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張仲景의 『傷寒雜病論』은 辨證論治의 기본이론을 기술한 最古의 문헌으로,1) 宋金元및 淸代의 다양한 주석가들의 연구에 의해 한의학을 대표하는 임상 의서로 알려졌다.2) 18세기 日本에서는 古方派가 등장하여 日本醫學의 르네상스 시기라 지칭할 정도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어 중국과는 다른 특징을 지닌 傷寒論에 대한 학풍이 생겼다. 日本古方派에 관련한 국내 논문으로는 의사학적으로 접근한 朴炫局등3)의 연구와 古方派의 태두로 불리는 吉益東洞의 생애와 저서, 이론을 연구한 李政桓등4-6)의 연구, 東洞의 醫案集인 <建殊錄>을 분석한 김재은 등7)의 연구가 있으며, 최근 吉益東洞의 제자인 村井琴山의 의학사상에 관해 연구한 장기원 등8)의 논문이 있다.
吉益南涯는 吉益東洞의 아들로서, 그가 주장한 “氣血水理論”은 오늘날 日本漢醫學의 접근방법인 陰陽, 虛實, 寒熱을 변별한 후 氣血水를 판독하는 辨證방법의 근간이 되고 있다.2) 吉益南涯와 관련된 연구는 中國에서는 그의 생애와 저서, 氣血水이론에 대한 소개를 중심으로 한 唐등의 연구9)와 藥物사용법과 仲景方을 이용한 치험례, 治水法등과 관련한 程등의 연구10-12)가 있다. 국내에서는 吉益南涯의 중요 서적을 번역하여 소개한 자료13,14)와 氣血水이론의 입장에서 傷寒論과 金匱要略의 治法을 분석한 연구15)등이 있으나, 吉益南涯의 생애와 著書, 이론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 논문은 보이지 않는다. 『傷寒論』 연구 및 일본 한의학계에서 氣血水이론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 이론을 처음 고안한 吉益南涯의 醫學思想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論者는 吉益南涯가 辨證의 기준을 제시한 『醫範』16)과 藥物을 氣血水이론으로 정리한 『氣血水藥徵』17)을 분석하여, 그가 주장한 氣血水理論에 대해 살펴보고 그 이론적 연원을 고찰한 결과 약간의 지견을 얻었기에 보고하고자 한다.
본 론
1. 吉益南涯의 생애와 저작
1) 吉益南涯의 생애
吉益南涯(요시마스 난가이:1750~1813년)는 일본 古方派의 태두로 평가받는 吉益東洞(요시마스 토도:1702~1773)의 장남으로3) 諱는 猷이고 字는 修夫이며 號는 謙齋이나 후에 南涯로 고쳤으며 통칭 周助라 했다.18) 誠齋氏에게서 經史를 배웠으며 아버지 東洞에게서 疾醫의 道를 전수받았다. 24세 때 東洞이 사망함에 따라 가업을 계승하고 疾醫의 道를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28세 때 『方機』를 저술하여 仲景藥方의 활용을 나타내었으며, 天明8年(1788年)에 京都에서 大坂·船場·伏見街로 거처를 옮겼는데, 大阪이라는 지역은 京師의 남쪽으로 물가에 위치하였으므로 南涯라고 號를 하였다. 43세 때 京師로 돌아와 三條·東洞院의 서쪽에 거처를 정하였다. 이에 앞서 東洞의 萬病一毒說이 막연하고 근거할 만한 形狀이 없었으므로 氣·血·水라는 三物이 있어서 毒이 이것에 편승함으로써 비로소 證을 형성한다는 說을 주창하였으며 오직 傷寒論을 해석하고 症에 따른 法律을 나타내는『傷寒論精義』를 저술하였다. 후에 『醫範』을 저술하여 氣血水의 辯이 東洞의 萬病一毒說의 취지에 위배되지 않음을 나타내었으며 나아가 氣血水의 說에 근거하여 仲景藥方을 설명하는 『氣血水藥徵』을 저술함으로써 그 說을 보완하였다. 文化10年(1813年) 6月13日에 자택에서 病으로 사망하였다.19)
2) 吉益南涯의 著書
吉益南涯의 저서로는 『傷寒論精義』, 『輯光傷寒論』, 『醫範』, 『氣血水藥徵』, 『方機』, 『方庸』, 『方議辨』, 『觀症辨疑』 등이 있다. 이 외 제자인 賀屋恭安(카야 쿄우안)이 『續醫斷』, 『傷寒論章句』를, 和田元庵(와다 겐안)이 『傷寒論精義外傳』을 저술하였으며, 南涯의 치험례는 제자인 中川修亭(나카가와 슈우테이)의 『成蹟錄』과 武貞夫(타케 사다오)의 『續建殊錄』에 수록되어 있다.19)
2. 『醫範』에서 제시한 吉益南涯의 辨證 기준
『醫範』은 吉益南涯가 저술하고 제자 大江廣彦이 교정·출판한 서적으로, 여기에서 南涯는 辨證의 規矩로 삼은 네 가지 기준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데, “처방을 정할 때는 비슷한 류를 모아 증을 추론해야 하는데, 삼물을 분별하여, 주객을 변별하고, 소재를 살피고, 사웅을 파악한다. 이것이 규구1)이다.”13,16)라 하여 證을 살필 때에는 三物, 主客, 所在, 四態를 살펴야 된다고 하였다.(Fig. 1)
Fig. 1.The cover and body of 『Ihan』
三物은 氣血水를 말하는데, “무형인 毒은 반드시 유형에 편승해야 하는데, 氣에 편승한 것이라면 氣變이 되고, 血에 편승하면 血變이 되고, 水에 편승하면 水變이 되는 것으로 이것이 三物이다.2)”라 하고 있다.13,16) 그리고 氣血水의 차이를 태양병의 계지탕증, 갈근탕증, 마황탕증을 비교하여 설명하면서, 발열과 땀의 유무, 심번 증상의 차이를 들어 설명하는데, 無發熱은 血이 응체된 증거이고 無汗은 水가 정체된 것 라 판단하고 있어, 발열과 汗出이 모두 있는 계지탕은 氣變이고, 땀은 나되 發熱이 없는 갈근탕은 血凝의 병변이며, 無汗의 마황탕증은 水滯의 증후라 설명3)하고 있다.13,16)(Table 1)
Table 1.The instances of qi-blood-fluid in『Ihan』
主客에 대해 吉益南涯는 황련아교탕, 과체산, 건중탕을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다. 세 처방은 모두 心中煩을 치료하나 그 처방이 각기 다른 것은 주객이 다르기 때문인데, 氣가 主가 되고 水血이 客이 되는 황련아교탕은 단지 번조하기만 할 뿐이며, 血이 主가 되고 氣가 客되는 건중탕은 두근거리면서 번조하는데, 두근거리는 것은 血이라 하였다. 또한 血辨이므로 발열이 없다. 과체산은 水가 主가 되고 血氣가 客이된다. 그러므로 가슴이 답답하면서 번조하는데 가득차서 답답해하는 것은 水라고 하면서, 主가 되는 증후는 먼저 나타나고, 客이 되는 증후는 나중에 나타남으로 이것으로 主客의 법을 안다4)고 하였다.13,16)(Table 2)
Table 2.The instances of xenial relation among ki-blood-fluid in『Ihan』
所在란 병이 위치한 곳으로 표리내외를 말하는데 吉益南涯는 “머리부터 목덜미, 등, 허리로 이어지는 陽經이 지나는 인체의 뒷부분은 表로, 얼굴부터 눈, 코, 입, 인후, 가슴, 배로 이어지는 陰經이 유주하는 인체의 앞면은 裏5)”라 주장한다13,16). 內外란 出入과 관련된 용어로 “눈동자, 혀, 심장, 골수는 內가 되며 極位라 하였고, 外라는 것을 안에서 밖으로 나아가는 부위이고 內라는 것을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곳인데, 內와 대비하여 표리는 모두 外가 된다고 하였다6)”13,16). 이렇듯 表裏와 內外가 씨줄과 날줄같이 엮여 病의 所在를 표현하고 있다. 예를들어 계지탕은 전신의 번조를 다스리고, 황련아교탕은 심중의 번조를 다스리고, 시호탕은 흉중의 번조를 다스리는데, 앞서 煩은 三物에서 氣의 이상으로 보았으나 이렇듯 처방이 다른 이유는 그 所在가 다르기 때문7)이라 하였다.13,16)(Table 3)
Table 3.The instances of lesion in 『Ihan』
四態이란 急逆虛實을 말하는 것으로 인체의 흐름과 충실을 의미한다. 『醫範』에서는 “急이란 순행하여 나아가는 것이며 逆이란 나아가지 못하고 물러나는 것이다. 虛란 이지러지고 부족한 것이며, 實이란 가득차서 남는 것이다.8)”13,16)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같은 病症이라도 四態에 따라 동반되는 증상이 달라지며 처방 또한 다른데, 가령 “심번은 같은 곳에 병이 있음에도 치료하는 방제가 달라지는 것은 그 態이 다르기 때문이다. 치자시탕증은 열기가 외부로 드러나니 몸에 열이 나면서 번조하고 혹 머리에서 땀이 난다. 이것은 急하여서 심번한 것이다. 백호탕증은 열기가 안에 숨어 있으니, 입과 혀가 건조하고 혹은 갈증이 나며 등이 오싹오싹한 경우가 있다. 이것은 逆하여 심번한 것이다. 산조인탕증은 표리에 열이 없고 잠을 자지 못한다. 이것은 虛하여 심번한 것이다. 승기탕증은 표리에 열이 있고 대변이 굳다. 이것은 實하여 심번한 것이다.9)”13,16)라 하여 心煩을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Table 4)
Table 4.The instances of four states in 『Ihan』
3. 『氣血水藥徵』에 나타난 吉益南涯의 氣血水理論
『氣血水藥徵』은 氣血水 이론을 바탕으로 張仲景의 藥物과 方劑에 대해 분석한 吉益南涯의 저서로, 藥物을 氣,血,水의 三類로 분류하고 그 효능과 임상적 용법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9)
1) 『氣血水藥徵』의 구성
『氣血水藥徵』에는 총 69개의 藥物이 수록되어 있다. 藥物을 크게 氣部, 血部, 水部의 세 가지로 나누고 氣部의 藥物은 다시 內位, 裏位, 表位의 三位로 血部은 다시 內位, 外位의 二位로 분류하고 있다.(Table 5)14,17)
Table 5.The classification of medical herbs in 『Kigetusuiyakucho』
『氣血水藥徵』의 기본 구조는 두 종류의 藥物이 하나의 群을 이루고 있으며 첫머리에는 두 藥物의 이름과 그 아래 氣血水이론을 바탕으로 한 설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후 두 藥材가 들어간 處方과 그 主治를 서술하고 있으며 氣血水說과 관련한 설명을 보충한 藥材도 있다.(Fig. 2)17)
Fig. 2.The cover and body of 『Kigetusuiyakucho』
2) 『醫範』의 기준에 따른 『氣血水藥徵』 藥物의 재분류 및 분석
吉益南涯의 藥物觀을 파악하기 위해 『氣血水藥徵』의 藥物들을 『醫範』에서 제시한 네 가지 기준(三物, 所在, 主客, 四態)에 근거하여 분류해 보았다.
氣部-內位에 속한 藥物들은 氣만 鬱滯된 황금, 황련을 따로 분류하면, 虛實急逆에 따라 분류해 볼 수 있었다.(Fig. 3) 氣部-裏位에 소속된 藥物들도 虛實急逆을 기준으로 분류해 볼 수 있었는데, 內位에 소속된 藥物들과 달랐던 점 중 한 가지는 血氣혹은 水氣와 같이 氣가 단독으로 쓰이지 않은 藥物들이 배속되어 있다는 점이었다.(Fig. 4) 氣部-表位에 소속된 藥物은 急逆에 따라 나눌 수 있었다.(Fig. 5)
血部에 소속된 藥物들도 마찬가지로 『醫範』의 規矩(三物, 所在, 主客, 四態)를 근거하여 분류해 보면, 血部-內位에 소속된 藥物들은 血行이 不循한 것을 치료하는 藥物과, 건혈이나 어혈을 치료하는 蟲類의 藥物로 구별해 볼 수 있었다.(Fig. 6) 血部-外位에 소속된 藥物들을 血의 상태에 따라 血滯, 血凝, 血澁한 경우로 나눌 수 있었고, 이 외에 急逆의 狀이 主가 되는 藥物들과 종농형태의 血을 치료하는 藥物이 있었다.(Fig. 7)
Fig. 3.The reorganization of medical herbs in『Kigetusuiyakucho』 chapter “Qi-the inside”
Fig. 4.The reorganization of medical herbs in『Kigetusuiyakucho』 chapter “Qi-the ventral side”
Fig. 5.The reorganization of medical herbs in『Kigetusuiyakucho』 “Qi-the dorsal side”
Fig. 6.The reorganization of medical herbs in『Kigetusuiyakucho』 chapter “Blood-the inside”
Fig. 7.The reorganization of medical herbs in『Kigetusuiyakucho』 chapter “Blood-the outside”
水部에 소속된 藥物은 총 18種으로 氣部나 血部의 藥物과 달리 內外의 구별이 없이 서술되어 있다.17) 그러나 水部의 藥物들을 南涯의 네 가지 規矩(三物, 所在, 主客, 四態)에 근거하여 분류해 보니 藥物들을 水毒의 所在에 따라 表位, 裏位, 內位로 구분해 볼 수 있었고, 이 외 급역의 상을 띠는 藥物들도 있었다. 그러나 처음 氣部의 藥物에 비해 水部로 갈수록 네 가지 規矩에 근거한 명확한 분류기준을 찾기 힘들었다(Fig. 8).
Fig. 8.The reorganization of medical herbs in 『Kigetusuiyakucho』 chapter “Fluid”
상기 서술한 吉益南涯規矩에 따른 藥物의 분류를 기본으로 하여, 吉益南涯가 『氣血水藥徵』에서 서술한 각 약물의 임상증상에서는 어떻게 三物(氣, 血, 水), 所在, 主客, 四態(虛實逆急)를 파악하였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각 藥物의 氣血水상태와 함께 藥物 설명에 포함된 방제들의 主治證을 취합해서 표로 정리하였다. 그런 다음 氣血水상태가 비슷한 藥物에서 공통되는 증상들을 모아서, 氣血水의 所在, 主客, 四態에 따라 어떤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지 파악해 보고자 하였다.
氣部-內位에 소속된 藥物들이 들어간 處方의 主治를 살펴보면 黃芩과 黃連의 病位는 心下와 心中으로 모두 內位에 속하며 黃芩은 痞劇則下하고 黃連은 煩劇則吐한다. 氣虛와 氣實의 膏와 芒硝는 모두 熱證을 보이는데, 石膏는 ‘身熱, 寒, 厥, 遺尿, 煩, 渴, 無吐’ 등의 實熱을 芒硝는 ‘發熱, 潮熱, 不惡寒厥, 大便硬’ 등으로 虛熱을 나타낸다. 酸棗仁은 急逆의 狀이 없이 虛한 경우에 사용하는데, 대표방제의 主治는 ‘虛煩不得眠’이다. 氣部內位에 소속된 藥物들의 主治를 살펴보니, 氣急之候를 보이는 藥物들의 공통적인 증상은 ‘發熱, 汗出, 心煩’ 등으로 上部로 산하거나 熱과 관련되어 있었고, 氣逆之候를 가진 藥物들은 利, 下血, 厥, 多汗’ 등 下部로 내리거나 寒性인 경우가 많았다. 또한 血滯를 치료하는 藥物의 경우는 통증이나 구토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고, 水滯가 있는 경우에는 땀이 나지 않거나, 답답한 느낌, 혹은 不飮水의 증상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다.(Table 6)17)
氣部-裏位에 소속된 藥物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氣急한 경우에는 上部의 熱症(發熱, 煩熱, 大煩渴, 口燥渴, 心煩, 頭痛, 頭眩)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으며, 氣逆한 경우에는 下部의 寒症(咳唾涎沫, 多涎唾, 腸鳴, 腹中寒, 自利)이 많았다.(Table 7)17)
Table 6.The indication of medical herbs in 『Kigetusuiyakucho』 chapter “Qi-the inside”
Table 7.The indication of medical herbs in 『Kigetusuiyakucho』chapter “Qi-the ventral side”
氣部-表位에 소속된 藥物들의 主治를 살펴보면 甘草, 大棗에서 나타나는 血氣急의 증상은 크게 3가지로 통증(頭痛, 咽痛, 身體疼痛, 胸中痛, 腹中痛등), 체온변화(惡寒, 發熱, 往來寒熱), 정신증상(喜悲傷欲哭, 譫語)으로 대별할 수 있었다. 두 藥物의 차이점은 大棗의 흉부(硬滿引脇下痛, 支飮, 喘而不得臥, 胸滿脹)와 전신(一身面目浮腫)에 水滯증상이 있는 경우 사용한다. 반면, 甘草의 경우는 水氣가 逆하여 아래로는 水氣가 편중되면서(臍下悸, 下硬滿, 腸鳴, 利下不止), 위로는 건조증상(煩燥, 咽中乾, 手自冒心)이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 杏仁은 氣不暢하면서 水滯한 경우에 사용하는 藥物로 水滯증상(形腫)과 함께 氣가 순행하지 못하는 증상(身疼痛, 胸中氣塞短氣, 結胸, 項强등)이 있었으며, 계지는 表裏의 衝을 치료하는 藥物이다.14,17)(Table 8)
Table 8.The indication of medical herbs in 『Kigetusuiyakucho』chapter “Qi-the dorsal side”
血-內位에 소속된 藥物들의 主治證을 살펴보면 桃仁의 ‘狂, 痛, 經水不利’등은 急之狀을 치료하고 牧丹皮는 ‘癥, 腸癰, 八味丸의 不仁’에 사용하고 ‘發狂, 腹痛, 經水不利’의 證이 없으니 이는 凝結된 것을 치료하는 것이라 하였다.17) 牡蠣와 龍骨은 血行이 지 못한 것을 치료하는데, 牡蠣는 下陷하여 순행하지 못하는 이고, 龍骨은 上攻하는 것으로 방향에 있어서 차이가 존재한다. 또한 “혈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기가 울체된 것으로 번민하게 된다. 혈이 위로 올라가는 것은 기가 울체되지 않은 것으로 번민이 없다.10)” 라고 하여 上下에 따라 증상에도 차이가 난다. 또한 “순행하고자 하는 것이 가지 못하면 반드시 동계가 생기는데, 하함하여 가슴에서부터 동계가 생기면 모려를 쓰고, 상공하여 배꼽 아래에서부터 동계가 생기면 용골을 쓴다.11)”고 하였다. 蟅蟲, 虻蟲, 水蛭과 같은 蟲類의 약재들이 치료하는 乾血과 瘀血을 비교한 문구를 보면 “월경이 고르지 못한 것은 건혈과 어혈에 모두 있는데 어떻게 진단하는가.12)”17)라 하여 經水不利는 乾血과 瘀血의 공통증상이라 보고 있다. 그러나 “어혈과 달리 가득 차 있지만 단단하게 굳어 통증이 있거나 광증이 없는 것이 구별점이다.13)”17)라거나, “건혈은 대변의 변화가 없다.14)”17)이라 하여 乾血에서는 硬하거나 痛하거나 狂하는 증상이 없으며 大便에도 변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乾血과 瘀血의 증후에 관한 서술을 보면 乾血은 ‘肌膚甲錯一体羸瘦無血色不狂不硬不飮食’ 등의 증후를 보이며, 瘀血이 있을 경우 ‘如狂喜忘硬滿小便自利大便色必黑消穀喜飢’ 등의 증후를 나타내므로 그 차이를 알 수 있다.(Table 9)
Table 9.The indication of medical herbs in 『Kigetusuiyakucho』chapter “Blood-the inside”
血-外位에 소속된 藥物에서 土瓜根, 葛根은 瓜蔞根과의 차이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瓜蔞根은 “신체가 뻣뻣한 것은 혈이 응결된 증이고, 갈증이 생기는 것은 혈의 응결이 심해져서 기가 울체되어 수를 쫓아낸 것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데 그 병위는 裏이다.15)”14,17)고 설명하고 있다. 土瓜根은 “과루근과 달리 혈이 응체되어 있지 않으니, 갈증이나 강직된 것이 없고, 기가 울체되어 비록 가득찬 느낌이 있지만 기가 스스로 통하므로 통증이 있다.16)”14,17)라 하여 비교설명하고 있으며, 葛根은 “과루근과 달리 기혈이 서로 부딪혀 순행하지 못한 소치로 설사를 하게 된다.17)”14,17)라 하고 있다. 黃芪와 관련한 설명에서 특징적인 것은 “운동장애가 있고 동통이 있으나 피부에 수기가 없는 것은 황기로 치료해야 하며 방기로 치료하지 않는다. 신체와 사지가 붓는 것은 수기가 피부에 있는 것이니 방기를 쓸 수 있다.18)”14,17)라 하여 腫은 水毒의 소치로 黃芪는 血을 치료하므로 皮膚가 疼重하나 腫하지 않으며 腫할 경우 防己와 같은 治水하는 藥物을 써야 한다고 하였다.(Table 10)
Table 10The indication of medical herbs in 『Kigetusuiyakucho』chapter “Blood-the outside”
水部에 소속된 藥物중 관련 處方이 서술되어 있는 藥物의 主治證들을 비교해 본 결과, 대부분 체내 수분이 정체되어 나타나는 증상들로 크게 세 가지로 대별할 수 있었다. 첫째는 心下~脇~臍腹까지 胸腹部의 滿한 증상이며 둘째는 四肢나 전신의 부종이고 셋째는 短氣, 喘息, 咳嗽등과 같은 호흡기증상을 들 수 있다.17)(Table 11)
Table 11.The indication of medical herbs in 『Kigetusuiyakucho』chapter “Fluid”
고 찰
이상에서 吉益南涯가 주장한 氣血水理論의 초기형태와 본질에 대해 알아보기 위하여, 氣血水변증의 기준을 제시한 『醫範』과 氣血水理論을 실제 약물의 분류에 적용한 『氣血水藥徵』을 『醫範』의 기준을 바탕으로 분석함으로써 그의 의학적 이론에 대해 살펴보았다. 論者는 이 과정에서 吉益南涯의 氣血水理論의 학술적 연원이 기존에 알려진 것18)보다는 다양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의 학술적 연원으로서 기존에 알려진 것은 그의 아버지인 吉益東洞으로, 그의 萬病一毒說을 간단히 요약하면 체내에 毒이 생긴 것이 질병이고 치료는 藥으로 病毒을 몰아내는 것이며 毒이 없이 精만 虛한 상태는 病이 아니므로 음식만으로도 낫는다고 하였다.4) 또한 東洞은 六經과 陰陽五行을 부정하면서 病因이 아니라 證에 따라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6), 藥의 溫熱凉寒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5) 이러한 급진적인 吉益東洞의 의학사상은 後藤慕庵(고토우 보안), 望月鹿門(모치즈키 로구몬), 畑黃山(하타 코우잔)와 같은 당대의 醫家들로 하여금 반발을 사게 된다.19-21) 吉益東洞의 문하에는 田中愿仲(타나카 겐츄우), 村井琴山(무라이 킨잔), 中西深齊(나카니시 신사이), 岺少翁(미네 쇼유오우)등 뛰어난 제자들이 많았으나 스승의 學說을 널리 알리는데 힘을 쏟을 뿐 초기의 醫說을 가다듬거나 정리하여 보충하지 못하였다.19) 이러한 상황에서 吉益南涯는 氣血水學說을 제창함으로서 父親의 學說을 수정하고 치료법에서도 부족한 면을 보충하였다고 평가된다.2) 東洞과 南涯의 醫學的이론을 비교해 보면, 陰陽五行을 否定한 吉益東洞과 마찬가지로 吉益南涯의 이론에서도 陰陽五行과 관련한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전략)...독이 심하에 있으면 비가 되고, 복부에 있으면 창이 되며...(중략)...정강이에 있으면 쥐가 나며, 발에 있으면 각기병이 된다.21)"라 하여 東洞은 毒이 어디에 머무는가에 따라 나타나는 證이 달라진다고 하였는데, 南涯또한 毒의 所在를 중요시하여 氣血水로 분류한 藥物들을 다시 病位에 따라 나누고 있다.17)
그러나 『醫範』과 『氣血水藥徵』을 통해 살펴본 바 吉益南涯의 이론은 東洞의 이론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吉益東洞은 하나의 藥物에는 하나의 主治가 있어, 主治證이 없으면 약을 써도 효과가 없고 主治證이 있으면 즉시 효과가 난다고 하여, 主治證을 기준으로 藥物을 인식하고 사용하였다.22) 處方의 主治는 君藥이 담당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傷寒論』과 『金匱要略』에서 藥物의 主治를 찾아냈다. 따라서 艾, 當歸, 川芎, 牧丹皮와 같이 君藥으로 쓰인 적이 없는 藥物에 대해서는 主治를 알 수 없다고 하였다.23) 반면, 吉益南涯는 그 藥物이 작용하는 所在, 三物, 및 四態를 기준으로 藥物을 인식하였다. 그 결과 東洞이 主治를 알 수 없다고 한 藥物에 대해서도 『氣血水藥徵』에서 當歸는 血部-外位, 牧丹皮는 血部-內位, 茵蔯은 水部의 藥物로 각각 배속하여 파악하고 있다. 虛實急逆으로 표현되는 四態, 表裏內外라는 所在의 개념, 一毒을 氣血水라는 三物로 구분한 것과 같은 이러한 차이점이 단지 吉益東洞이론의 부족한 점을 보충하였다는 것만으로 모두 해석이 가능한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南涯의 이론이 東洞의 이론과 가장 큰 차이점은 虛의 개념이다. 吉益東洞은 邪氣가 盛한 것이 實이고 精氣가 不足한 것이 虛로, 實한 것은 病이지만 虛한 것은 病이 아니므로 곡식을 통해 다스려야 하며 病때문에 허해진 것은 病毒이 풀리면 좋아진다고 하였다.22) 반면 吉益南涯는 『醫範』에서 虛實急逆의 四態를 통해 증을 살필 것을 주장한 것을 보아 虛의 개념을 고려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16) 또한 『氣血水藥徵』에서도 石膏와 芒硝를 분류함에 있어서 "공통적으로 열이 있으나 허실의 구별이 있다.22)" 이라 하였고, 酸棗仁의 설명에 있어서도 “급역의 증상이 없는 허증23)”라고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부자는 기허하면서 혈이 순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황은 혈이 허하면서 기가 급한 것이다.24)”, “팔미환증은 아랫배가 힘이 없고 감각이 둔해지고, 궁귀아교탕증은 월경과다 있는데 이것은 혈허의 증이다.25)”라고 하는 등 곳곳에서 虛證에 관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四態는 병의 형태로서 『氣血水藥徵』에서 서술하고 있는 四態의 증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氣部에서는 發熱, 汗出, 心煩등 上部의 熱證들은 氣急의 증후이고, 利, 下血, 厥등 下部의 寒證은 氣逆의 증후로 보고 있는데, 여기에 血滯한 상태가 더해지면 통증, 구토의 증상이 보이고, 水滯하게 되면 땀이 나지 않거나 답답해하거나, 마실 것을 넘기지 못하게 되며, 血氣가 함께 急證을 보일 경우에는 통증, 체온변화, 정신증상의 세 가지 증상이 대표적으로 나타난다. 血部에서 血行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 증상은 上下방향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上迫할 경우에는 氣鬱이 생기지 않아 번민이 없고 배꼽아래서부터 동계가 생기지만, 下陷할 경우에는 氣鬱로 인해 번민이 생기고 가슴에서부터 동계가 생긴다고 하였다. 또한 血部의 약물은 乾血과 瘀血을 치료하는데, 모두 월경부조의 공통증상이 있으나 瘀血의 경우에는 딱딱하게 굳으면서 통증이 있고 대변에도 변화가 생기며 정신적 이상을 보이는 차이가 있다. 또한 血이 응체되면 강직과 갈증의 증상이 나타나며 氣血이 서로 부딪힐 경우 설사가 난다고 하였다. 水部의 약물들의 주치는 세 가지(흉와부의 답답함, 부종, 호흡기증상)로 대별할 수 있었다.
所在란 表裏內外로 『醫範』에서 表는 頭項背腰로 이어지는 인체의 뒷면을, 裏는 外體面目鼻口咽喉胸腹로 이어지는 인체의 앞면을 말하며, 內外란 出入과 관련한 공간적 구분으로 睛舌心骨髓등은 內極에 해당한다고 하였다.16) 따라서 表位에 해당하는 藥物들이 다스리는 증상으로는 疼痛이나 체온 변화 등 체표나 근육의 병변이 많았으며, 裏位의 藥物들은 주로 胸腹部의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內位의 藥物들은 인체 내부에서 氣血水가 急逆하거나 응결되어 생기는 문제들로 汗, 大小便, 經水와 같이 체액의 배출과 관련한 증상들이 많았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吉益南涯는 虛의 개념, 四態와 所在등을 통하여, 陰陽表裏寒熱虛實이라는 팔강변증 중에서 東洞이 극렬하게 비판한 陰陽을 제외하고, 표리나 허실, 한열의 내용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팔강변증의 범주가 완성된 것은 명·청대로24) 南涯보다 앞서 이 시기에 중국 의학을 받아들여 일본으로 들여온 의학자들의 이론을 살펴보면, 田代三喜(다시로 산키)는 ‘음양, 한열, 표리 허실 변증’을 중시하여 이것으로서 약물을 선택하였으며, 그의 제자인 曲直瀨道三(마나세 도산)도 모든 병은 ‘虛實, 邪正, 冷熱, 內外’의 八要를 밝혀야 한다고 하여 팔강변증의 개념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18) 吉益南涯도 중국 의서에서 직접 팔강변증을 인용한 것은 아니고, 田代三喜와 같은 일본 후세파를 통하여 재인용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吉益南涯의 이론 중 三物은 氣血水를 말하는데, 南涯는 『醫範』에서 변증을 위해서는 三物를 밝혀야 한다고 하였고16), 『氣血水藥徵』에서도 약물을 나누는 가장 큰 범주는 氣血水의 三物이다.17) 『氣血水藥徵』에서 藥物을 氣部, 血部, 水部에 배치한 기준은 그 藥物이 氣, 血, 水중 어느 것을 치료하는가로 즉, 氣部에 소속된 藥物은 血이나 水와 관련한 겸증이 나타나더라도 주된 효능은 氣를 치료하는 데에 있다. 예를 들어 杏仁에 관한 설명을 보면 “행인은 기를 쫓는 것으로 수를 쫓지 못한다. 따라서 표에 수가 있으면 마황을 더해야 하고, 리에 수가 있으면 복령이나 정력자, 파두를 더해야 한다.26)”라고 하여 杏仁는 氣의 表位에 쓰는 약으로서 水滯하여 氣가 不暢되는 증에 사용하나 氣藥이므로 逐氣를 통해 그 증상을 치료한다. 水를 치료하고 싶다면 水部에 속하는 약을 써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桂枝와 관련한 설명에서도 “표의 수가 급할 경우 마황을 더하고, 혈이 급하면 작약을 더하며, 리에 수가 급하면 복령을 더하고, 혈이 급하면 부자나 인삼을 더한다. 모두 기가 급한 상태이다.27)”라 하여 桂枝는 氣가 表位에서 急한 것을 치료하는 藥物로, 表裏에 水血의 急狀이 있을 경우는 그에 해당하는 藥物을 배합하여 써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三物(기혈수)의 개념은 村井琴山을 비롯한 東洞의 문하생들에게 父親의 萬病一毒說에 위배된다는 비난을 받는다.2) 특히 村井琴山 『原診館七則解』 중에 포함된 「水氣血」편에서 表裏虛實로 雜病과 傷寒을 구별하고 氣血水三物로 병의 원인을 찾는 학설이라 비판하고 있는데, 吉益南涯는 『기혈수변』이라는 글을 통하여 이러한 비판이 자신을 오해한 것이라는 변론을 하였다.8) 특히 기혈수 학설의 연원에 대해서 길익남애는 “附子逐水, 水蛭治血”이라는 『藥徵』의 구절을 氣血水학설의 근거로 주장하면서, 자신이 아버지의 내밀한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에 결코 부친의 학설로부터 벗어난 것이 아니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21). 그러나 실제로는 吉益南涯의 의학사상에는 기존에 古方派와 대립되는 관계로 생각되는 後世派로 부터도 상당부분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의 後世派는 특히 朱丹溪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雜病을 치료함에 있어 氣血痰鬱을 綱으로 삼고 六氣가 병이 되는 것을 目으로 삼았는데25), 田代三喜의 이론에서도 이러한 인식을 볼 수 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啓迪庵日用灸法』에서 三喜는 病의 內因에 관해 氣血痰(水毒) 三者의 所致라고 하면서 氣血痰의 藥物을 분류하여 언급하고 있다.26) 東洞의 萬病一毒說을 발전시켜 氣, 血, 水의 三物로 나누는 吉益南涯의 분류체계도 吉益이전에 日本에서 유행하던 이러한 영향을 받은 것이라 사료되며, 당시에 이미 吉益南涯의 氣血水이론이 田代三喜의 이론을 모방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19)
그러나 氣血水라는 분류의 형식적 측면에서는 田代三喜의 이론을 차용하였지만, 실제 내용에 있어서는 두 사람의 이론은 매우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啓迪庵日用灸法』에서 氣血痰病을 두루 치료하는 藥物로 배속된 甘草와 茯笭은 『氣血水藥徵』에서는 각각 氣部와 水部의 약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氣病의 약으로 분류된 人蔘은 『氣血水藥徵』에서는 血部에 배치되어 있다. 가장 큰 차이는 痰病의 약인데 吉益南涯는 이 藥物들을 대부분 氣部-裏位에 배속시켜 놓았다.17) 이는 吉益南涯가 藥物을 氣血痰으로 분류하는 방식을 氣血水로 바꾸면서 治痰에 속하는 약들을 氣部로 옮겨 놓은 것으로, 朱丹溪는 ‘善治痰者, 不治痰而治氣’라고 하여 痰을 치료하려면 氣를 치료해야 한다고 하였으며25), 痰飮의 형성 원인 중 한 가지가 氣機의 鬱滯가 있는데24), 吉益南涯는 痰을 치료하기 위해 治氣가 필요한 상황에 쓰는 藥物로 白朮, 厚朴, 生薑, 大黃과 같은 藥物은 氣部에 배속해 놓았고 治水가 필요한 상황에 쓰는 半夏, 茯笭과 같은 경우는 水部에 배속해 놓았음을 알 수 있었다.17) 특히 田代三喜는 茯苓, 甘草, 白朮, 芍藥과 같은 藥物을 氣血痰각 항목에 중복되게 사용하였으나, 吉益南涯는 藥物의 氣血水배속에 있어서 중복되는 것이 전혀 없다.(Table 12)
Table 12.Differences in classification of medical herbs between Dasiro-sanki's and Yosimasu-nangai's
이러한 차이는 氣血水라는 용어는 유사하지만 그 용어의 含意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생각이 전혀 달랐기 때문으로 사료된다. 즉, 南涯는 氣血水의 三物의 실질적 의미에 대해서 朱丹溪나 田代三喜와 같이 병인론적인 관점이 아니라, ‘無形의 毒은 有形의 三物에 편승하여 병을 일으킨다’16)고 하여 병인에 대한 관점은 여전히 東洞의 一毒說을 계승하면서 一毒이 발병하는 病機를 설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변용한 것이라 생각한다. 즉 南涯는 一毒의 병인이 발병하는 과정에서 毒이 氣血水三物을 타고 病이 된다는 것으로, 吉益東洞과 같이 복진을 통해 毒의 所在를 파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氣血水의 흐름을 파악하고자 한 것이 변증에 있어서 특징적인 점이라 사료된다. 이러한 것은 후대에 藤平健과 小倉重成이 吉益南涯의 이론을 고대의 체액병리설이라 평가한 점20)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氣血水藥徵』에서는 현대의 한방병리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氣證과 血證으로 대별되는 氣血辨證과, 津液不足과 水液停滯의 양 방면을 개괄하는 津液辨證의 개념과도 유사한 점이 많다.24)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吉益南涯는 후세파의 이론 전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공격하는 부친 吉益東洞과는 달리, 후세파의 이론 중 陰陽五行과 같은 내용은 제외하고, 八綱과 津液辨證및 氣血辨證과 같은 내용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변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八綱辨證과 氣血津液辨證으로부터는 毒의 소재와 상태를 표현하기 위한 개념으로 四態, 所在라는 개념으로 변용하였고, 특히 朱丹溪의 氣血痰鬱이론을 氣血水로 변용함으로써 一毒의 병기를 氣血水라는 三物로 세분화 하여 증을 판단하고 약물을 분류하였다.(Fig. 9)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吉益南涯는 부친의 萬病一毒說을 계승하였을 뿐 아니라, 후대 일본 의학계에서 後世派와 古方派의 이론적 절충을 도모하는 折衷派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러한 연구를 통하여 필자들은 일견 기존 한의학 체계와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치부되던 일본 古方派의 이론도 그 이전의 한의학적 이론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Fig. 9.The schematic diagram of Qi-blood-fluid theory
결 론
이상에서 『醫範』과 『氣血水藥徵』을 통해 吉益南涯는 氣血水 이론을 살펴본 결과, 그의 이론은 吉益東洞의 고방파와 그 이전 일본의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후세방파의 영향을 동시에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가 병의 所在와 상태를 살핌에 있어서 팔강변증의 중 한열, 허실, 표리의 개념이 수용되어 있었으며, 『氣血水藥徵』에서 약물의 주치를 설명하는 부분을 보면 현대의 기혈진액변증의 내용과도 유사한 점이 많았다. 또한 주단계의 기혈담울론을 도입하여 약물을 기혈담으로 구분한 후세방파의 이론을 변용하여, 변증과 용약에 있어서 기혈수의 구분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吉益南涯 이론의 기본 취지는 아버지 吉益東洞의 萬病一毒說을 계승·발전시킨 다는 것에 있으므로, 東洞이 전면적으로 부정한 음양오행의 개념은 수용하지 않고 있으며, 팔강변증과 기혈진액변증의 내용도 毒의 소재와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서 차용하고 있다. 또한, 病因論的 개념인 후세방파의 기혈담 이론을 病機論的인 기혈수 이론으로 변용함으로써 새로운 體液病理說을 만들어 오늘날 日本漢醫學의 氣血水진단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사료된다.
향후 『氣血水藥徵』과 함께 吉益南涯의 學說을 확정지었다고 하는 『觀證辯疑』, 『方庸』과 같은 자료를 분석하여 氣血水理論이 기존 한의학 이론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참고문헌
- Takaichiro tabata 著, 정원석 옮김. 傷寒論圖說. 신흥메드싸이언스. p 1, 2011.
- 조기호. 일본 한방의학을 말하다. 군자출판사. p 123, 167, 220, 348, 349, 2008.
- 박현국, 김기욱, 정경호. 일본 '古方派' 의학에 관한 연구. 대한한의학원전학회지 20(2):231-268, 2007.
- 李政桓, 白裕相, 丁彰炫. 약징(藥徵)을 통해 본 길익동동 (吉益東洞) 의 의학사상 연구 I. 대한한의학원전학회지 18(3):172-182. 2005.
- 李政桓, 白裕相, 丁彰炫. 약징(藥徵)을 통해 본 길익동동(吉益東洞)의 의학사상 연구 II. 대한한의학원전학회지 19(1):128-136, 2006.
- 李政桓, 白裕相, 丁彰炫. 약징(藥徵)을 통해 본 길익동동(吉益東洞)의 의학사상 연구 III. 대한한의학원전학회지 19(2):66-73, 2006.
- 김재은, 최달영. 建殊錄에 수록된 吉益東洞의 의안에 대한 연구. 동의생리병리학회지 23(2):269-277, 2009.
- 장기원, 이미진, 최준용, 이병욱, 신상우, 정한솔, 하기태. 藥徵續編을 통해 살펴본 村井琴山의 의학사상에 대한 연구. 동의생리병리학회지 26(4):418-426, 2012.
- 唐玲玲, 潘桂娟. 吉益南涯及其氣血水說. 中國中醫출醫學雜志 15(2):96-98, 2009.
- 程炳鈞. 吉益南涯先生以氣血水學설闡釋藥物擧隅. 中醫藥通報 9(5):41-43, 2010.
- 程炳鈞, 秦玉龍. 吉益南涯先生運用仲景方治病的經驗. 天津中醫學雜誌 27(3):219-220, 2010.
- 程炳鈞, 秦玉龍. 吉益南涯先生闡釋張仲景治水飮方初探. 江西中醫學院學報 6: 5-6, 2010.
- 최병권. 장중경코드 1(상한론정의.의범). 도서출판 의성당. pp 467-471, 2007.
- 최병권. 장중경코드 2(기혈수약징.고인의 치법.약징). 도서출판 의성당. pp 23-62, 2007
- 崔秉權. 氣血水論的 觀點으로 본 <傷寒論> <金匱要略> 治法에 關한 硏究. 경희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08.
- 吉益南涯著, 大江廣彦 校正. 醫範. 早稻田大學圖書館. pp 11-15.
- 吉益南涯. 氣血水藥徵. 京都大學電子圖書館. pp 1-26.
- 廖育群저, 박현국, 김기욱, 이병욱 譯. 황한의학을 조망하다. 청홍(지상사). p 190, 102, 2010.
- 富士川游저. 박경, 이상권 譯. 日本醫學史. 법인문화사. pp 205-206, 403-407, 411, 2006.
- 藤平健, 小倉重成. 漢方槪論. 創元社. pp 84-100, 1981.
- 富士川游. 日本醫學史綱要1. 平凡社. pp 106-168, 1995.
- 吉益東洞著, 大총敬節, 矢數道明 共編. 藥徵, 近世漢方醫學書集成10. 東京. 名著出版. p 56, 1979.
- 吉益東洞著, 李政桓, 丁彰炫 譯. 藥徵. 청홍(지상사). pp 234-246, 2006.
- 문준전 외. 한방병리학. 한의문화사. p 95, 186, 217, 242, 2000.
- 陳大舜, 曾勇, 黃政德. 各家學說-中國篇. 대성의학사. p 245, 2001.
- 潘桂娟, 樊正倫. 日本漢方醫學. 中國中醫藥出版社. pp 35-36,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