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특성과 환경에 맞는 소독법으로 질병 예방
올1월에 발생한 H5N8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로 인하여 양계 농가의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방역당국의 제도적인 조치와 더불어 개별 축산농가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농장에서 농장으로 전파될 때 가장 주요한 경우는 사람, 장비, 차량 등이 발생농가와 접촉한 후, 다른 농가와 접촉하여 발생하는 접촉 전파가 가장 많다. 이런 접촉 전파로 인한 질병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농가의 철저한 차단 방역과 철저한 소독이다. 차단방역에 대해서는 많은 농가에서 잘 이해하고 있고 잘 수행되고 있지만 소독의 경우 농가에서 농장의 질병력, 환경, 소독제의 종류 및 효과, 사용법 등에 대해 숙지하고 사용해야 하므로 모두 이해한 후 소독제를 사용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본 원고에서는 AI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토대로 하여 농가에서 적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소독방법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효과적인 AI의 예방을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차단방역이 가장 중요하지만 부득이한 경우 소독을 통해 내부로 유입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최소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독을 통해 AI를 사멸하기 위해서는 우선 AI의 전파경로와 저항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소독절차를 수립하여야 한다. AI는 병원성에 따라 고병원성과 저병원성으로 나눠지는데, 고병원성이라 할지라도 AI의 자연보유숙주인 야생오리류는 감염 시 임상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으면서 장기간 분변을 통해 배출하는 특징이 있어 조류인플루엔자의 역학에 있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러한 야생조류를 차단하기 위해서 철새도래지나 하천근처의 농가에서는 축사, 사료창고, 분변보관장 등에 그물망이나 방충망, 비닐 망 등 야생조류 차단시설을 설치하고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분변의 경우 1g 당 십만 내지 백만 마리의 닭을 감염시킬 수 있는 고농도의 바이러스가 함유되어있을 수도 있으므로 분변에 노출된 사람 및 차량으로부터의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차단방역의 핵심이다. 또한 분변에 의한 전파를 막기 위해 양계농가주변의 농지에 계분을 살포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더불어 AI 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들과 마찬가지로 저온의 환경에서 오랫동안 생존하는 특성이 있다(표 1). 하지만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 생존력이 비교적 약한 편으로 75℃에서는 5분이내에 사멸하며 다양한 소독제에 감수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소독을 효과적으로 실시한다면 AI의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
표 1. 환경조건별 AI 바이러스의 생존기간
이러한 AI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소독하기 위해서 소독전 고려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소독하는 부위가 청결해야 한다. 대부분의 소독제가 유기물이 있는 환경에서는 소독효과가 급감하기 때문이다. 또한 AI바이러스의 경우 세척만으로도 99%의 감소효과가 있으므로 소독전 세척단계가 필수적이다. 세척 후, 헹굼과 건조의 단계 역시 효과적인 소독을 위해 중요한데, 세제가 남아있을 경우 소독제의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세척부위에 물기가 남아있게 되면 미생물의 부착성 및 보존성이 상승하므로 재 오염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세척이 어렵거나 발판소독조 또는 차량소독조와 같이 유기물에 의한 반복적인 오염이 예상되는 장소에서는 유기물에 의한 영향이 적은 알칼리제, 복합 페놀제나글루탈알데히드 계열의 소독제를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며 권장되는 희석배수의 범위 내에서 최소희석배수로(진한농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둘째, 소독하는 대상에 따라 소독제를 다르게 사용하여야 한다(표 2). 소독하는 환경에 따라 효과가 급감하는 소독제가 있는가 하면 부식성과 위해성이 높아 생체에 닿을 경우 위험한 소독제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독제를 사용할 때는 보호구를 착용하여 피부에 접촉하거나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소독제가 사람의 피부에 묻었을 경우 물이나 비눗물로 충분하게 세척하는 등 사용에 있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표 2. 소독대상에 따른 적합한 소독제의 선택
셋째, 소독제를 적절한 농도로 희석하여 사용하여야 한다. 농도가 증가하면 소독효과가 증가되는 경우도 있지만 적정한 희석농도에서만 양호한 소독효과를 가지는 소독제도 있다. 또한, 약제의 자극성으로 인해 사람과 가축에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사용설명서에 규정된 대로 개량 및 희석하여 적정한 농도를 준수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정확히 희석하여 사용하기 위해 농장에서 소독제의 희석을 위해 사용하는 기구의 용량을 숙지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표3).
표 3. 농장에서 사용되는 희석도구의 용량과 희석배수에 따른 소독제의 사용량
넷째 소독제를 임의로 혼합하여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4급암모늄제와 글루탈알데하이드 혼합물의 경우 상가작용으로 인하여 소독효과가 상승하는 등의 예외가 있지만 시판되는 소독제의 경우 단일사용 하였을 경우 최대한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제조되어 있다. 따라서, 소독제를 혼합 사용할 경우 소독제간의 고유성질 차이로 인하여 이온성을 서로 상쇄하거나 최대 활성을 보이는 pH 범위 밖에서 작용하게 되어 효과가 감소 할 수 있다.
다섯째, 소독제를 희석하는 물의 사용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전해질이나 금속성분이 많은 경수 조건에서는 소독제의 효과가 감소하며, 온도에 따라서도 소독제의 활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소독제의 성질에 따라 희석하는 물의 온도를 달리해야 한다. 대부분의 소독제는 따뜻하다고 느껴지는 정도의 물에서 활성이 높지만 뜨거운 물에서는 오히려 활성이 감소하게 된다. 또한 이산화염소, 차아염소산등의 염소제와 포르말린, 글루탈알데히드 등의 알데히드계열의 소독제는 온도가 높을수록 화합물이 불안정하거나 증발하여 소독효과가 감소하는 특징을 가지므로 희석액 및 사용환경의 온도가 낮을수록 소독이 더 잘 된다.
이상의 원칙은 AI 바이러스뿐 아니라 다른 모든 병원체를 소독할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이다. 이에 더불어 AI가 주로 발생하는 겨울에는 추가적인 주의사항이 있다. 앞서 설명한대로 겨울철에는 병원체의 야외생존성이 길어지므로 더욱더 철저한 소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올해와 같이 유난히 추웠던 겨울에는, 실외에서 소독액을 사용하는 경우에 소독액이 동결되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았다.
소독액이 얼게 되면 녹는 과정에서 소독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얼어있는 동안은 소독효과를 상실하게 된다. 특히, 농장입구나 축사입구의 소독조의 경우 소독액이 동결되면 무용지물이 되게 되는데 이 경우에는 열선설치를 통해 소독수가 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며 소독액을 수송하는 호스, 파이프, 노즐 부위의 경우 소독수를 제거하고 보온덮개를 하여 최대한 얼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야외적용 시에는 이러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실시한 연구결과를 소개하자면 희석액에 에틸렌 글리콜이나 프로필렌 글리콜 계열의 부동액을 희석액에 50%이상 첨가할 경우 영하 15도에서 2주간 동결되지 않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이러한 부동액 성분을 첨가해도 페놀류나 4급 암모늄계열의 소독제의 경우(250배 희석 기준) AI 바이러스에 대한 소독효과가 그대로 유지된 것이 증명되었다.
실제로 이러한 부동액을 첨가하여 적용할 경우에는 부동액의 독성에 따른 영향을 고려하여 가축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하며 에틸렌 글리콜보다 상대적으로 독성이 적은 프로필렌 글리콜계열의 부동액을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부동액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통행차량을 대상으로 야외 분무소독장치가 되어있는 곳에서는 소독의 효율성과 통행차량의 안전을 위하여 과속방지턱과 도로의 결빙방지 조치를 해야한다.
이외에도 겨울철 동결로 인해 소독액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생석회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생석회는 물과 접촉하여 열을 발산하고 강염기의 환경을 만들어 소독효과를 보이므로 생석회를 도포할 때에는 약간의 물을 분무하는 것이 좋다. 또한, 바람이 많이 부는 겨울에는 생석회의 강염기성으로 인해 사람과 동물의 눈과 피부에 접촉하여 피해를 줄 수 있으며 기구의 부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 내구성이 약한 환경이나 가축 또는 사람이 많은 환경에서는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소독효과를 보이는 물질은 많지만 개별적인 화학적 특성은 모두 다르다. 따라서 제품설명서에 표기된 소독제의 효능 이외의 효과를 기대해서는안 된다. 또한 청결하다는 것이 반드시 실제로 병원체가 사멸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육안적인 청결도에만 의존하여 소독여부를 판단할 경우 병원체가 유입되어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제품설명서에 표기된 공인되고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소독을 실시하는 것이 소독의 기본이다. 뿐만 아니라 소독만으로는 청결한 상태가 유지되지는 않으므로 소독 후에도 재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계획과 행동이 뒷받침 되어야 병원체로부터 안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