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6일 전북 고창 종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HPAI)가 발생하여 2달이 넘는 기간 동안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차례의 HPAI 발생과 연관된 바이러스 혈청형은 H5N1이었으나 금번 HPAI는 과거와는 혈청형이 다른 H5N8으로 밝혀졌다. H5N8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수차례 발생보고가 있었고 그 중 2010년 중국 광동성에 발생이 보고된 바도 있었다.
과거에 국내에서 분리된 H5N1 HPAI 바이러스와 금번 발생한 H5N8의 차이점은 오리에 있어서 산란율 저하와 폐사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점과 닭에 있어서는 과거와 달리 폐사의 진행속도가 다소 느리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은 HPAI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집한 제한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므로 금번 발생이 종료된 후 수집할 수 있는 정보들을 바탕으로 정확한 내용이 분석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번 HPAI는 발생초기에 종오리 농장에서 산란율이 급격히 저하되는 증상을 통해서 발생신고가 이루어졌는데, 그 이후 육용오리 농장에서도 과거의 경우보다 폐사가 빠르게 늘어나는 현상이 많이 나타나 과거보다 오리에 대한 병원성이 상당히 강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닭 농장에서 H5N8이 발생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금번 국내 발생이 첫 사례이다. 그래서 초기 발생 시에 닭에는 감염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닭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H5N8이 닭에 감염이 이루어지면 폐사수의 증가가 다소 느리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은 케이스도 있어 폐사 수 증가 면에서 섣부른 판단과 결론은 유보해 두는 것이 현명하리라는 생각이다.
HPAI의 발생은 사육농가가 겪을 수 있는 최고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양계농가는 HPAI의 발생에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알아서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 가에 대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한 것이다. 금번 호부터는 2014년 HPAI 발생과 관련한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HPAI) 바이러스 유입에 관한 위험요인들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소개하기로 한다.
1. 양계농장 HPAI 전파 위험요인 분석
양계농장 HPAI 전파에 대한 위험요인 분석은 여러 면에서 중요성이 있다. 첫째는 HPAI와 같은 국가 재난성 질병이 발생했을 때 HPAI의 전파를 신속히 차단하기 위해서 파악하고 단속해야 할 대상이 정해져 위험요인 별 대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농가단위의 질병 유입 차단을 위해서 주의해야 할 차단방역 우선 대상들을 인식하여 농장스스로가 HPAI 바이러스 유입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요인들에 대한 대책은 농장단위에서 실행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어 HPAI 전파 위험요인에 대한 정부와 협회, 관련업체, 그리고 농가 당사자들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1) 철새
(1) 철새에 의한 바이러스 국내 유입
과거 4차례의 HPAI 발생과 연관한 국내 바이러스 유입원인 가능성으로 지목되는 것은 철새이다. 철새는 대륙과 대륙을 이동하면서 바이러스를 유입시킬 가능성을 가진 가장 큰 바이러스 유입원인이다.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북 고창의 1차 신고농장은 동림저수지에서 직선거리 5km 정도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2차 신고농장(전북 부안) 역시 동림저수지에서 약 4km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1차신고 농장의 경우는 농장을 중심으로 직선거리 3~7km 내에 동림저수지를 포함해서 5개의 저수지가 위치하고 있다.
<그림1> 전북 고창의 HPAI 1차 발생 농가 주변 사진
금번 HPAI 발생초기에 동림저수지에서 가창오리의 사체가 다수 발생되면서 철새의 HPAI 감염 및 바이러스 유입에 관한 증거들이 속속 입증이 되었고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쇠오리, 큰기러기 등에서도 바이러스가 분리되면서 철새로 인한 바이러스 유입의 증거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가창오리가 국내에 도래한 시점이 ’13년 10월 20일 전후이고 1월 중순에 폐사가 늘었다는 것을 두고 일부 사람들이 가창오리가 국내에 바이러스를 유입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피해자라는 가능성을 재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능성은 가창오리에 관해서는 틀린 생각이 아니다. 그러나 일부 철새들이 중국과 국내 서해안을 오고가는 것이 확인되면서 가창오리가 국내에 도래할 시점에서는 HPAI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지만 중국을 오가는 철새에 의해서 중국으로부터 바이러스가 유입될 정황과 연관하여 생각하면 여전히 국내 HPAI 바이러스 유입원인이 철새인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이번 HPAI의 발생은 바이러스 혈청형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점과 유난히 철새에서 바이러스가 많이 분리된 점은 그 어느 때보다도 철새로 인한 HPAI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에 무게가 실어 주는 사실이다.
(2) 철새에 의한 바이러스 국내 유입에 관한 대책
철새는 계절에 따라 대륙과 대륙을 이동하며, 이번 HPAI 발생과정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국내에는 10월경부터 각종 철새들이 서해안벨트를 타고 도래하는 사실과 중국과 우리나라 서해안을 번갈아 이동하는 철새류에 의한 바이러스 유입의 정황들이 밝혀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철새들이 우리나라에 상륙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철새에 의한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에 관한 대책은 농가 단위에서 마련돼야 한다. 감염된 철새와 연관된 농장으로의 HPAI 유입에 관한 가능성과 그에 대한 대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철새에 의한 농경지오염과 바이러스의 농장 유입
철새들은 낮엔 주로 저수지와 같이 물이 있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인근에 있는 농경지로 이동하여 먹이활동을 하고 더 이상의 먹이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철새들이 농경지를 찾아 먹이활동을 하는 중이나 먹이활동을 하던 농경지를 떠나면서 철새들이 분변을 배설하게 되는데 이때 농경지는 감염된 철새의 분변 속에 있는 HPAI 바이러스에 의해 오염되게 된다. 또 농경지 주변이나 농장 주변 그리고 농장 내부도 철새들의 분변이 떨어질 수 있다. 간혹 죽은 철새를 먹이로 하는 텃새들이 HPAI에 감염된 후 농장 내부에 침입하여 농장 내부가 오염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오염된 지역을 방문한 농장 관리자들 혹은 농장내부에 떨어진 철새 분변을 밟은 관리자가 농장내부에 바이러스를 유입하게 된다.
농장 주변의 농경지가 철새 분변으로 오염된 경우엔 설치류에 의한 농장 오염도 배제할 수 없는데, 설치류들이 농경지와 농장을 넘나들면서 농경지의 오염물질을 농장 내부로 유입하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② 텃새의 오염
텃새류도 HPAI의 숙주이다. HPAI에 감염되어 폐사한 철새를 먹이로 하는 텃새(까마귀 등)들이 있다. 따라서 HPAI가 발생하게 되는 과정에서 텃새들도 감염이 될 수 있다. HPAI에 감염된 텃새가 농장에 유입되고 농장 내에서 분변을 배설하게 되면 계사주변이 오염되고 결국 바이러스가 사람이나 장비에 오염되어 계사에 유입되게 된다. 특히 사료빈 주위에 사료가 떨어져 있거나 텃새들의 먹잇감이 있을 경우에는 HPAI에 감염된 텃새들의 분변에 의해 오염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사료빈 주위를 청결히 하고 기타 텃새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는 요인들을 제거하고 소독을 실시해야 한다.
③ HPAI 발생 예방을 위한 농장의 대책
㉠ 농경지 방문 금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농경지에 떨어져 있는 감염된 철새의 분변을 사람이 밟아 오염된 채로 농장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으므로 농경지나 농경지 소로(小路)를 불필요하게 방문하는 일은 없어야 하며, 부득이하게 농경지를 방문하거나 경유하였을 경우엔 반드시 신발에 묻어있는 오염가능 물질을 제거하고 철저히 소독을 해야 한다. 농장관리자 특히 외국인근로자에게도 이러한 사실을 주지시켜 농장이 HPAI 바이러스에 오염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 설치류 구제
전술한 바와 같이 오염된 농경지와 농장을 오고가는 설치류에 의해 농장이 HPAI 바이러스에 의해 오염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설치류가 계사로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을 막고 환기구 등에 관해서도 쥐가 쉽게 침입할 수 없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HPAI가 발생할 경우 500m를 오염지역으로 설정하여 우선 살처분 대상으로 선정하는 이유 중 하나도 근거리 농장 간 HPAI 오염이 설치류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사실을 근거한 것이다.
㉢ 농장전용 신발 및 계사전용 신발 착용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은 것 중의 하나다 농장 및 계사 전용신발 착용이다. 계사에 오염물질을 유입시키는 가장 큰 매체 중 하나가 신발이다. 그러나 많은 농가들이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못하고 있다. 계사 전용 신발을 갈아 신을 경우에도 내/외부 신발이 서로 교차 오염되지 않도록 하며, 이렇게 신발을 교체할 수 있는 전실(前失)을 마련하여 계사 출입 전 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거나 교차오염 되지 않는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