D애니메이션 기법을 이용한 움직임을 통해 새롭게 바뀌어 가는 과정은 옛것이 새것이 되고 정지된 것이 살아 움직이는 과정을 연출하고 있다. 위에서 분류한 2번 형식으로 프레임에서의 새로운 공간개념을 추구하고 더 나아가 탈 프레임의 새로운 인지영역을 확장시켜 가고 있다.
Fig. 5.Artist E E Nam'new-kumkangjundo' 2009. 7min 10sec.
분석 기준표를 통해 정리해 보면 Table 5와 같은 특징으로 나눠진다.
Table 5.method of motion graphic moving image
Fig. 6. ‘골든타임’은 기존의 이미지를 포토샾을 통해 재가공하고 레이어별로 정리한 뒤 편집된 이미지를 다시 애니메이션 이펙트기법 중 모션기법을 통해 움직임을 표현한다.
Fig. 6.Artist Lim sang guk 'GoldenTime' 2014. 4min.
현대인은 수많은 영상정보, 이미지, tv매체 등 정보 미디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너무나도 쉽게 조작되고 변형되어지는 현대정보에 노출된 우리들에게 올바른 진실을 찾아야함을 지적한다.
카메라사진, 텍스타일, 눈동자 등 다양한 이미지들을 재편집, 재구성하여 새로운 의미로 연출하였다. 최근 세월호 사건을 매체를 통해 바라보는 우리들의 생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고민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작가는 Photoshop을 통한 이미지편집을 통해 상징적 움직임을 재현하고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분석 기준표를 통해 정리해 보면 Table 6과 같은 특징으로 나눠진다.
Table 6.method of Photoshop edit moving image
위에서 분류한 3번 형식으로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방식의 애니메이션기법으로 제안해 보고자한다.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은 그림을 기본단위로 움직임을 직접 그려서 제작하는 반면 미디어아트에서 보여지는 애니메이션의 특징은 편집, 합성, 조합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영상 미디어 아트의 모니터 화면 속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움직임은 바로 인간의 내면세계와 작가의 개인적 관념으로부터 오는 자유로운 영역일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애니메이션 역시 작가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할 수밖에 없는 장르로써 사회의 가장 보수적이고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를 충실하게 재생산하는 효과적인 매체일 수밖에 없다5).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3명 작가들의 작품들은 각각의 공통적이면서도 독창적인 특징들을 가지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우선 연구자와 이이남 작가는 공통적으로 애니메이션 기법을 사용하고 있으나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 방식이 아니라 기존에 이미 존재하던 아날로그 사진이미지를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한 애니메이션기법으로 재가공하고 재해석한 후 움직임을 통해 작가의 의도를 다시금 상징화 했다는 점에서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이남 작가는 사진이미지에 3D 모델링을 이용한 모션기법을 이용하는 반면 연구자는 사진이미지의 분해, 조합, 상징을 통해 움직임을 연출한다. 또한 빌 비올라도 이미지의 움직임에 대한 카메라의 조작과 편집을 통해 움직임의 재현을 추구한다는 점에선 결론적으론 동일하지만 연출된 실재장면을 카메라를 통해 사실적으로 촬영하고 시간적 편집을 통해 재현한다는 점에선 차이점이 나타난다.
이는 기존의 영화적 표현방식과 매우 흡사한 제작방식으로 움직임을 재현하지만 정지된 듯한 느림의 재현 방식을 통해 의미와 상징을 연출한다. 이러한 특징들을 근거로 도표로 정리해보면 Table 7과 같다.
Table 7.It features a variety of ways of making moving images
이상과 같이 3명의 작가가 미디어아트라는 공통적인 장르에서 각자의 독창적 방식으로 움직임을 재현하고 그 움직임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다. 또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비현실적 세계가 느껴지고 각자의 상징적 의미를 기계적 조작을 통해 구현하였다. 그것은 작가의 직접적 개입을 통해 실현 될 수 있었고 영상매체가 가지고 있는 비물질적 오브제로서의 미술사적 의미를 애니메이션과의 융합을 통해 확장 할수 있었다.
3. 결 론
현대의 영상미디어 아트는 기본적으로 ‘움직임’을 동반한다. 움직임은 영화, 애니메이션은 물론 미디어아트에서는 특히 의미의 전달과 시각적 상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것은 컴퓨터를 비롯한 다양한 기계적 장치를 통해 재현되어지고 있고 그것이 현대적인 미디어아트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또한 장르의 경계가 사라진 지금의 시대에 영상미디아트에서 보여지는 연출방식은 애니메이션과의 연관성이 매우 깊다고 본다. 이러한 장르별 융합현상은 앞으로 더욱 더 가속화 될 것이고 이에 따른 제작방식과 특징의 분류는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진다.
또한 영상미디어 아트의 특징인 비 물질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오브제의 개념을 분류하고 개념적으로 정리해 가는 과정은 필수요건이며 과거 전통회화에서 나타났던 오브제의 특징들과 동일한 현상이라고 생각되어진다.
따라서 현대의 많은 영상미디어 작가들이 예술의 표현방법에 있어서 이런 움직임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이해가 필요하고 방법적 연구가 되어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현대의 미디어아트에서 기계적 조작을 통한 재현이 이데올로기를 표현한다 라는 Jean-Louis Baudry의 주장은 표현매체가 다양화된 현대미디어아트에서 더욱 더 강력해지는 듯하다. 본 연구를 통해 비물질적 오브제로서의 제작방식상의 특징을 분류해 보고 개념화 시켜보았지만 그 범위가 너무 좁고 더 많은 작가들의 특징들을 소개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본 연구를 통해 현대 미술사에서 비물질적 오브제로서의 개념적 확장과 나아가 이러한 표현 방식이 설치미술과 가상현실의 재현이라는 공간적 확장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되어진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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