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영어로 "thistle"이라는 단어는 국화과(Asteraceae 또는 Compositae) 식물들 중에서 날카로운 가시를 가진 것들을 통상적으로 지칭하는 말인데, 이 단어가 좁은 의미로는 국화과 엉겅퀴아족(tribe Carduinae)에 속하는 Cirsium, Carduus 및 Onopordum 속의 식물들만을 나타내지만, 넓은 의미로는 엉겅퀴아족의 식물들 이외에도 추가적으로 국화과에 속하는 Arctium, Carlina, Centaurea, Cicerbita, Cnicus, Cynara, Echinops, Notobasis, Scolymus, Silybum, Sonchus 속의 식물들을 함께 나타내기도 한다[5, 16]. 우리나라에서는 엉겅퀴 아족의 식물들을 모두 엉겅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종(species)을 지칭할 때에는 Cirsium japonicum 종에 속하는 식물들만을 엉겅퀴라고 지칭하고 나머지 종들은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16].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혼선을 막기 위하여 C. japonicum 종에 속하는 식물들만을 엉겅퀴로 지칭하기로 한다.
국화과의 엉겅퀴족(Cardueae)에는 대략 2,500종 83속의 식물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중에서도 1,600여 종 36속의 식물들이 다시 엉겅퀴 아족(Carduinae)으로 분류되고 있다. 엉겅퀴 아족 중에서는 Cirsium 속(200-300여 종), Carduus 속(대략 90여 종) 그리고 Onopordum 속(대략 60여 종)이 큰 분류군으로 되어 있다[5, 16]. 국내에 자생하는 Cirsium 속 식물들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연구가 되어있지 않았으나, C. japonicum (엉겅퀴)을 비롯하여 C. pendulum (큰엉겅퀴), C. setidens (고려엉겅퀴), C. rhinoceros (바늘엉겅퀴), C. schantarense (도깨비엉겅퀴), C. lineare (버들잎엉겅퀴), C. vlassovianum (흰잎엉겅퀴), C. nipponicum (물엉겅퀴)의 8종이 국내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최근에 보고되었다[13]. 정영엉겅퀴(C. chanroenicum)는 국내의 많은 식물도감에는 수록되어 있지만 위의 8종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Lee에 의하면 도깨비엉겅퀴는 깊은 산골에서 자라는 다년초로서 높이가 50-150 cm이고, 원줄기에 홈이 파진 줄이 있으며 윗부분에 거미줄 같은 털이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10]. 물엉겅퀴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울릉도 성인봉의 중턱 근처에서 자라는 다년초로서 높이가 1-2 m까지 자란다고 되어 있다[10]. 또한 정영엉겅퀴는 지리산, 가야산, 조령 및 구례에서 자라는 다년초로서 높이 50-100 cm까지 자란다고 서술되어 있다[10].
식물체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여 생성하는 대사물질을 phytoalexin이라고 하는데, 엉겅퀴 및 관련된 식물들이 생성하는 phytoalexin으로 대표적인 것으로는 silymarin이 있다. Silymarin은 실제로 silybin, isosilybin, silydianin, silychristin등의 혼합물을 일컫는다[2]. 최근에 보고된 논문들을 보면 silymarin은 간보호작용, 항염증작용 및 간재생작용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1].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milk thistle이라고 하는 Silybum mariaum이 대표적인 엉겅퀴 그룹의 식물이기 때문에 silymarin에 대한 연구 및 생산은 주로 이 milk thistle에 의해 이루어 졌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에는 milk thistle의 추출물이 tablet 형태로 제조되어 건강보조식품으로 판매되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수입되어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 milk thistle은 우리나라의 토종식물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다. 본 연구에서는 우리나라의 여러 지점에서 엉겅퀴(C. japonicum), 도깨비엉겅퀴(C. schantarense), 물엉겅퀴(C. nipponicum), 정영엉겅퀴(C. chanroenicum)들을 채집하고, 이들의 intergenic spacer 1 (ITS1), 5.8S rDNA, intergenic spacer 2 (ITS2) 및 그 주변 부위의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비교하여 서로간의 유연관계에 대해서 연구하였다.
또한, 국내에서 채집된 Cirsium 속 식물들의 일부에서 silymarin의 존재를 HPLC로 확인하여 보았다.
재료 및 방법
시료의 수집
본 연구에 사용할 엉겅퀴, 정영엉겅퀴, 도깨비엉겅퀴, 물엉겅퀴는 Table 1에 표시한 장소에서 채취를 하였다.
Table 1.Locations of plant collection
Silymarin의 추출 및 분석
Silymarin의 추출 및 분석은 다른 논문에 발표된 방법에 따라 수행하였다[16]. 수집된 식물들을 그늘에서 건조시킨 후, 건조된 잎 0.1 g을 microfuge tube에 넣고, spatular를 이용하여 잘게 분쇄하였다. 여기에 methanol 1.0 ml을 첨가하고 40℃에서 24시간동안 유지시켰다. 이것을 20,000 × g에서 10분간 원심분리 하였다. 이렇게 준비된 추출액 10 μl를 Waters 1525 HPLC에 주입하고, Waters 2487 dual wavelength absorbance detector로 분석하였다. Separation에 사용된 용매로는 acetonitrile과 water (1:1)를 사용하였고 flow rate는 1 ml/min로 하였다. 분석에 사용된 column은 Sunfire column 4.6×150mm으로서 분석 중에 column의 온도는 40℃로 유지시켰고, 파장 289 nm에서의 absorbance peak들을 확인하여 silymarin의 존재여부를 확인하였다.
Genomic DNA의 분리 및 유전자 증폭
Genomic DNA는 i-genomic Plant DNA Extraction Kit(iNtRON Biotechnology, Seongnam, Kyeongkido, Korea)를 사용하여 건조된 잎으로부터 추출되었다. DNA 증폭은 다른 논문에 발표된 방법을 참조하였다[16]. PCR 반응을 위해서는 DNA template 200 ng, forward primer 2.5 pmol, reverse primer 2.5 pmol, dNTPs mixture 2 μl (10 mM each) 그리고 Pfu DNA polymerase 2 μl (6 U)를 포함하는 100 μl의 반응액에서 반응을 진행하였다. Pfu DNA polymerase 및 dNTP mixture는 Promega Corp. (Madison, WI, USA)의 제품을 사용하였다. PCR 반응에 사용된 forward primer 및 reverse primer는 Table 2에 나타내었다. 반응조건은 94℃에서 2분간 한 cycle, 그리고 94℃에서 1분, 59℃에서 1분, 72℃에서 5분씩 30 cycle을 진행시킨 후, 최종적으로 72℃에서 10분간 유지시켰다. 이 때에 사용된 forward primer는 18S rDNA의 5′-ends의 conserved region을 target으로 하여 제조되었다. 이때에 식물들의 18S rDNA에서 존재하지 않는 제한효소 BglⅡ의 인식부위를 forward primer의 5′-말단에 첨가하여서 cloning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Reverse primer는 28S rDNA의 5′ 부위를 target으로 하여 제조하였다.
Table 2.Primers used in this study
유전자 증폭 산물의 cloning 및 염기서열 분석
PCR products는 0.7% agarose gel에서 분자량에 따라 separation 시킨 후, 예상되는 크기의 DNA를 surgical blade로 잘라내고, Promega Corp.의 Gel and PCR purification system을 사용하여 gel slice로부터 DNA를 정제 하였다. 이렇게 정제된 PCR product는 phosphorylation 후에 SmaⅠ으로 절단된 pBluscript Ⅱ SK- plasmid와 섞어서 ligation 시키고, Escherichia coli DH5α competent cells에 transformation 하였다. 이렇게 transformation된 E. coli 세포들을 100 μg/ml의 ampicillin을 함유하는 MacConkey agar에 도말하고 37℃에서 배양하였다. 나타난 colony들 중에서 흰색 colony들을 selection하여서 이들로부터 plasmid DNA를 추출한 후에, supercoiled plasmid DNA 및 PvuⅡ로 절단된 plasmid DNA를 agarose gel electrophoresis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예상되는 크기의 PCR 산물이 얻어졌으므로 insert DNA들의 염기서열을 분석하였다. 염기서열 분석은 (주)솔젠트(Daejeon, Korea)에 의뢰 하였다.
염기서열의 비교 및 유연관계 분석
엉겅퀴 9개체와 도깨비엉겅퀴, 물엉겅퀴 및 정영엉겅퀴 각 1개체로부터 18S rDNA, ITS1, 5.8S rDNA, ITS2 및 28S rDNA의 일부를 포함하는 DNA의 염기서열을 밝히고, ClustalW 2.1을 사용하여 서로 align하였다[3]. 이렇게 align된 염기서열 중에서 ITS1과 ITS2 염기서열은 MEGA6.06을 사용하여 p-distance를 계산하고 neighbor-joining tree를 만드는 데에 사용되었다[14, 15].
결과 및 고찰
ITS 염기서열의 비교 및 분석
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하여 전국의 11개 지점에서 엉겅퀴 8개체, 그리고 도깨비엉겅퀴, 물엉겅퀴, 정영엉겅퀴 각 1개체 씩을 채취하고(Table 1), 채취된 식물들의 ITS1, 5.8S rDNA, ITS2 및 그 주변부위의 염기서열을 밝혔다. 그리고 ITS1 238 nt (고려엉겅퀴와 정영엉겅퀴는 239 nt) 및 ITS2 222 nt (고려엉겅퀴와 정영엉겅퀴는 225 nt)를 CLUSTAL 2.1로 multiple sequence alignment를 수행하였다. 이때에 큰엉겅퀴 5개체(가평, 홍천, 충주, 평창, 일본 홋카이도), 엉겅퀴 1개체(중국 안휘), 고려엉겅퀴 1개체(태백)의 염기서열은 Genbank 또는 다른 논문에 발표된 자료를 사용하였다[16]. 중국의 안휘성에서 채집된 C. japonicum 한 종류(accession EU592014) 및 일본의 홋카이도에서 채집된 C. pendulum 한 종류(accession AB035977, AB035998)의 염기서열은 Genbank에 등록된 자료를 사용하였다.
결과를 살펴보면 곡성 엉겅퀴와 부안 엉겅퀴는 ITS1과 ITS2의 염기서열이 완전히 일치하였다. 따라서 곡성 엉겅퀴를 기준으로 하여서 변이를 살펴보면 용인, 해남, 홍성 엉겅퀴에서는 ITS1에서 transition이 한 nucleotide씩 관찰되었고, ITS2에서는 변이가 관찰되지 않았다(Table 3). 반면에 중국 안휘 엉겅퀴에서는 ITS1에서 두 개, ITS2에서 한 개의 transition이 관찰되었다. 창원 도깨비엉겅퀴에서는 ITS1에서 3개, ITS2에서 2개의 transition이 관찰되었고, 고성 엉겅퀴에서는 ITS1에서는 transition이 2개, transversion이 1개씩 관찰되었으나, ITS2에서는 변이가 없었다. 반면에 양산 엉겅퀴에서는 ITS1에서는 transition이 하나 관찰되었으나, ITS2에서는 transition이 6개, transversion이 하나 관찰되었다. 이 결과를 보면 창원에서 채취된 도깨비엉겅퀴가 비록 중국 안휘의 엉겅퀴보다 더 많은 변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고성이나 양산에서 채취된 엉겅퀴보다는 변이가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한식물도감의 검색표에 의하면 두화가 밑으로 처져있으면 큰엉겅퀴, 물엉겅퀴, 도깨비엉겅퀴 그룹으로 분류한다[10]. 반면에 엉겅퀴는 두화가 밑으로 처지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10]. 두화의 방향은 뚜렷하게 구분되는 특징이기 때문에 실제로 Cirsium 속 식물들을 분류하는 데에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ITS1과 ITS2의 염기서열을 비교해 보면 도깨비엉겅퀴와 엉겅퀴의 차이가 여러 지역에서 채취된 엉겅퀴끼리의 차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두화가 아래로 향하는 도깨비엉겅퀴의 특징은 비교적 최근에 획득된 형질이 아닌가하고 생각된다. 거기에 반해서 큰엉겅퀴와 물엉겅퀴는 서로 분명하게 독립된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Table 3.The number of transition and transversion in intergenic spacer 1 (ITS1) and intergenic spacer 2 (ITS2) of collected plants
유전적 다양성 분석
Fig. 1A와 Fig. 1B의 결과를 살펴보면 울릉도에서 채취된 물엉겅퀴, 태백에서 채취된 고려엉겅퀴와 해남의 두륜산에서 채취된 정영엉겅퀴는 다른 식물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그룹을 형성하고 있고, 또한 서로 간에도 유전적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대한식물도감 검색표에 의하면 잎은 난형, 타원상 난형 등으로 피침형이 아닌 식물 중에서 잎이 전혀 갈라지지 않는 것을 고려엉겅퀴로 분류하고, 일부 잎에서 밑 부분에 갈라진 부분이 있는 것을 정영엉겅퀴로 분류하고 있다[10]. 그러나 실제로 식물 잎의 형태는 여러 가지 자연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잎의 형태에만 의존하여 이 두 그룹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Song and Kim은 고려엉겅퀴와 정영엉겅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하여 외부형태학적 형질을 중심으로 수리분류학적 연구를 수행하였다[12]. 주요 식별형질인 잎, 화서 및 총포에 관한 29개의 외부형태학적 형질과 잎에 관한 12개의 주요 식별형질들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 두 식물들은 거의 구별이 되지 않는 하나의 집단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Song and Kim은 정영엉겅퀴는 고려엉겅퀴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12]. 본 연구에서도 형태에 의해서는 고려엉겅퀴와 정영엉겅퀴를 구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ITS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보니까 이 두 그룹 간에 의미있는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태백 고려엉겅퀴와 두륜산 정영엉겅퀴 사이의 p-distance는 ITS1에서 0.017, ITS2에서 0.023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충주, 평창, 가평, 홋카이도, 홍천 큰엉겅퀴 사이의 p-distance는 ITS1 및 ITS2 모두에서 0-0.009임을 고려할 때에 태백 고려엉겅퀴와 두륜산 정영엉겅퀴는 서로 다른 종으로 분류하여도 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비록 형태학적으로는 구분이 되지 않는 이 두 그룹도 ITS 염기서열로 분석하면 분명하게 서로 다른 그룹을 이루고 있으므로, 정영엉겅퀴를 다시 독립된 종(species)으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Cirsium 속 식물들은 8종이 아니라 9종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Fig. 1.Neighbor-joining (NJ) trees based on intergenic spacer (ITS) sequences of selected thistles. ITS sequences were aligned by the ClustalW 2.1 and used to construct NJ trees by the MEGA 6.06. Choongju, Pyeongchang, Hongcheon, Gapyeong and Hokkaido indicate the locations where C. pendulum plants were obtained. Taebaek indicates C. setidens obtained from Taebaek, Kangwondo. A, NJ trees of ITS1; B, NJ trees of ITS2.
Silymarin 함량 분석
서양에서는 milk thistle (Silybum marianum)이 먼 옛날부터 약재로 사용되어왔고, 동양에서는 엉겅퀴(C. japonicum)의 뿌리를 대계라고 하여 약재로 사용하여왔다. 이러한 식물들의 추출물이 간보호작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는데, 그러한 작용이 바로 추출물 속에 함유되어 있는 silymarin에 의한 것이라는 것도 최근에 밝혀져 있다. Silymarin은 실제로 C25H22O10의 동일한 분자식을 갖는 silybin, isosilybin, silydianin 및 silychristin의 4가지 isomer의 혼합물을 일컫는데, 이러한 silymarin의 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결과들이 보고되어 있다[2]. 즉, silymarin이 손상된 간의 회복을 돕고,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당뇨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왔으며, Gram 양성 세균에 대한 항미생물 활성도 있으며, 또한 최근에는 방사선 및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1, 4, 6, 7, 8, 9].
본 연구에서는 곡성에서 채취한 엉겅퀴와 창원에서 채취한 도깨비엉겅퀴의 methanol 추출물을 HPLC로 분석하였고, 그 결과 두 가지 식물 모두가 silymarin을 합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Fig. 2). 따라서 silymarin 합성능은 Silybum 및 Cirsium 속에 속하는 식물들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판단된다.
Fig. 2.HPLC chromatogram of selected thistles. Silymarin was extracted from dried leaves of selected thistles in methanol and analyzed by HPLC. A, Cirsium japonicum from Gokseong; B, Cirsium schantarense from Chang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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