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기업 간의 협력활동은 제품 수명주기의 단축, 제품 및 프로세스 기술의 빠른 변화, 공급과 수요의 불확실성 증가, 시장의 글로벌화 등 급변하는 경쟁 환경 속에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전략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구매업체와 협력업체의 긴밀한 협력관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요소로 인식되고 있고, 구매업체와 협력업체와의 관계 패러다임도 기존의 단기적인 제로섬(zero-sum)경쟁에서 장기적 협력 관계로 전환하고 있다. ‘사회적 교환이론(Social exchange theory)’에 따르면 개인 혹은 조직은 파트너로부터의 보상에 대한 기대로부터 출발하여 외부의 또 다른 개인 혹은 기업과 상호작용을 한다(Thibaut & Kelley, 1959; Emerson, 1976). 하지만 조직 간의 교환(exchange)에서는 사적 인센티브 요소의 존재로 인해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게 된다(Gaski, 1986). 따라서 거버넌스는 구매자-공급자 관계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요소라고 할 수 있다(Benton & Maloni, 2005; Carr & Pearson, 1999). 기업들은 다양한 형태의 거버넌스 메커니즘을 통해 관계를 통제하는데, 기업이 거래관계에 있는 파트너의 의사결정이나 목적달성에 영향을 미치거나 변경시킬 수 있는 능력을 힘(power)이라 하고,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상대 파트너가 필요한 정도를 혹은 상대방에 의해 통제되는 정도를 의존도(dependency)라 하며, 거래 상대방에 대한 의존도의 불균형은 거래관계의 구조와 내용에 영향을 미친다(Anderson & Narus, 1990). 기존의 연구들은 협력관계의 형성에 있어서 파트너 사이의 힘의 관계의 불균형이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을 진행하여 왔고, 이러한 힘과 의존도의 불균형이 협력적 거래관계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게 됨을 밝히었다. 이는 힘의 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기업이 거래관계의 내용과 방식을 결정하고, 그 결정이 힘의 열위에 있는 파트너 기업의 협력적 태도 및 협력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구매업체와 협력업체 간의 거래관계에서 제기되는 협력과 거버넌스, 두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연구모형과 가설을 설정하고 이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우선, 구매업체와 협력업체 간에 진행되는 다양한 형태의 협력활동이 협력업체의 구매업체에 대한 신뢰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으로 구매업체의 거버넌스 메커니즘이 협력활동과 신뢰와의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파악해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협력업체의 구매업체에 대한 신뢰가 자사의 혁신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밝혀보고자 한다.
2. 이론적 배경 및 가설설정
2.1. 공급사슬협력
공급사슬협력이란 구성원들이 함께 작업을 수행하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보, 자원 및 리스크를 공유하는 긴밀하고 장기적인 파트너십의 형성을 의미한다(Bowersox et al., 2003). 공급사슬협력은 독립적인 파트너들 사이에서 진행되는 정보공유(information sharing) (Manthou et al., 2004), 공동의 지식창출(Malhotra et al., 2004), 목표의 일치(congruence) (Angeles & Nath, 2001), 의사결정의 동기화(synchronization) (Stank et al., 2001), 자원공유(resource sharing) (Sheu et al., 2006), 인센티브 정렬(alignment) (Simatupang & Sridharan, 2005)등의 활동들로 이루어진다. 본 연구에서는 지식, 정보, 자원의 공유활동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정보공유활동은 조직들 간의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핵심적 요인으로서 기업이 공급사슬 상의 파트너와 정확하고 완결성을 갖춘 비공개적 형태의 정보들을 정기적으로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Sheu et al., 2006). 정보공유는 기업 간 파트너십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Ellram & Hendrick, 1995). 성공적인 공급사슬 관리를 위해 파트너 기업과 시장 및 기술에 관한 지식의 공유, 경영에 관한 정보의 교환은 매우 중요하다(Evans & Wurster, 1997). 구매업체와 공급업체는 원가, 품질, 납기 등에 관한 정보 공유를 통해 생산공정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Dyer, 1996). 기업 간에 빈번하고 적절한 정보공유를 바탕으로 상호이해가 높아지면, 기업 간의 업무협력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거래 만족도가 향상되어 협력적 방식의 문제해결 분위기가 조성되어(Kanter, 1994), 궁극적으로 공급사슬 운영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Huang et al., 2003; Hultet al., 2004). 선행연구들은 구매업체와 협력업체 간 협력관계는 높은 수준의 정보공유와 관련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Cannon & Perreault, 1999).
둘째, 지식공유활동은 다양한 종류의 지식이 공급사슬 전반에 걸쳐 분포되어 있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와 지식의 확산을 촉진시켜 지식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Verwaal & Hesselmans, 2004). 또한 개별 기업이 시장에서 특정한 기술을 구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수 있지만(Mowery et al., 1996), 해당 분야에 속해 있는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원하는 기술과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Barringer & Harrison, 2000). 또한 공급사슬 파트너들 간의 지식공유활동은 업무상에서의 협력활동을 넘어서 시장 전반에 관한 지식의 확산에도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Malhotra et al., 2005). 결국 공급사슬 파트너들 간 공정, 기술, 시장 등에 대한 지식의 점유(capture), 교환(exchange), 그리고 흡수(assimilation)는 공급사슬 전체의 혁신과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Harland et al., 2004). 협력하는 기업문화의 형성은 기업간 지식이 전달되고 새로운 지식이 생성되는 중요한 열쇠이고, 새롭게 생성된 지식은 파트너 기업들의 이타적 공진화를 통한 동반성장을 유도한다(Nonaka & Takeuchi, 1995).
셋째, 자원공유활동은 상호보완적 성격을 갖고 있는 파트너 기업들의 보유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Park et al., 2004). 개별기업들은 협력적 관계가 형성 되면 파트너와 공동의 혜택을 기대하고 자신이 보유한 자원을 파트너 기업과 공유한다(Lavie, 2006). 선행연구들에서는 파트너기업과의 자원공유활동이 전체 협력활동의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밝히었다(Boddy et al., 1998). ‘자원준거관점(resource- based view)’에 따르면, 기업의 경쟁우위는 기업 내부자원의 상호작용, 조합, 상호보완성 등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Amit & Schoemaker, 1993). 하지만, 파트너기업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한 자원의 이전은 기업의 성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기업 내부자원과 구별되는 네트워크 자원의 형성의 기반이 될 수 있다(Gulati, 1999).
2.2. 신뢰
‘거래비용경제학(transaction cost economics)’의 관점에서 볼 때, 신뢰는 높은 비용이 드는 통제 및 조정의 메커니즘에 대한 대체수단의 역할을 수행한다(Bromiley & Cummings, 1995). ‘사회적자본이론(Social capital theory)’에 따르면, 신뢰는 지식이전, 공동학습, 그리고 리스크 및 비용의 공유 등 더 큰 혜택을 가져다줌으로써 조직 간의 관계에서 윤할유 역할을 할 수 있다(Inkpen, 2001). 특히 구매업체와 공급업체 간의 신뢰는 거래 상대방에 대한 정보의 개방성을 확대하여, 관계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Kumar et al., 1995).
기업 간의 신뢰란 기회주의의 가능성이 존재할 때에도 상대방 기업이 의무를 수행하고 예측된 방식으로 거래하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Zaheer et al., 1998). 따라서 신뢰는 조직간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성과에 대한 유의미한 예측변수가 될 수 있다(Parkhe, 1993). 기회주의적 행동은 관계에 내재되어 있는 장기적 혜택의 손실로 귀결되기 때문에 쌍방의 신뢰가 높을수록 기회주의적 행동을 하게 될 가능성은 낮아지게 된다(Cavusgil et al., 2004). 신뢰는 파트너기업의 기회주의적 행동을 최소화하여 거래비용을 감소시키고(Zaheer et al., 1998), 환경변화에 대한 공급사슬 전체의 대응력을 높인다(Hand field & Bechtel, 2002). 한편, 기업 간의 거래 관계에서는 특정한 기업과의 관계를 위해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하여 양자 간의 관계 종료 시 회복될 수 없는 매몰비용(sunk cost)을 수반하는 ‘거래특유투자(transaction-specific investments)’가 발생하며, 특히 비대칭적인(asymmetric) 거래특유투자를 부담하는 기업은 추가적인 리스크를 부담하게 된다(Williamson, 1979). 기업 간의 신뢰는 이러한 거래특유투자로부터 발생하는 리스크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Grover & Malhotra, 2003).
본 연구는 구매업체와 협력업체 간에 진행하는 다양한 형태의 공유활동이 구매업체에 대한 협력업체의 신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다음과 같은 연구가설을 제기한다.
<가설 1> 구매업체와 협력업체 간의 공유활동은 구매업체에 대한 협력업체의 신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설 1-1> 구매업체가 협력업체와 진행하는 정보공유활동은 협력업체의 구매업체에 대한 신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설 1-2> 구매업체가 협력업체와 진행하는 자원공유활동은 협력업체의 구매업체에 대한 신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설 1-3> 구매업체가 협력업체와 진행하는 지식공유활동은 협력업체의 구매업체에 대한 신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2.3. 거버넌스 메커니즘
다른 형태의 조직간 교환(exchanges)에서와 마찬가지로 구매업체와 협력업체 사이에서도 거버넌스는 업무적(transactional) 메커니즘과 관계적(relational) 메커니즘을 통해 작동한다(Brown et al., 1995). 업무적 메커니즘은 공동으로 작성한 계약에 명시된 조항을 통해 혹은 쌍방의 ‘업무특유(trasaction- specifie)’ 투자 등을 통해 진행된다(Brown et al., 2000). 업무적 메커니즘으로서 계약은 관계특유 자산을 기회주의적 행동으로부터 보호하는 중요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Williamson, 1979). 기업들은 계약을 통해 거래관계를 명확하게 함으로서 교환에 앞서 파트너로부터 기대하는 행동을 규정할 뿐 아니라 행동의 경계를 구체화 한다(Parkhe, 1993). 구체적으로 작성된 계약은 마케팅 관련 성과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Lusch & Brown, 1996). 선행연구들은 두 가지 메커니즘이 모두 기회주의를 완화하고 관계 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중요하다는 점을 밝혔다(Cannon et al., 2000; Cavusgil et al., 2004; Wuyts & Geyskens, 2005). 하지만 선행연구들은 두 메커니즘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지(Poppo & Zenger, 2002), 아니면 대체적인 역할을 수행하는지(Wuyts & Geyskens, 2005)에 관해 상반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관계적 메커니즘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표현과 구속력을 갖는 제재 조항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Poppo & Zenger, 2002), 기회주의적 행동을 제한하는 데 있어 계약에 기반한 처벌보다 효과가 낮을 수 있다(Jap & Ganesan, 2000). 따라서 기회주의적 행동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제재를 포함하는 계약적 메커니즘이 관계적 메커니즘에 대한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Wuyts & Geyskens, 2005). 하지만 계약 내용이 지나치게 구체화 될 경우 끊임없이 변하는 외부환경에서 전략적 경직성을 높여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추구하는 동기를 약화시키거나 제한할 수도 있다(Bernheim & Whinston, 1998). 이 경우에는 오히려 관계적 메커니즘이 환경의 불확실성과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Brown et al., 1983 & Hult et al., 2004). ‘사회적교환이론’에 따르면, 관계적 메커니즘은 경제적 활동을 사회적 상호작용과 사회적으로 배태된(embedded) 관계의 작용에 초점을 맞춘다(Granovetter, 1985). 관계적 메커니즘은 규범과 신뢰를 통해 작동한다(Anderson & Narus, 1990; Heide & John, 1992; Ni & Luo, 2007). 관계규범(relational norms)은 공유된 규범이나 가치를 통해 파트너의 기회주의를 제한하고(Brown et al., 2000), 구매자-공급자 간의 협력을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상호교환이나 개별 행동에 대한 무형의 지침이 될 수 있다(Gundlach et al., 1995, Heide & John, 1992). 선행 이론들을 토대로 본 연구에서는 계약기반 거버넌스 메커니즘이 구매업체와 협력업체 간의 신뢰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연구가설을 제시한다.
<가설 2> 구매업체의 계약기반 거래방식은 협력업체와의 공유활동과 협력업체의 구매업체에 대한 신뢰 간의 관계에서 조절작용을 할 것이다.
<가설 2-1> 구매업체의 계약기반 거래방식은 협력업체와의 정보공유활동과 협력업체의 구매업체에 대한 신뢰 간의 관계에서 조절작용을 할 것이다.
<가설 2-2> 구매업체의 계약기반 거래방식은 협력업체와의 자원공유활동과 협력업체의 구매업체에 대한 신뢰 간의 관계에서 조절작용을 할 것이다.
<가설 2-3> 구매업체의 계약기반 거래방식은 협력업체와의 지식공유활동과 협력업체의 구매업체에 대한 신뢰 간의 관계에서 조절작용을 할 것이다.
2.4. 혁신성과
혁신은 제품, 프로세스, 관리 등의 분야를 포함하는 기업 전체에서 발생하는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변화이다(Bates & Khasawneh, 2005). 기업은 독립적인 활동보다는 타기업과 협력적 관계를 형성했을 때 더욱 큰 경영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Lambert et al., 1999). 기업들이 다양한 협력관계에서 관계학습을 추구하는 중요한 목적은 협력파트너로부터 핵심기술, 정보, 노하우 등의 핵심역량을 소화 흡수하여 제품과 기술, 그리고 서비스의 혁신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다(Koh, 1998). 구매업체와 협력업체간의 정보공유 및 상호협력은 거래비용과 같은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광범위한 운영역량을 향상시키고(Flynn, 2005), 품질, 납기, 가격, 서비스 측면에서 높은 성과를 달성하도록 한다(Leenders & Fearon, 1993).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활동에 대한 선행 연구들은 협력을 통한 기업의 혁신활동이 개별 기업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밝히었다(Ring & Van de Ven, 1994). 한편, 전략적 제휴에 관한 최근의 연구들은 기업의 혁신활동에 있어서 외부지식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Cohen, Nelson & Walsh, 2002). 기업의 혁신적인 지식획득은 다른 조직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지식을 습득하는 다양한 프로세스를 통하여 수행된다(Huber, 1991). 협력관계를 통해 축적한 기술과 지식은 파트너기업의 지식기반과 관계를 맺고 기업의 혁신을 달성하도록 하며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개발에 기여하게 된다(Kafouros et al., 2008). 협력업체의 혁신활동의 결과물이 자사 뿐 아니라 구매업체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구매업체의 협력활동을 통한 신뢰의 구축은 협력업체의 혁신활동에 대한 적극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협력업체의 구매업체에 대한 신뢰는 협력업체의 자체 혁신활동을 더욱 강화시켜 혁신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론하고 다음과 같은 가설을 제시한다.
<가설 3>구매업체에 대한 협력업체의 신뢰는 협력업체의 혁신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세 가지 주제에 관련한 연구가설을 실증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연구모형은 <그림 1>과 같다.
Sharing Activities
[Figure 1] Research Model
3. 연구방법
3.1. 분석자료
연구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공급사슬 상에서 구매업체와 협력업체와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개별방문, 이메일, 팩스 등을 통해 설문을 회수하였다. 측정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응답이 어렵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 항목이 있을 경우 다른 실무 부서 담당자들의 자문을 구하도록 응답자에게 요청하였다. 자료 수집은 2013년 9월부터 10월까지 2개월 걸쳐 이루어졌으며 총 211부의 설문이 모아졌으며 부적합자료 2부의 설문지를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따라서 총 209개 기업의 응답 자료가 최종적으로 채택되어 실증분석에 사용되었다. 설문조사 대상 업체들의 업종은 자동차 11개, 기계 및 장비 21개, 석유/화학/피혁/고무 5개, 섬유/의류 5개, 전기/전자 및 통신장비 111개, 운수장비 1개, 식음료 3개, 기타 제조업 35개, 물류 3개, 금융 및 보험 6개, 기타 서비스업 8개사로 분포되었다. 조사대상 업체들의 2012년 매출액(원)분포는 50억 미만 49개, 50억~100억 미만 27개, 100억~500억 미만 59개, 500억~1000억 미만 34개, 1000억~5000억 미만 30개, 5000억 이상 6개, 미응답 4개사로 나타났다. 구매업체와의 거래기간은 2년 미만이 7개사, 2년~5년 미만이 44개사, 5년~10년 미만이 58개사, 10년 이상이 100개사로 나타났다.
3.2. 측정문항
본 연구에서 사용된 구성개념들의 측정항목들은 대부분 선행연구들에 의해 이미 검증되었고 연구내용에 적합하도록 부분적으로 수정되었다. 측정문항들은 5점 리커트 척도를 사용하였고, ‘1”은 “전혀 그렇지 않다”, ‘3’은 “보통이다, ‘5’는 “매우 그렇다”로 응답하도록 설계하였고, 구체적인 문항 내역은 별첨(appendix A)에 첨부 하였다.
4. 연구결과
4.1. 신뢰성 및 타당성 분석
측정항목들이 각각의 구성개념을 잘 설명하고 있는지 ‘개념타당성(construct validity)’을 평가하기 위해 AMOS 20.0을 이용하여 ‘확인적 요인분석(confirmatory factor analysis)’을 실시하였다. 또한 잠재요인과 측정변수간의 일치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집중타당도와 판별타당도를 검증하였다 (Hair et al. 1998). 본 연구의 표본수(n=209)는 ‘구조방정식(SEM)’에서 일반적으로 요구하는 200개를 상회하므로 적합하다고 판정된다. 카이스퀘어 통계치(Chi-square value)(χ2=179.796, df=78)는 p<0.05 수준에서 유의하여 모델은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본 연구모형은 관측변수들이 비교적 많이 사용된 복잡한 모델이기 때문에 Chi-square value 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모델 평가 시 일반적으로 보조적 모델 적합도를 사용해야 한다. 전체적인 연구모형의 적합도는 GFI=.902, AGFI= .849, CFI=0.921, TLI=0.893, RMSEA=0.079, RMR=0.049 등으로 대부분의 기준치에 부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조방정식(SEM)을 통한 모형 측정 시, 최소 표본수가 200 이상일 경우, 바람직한 ‘모형적합도(model fit)’ 지수로 CFI, TLI, RMSEA 사용이 권장된다(Sharma et al., 2005).
집중타당성은 하나의 ‘잠재요인(latent factor)’에 두 개 이상의 측정도구가 상관관계를 갖는 정도에 관한 것으로 ‘표준화 요인적재량(standardized factor loading)’의 크기, ‘잠재요인 신뢰도(construct reliability)’ 및 ‘평균분산추출값(AVE: average variance extracted)’ 등으로 평가하였다. 모든 측정항목들에 대한 표준화 요인부하량 값은 0.5 이상(최소값: 0.507), C.R. 값은 최소값이 6.279(C.R.>1.965, p<.05)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AVE(Average Variance Extracted)는 표준화된 요인부하량의 제곱한 값들의 합을 표준화된 요인부하량의 제곱의 합과 오차분산의 합으로 나눈 값으로서(Fornell & Larcker, 1981), 모든 변수들에서 0.6 이상으로(최소값: 0.651) 나타나 Hair et al. (1998)이 제안한 임계치 0.5 이상의 기준을 충족하였고, 개념신뢰도(composite reliability) 역시 모두 0.7 이상으로 나타나 집중타당성을 확보하였다.
판별타당성(discriminant validity)의 측정을 위해 AVE 값이 모든 구성개념 간 상관관계 제곱보다 큰가를 확인하는 지 여부를 평가하였다 (Fornell & Larcker, 1981). [표 2]와 같이 두 잠재변수 간에 구한 AVE값이 각 잠재변수의 상관계수의 제곱, 즉 결정계수(R2)보다 크므로 판별타당성이 확보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Table 1] Standardized factor loadings, composite reliability, and AVEs for the measurement model
**p<0.05, ***p<0.001
[Table 2] Discriminant validity of the constructs
4.2. 가설 검정
본 연구에서 제시한 가설의 검정을 위해 위계적 회귀분석(Hierarchical Regression Analysis)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는 [표 3]과 같다.
[Table 3] Hierarchical multiple regression analysis on moderating effect of contract-based governance
*p<0.1, **p<0.05, ***p<0.001
[Table 4] Simple regression analysis of trust on innovation performance
***p<0.001
독립변수인 공유활동을 1단계, 계약관계를 2단계, 상호작용변수를 3단계로 투입하여 통계량을 검증하였다. 독립변수들과 조절변수의 다중공선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수들을 평균중심화 하였고 (Aiken & West, 1991), 허용오차(tolerance)는 .10보다 훨씬 크므로 공선성 문제는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형 1에서는 구매업체와 협력업체 간에 진행하는 공유활동을 독립변수로, 구매업체에 대한 협력업체의 신뢰를 종속변수로 하여 회귀분석을 진행 하였다. 세 가지 분야에서 진행되는 공유활동 모두 신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정보공유활동(β=0.133, p<0.05)과 자원공유활동(β=0.190, p<0.01)에 비해 지식공유활동(β=0.190, p<0.1)은 제한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H1, H2은 채택되었고, H3는 부분적으로 채택되었다. 모형 2에서는 구매업체가 협력업체에 대해 계약적인 방식의 영향력 행사를 독립변수로, 구매업체에 대한 협력업체의 신뢰를 종속변수로 하여 회귀분석을 진행하였다. 분석결과 계약에 기반한 영향력의 행사는 신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β=0.295, p<0.01), 모형 1에 비해 모형 2의 설명력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2=0.087, △F=20.953, p<0.01). 따라서 구매업체의 계약에 기반한 영향력 행사방식은 구매업체와 협력업체 간에 진행하는 공유활동과 협력업체의 신뢰에 조절변수로서 고려될 수 있다. 모형 3에서는 구매업체의 계약 기반 영향력 행사방식이 구매업체와 협력업체 간에 진행하는 공유활동과 협력업체의 신뢰와의 관계에서 작용하는 조절효과에 대해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회귀모형의 설명력은 모형2에 비해 증가하여 영향력 행사방식의 조절효과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R2=0.062, △F=5.267, p<0.01). 자원공유활동과 협력업체의 신뢰와의 관계에 계약기반 영향력의 행사는 긍정적인 조절효과를 나타내었다(β=0.150, p<0.01). 하지만 정보공유활동과 협력업체의 신뢰와의 관계에서는 부정적인 조절효과를 나타내었다 (β=-0.213, p<0.01). 또한 지식공유 활동과 협력업체의 신뢰에 대한 조절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β=0.027, n.s.). 마지막으로 구매업체에 대한 협력업체의 신뢰가 협력업체의 혁신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단순회귀분석을 진행한 결과는 <표 4>와 같고, 협력업체의 신뢰는 혁신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β=0.278, p<0.01).
5. 결론 및 제언
본 연구결과를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구매업체와 협력업체 간에 진행하는 정보, 자원, 지식 공유활동이 구매업체에 대한 협력업체의 신뢰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특히 자원공유활동은 정보 및 지식공유활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물적, 인적자원을 협력업체와 공유하는 것이 무형의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는 것보다 협력업체의 신뢰 형성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일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유형, 무형의 자원을 협력업체와 공유하는 것은 구매업체로 하여금 일정 수준의 비용과 리스크를 실제로 발생시키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협력업체로 하여금 더 큰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구매업체의 민감한 정보나 중요한 정책 등을 협력업체와 공유하는 활동 역시 신뢰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자원공유활동에 비해 그 영향력은 낮다는 것을 결과는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식공유활동은 가장 낮은 수준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공식 혹은 비공식적인 회의 등을 통해 구매업체가 자사의 운영노하우나 기술을 전수하는 활동들이 구매업체의 이해관계와도 상당부분 부합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고, 자원이나 정보의 공유활동에 비해 구매업체가 감수하는 비용이 낮다고 간주될 수도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 계약적 거버넌스 메커니즘은 공유활동과 신뢰 간의 관계에 부분적으로 조절작용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계약적 메커니즘의 조절효과는 공유활동의 내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먼저 정보공유활동의 경우에는 계약적 메커니즘이 공유활동과 신뢰와의 관계에 음의 조절효과를 나타냈지만, 자원공유활동의 경우에는 양의 조절효과를 나타내었다. 이는 구매업체의 계약적 거버넌스 메커니즘이 협력업체의 신뢰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증명해 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설비나 인력과 같은 유형의 자원을 공유하는 활동들은 구체적인 내용과 책임소재 등을 명확하게 하여 불필요한 갈등 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계약기반 메커니즘이 공유활동의 효과를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구매업체의 정보나 정책 등을 공유하는 활동 등은 활동 내용의 특성상 계약을 통해 구체화하기 어려운 관계로 계약 당사자 간의 불필요한 형식과 절차를 만들어 활동의 효율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 하지만, 지식공유활동의 경우는 계약기반 메커니즘의 조절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셋째, 구매업체에 대한 협력업체의 신뢰는 협력업체의 혁신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협력업체의 혁신활동은 기본적으로 자사의 경영성과 향상 목적에서 출발한다. 또한 혁신활동은 구매업체의 적극적인 요구 또는 협력활동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해결 과정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협력업체의 혁신활동에 대한 노력과 비용이 정당하게 평가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할 경우 협력업체는 혁신활동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구매업체에 대한 신뢰는 협력업체가 달성하는 혁신활동 성과가 공정하게 평가될 수 있다는 기대를 담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활동에 대한 동기부여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본 연구가 갖는 한계는 무엇보다도 고객업체의 다양한 형태의 협력활동이 협력업체의 관점에서 평가되었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협력업체가 고객업체에 대해 기존에 형성하고 있는 잠재적인 인식이 협력활동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설문대상업체의 업종의 다양성과 공급사슬 상에서 갖는 역할의 차이 등을 연구모형에 반영하지 못하였다. 본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는 후속 연구가 진행되어 고객업체와 협력업체의 협력활동이 공급사슬 경쟁력의 강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더욱 객관적이고 풍부한 분석이 이루어지게 되기를 기대한다.
피인용 문헌
- Determinants of Sustainability Performance in Pharmaceutical Distribution Industry vol.18, pp.12, 2016, https://doi.org/10.15722/jds.18.12.20201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