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칼럼 - 변화의 도래 속 양계산업

  • 김태환 (계림농장, 대한양계협회)
  • 발행 : 2014.02.01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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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학과 졸업을 앞둔 1981년 가을 C회사에 공채1기로 입사하게 되었다. 수습 기간이 끝나고 관계사인 M사에서 종계초생추 영업직을 맡게 되었으며 전국의 종계장, 부화장을 열심히 누비고 다녔다. 재학시절 가금학관련 이수학점은 한자리수 밖에 되지 않았으며 현장실습도 대가축 위주로 했던 터이니 닭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은 입사 후 수습기간에 받은 교육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시 신입사원 교육을 주도했던 ‘L', 'P' 두 과장께 지금도 감사드린다. 나중에 보니 참으로 좋은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첫 직무가 종계병아리를 파는 일이었는데 육용종계와 산란종계를 분양하다가 얼마 되지 않아 회사가 산란계육종사업을 접는 바람에 육용종계 위주로 영업을 하게 되었다. 전국의 종계, 부화장 사장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지적 갈증을 채우기 위해 근무시간이 끝나고나면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더러는 생산부서에서 근무하는 선배와 입사 동기들을 찾아가서 자문을 구하기도 했던 일들이 생각난다. 그렇게 닭, 특히 육용종계와 맺은 인연으로 지금까지 30년이 넘도록 닭판(?)에 몸을 담고 있게 되었다.

돌이켜 보니 종계부화업과 관련하여 4년여에 걸친 행정소송에서 승소함으로써 판례를 남기게 됐던 일, 마이코플라즈마(MG) 생균백신을 당시 우려와 저항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런칭시킨 결과 지금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게 된 일, 해외 출장 중 취득하게 된 정보를 정부의 양계산업관련정책 수립 시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아래 관련기관에 알려 주고 뿌듯해 했던 일, 1980년 대 후반기쯤으로 기억이 되는데 대한양계협회에서 닭고기 소비 홍보용 광고 제작시 관련 회의에 참석하여 닭고기가 주식의 일부로 식탁에 올라와야 우리 육계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아래 당시 모델이었던 유명 탤런트가 냉장 진열장에서 부분육을 집어 드는 모습을 화보로 제작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는데 제안이 받아 들여져서 홍보자료가 만들어 졌던 일, 국내 원종계로부터 생산된 종계초생추를 해외로 수출하면서 뿌듯해 했던 일 등이 떠오른다. 한편으로는 1990년대 초 양계선진국에 갔을 때 60만평의 육종농장을 설립하는 업체에게 지방 정부가 지역 경제 발전과 고용창출에 기여한다는 명분으로 수 km에 달하는 거리를 대형 상수관을 매설하여 지원하는 것을 보고 부러움을 느꼈던 일, 종계초생추를 자체 보유한 초생추 수송용 비행기로 분양, 이동시키는 것을 보고 부러워했던 일, 또한 모 회사에 근무하던 시절 회사의 종계장 한군데에서 산란 직전의 종계군이 가금티푸스 양성으로 판명 됐을 때 당시에는 살처분 보상금 제도가 없었음에도 회사의 임원으로서 멀리 내다보고 대표이사께 도태를 건의하여 결국 도태를 한 후 숙소에서 혼자 눈물 흘렸던 일도 기억이 새롭다. 가축분뇨를 축산 폐수라고 표기하는 것에 대해 업계, 학계, 축산 관련 언론 매체에서 조차 문제 제기가 없었던 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용어를 바꾸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건의했던 일도 나를 미소 짓게 한다.

그동안 우리 육계산업은 양적, 질적으로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몇 가지 중대한 과제가 남아있다고 본다. 우선 육계계열화업체들의 이익 단체인 계육협회가 대한 양계협회와 같은 생산자 단체가 될 수 없으므로 주무관청은 이를 확실하게 바로 잡아야 한다. 왜곡은 또 다른 왜곡을 낳고 결국 상처가 깊어져서 상호 호혜적이고 발전적인 관계 속에서 진정으로 닭고기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 상호 협력과 견제를 하지 못하고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일에만 몰두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가 대안을 가지고 통폐합 시킬 수 있다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조속히 확실하게 선이 그어져야 한다. FTA, TPP 협상 등 국가 정책은 이미 방향이 잡히지 않았는가? 우리의 육계산업이 처해 잇는 환경으로 보아 하루빨리 두 이익단체가 상생과 협력, 상호 견제를 통하여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의 안전한 식생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같이 고민할 수 있게 하고 필요한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는 국민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이 연간 12kg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우수한 단백질 공급원으로써의 닭고기는 경제성에 있어서도 물고기 다음으로 경제적이므로 국민 1인당 20kg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는 것과 닭고기 소비량이 느는것이 비례관계가 있다는 것이 여러 선진국에서 확인되고 있는 만큼 우리 업계가, 협회가, 주무관청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하여 로드맵을 만들고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예컨대 부산에서부터 유럽대륙으로 연결되는 철도가 가설되면 그때 우리 업계에 미칠 긍정적, 부정적 영향이 얼마만큼 될 지 분석하고 예측해서 중지할 사항이 있다면 대비해야하지 않겠는가. 이제 우리는 육계 사육기간을 늘려서 출하 체중을 키워야 한다. 닭고기 맛이 더욱 좋아지게 되고 kg 당 생산원가를 대폭 낮출수 있게 되고 국민의 식탁에 닭고기가 자주 올라 가게 될수 있는 길도 빨리 열릴수 있게 될것이라고 믿는다. 국민 1인당 닭고기 섭취량이 20kg가 될 수 있도록 현재 위치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산학관연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