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반코마이신은 그람양성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억제하여 세균을 괴사시키는 당펩타이드계 최초의 항생물질로 1956년 Eli Lilly 사에 의해 보르네오 지역 토양에서 분리된 Amycolatopsis orientalis (Streptomyces orientalis, Nocardia orientalis)로부터 발견되었다[4, 16]. 반코마이신은 메티실린에 내성을 갖는 황색 포도상 구균(Methicillin Resistance Staphylococcus aureus, MRSA) 치료에 효과적이며, 페니실린 또는 세팔로스포린에 알레르기가 있는 심내막염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또한 MRSA 감염에 최우선의 치료제로서 인공삽입물을 이용하여 시술하는 심장수술과 정형외과수술, 뇌실복강연결술(ventriculoperitoneal shunt)과 같은 뇌수술 시 예방적 치료 목적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7, 14]. 미생물 발효로부터 얻어진 반코마이신을 정제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분리 및 정제 공정을 거치게 된다. 현재 미국 및 유럽 약전에 등재된 반코마이신의 경우 반코마이신의 함량, 전체 불순물의 함량 및 각각의 불순물 함량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USP (United States Pharmacopeia)에서 제시하는 HPLC 분석법에 의하여 반코마이신의 함량이 88% 이상되어야 하며, 반코마이신을 제외한 물질 중에서 함량이 4%를 초과하는 물질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15]. 유럽의 경우 EP (European Pharmacopoeia)에서는 반코마이신의 함량이 93% 이상이며, USP와 마찬가지로 반코마이신 외의 함량이 4%를 초과하는 물질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여러 단계의 분리 및 정제 공정이 필요한데, 일반적으로 항생제와 같이 고순도로 정제된 의약품 생산 공정에서 최종 정제 단계로 결정화 공정을 많이 도입하고 있다. 결정화 기술은 액체 혹은 기체 혼합물로부터 고체를 생성 석출시키는 방법[5, 8]으로, 혼합물로부터 특정 물질의 분리 및 정제뿐만 아니라 결정성 물질의 물성과 형상을 조절하는 분야의 핵심기술에 해당된다. 용액으로부터 최초로 형성되는 최소단위의 결정입자를 핵이라 하며 핵 생성은 액상에서 과포화에 의해 핵이 생성되는 균일 핵 생성(homogeneous nucleation)과 외부표면(외부 불순물입자, 반응기 벽, 교반장치 등)의 도움을 받아 핵이 생성되는 불균일 핵 생성으로 구분된다. 균일 핵 생성은 높은 과포화도에 의해 자발적으로 핵 생성을 유도할 수 있으므로 핵 생성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에 반해 불균일 핵 생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과포화도로 인하여 핵 생성 속도가 매우 느리다. 일반적으로 생물제품과 같이 용해도가 비교적 높은 용질의 경우 과포화도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으며, 많은 경우 불균일 핵 생성에 의해 결정입자의 형성이 이루어진다[10]. 반코마이신의 경우에도 핵 생성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고, 반응기의 표면적 증가물질의 영향으로 핵 생성 속도가 단축되므로 불균일 핵 생성이라 할 수 있다. 결정화는 최종제품의 품질을 고도화할 뿐 아니라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로 에너지 소모가 적으며 환경 친화적이다. 또한 고정투자비가 낮고, 공정이 단순하기 때문에 응용분야가 넓다[6]. 반코마이신 결정화 공정에서 주요 공정 변수들 (용매, 보관온도/시간, 전도도, pH, 온도, 교반속도, 초기농도 등)을 최적화하여 고순도, 고수율로 반코마이신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 2010년에 보고되었다[14]. 그러나 반코마이신 결정 생성에 많은 시간(~24시간)이 소요되어 결정화에 의한 반코마이신 대량 생산 공정에서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2011년과 2012년에 유리 구슬 또는 이온교환수지를 이용한 반응액 부피당 표면적(surface area per volume of reaction solution)을 증가시킨 결정화 공정을 개발하여 반코마이신의 결정 생성 시간을 ~12시간까지 단축시킬 수 있었다[11, 12]. 본 연구에서는 반응액 부피당 표면적이 증가된 반코마이신 결정화 공정에서 새로운 표면적 증가물질인 실리카겔을 이용하여 반코마이신 결정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조사하였다. 또한 실리카겔의 물리적 특성에 따른 영향을 조사하여 반코마이신 결정화 효율을 극대화하고자 하였다.
재료 및 방법
반코마이신 시료
본 실험에 사용된 반코마이신은 토양으로부터 분리한 미생물인 N. orientalis 배양을 통하여 얻었다. 발효액으로부터 균체를 제거하고, 반코마이신을 함유한 발효 배양액을 정제하였다[13]. 양이온 교환수지와 음이온 교환수지 및 다공성 양이온교환수지를 연속 통과하여 암모니아로 용출한 뒤, 알루미나 및 약산성 양이온 교환수지를 이용하여 색소 및 단백질 등의 불순물을 제거한 염산염 형태의 반코마이신(순도:88%)을 얻어 결정화 공정에 이용하였다[14].
결정화 방법
결정화 공정은 결정화 장치 내부의 여러 표면(결정 장치 벽면, 교반기 표면 등)에서 결정이 생성되어 성장함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결정화 장치 벽면, 교반기 표면 등이 결국 결정화에 필요한 표면적을 제공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표면적이 증가된 결정화 공정의 개략도를 Fig. 1에 나타내었다. 먼저 시료(반코마이신 순도: 88%)를 1 N 염산으로 pH 2.5, 전도도는 염화나트륨을 이용해 20 ms/cm로 조절한 증류수에 용해하였다. 염화나트륨는 pH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pH부터 조절하였다. 기존문헌[14]에 보고된 최적의 교반속도(640 rpm) 하에서 아세톤을 반코마이신 용액에 떨어뜨렸다. 교반을 중단하고 표면적 증가를 위해 실리카겔을 첨가하고 10℃에 보관하여 결정을 유도하였다. 반코마이신 결정화에 미치는 실리카겔의 물리적 특성(표면적, 기공부피, 기공지름, 입자크기)에 따른 영향을 조사하기 위하여 8종류의 실리카겔(Sigma-Aldrich, USA)을 이용하였으며 Table 1에 각각의 물리적 특성을 나타내었다. 동일한 기공부피(0.1185 cm3/g)와 표면적(60.75 m2/g)에 따른 영향을 확인하기 위하여 각각의 실리카겔의 무게를 조정하여 결정화 실험을 수행하였다. 결정화 6, 9시간 동안 보관하여 결정을 유도하였고, 생성된 반코마이신 결정을 여과지(150 mm, Whatman, Buckinghamshire, UK)로 여과와 동시에 아세톤으로 세척하여 결정 표면에 불순물을 제거하였다.
Fig. 1.Schematic diagram of increased surface area crystallization using silica gel for purification of vancomycin. The crystallizer size and experimental volume are 90 ml and 13.5 ml, respectively
Table 1.Physical properties of silica gels.
반코마이신 결정 형태 및 크기 분석
반코마이신 결정 형태 및 크기 측정을 위하여 전자현미경 (SV-35 Video Microscope System, Some Tech., Korea)을 사용하였다. 결정화 공정을 통해 얻은 반코마이신 입자를 고배율(×500)에서 관찰하였다. 관찰된 반코마이신 입자는 IT-Plus system (Some Tech., Korea)에서 동화상으로 확인하였으며 이를 통해 반코마이신 결정의 형태와 크기를 확인하였다.
SEM 분석
Scanning Electron Microscope (MIRA LMH, Tescan, Czech)을 사용하여 다양한 배율에서 결정화 공정을 통하여 얻어진 반코마이신 결정 형태와 입자표면을 관찰하였다. Acceleration voltages는 20 kV로 하고 시료의 양은 약 1 mg을 사용하였다.
결과 및 고찰
반코마이신 결정화에서 표면적증가물질로 이온교환수지를 사용하면 표면적 증가가 없는 경우(control)에 비해 결정 생성에 소요되는 시간을 2배(12시간) 정도 단축시킬 수 있었다. 이는 표면적증가물질이 결정화에 필요한 표면적을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12]. 본 연구에서는 새로운 표면적증가물질로 실리카겔을 이용하여 반코마이신의 결정화에 소요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자 하였다. 표면적증가물질인 실리카겔의 주요 물리적 특성(입자크기, 표면적, 기공부피, 기공지름) 변화에 따른 영향을 조사하기 위하여, 물리적 특성이 다른 8종류의 실리카겔(Table 1)을 이용하여 결정화 실험을 수행하였다. 0.1 g/4.5 ml로 반코마이신을 녹인 결정화 용액에 각각의 실리카겔을 첨가하여 반코마이신을 결정화하고 여과 및 건조 후 전자현미경을 통하여 결정을 확인하였다.
동일한 표면적(60.75 m2)에서 결정화 실험을 수행한 후 생성된 결정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를 Fig. 2A에 나타내었다. 동일한 표면적임에도 불구하고 silica gel 4와 silica gel 6의 경우 결정화 6시간, silica gel 3의 경우 결정화 9시간에서 결정이 성공적으로 생성된 반면 나머지 실리카겔에서는 결정이 생성되지 않았다. Silica gel 1-5로부터 반코마이신 결정 생성/성장은 실리카겔의 입자크기에 많이 의존함을 알 수 있었다. Silica gel 4(입자크기: 230-400 mesh)를 이용한 경우 반코마이신 결정이 가장 빨리 생성됨을 알 수 있었다. 실리카겔을 첨가한 반코마이신 결정화 공정에서 첨가한 실리카겔의 입자크기가 감소할수록(silica gel 1-4) 결정 생성 시간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silica gel 5는 silica gel 4보다 입자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결정화 6 시간에서 뚜렷한 결정이 생성되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하여, silica gel 5의 경우 결정화 시간을 연장(~15시간)하여 반코마이신 결정화 양상을 조사하였다. 결정화 15시간에서 반코마이신 결정이 생성 되었지만 실리카겔이 결정입자 가지 사이에 끼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너무 작은 입자크기를 가진 실리카겔은 반코마이신 결정 성장을 오히려 저해하는 원인이 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입자크기를 동일하게 하고 기공지름을 달리한 실험(silica gel 4와 silica gel 6-8을 이용한 실험)에서는 silica gel 4와 silica gel 6을 사용하였을 때 가장 빨리 반코마이신 결정이 생성되었다. 즉, 반코마이신 결정화 시간 단축 측면에서 표면적 증가물질인 실리카겔의 기공지름은 40-60 Å 범위가 적절함을 알 수 있었다. 표면적 증가가 없는 기존 결정화 방법[14]과 비교해 보면 표면적증가물질(실리카겔)을 첨가한 경우 1.5-2.5배 정도 더 작은 반코마이신 입자(<150 mm radius)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실리카겔 표면에서 포화도가 높아져 핵 생성 속도가 빨라지고 결정 핵 생성이 증가하며 침전물의 크기는 더 작아지는 것이다[2, 9, 10, 17]. 결정화 과정에서 임계자유에너지와 임계반경의 크기는 과포화 농도의 함수로 표시되어있는데 과포화 농도가 증가할수록 임계 자유에너지는 낮아지고 임계반경은 작아진다. 이것은 결정 핵 생성의 barrier가 낮아져 쉽게 그리고 빨리 결정 핵 생성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10].
Fig. 2.Video microscope images of vancomycin crystals obtained through the crystallization process at a fixed (A) surface area (60.75 m2) and (B) pore volume (0.1185 cm3) of silica gel. The box drawn with a solid line indicates the crystal structure of vancomycin obtained through the crystallization process. Scale bar indicates 100 μm.
동일한 기공부피(0.1185 cm3)에서 결정화 실험을 수행한 후 생성된 결정 모양을 Fig. 2B에 나타내었다. 표면적을 동일하게 하였을 경우와 마찬가지로 silica gel 4와 6의 경우 결정화 6시간, silica gel 3의 경우 결정화 9시간에서 결정이 생성되었다. 이상의 결과로부터 실리카겔의 표면적과 기공부피는 반코마이신 결정화 효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즉, 반코마이신의 결정화에 영향을 미치는 실리카겔 특성은 기공지름과 입자크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입자크기와 기공지름은 각각 230-400 mesh, 40-60 Å이 적절하였다. Silica gel 4를 이용한 반코마이신 결정화 전후에 실리카겔의 표면을 SEM 분석한 결과, 반코마이신 결정화 전에는 실리카겔의 표면이 매끄러운 상태인 반면 결정화 후에는 실리카겔의 표면은 매우 거칠어져 있었다(data not shown). 결정화 후에 실리카겔 표면에는 많은 입자들이 생성/성장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반코마이신과 실리카겔의 표면 결합력에 의하여 실리카겔 표면에서 반코마이신이 과포화도가 상대적으로 증가되어 많은 결정 입자가 생성되는 것으로 판단된다[1]. 결국 실리카겔 표면에서의 과포화도 증가로 반코마이신 결정 생성이 촉진되고 이로 인하여 결정화 효율이 향상되는 것으로 사료된다. Silica gel 4와 silica gel 6을 첨가하였을 때 반코마이신 결정이 생성된 전자현미경 측정 결과를 재확인하기 위하여 SEM 측정을 수행하였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와 마찬가지로 SEM 분석을 통해서도 반코마이신 결정이 성공적으로 생성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 3). 실리카겔 첨가량에 따른 영향을 조사하기 위하여, 0.1 g/4.5 ml (1 ml 증류수 + 3.5 ml 아세톤) 농도의 반코마이신 용액에 silica gel 4 첨가량(0.075, 0.150, 0.225 g)을 달리하여 실험을 수행하였다. 결정화 6, 9, 12시간에서 silica gel 4의 양에 따른 결정 모양을 Fig. 4에 나타내었다. Silica gel 4를 0.075 g 첨가한 경우 결정화 9시간에서 결정이 생성되는 반면 silica gel 4를 0.150, 0.225 g 첨가한 경우 결정화 6시간에서 결정이 생성되었다. 또한 반코마이신 결정 입자의 크기는 첨가한 silica gel 4의 양이 증가 할수록 감소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표면적 증가물질인 실리카겔 증가에 의해 입자 성장이 더 많이 저해받기 때문으로 판단된다[2, 3].
Fig. 3.SEM images of vancomycin crystals. (A) Silica gel 4, (B) Silica gel 6.
Fig. 4.Video microscope images of vancomycin crystals obtained at various amounts of silica gel 4. Scale bar indicates 100 μ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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