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예비평연구
- 제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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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ges.137-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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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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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6-7627(pIS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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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의 시조부흥론 재고(再考) - ‘조선’ 문학의 표상과 근대 ‘문학’의 실천 사이에서 -
Rethinking the movement of Sijo renaissance in 1920s -Between representation of ‘Chosun’ literature and realization of modern ‘literature’
초록
근대문학의 성립 과정은 개별적인 개체들이 자신의 독자성을 인식해가는 과정으로 설명될 수 있다. 넓게는 민족과 국가 혹은 계급이라는 특수성이, 좁게는 개별적인 감성과 감정이이라는 특수성이 인식되는 과정 속에서, 제도로서의 근대문학이 성립되고 문학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가 시작된다. 외부로부터 근대적 자유시가 유입됨과 동시에 문학에서 ‘조선적’인 것의 의미를 고민하기 시작한 1920년대의 문단에서, 일군의 문인들이 시조(時調)라는 전래의 시가 양식에 주목하는 장면들을 통해 우리는 조선의 근대문학을 둘러싼 특수성에 대한 다양한 인식들을 추출해볼 수 있다. 특히 최남선과 이병기는 시조의 혁신이라는 기본적 입장을 공유하면서도 근대문학으로서의 조선문학의 성립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비교 대상이 되어왔다. 이들에게 시조는 ‘자기’ 인식의 중요한 통로로 작용하는데, 이때 최남선의 ‘자기’는 문학 주체로서의 개개인을 민족이라는 균질한 공동체 안으로 무화시킨 관념적 개체인 반면, 이병기의 ‘자기’는 작가 개인이자 개별 작품 그 자체인 실체적 개체가 된다. 최남선의 시조부흥론에서는 개별 작품의 창작보다는 시조라는 장르 자체의 상징적 의미가 중요해지는 반면, 이병기의 시조부흥론에서는 개별 작품의 창작과 그를 통한 시조의 현대적 갱신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결국 최남선의 자기 인식은 배타적인 대타항을 설정함으로써 조선주의라는 자기 동일성에 함몰되었으며 이때 시조라는 장르는 사라지는 매개자에 불과한 것이 되어버렸다는 한계를 지닌다. 시조를 통한 이병기의 자기 인식은 작가 개인의 감정과 리듬을 표출하는 것과 관련되는데, 이러한 이병기의 시조창작론, 나아가 시 창작론은 오로지 개별 작품의 창작에 집중한다. 이때의 자기 인식은 각각의 창작 주체라는 무한한 개별적 독자성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최남선의 자기 인식보다 문학적으로 더 근본적인 것이 된다. 최남선과 이병기의 상반되는 시조론은 1920년대의 시조부흥론과 관련하여, 더 나아가 민족문학으로서의 근대문학의 성립과 관련하여 보편과 특수의 변증법에 관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서로가 서로의 참조점이 되어준다. 나아가 이들의 논의는 개인의 감정과 공동체의 정서가, 개인의 리듬과 문학의 형식이, 더불어 특수한 이념과 문학의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 결부되는지에 대해 숙고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담론이 된다.
The establishment of modern literature can be explained as a processthe disparate entities realize their own specificities. As the subjectsinvolved in writing realized their identities not only in terms of people,nationality, and class, but their individual feelings and emotions, modernliterature was set up as an institution, which triggered fundamentalthoughts on literature. This study approaches various recognitions ofsuch identities by exploring the ways in which a group of literati tooknotes of a traditional poetry, Sijo, in late 1920s when modern free versewas being fervently discussed. Specifically, this study discusses ChoiNam-Sun and Lee Byung-Ki, two representative poets who argued forrenovating Sijo, in terms of their different postures towards theestablishment of Chosun literature as a modern literature. Although Sijoserves as a principal medium for self-recognition to both poets, theirconceptualizations of “Self” are quite different from each other: for Choi,the self is dissolved into a homogenous community called people; forLee, the self means the poet himself or the individual literary workitself. Choi’s self-recognition was doomed to collapse into self-identifiedChosunism against Japanese imperialism and in the meantime Sijo goteffaced as a passing medium. For Lee, however, self-recognitionbecomes possible through expressions of the poet’s own feelings in Sijo.Ultimately, Lee’s theory of writing Sijo or poetry only works on the plane of individual works. Yet this kind of self-recognition is morefundamental than that of Choi’s in that it is predicated on individualparticularities of writing subjects, which are infin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