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업을 바라보는 기자의 시각 - AI 발생현황 및 농가와 정부의 역할

  • 발행 : 2015.01.01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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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의 인식전환과 정부의 발빠른 방역시스템 필요

1. 국내 AI 발생현황과 특이점

우리나라에는 1996년 3월 18일 경기도 화성에서 AI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이날 발생한 AI 바이러스는 H9N2의 저병원성(폐사율 20~30%)이었다. 이 후 같은 해 5월 전라북도 정읍(폐사율12%)과 8월 경상북도 영천(폐사율 23.6%)에서도 저병원성 AI가 발생함으로써 우리나라는 더 이상 AI 청정지역이 아니게 됐다. 1995년 중국과의 국교 수립 이 후 양국 간 무역·관광의 교류가 본격화된 시기라는 점에서 당시 수의·축산 전문가들의 우려는 컸다. 이 후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2001년 5월 23일 중국산 수입 오리육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분리됐고, 정부는 중국산 가금육 수입조치와 수입된 가금육을 폐기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사태로 인해 가금육이 바이러스전파의 주요 경로라는 점이 부각됐다. 실제로 해당 중국산 수입가금육에서는 ND(뉴캐슬병)나 저병원성 AI가 등 다양한 가금 질병의 바이러스가 분리되기도 했다.

2003년에는 국내에서 첫 번째 고병원성 AI(H5N1)가 발생했다. 2003년 12월 10일부터 2004년 3월 20일까지 총 19건(닭 10건, 오리 9건)의 고병원성 AI가 발생했고, 392농가의 가금류 528만 마리가 살처분 됐다. 여기에 투입된 비용도 1,500억원에 이른다.

당시 국내 유입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역학조사 결과 오리농장이 수평전파의 주 요인으로 지목됐다. 2006년 11월 22일부터 2007년 6월18일까지는 총 7번의 고병원성 AI(H5N1)가 발생해 460개 농장의 280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 됐다. 이 시기 발생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는 야생철새로부터 분리된 바이러스와 동일함으로써 야생조류를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특히 처음 신고 시 이미 5개 농장이 감염돼 있었다는 점에서 전국적인 감시망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2008년에는 이례적으로 겨울이 아닌 봄에 고병원성 AI가 발생했고, 전국적으로 유행하는데 단 42일이 소요됐다는 점에서 방역당국을 긴장시켰다. 전국 11개 시도에서 846만 마리가 살처분 되는 등 역대 최대 살처분 마리수를 기록했다. 당시 서울을 포함한 주요 도시에서도 발생함으로써 인근 재래시장 방역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2010년 12월 29일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다음 해 5월 16일까지 이어져 종식에 139일이 소요됐으며 286농가에서 647만 마리를 살처분 됐다. 검사 결과 4건의 야생조류와 1건의 분병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분리됐다. 올해는 이전과는 달리 N5N8형의 고병원성 AI가 1월 16일 최초로 발생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살처분 마리수는 2008년을 넘어선 1,500만 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살처분 보상금또한 1,251억원이 지급됐지만 생계안정자금 등 추가로 들어갈 비용을 고려하면 살처분 비용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올해 고병원성 AI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는 점에서 고병원성 AI 상재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2. 농가와 정부의 의식 전환 필요

고병원성 AI가 발생 시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신속한 신고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양계농가의 신고 정신은 어느 수준일까? 최근 열린 AI관련 한 공청회에서 한 수의과 대학 교수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농장주에 의한 신고 건수는 지난 2010년 발생 시 보다 확연히 줄었다. 이 결과를 두고 해당 교수는 전체 발생건수가 줄어들거나 농장주가 질병을 감지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농장주가 여러 이유로 발생신고를 꺼려한 것으로 추정했다. 농장에서 신고가 늦어지고, 발생신고 후 조치가 취해지다 보니 신속한 조기 대처 및 차단방역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농가의 신고 의식을 높이기 위한 AI 신고포상제 도입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폐사계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농가들의 의식 전환은 필요하다. 다수의 양계농가들에게 확인해본 결과 폐사계가 발생하면 편의상 개 사육 농가에 위탁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폐사계가 원인 모를 바이러스를 안은 채 여러 곳을 떠돌다 개 사육 농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질병 전파의 요인이 될 수 있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충남 천안과 부여에서 AI양성농장의 죽은 닭을 먹인 개에서 H5 항체 양성이 확인된 바 있다. 이 같은 행위는 위법일 뿐만 아니라 방역·위생 상 위험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양계농가들이 지양해야 한다. 아울러 현재 정부 주도의 방역정책은 발생신고 후 조치, 발생 후 역학 조사, 차단방역 미흡, 방역행정 전문가 부재, 중요 결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민간주도 방역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의 지속적인 변이발생에 대응하고, AI가 국민보건과 관련돼 상시문제화되고 있는 것을 감안, 효율적 대처를 위해 AI전문국가기구(상시통제 전문조직)의 설립도 검토돼야 한다.

또 정부에서 구성한 역학조사위원들이 탁상공론에 빠져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만큼 지역 축산 현장을 꿰뚫고 있는 현장 수의사들을 역학조사위원으로의 위촉도 검토돼야 한다. 더불어 국내에서의 AI 발생은 한·중 교류가 본격화된 이후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AI 이외에도 ND나 QX타입 IB의 국내 발생도 중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돈에서의 PED나 FMD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국내수의전문가들은 중국을‘가축질병의 판도라 상자’로 우려하고 있다.

올해 중국과의 FTA 체결에서 축산 주요 품목은 대부분 양허에서 제외됐지만 번식용 가축이나, 돼지비계 등의 일부 축산 품목은 개방됐다. 정부의 안일한 협상으로 판도라의 상자가 언제다시 활짝 열려 버릴지 모를 위험성을 안게 됐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정부는 중국과의 FTA 협상에서 축산분야의 개방은 막았어야 했다. 특히 앞으로 축산분야의 품목 확대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