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side - 김태욱 변호사(본회 자문변호사/AP종합법률사무소 대표/ 아라농장 대표)

  • Published : 2015.02.01

Abstract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한 김태욱 변호사(AI종합법률사무소 대표)는 제주도에서 양돈사육을 하시던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가고자 귀농했지만 농민들의 고충과 억울함을 직접 보고 느끼면서 3년간 사법시험을 준비한 끝에 합격한 농어민후계자 출신 변호사다. 현재는 본회를 비롯해 대한한돈협회, 전국한우협회 등 축산분야 자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축산인의 고충을 대변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돼지 2,000두를 사육하는 축산업자이자 서울 서초동 소재 사무실을 두고 변호사로 활동하는 그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Keywords

변호사님, 축산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북출신인 부모님은 한국전쟁 때 월남해 제주도에 정착했습니다. 낯선 곳에서 먹고 살 일이 막막하던 때, 선교활동 차 아일랜드에서 제주도로 건너온 천주교 신부가 축산단지 조성을 위해 가축을 분양하면서 저희 부모님도 돼지 몇 마리를 분양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축산을 시작했죠. 아버지는 농사를 지으면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으셨습니다. 농약을 쓰지 않고 과수를 키우고 돼지를 방목하고 종부도 체계적으로 시도했습니다. 농사꾼도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는 그런 아버지의 부지런한 삶을 보고 자라면서 저는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한 후 전자회사에 취직했죠.

아버지 환갑이 다가올 무렵 2,000두 규모의 양돈장과 친환경 감귤농장의 후계자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꺼내시더라구요. 미국에 간 형님을 대신해 제가 후계자로 지목되었죠. 오랜 세월동안 선구적인 농업방식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여기까지 일궈놓은 상황을 잘 알기에 서울의 삶을 접고 1989년 귀농했습니다. 내실있는 농장 경영과 한돈협회 제주지부장 및 협회 이사 등 외부 활동도 부지런히 하셨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양돈장 잡일부터 경영관리까지 착실하게 후계 수업을 받았죠. 그리고 제주대학교 축산대학원 석사과정도 졸업하고 영농후계자 지정까지 받았습니다.

축산인에서 축산전문 자문변호사로 전향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돼지를 사육하면서 억울한 일이 있었습니다. 돈분 처리장을 신축할 때의 일입니다. 처리장을 만들기 전 시청 축산정책과에 문의했더니 비닐하우스 시설이라 허가없이 지어도 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처리장을 지은 몇 달 뒤 시청 다른 과에서 지목이 임야라서 산림훼손 허가를 받은 후에 지어야하는데 잘못되었으니 철거 명령이 떨어진 겁니다. 결국 강제철거를 당하는 억울한 일을 당했습니다. 농업을 하다보니 법을 잘 몰라 피해를 입는 농민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계기가 돼 사법시험에 도전하게 됐고 준비 3년 만인 1998년 제 40회 사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그때부터 어려운 농민을 위한 소송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변호를 맡아 소수자들을 위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 축산 전문 자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기억할 만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2001년 연수원 졸업 뒤 변호사 개업 첫해 대한한돈협회 고문변호사로 위촉됐습니다. 현재 AP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이자 변리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로 지난 2013년에는 대한양계협회와 전국한우협회 법률 고문이자 자문 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축산 후계자이자 가업을 이어받아 지금까지도 축산에 몸담고 있으면서 누구보다도 축산 관련 사건에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대법원에서 돼지 폐사에 대해 한 다국적 사료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받은 사건이 있습니다. 양돈장에서 사료 교체 후 돼지열병으로 집단 발병해 2000두의 손해를 입었는데 오염 사료가 원인으로 파악됐습니다. 2심에서 패소했고 얼마 전 최종심에서 대법원이 농장주의 손을 들어주기까지 무려 8년을 끌어왔습니다. 농업인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법조인이 된 만큼 정성을 쏟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건을 맡아 승소하기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승소하면서 농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 변호사님, 최근 활동과 근황은?

각 협회 자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최근 한돈, 양계, 한우농가들로부터 축산농가 환경규제관련 상담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도로 개설이나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따라 농장이 수용당하는 경우 축산업 관련 조례 때문에 농장 이전이 어려워 사실상 폐업을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환경분쟁을 전담·중재하는 기관이 있지만 행정 편의적인 처분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 축산인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구제를 받기 어렵습니다. 또 당사자가 직접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골치 아프고 시간이 걸려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앞으로 가축 환경 피해 입증과 구제 방법을 정형화하려고 합니다. 축산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한다면 농가 법적 구제를 보다 체계적으로 쉽게 진행할 수 있겠죠. 한편, 변호사로 일하는 동안 물려받은 제주의 양돈장(아라농장)은 2006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제주대학교 축산대학원 동기인 친한 형님이 전반적인 양돈농장과 감귤농장을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두번씩은 꼬박 내려가 직접 관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농사짓는 변호사로 살 계획입니다.

양계농가들에게 전할 말씀이 있다면?

문제는 예고하고 발생하지 않습니다. 만의하나 농장을 경영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곤란한 상황이 생겼을 경우에는 관련 자료를 꼭 확보해야 합니다. 문제 발생 초기 상대방이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하면 그 말만 믿고 증거 자료를 수집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데 나중에 말이 달라지면 대응할 방법이 없어지기 때문에 초기 자료부터 꼭 확보해두어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제가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당시 “제게 농업은 끝난 것이 아니며 2단계의 농업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고 합격후기를 전한 바 있습니다. 농업은 블루오션입니다. 일이 없으면 농사나 지으라는건 이미 옛말입니다. 식량 생산은 앞으로 유망한 사업으로 그 중요성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여집니다. 산업에 종사하면서 어려운 일들이 많지만 양계농가들, 힘내십시오! 내일은 밝은 해가 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