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세포는 다양한 거대분자를 합성하고 분해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물질을 공급하거나 제거한다. 단백질의 경우, 유전자의 전사, 번역 및 번역 후 조절 과정을 통해 합성 및 활성의 조절이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특정한 단백질의 양은 합성 단계뿐 아니라 수송 및 분해에 의해서도 조절될 수 있다. 단백질의 분해를 담당하는 과정으로 잘 알려진 것은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ubiquitin-proteasome system, 이하 UPS로 약칭함)과 자식작용(autophagy)이 있다[32]. UPS에 의해 분해되는 단백질은 먼저 다른 단백질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인식된 후 유비퀴틴화되어 결국 프로테아좀에 의해 분해된다. 자식작용은 진핵생물에서 나타나는 세포질의 대량 분해 경로로서, 단백질뿐 아니라 다양한 세포질 내 물질을 액포나 리소좀 속으로 수송하여 분해되도록 하는 경로를 의미한다.
자식작용은 전자현미경 기술이 발달하면서 쥐의 간 세포 등에서 그 존재가 인지되었으며[2], 이후 진균류와 다양한 동식물 세포에서 자식작용이 일어남이 확인되었다[24]. 자식작용에 필요한 유전자들은 1990년대에 효모(Saccharomyces cerevisiae) 돌연변이의 연구를 통해 분리될 수 있었다[60]. 초기에 이들 돌연변이는 apg (autophagy), aut (autophagy) 등의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렸다가, 나중에 atg (autophagy-related)라는 이름으로 통일되었다[27].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수행된 유전학적 연구와 생화학적 연구의 결과에 의해, 이들 돌연변이가 일어난 유전자는 여러 단계의 자식작용에 필요한 Atg 단백질들을 암호화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본론’의 ‘자식작용의 단계별 과정과 Atg 단백질’ 참조). 또한, 효모뿐 아니라 포유류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과 애기장대풀(Arabidopsis thaliana) 등의 식물에서 이들 Atg 단백질들은 진화적으로 보존된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2, 35]. 포유류에서는 최초의 Atg 상동 유전자가 1998년에 보고되었고[42], 애기장대풀에서는 첫번째 ATG 단백질의 기능 연구가 2002년에 발표되었다[17]. 특히 일부 Atg 상동 단백질은 인간의 퇴행성 신경질환[39], 암[23], 염증성 질환[34], 노화[65] 등과의 연관성이 제시되어 왔으므로, 생물학계 및 의과학계에서 자식작용 연구에 대한 관심이 최근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24].
동물 세포에서 자식작용이 수행하는 기능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데 비해, 식물 세포에서의 기능 규명은 보다 더디게 진행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식물 세포에서 자식작용의 연구가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에서 크게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자식작용의 기능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본 리뷰에서는, 자식작용과 Atg 단백질에 대한 기본적 지식을 소개하고 자식작용의 공통적 특성을 설명한 후, 애기장대풀과 같은 식물을 이용한 최근 연구에 의해 밝혀진 모델 식물에서 자식작용의 기능을 요약할 것이다. 이 리뷰의 목적 중 하나는 자식작용 연구에 입문하고자 하는 학생을 주요 대상으로 하여 자식작용에 대한 전반적 관심사를 제시하는 것이다. 지면 관계상 세부 내용에 관한 상세한 논의는, 본론의 각 절에서 제시된 최근의 우수한 리뷰를 참조할 것을 권유한다.
본 론
자식작용의 단계 별 과정과 Atg 단백질
자식작용은 그 기작에 따라 일반적으로 세 가지 유형, 즉 거대자식작용(macroautophagy), 미소자식작용(microautophagy), 샤페론매개성 자식작용(chaperone-mediated autophagy)로 구분된다[26]. 거대자식작용은 자가포식소체(autophagosome)이라는 구조가 세포질에서 형성된 후 이것이 액포나 리소좀과 융합하여 자가포식소체 내부의 세포질 물질이 분해되는 유형의 자식작용을 이른다. 이와는 달리 미소자식작용은 액포나 리소좀 막의 직접적인 함입 또는 돌출 이후 막 융합에 의해 세포질 물질이 액포나 리소좀 내부로 들어와 결국 분해되는 유형의 자식작용이다. 샤페론매개성 자식작용은 분해될 특정 물질이 리소좀 막을 관통한 후 분해되는 유형의 자식작용이다. 이 세 가지 유형 중 거대자식작용이 가장 많이 연구되었고 진화적 보존성이 높은 유형의 자식작용이며, 따라서 다른 대다수 문헌에서처럼 여기에서도 앞으로는 거대자식작용을 그냥 자식작용으로 줄여 부를 것이다. 참고로, 자식작용에 대한 다양한 용어와 그 해설은 최근 문헌[26]에 잘 정리되어 있다.
효모 및 동물에서 자식작용은 몇 가지 단계로 구성되는 과정으로 이해되고 있다. 자식작용은 파고포어(phagophore)라고도 불리는 격리막(isolation membrane)이라는 구조에서 시작된다. 격리막은 평평한 시스테나(cisterna) 막 구조에서 시작하여, 컵 모양으로 확장하면서 세포질의 일부를 둘러싸고, 결국 세포질의 분리가 일어나면(즉 격리막이 폐쇄되면) 자가포식소체로 성숙하게 된다(Fig. 1). 자가포식소체 속의 세포질은 두 개 이상의 막에 의해 외부 세포질과 분리되어 있으며, 자가포식소체의 외막이 리소좀(동물 세포의 경우)이나 액포(효모의 경우)의 막과 융합한 후, 자가포식소체 속의 물질은 리소좀 또는 액포 내의 가수분해효소에 의해 빠르게 분해된다. 액포의 가수분해효소 활성이 저해된 효모에서는 분해가 억제된 자가포식소체 유래 소낭들, 즉 자가포식체(autophagic bodies)를 액포 내부에서 관찰할 수 있다. 반면 동물 세포의 리소좀 내에서는 일반적으로 자가포식체를 관찰할 수 없다.
Fig. 1.Steps in the autophagy of yeast and plant cells. This diagram shows how a portion of the cytoplasm including mitochondria is degraded by autophagy. The first step involves the initiation of isolation membrane, which is followed by vesicle expansion and closure, eventually forming the double-membrane autophagosome sequestering cytoplasmic materials. The outer membrane of the autophagosome is fused with the vacuolar membrane, and cytoplasm sequestered by the inner membrane is released into vacuolar lumen. These intravacuolar vesicles derived from the inner membrane of the autophagosome are called autophagic bodies, which are rapidly degraded by vacuolar hydrolases. Autophagic bodies can be detected only when hydrolysis in the vacuole is inhibited, for example, by inhibition of the vacuolar proton pump. Finally, breakdown products such as amino acids and sugars are transported back to cytoplasm for recycling.
효모와 동물 세포의 Atg 상동 단백질들은 위의 단계 중 일부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단계 별로 작용하는 Atg 단백질은 상이하며, Atg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과 생화학적 기능, 세포 내 위치와 신호전달계 상의 기능 등에 따라 핵심적 Atg 단백질들이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어 왔으며[33, 64], 여기에는 (i) Atg1 복합체를 구성하는 Atg1/Ulk1, Atg13, Atg17/FIP200, (ii) 자식작용 특이적 Vps34 복합체를 구성하는 Vps34, Vps15/p150, Atg6/Bec-1, Atg14, (iii) Atg9 의 순환(cycling)에 필요한 Atg2 복합체를 구성하는 Atg2, Atg18/WIPI1/WIPI2, (iv) Atg8 접합(conjugation) 시스템을 구성하는 Atg8/LC3 /GATE16/GABARAPL, Atg7, Atg3, Atg4, (v) Atg12 접합 시스템과 그 복합체를 구성하는 Atg12, Atg5, Atg7, Atg10, Atg16 등이 있다.
이들 핵심 Atg 단백질들은 대개 동물과 효모 사이에서 서열 유사성을 보이며, 상당수 생화학적 기능이 규명되어 있다(Table 1). 예를 들어, Atg1 복합체에서 촉매 기능을 하는 Atg1은 단백질 인산화 효소이며, Vps34는 포스파티딜이노시톨 3- 인산화효소(phosphatidylinositol 3-kinase)로서 격리막에서 포스파티딜이노시톨 3-인산(PtdIns-3-P로 약칭함)을 생산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Atg1의 기질이 Bec-1/Atg6이며 Atg1이 Vps34 활성을 유도함이 알려졌다[50]. Atg18은 PtdIns-3-P와 결합할 수 있어, 격리막에 존재하는 자식작용 특이적 PtdIns-3-P의 작동체(effector)로 간주되고 있다. Atg2, Atg8 및 Atg9의 생화학적 기능은 아직 연구되고 있는 중이다. Atg9은 핵심 Atg 단백질 중 유일한 막관통단백질이며, 격리막에 막지질을 포함한 소낭을 공급하여 자가포식소체 형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Atg8 또한 격리막의 확장과 폐쇄에 관여하며 자가포식소체 형성에 필수적이다. Atg8은 유비퀴틴과 구조적으로 유사하지만 단백질 대신 포스타티딜 에타놀라민(phosphatidylethanomine, 이하 PE로 약칭함)에 접합됨으로써 격리막 상에 자리잡는다. Atg8은 대부분의 Atg 단백질과 달리 자가포식소체 형성 이후에도 자가포식소체의 내부 막에 존재하므로, 격리막, 자가포식소체, 자가포식체를 동시에 표지할 수 있는 유용한 자식작용 마커로 사용되고 있다. Atg12 또한 유비퀴틴과 구조적으로 유사하고 Atg5 단백질에 접합된다. 유비퀴틴의 접합과 마찬가지로 Atg8과 Atg12의 접합 또한 유비퀴틴 활성화효소 E1과 유비퀴틴 접합효소 E2와 유사한 효소들을 필요로 한다(Fig. 2). Atg7은 Atg8과 Atg12의 공통적 E1 유사 효소로 작용하고, Atg3은 Atg8을 위한 E2 유사효소로, Atg10은 Atg12를 위한 E2 유사효소로 각각 작용한다. Atg8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대개 그 카르복시 말단의 아미노산 일부가 제거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단백질분해효소로 Atg4가 기능한다. 마지막으로 Atg16은 접합된 Atg5-Atg12와 비공유성 결합을 통해 단백질 복합체를 형성하며, 이렇게 형성된 Atg12 복합체는 효율적인 Atg8-PE 접합 반응에 필요하다.
Table 1.Core Atg proteins in yeast, mammals, and plants and their properties
Fig. 2.Atg8 and Atg12 conjugation system in plant cells. Ubiquitin-like Atg8 precursors are processed at their C terminus by Atg4 proteases, resulting in exposure of a glycine residue to be tagged to membrane phospholipid phosphatidylethanolamine (PE). Processed Atg8 is activated by E1 (ubiquitin-activating enzyme)- like Atg7 and conjugated by E2 (ubiquitin-conjugating enzyme)-like Atg3 to PE on isolation membrane. Atg12, another ubiquitin-like protein tag required for efficient Atg8-PE conjugation, is similarly activated and conjugated by Atg7 and Atg10, respectively.
여기에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으나, 핵심 Atg 단백질 이외에도 자식작용의 기능에 영향을 주거나 필수적인 단백질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들 중 일부는 핵심 Atg 단백질과 상호작용하거나 그 활성에 영향을 준다. 이들 비핵심 자식작용 단백질들의 종류와 기능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다른 리뷰를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33].
식물 세포의 자식작용이 효모 및 동물세포에서의 자식작용과 유사한 단계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전자현미경을 통해 격리막, 자가포식소체, 자가포식체 등 다양한 형태의 자식작용 구조들이 식물 세포에서 관찰되어 왔다[5,67]. 또한 다양한 핵심 Atg 상동 유전자들이 애기장대풀, 옥수수 등의 모델 식물 종의 유전체로부터 분리되었으며, 이들에 대한 역유전학적(reverse genetic) 연구에 의해 그 기능적 상동성이 확인되었다. 이상의 논의를 다룬 다수의 리뷰[3, 22, 35]에서 Table 1에 기술된 식물 Atg 단백질의 기능이 어떻게 확증되었는지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Table 1과 Fig. 1 및 Fig. 2에서 표시된 과정은 효모, 동물 및 식물에서 거의 동일한 것으로 가정된다.
이와 같은 진화적 상동성을 고려할 때, 식물 세포에서의 자식작용은 효모와 포유류의 자식작용과 유사한 특성을 가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자식작용의 공통적인 4가지 특성을 보다 상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이 4가지 특성은 모두 영문자 D로 시작하며, 각 특성을 이해함으로써 자식작용을 연구하고자 할 때 보다 효율적으로 실험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논의 후, 식물에서 보다 독특한 자식작용의 기능을 덧붙일 것이다.
분해 경로(Degradation pathway)로서 자식작용
자식작용은 세포질의 주요한 분해 경로로 세포질의 기저(basal) 분해 속도를 결정한다. 비록 분해로 귀결되지 않는 수송 경로(예: 효모의 cytoplasm-to-vacuole targeting)에 Atg 단백질이 중심적 기능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자식작용의 정의를 보더라도 자식작용이 분해 경로임은 명백하다. 여기에서는 서론에서 밝힌 두 가지 주요한 단백질 분해 과정인 UPS와 자식작용에 대한 비교를 중심으로 분해 경로로서의 자식작용을 논의하고자 한다.
UPS와 자식작용은 여러 면에서 대조되는 특징을 가진다. 첫째, 분해되는 대상의 종류에 있어 대조된다. 자식작용은 단백질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액포/리소좀에서 분해될 수 있는 모든 분자, 거대 분자 및 세포소기관을 표적으로 하는 반면, UPS는 프로테아좀이 분해할 수 있는 개별 폴리펩티드만을 표적으로 한다. UPS가 처리할 수 없는 단백질 응집체는 자식작용에 의해서 분해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UPS는 반감기가 짧은 단백질을 분해하는 반면 자식작용은 반감기가 긴 단백질을 분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둘째, 분해하고자 하는 단백질 표적의 선택성에 있어서도 대조된다. UPS는 단백질 표적을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반면, 자식작용은 일반적으로 그 선택성이 낮거나 무작위적으로 세포질을 격리시켜 분해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선택적 자식작용, 즉 일반적인 세포질 물질에 비교할 때 특정 세포질 성분을 보다 많이 분해시키는 유형의 자식작용이 존재함이 밝혀졌다[6, 11]. 이러한 선택적 자식작용의 구체적 유형은 뒤에서 다시 논의할 것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UPS와 자식작용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UPS와 자식작용의 상호작용에 대한 리뷰도 여러 편 발표된 바 있으므로[30, 32, 36], 여기에서는 최근의 결과만을 간단히 소개하기로 한다. UPS가 저해될 때 자식작용이 유도되는데[46], 이는 단백질 분해 저해에 따라, 부족해진 아미노산 등의 자원 고갈 또는 증가된 산화 스트레스나 ER 스트레스에 반응하여 자식작용이 유도되는 것으로 가정될 수 있다[57]. 한편, 자식작용이 저해될 때 UPS는 별 영향을 받지 않거나 오히려 저해되는 현상을 보인다[28,29]. 이러한 사실은 UPS와 자식작용이 중복되지 않는 기능을 가진다고 해석될 수 있는데, 자식작용에 의해 분해되는 물질이 UPS에 의한 단백질 분해보다 광범위하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최근 식물 모델 종인 애기장대풀에서도 UPS와 자식작용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애기장대풀 뿌리에 프로테아좀 저해제를 처리하였을 때 유비퀴틴화된 단백질의 증가와 자식작용의 형광 마커 신호의 증가가 나타났다[53]. 그러나 식물에서 UPS와 자식작용의 관계나 상대적 기여도 등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 결과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
자식작용은 동적이다(Dynamic)
파이프를 통해 탱크 사이를 흐르는 물처럼, 자식작용을 유동(flux)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은 자식작용의 연구공동체 안에서 계속 강조되어 왔다. 수많은 생물학적 과정이 유동 개념에서 보다 정확히 이해될 수 있지만, 자식작용은 그 최종적 산물이 분해되어 사라진다는 점에서 그 유동 개념이 더 강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자가포식소체의 개수 증가가 어떤 환경 요인에 의해 유도되었다면, 이는 자식작용의 유도, 즉 격리막의 발생 빈도가 증가해서 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가능성으로는 자가포식소체와 리소좀/액포와의 융합이 억제 되어서 일 수도 있다(Fig. 1). 즉, 이 경우에 상기 환경 요인이 자식작용의 유도제로 볼 수도, 자식작용에서 융합 단계의 저해제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두 가능성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자식작용의 단계 별 진행 속도를 측정하거나, 단계 별로 작용하는 자식작용 저해제의 효과를 측정하는 등의 추가적 실험을 수행하여야 한다[25].
이러한 점은 가장 대중적인 자식작용 마커인 Atg8/LC3 및 그 형광융합단백질에도 적용된다. Atg8은 세포질에서 합성되나 격리막과 자가포식소체를 거쳐 궁극적으로 리소좀/액포에서 분해된다. 어떤 세포의 자가포식소체가 액포와 융합하는 속도가 빠르다고 하자. 그러면 Atg8 단백질 합성과 Atg8-PE 접합 속도가 증가, 즉 많은 양의 자가포식체가 생성된다 하더라도 실제 Atg8-PE 수준은 크게 변화하지 않을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특히 식물 세포에서 두드러지는 것 같다. GFP-ATG8 마커를 발현하는 애기장대풀 유식물의 뿌리 세포나 엽육 세포를 공초점현미경으로 관찰할 때, 이상적인 생장 조건에서는 대부분의 형광 신호가 세포질에서 고루 분산된 패턴으로 보이며 드물게 자가포식소체로 간주되는 반점(puncta) 형태의 신호가 보인다[19, 21, 37, 56, 58]. 이러한 빈도는 일반적으로 동물 세포에서 보이는 자가포식소체의 빈도보다 상당히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카나마이신(concanamycin) A와 같은 특이적 양성자 펌프 저해제를 통해 액포 내 가수분해를 저해하는 경우, 액포 내에서 수많은 자가포식체가 GFP-ATG8 형광에 의해 표지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기저수준의 자식작용이 식물 세포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며, 자가 포식소체가 액포와 비교적 빨리 융합하여 액포에서 급속히 분해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위에 기술한 내용은 자식작용을 연구하는데 있어 고려해야 할 점 중 하나일 뿐이다. 효모, 동물 및 식물의 다양한 분류군에서 자식작용을 연구하는데 유용한 기술적 도구에 대한 포괄적 리뷰[25]는 영향력 있는 자식작용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 꼭 참고할 만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발생과 환경 신호에 대한 의존성(Dependency on developmental and nutritional cues)
자식작용은 모든 세포에서 동일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같은 세포라도 다른 환경적 자극이나 발생학적 단계에 따라 자식작용의 활성이 다르게 조절된다. 잘 알려진 예로 질소 부족에 대한 단세포 효모나 포유류 세포의 반응이 있다. 이들 세포가 질소원이 결핍된 배양액에서 유지될 때 자식작용이 유도되어, 외부 환경으로부터 다시 질소원이 이용 가능할 때까지 세포 자신의 물질을 분해하여 얻은 아미노산 등을 재활용하도록 돕는다. 영양분과 세포 에너지 수준에 대한 정보는 TORC (target of rapamyicn complex)와 AMPK (adenosine monophosphate- activated protein kinase) 활성에 영향을 주고 이는 다시 Atg1 복합체의 인산화효소 활성을 조절한다. 이 경우 Atg1 복합체는 자식작용의 중요한 조절 스위치라고 볼 수 있으며, 대사에 의한 자식작용의 조절 기작은 효모와 동식물에서 모두 유사성이 있다. 이들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최근의 리뷰[48, 49]를 참조하기 바란다.
세포 단위에서 자식작용은 다른 스트레스 환경에서도 유도될 수 있다. 생물적(biotic) 스트레스 시, 즉 병원체가 세포질에서 발견될 때, 이들을 인식하고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유형의 자식작용이 알려져 있다[12]. 산화 스트레스는 자식작용을 일으키는 비생물적(abiotic) 스트레스이다[47]. 흥미롭게도 산화 스트레스의 원인인 활성산소종은 자식작용을 일으킬 뿐 아니라 식물과 동물의 영양 결핍 스트레스 시에도 생성될 수 있다[51, 55]. 보다 최근에는 자식작용이 세포의 산화환원수준(redox)에 의해 조절되는 분자적 기작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다세포 생물은 나이가 듦에 따라 자식작용 활성이 변화할 수 있다. 동물의 경우 흔히 나이가 들면서 자식작용 활성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으며, 인위적으로 증진시킨 자식작용이 항노화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15]. 이와는 대조적으로, 옥수수와 애기장대풀과 같은 1회결실성(monocarpic) 식물의 경우 생애의 마지막 시기, 즉 개화 시기에 자식작용이 잎과 같은 영양 조직에서 대량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7, 61]. 이러한 자식작용 유도 현상을 통해 영양 조직의 양분을 분해 및 재활용하여 체관을 통해 생식 조직으로 효율적 자원 재분배를 하는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최근 애기장대풀을 이용한 대사물 분석 결과는 이러한 예상과 일치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16].
마지막으로, 다세포 생물의 개체 수준에서 자식작용은 국소적으로 조절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포유류의 세포 분화 과정에서 종종 자식작용이 차별적으로 유도되어 세포의 리모델링에 기여하는 것이 알려졌다[41]. 이와 유사한 경우가 애기장대풀에서도 알려져 있다. 물관세포의 경우 분화 과정에서 예정된 세포사멸을 겪게 되는데 이에 자식작용이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31]. 보다 최근에는 애기장대풀 유식물의 하배축(hypocotyl)에서 차별적인 자식작용 유도가 보고 되었다[21]. 이들 시스템을 대상으로 자식작용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특정 시기에 특정 부위의 조직에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테면 형광 마커 등을 사용하여 현미경 하에서 특정세포를 관찰하거나, 일부 조직만을 절제하여 단백질 추출액을 얻는 방식 등이 필요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개체 전체를 분석한다면 국소적으로 활성화되는 자식작용을 검출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21].
자식작용의 다양성(Diversity): 선택적 자식작용
앞서 언급된, 기작에 따라 분류되는 자식작용의 3가지 유형 이외에도, 자식작용은 분해되는 물질에 대한 선택성에 따라 비선택적 자식작용과 선택적 자식작용으로 구분될 수 있다. 선택적 자식작용은 다시 어떤 표적 물질이 선택적으로 세포질로부터 격리되어 수송되는지에 따라 세분화된다. 즉, 퍼옥시솜을 분해하는 펙소파지(pexophagy), 미토콘드리아를 분해하는 미토파지(mitophagy), 소포체를 분해하는 레티큘로파지 (reticulophagy), 저장 지질을 분해하는 리포파지(lipophagy), 단백질응집체를 분해하는 아그레파지(aggrephagy), 외래 병원균을 분해하는 제노파지(xenophagy) 등 다양한 유형의 선택적 자식작용이 보고되었다[52].
식물 세포에서 선택적 자식작용의 표적 후보 리스트는 최근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11]. 엽록체[19, 63], 녹말체[43], 소포체[37], 퍼옥시솜[21]의 자식작용이 밝혀졌으며 이들은 모두 핵심 ATG 유전자를 필요로 한다. 담배 BY2 세포에서 과발현된 단백질 응집체[59]의 경우는 YFP-ATG8 마커와 함께 액포로 이동하여 분해되는 것이 관찰되었으나, 이 자식작용에 핵심 Atg 유전자가 요구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현재 선택적 자식작용 연구에서 주된 관심사는 선택적 자식작용의 표적이 어떻게 인식되는지에 대한 것이다. 표적의 선택성에서 중심이 되는 분자는 선택적 자식작용 수용체 (selective autophagy receptor, 또는 줄여서 자식작용 수용체)이다[6]. 자식작용 수용체는 표적 상의 리간드 또는 표적 자체와 특이적으로 결합함과 동시에 격리막 상의 분자와 상호작용하여, 결국 표적을 격리막으로 감싸는 기능을 매개하는 단백질이다. 표적 주변의 격리막이 자가포식소체로 성숙되면 일반적인 자식작용과 마찬가지로 표적을 포함하는 자가포식소체는 액포/리소좀으로 유입되어 분해된다. 일부 자식작용 수용체는 특정 유형의 선택적 자식작용에 특이적으로 관여하나, 다른 자식작용 수용체는 다양한 유형의 선택적 자식작용에 공통적으로 관여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자의 예로는 효모의 펙소파지 수용체인 Atg36, 효모의 미토파지 수용체인 Atg32, 포유류의 미토파지 수용체인 Nix/Bnip3L 등을 들 수 있고, 후자의 대표적 예로는 포유류의 p62/Sequestosome1, Nbr1 등을 들 수 있다[6].
자식작용 수용체의 종류와 작용 기작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므로, 선택적 자식작용에서 리간드 인식에 대한 일반적 원리를 규정하기에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가설적 원리를 탐구하기 위해서, 현재 알려진 자식작용 수용체의 분자적 상호작용을 분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대부분의 자식작용 수용체는 Atg8/LC3와 결합할 수 있는 부위, 즉 AIM (Atg8-interaction motif) 또는 LIR (LC3-interacting region)을 보유하여 수용체 주변에 격리막 형성을 돕는다[6]. 자식작용 수용체는 Atg8 이외에도 격리막 상의 다른 단백질과 직간접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 둘째, 자식작용 수용체는 선택적 자식작용의 표적 상에 존재하는 단백질과 상호작용하거나, 그 자체가 표적 상에 존재하는 단백질일 수 있다. 예를 들어 Atg32는 미토콘드리아의 외막 단백질이며 격리막 상의 Atg8 및 Atg11과 상호작용하여 효모의 미토파지를 매개한다. 포유류에서 여러 종류의 미토파지 수용체가 보고 되었는데, 그 중 하나인 p62/Sequestosome1은 LC3와 상호작용하는 한편 미토콘드리아 외막 단백질과 상호작용하여 미토파지를 매개한다. 연구자 그룹에 따라 상이한 결과를 보이기는 하나[14], 일반적으로 p62/Sequestosome1 단백질 한 종류만을 결실시켰을 때 미토파지가 억제되지는 않는다는 사실[44]은 다수의 자식작용 수용체가 미토파지를 매개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식물 Atg 단백질의 생리적 기능
식물 세포에서 자식작용 및 Atg 단백질이 관여하는 일반적인 기능[22]은 첫째, 세포질에서 기저 분해 속도를 결정하고, 둘째, 세포의 양분 부족 스트레스에 반응하여 양분을 재활용하며, 셋째, 세포의 리모델링[21]과 사멸[31] 등 세포 분화에 관여하고, 넷째, 단백질과 세포소기관의 품질 관리(quality control) 기작[54, 59]으로 작용한다. 자식작용이 액포의 생성에 필요할 것이라는 가설[38]은 아직도 그 분자적 근거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해 전형적인 핵심 Atg 단백질은 액포의 생성에 있어 필수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재확인되었다[62]. 그러나 효모의 cytoplasm-to-vacuole targeting처럼 핵심 Atg 단백질이 식물 액포 성분 중 일부의 수송에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은 아직 배제되지 않고 있다.
식물 개체 수준에서 Atg 단백질의 생리적 기능은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위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식물의 기관 간의 영양분 재분배 과정에 요구된다. 둘째, 일부 환경 스트레스, 특히 산화 스트레스에 대한 식물의 반응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생물적(biotic)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 반응으로 자식작용이 유도되며[18] 그 기작에 대해서 보다 폭 넓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신호전달체계의 구성 요소에 대한 선택적 자식작용이 일어남이 최근 알려졌으며, 가까운 미래에 더 많은 단백질이 선택적 자식작용의 표적으로 보고될 것이 예상된다.
결 론
효모에서 Atg 유전자의 분리 이후 지난 20년 간 자식작용의 연구가 급속히 팽창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인간 질병 치료와 예방에 응용될 가능성이었지만, 또 다른 이유는 수많은 세포학자 및 분자유전학자가 자식작용에 관한 매우 흥미롭고 도전적인 질문에 대응해왔기 때문이다. 최근 수많은 연구자들이 새롭게 포유류와 인간 세포의 자식작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연구의 폭과 깊이가 크게 확대되는 긍정적 효과를 갖게 되었다. 또한 자식작용의 기능적 규명은 진핵생물의 다양한 진화적 분류군을 연구할 때 극대화될 수 있음이 자명하므로, 애기장대풀, 옥수수, 예쁜꼬마선충, 초파리, 제브라피쉬 등의 비포유류 모델 종에서 가능한 많은 자식작용 연구가 수행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현재 자식작용 연구자의 주요 연구 주제인 격리막의 기원[33], 자식작용 활성의 조절 기작[1, 8, 20], 선택적 자식작용의 기작[52]과 신규 표적, 엔도시토시스와 비전형적인 분비(unconventional secretion) 등 다른 수송 경로와 자식작용의 상호작용[4, 9], 자식작용 경로의 저해제 및 유도제 동정[10,25] 등에서 많은 진보가 이루어졌고, 또 다른 유의미한 질문과 가설이 이러한 연구에서 계속 생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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