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촉진용 항생제(Antibiotic(혹은 Antimicrobial) Growth Promoters, AGPs)는 가축의 성장촉진, 질병예방, 사육환경 개선 등을 목적으로 사료 내에 저수준으로 첨가 급여하는 항생물질을 말하며, AFA(Antibiotic Feed Additives) 또는 NTA(Non Therapeutic Antibiotics)로 불리기도 한다.
1946년 미국 위스콘신대 Moore팀이 닭에서 sulfasuxidine과 streptothricin의 효과를 최초로 보고한 이래, aureomycin, CTC 등 항생제 첨가에 따른 가금류, 돼지에서의 성장촉진 효과가 잇따라 보고되었으며, 1951년 미 FDA가 AGPs의 사료첨가를 승인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AGPs가 어떤 기전으로 가축의 성장을 촉진하는지 명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으나 장내 미생물 균총을 변화시켜 소화율과 영양 대사를 향상시키고 병원성 세균의 억제작용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AGPs는 소규모, 방목 위주의 축산이 50년대 이후 집약화·전업화 되면서 대규모 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고 할 수 있다.
AGPs에 대한 논란과 사용 규제
그러나 항생제 사용 직후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우려와 경고는 오늘날까지 많은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항생제 내성은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써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축산에서 사용되는 치료용 및 성장촉진용 항생제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동물에서 발생하는 항생제 내성균도 문제가 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이러한 내성균과 내성인자가 푸드체인을 통해 인간에게까지 전이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되면서 축산용 항생제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게 되었다. 세계보건기구 (WHO) 등 국제기구나 각국 기관에서도 보고서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가축용 항생제의 법적 규제를 권고해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가축 항생제 내성의 인간 전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나 사례들이 부족함을 주장하며 성급한 규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내성 전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위해성 평가 (Risk assessment)를 통해 그 근원에서부터 발병의 결과까지 모든 단계에 이르는 복잡한 과정과 다양한 요인들에 대한 종합적 분석이 있어야 하는데 그 모델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논란은 현재까지 결론이 나지 않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내성 전파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과, 요즘과 같이 건강과 식품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시대에 작은 위험요인이라도 완벽히 제거한 안전한 식품을 공급해야 하는 축산업계의 역할과 이를 감독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70년대 이후부터 축산용 항생제의 법적 규제를 강화해왔다. 1969년 영국에서는 Swann Committee를 통해 수의사 처방 없는 AGPs 사용 제한이 주장되었고 70년대 초 테트라사이클린 등 일부 강력 광범위 항생제의 사료 내 첨가를 금지하였다. 1986년 스웨덴은 최초로 비치료 목적의 AGPs 사용을 전면 금지하였고, 90년대에는 덴마크, 독일 등 국가들에서 아보파신, 버지니아 마이신 등 사용이 금지되었다. 98년도에 덴마크, 99년도에 스위스가 항생제의 사료 내 사용 중단을 발표하였으며, 마침내 2006년 EU는 가축사료 내 성장촉진용 항생제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였다.
국내에서도 2004년부터「항생제 등 항균물질 사용 절감 방안」이 추진되어 사용 가능한 성장촉진용 항생제의 종류가 53종에서 25종으로 축소되었으며, 2009년에는 18종으로 축소, 2011년 7월에는 사용이 전면 금지되기에 이르렀다.
미국, 일본, 캐나다 등은 아직 전면 금지를 하고 있지는 않으나 AGPs 사용 제한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며 가축용 항생제에 대한 재평가와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맥도날드나 KFC 등 일부 대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성장촉진용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은 원료만을 사용할 것을 기업 방침으로 세워서 소비자 요구에 한발 먼저 다가서고 있다.
항생제 금지의 영향과 유럽 사례
사료용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생산성 감소 및 폐사율 증가, 생산비용 증대, 사료 이용률 감소에 따른 질소, 인 배설량 증가 등의 문제가 유발될 수 있으며 유럽의 경우에도 금지 직후 이러한 문제들이 일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웨덴에서는 금지 직후 닭에서 괴사성 장염 (NE)의 발생이 증가하였다. 이전에는 사료 내아보파신과 버지니아 마이신 사용이 일반적이었는데 금지 이후 첫 해에 육계의 90%에서 치료용으로 버지니아 마이신이 사용된 것이 그 증거이다. 덴마크에서는 금지 직후 이유자돈에서 설사 및 폐사율 증가로 인한 생산성 저하가 관찰되었다. 금지 이후 항생제 총 사용량 및 AGPs 내성은 확실히 감소하였으나 일정기간 동안 다소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유럽 선진국가들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시설환경, 위생, 사양관리, 사료 등 종합적인 사육시스템의 개선을 추진하고 산학연에서는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대응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보완하였다.
국가에서는 우수농가에 인센티브를 부여하였고 ‘옐로우 카드 제도’를 시행하여 농가와 수의사들이 항생제 사용을 자제하도록 유도하였다. 또한 농가 현장에서도 협회 차원의 자발적인 동참 의지와 개선 노력이 병행되었다. 결국 WHO에서는 유럽 국가 중 덴마크 등의 케이스가 가축의 건강과 농가의 수입에 큰 영향 없이 인류 건강의 위험요인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안정적인 생산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 전이에 대한 우려와 축산물 안전에 대한 소비자 요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항생제의 사용 규제도 점차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미국, 브라질, 태국 등 주요 닭고기 생산국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다른 국가들의 경우 유럽과는 다른 사육환경과 산업여건이 달라 AGPs 금지의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어떤 조건에서든 항생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종합적인 대응전략이 필요한 것은 동일하며, 무항생제 양계산물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국내외의 여러 케이스들을 통해 알 수 있다.
항생제 대체재의 종류 및 기능
친환경 무항생제 양계를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천연물질을 이용한 대체제를 들 수 있다. AGPs 제한 및 규제 강화에 따라 세계적으로 이미 다양한 종류의 항생제 대체제가 개발, 사용되고 있으며 연구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 항생제 대체제는 기본적으로 생산성 향상, 영양소 이용률 증진, 병원성 미생물 및 유해균 제어, 장내 미생물 균층 안정화 및 환경 개선, 면역 증진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하며, 실제 농가 적용시 적정한 제품을 선택해 올바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항생제 대체재로는 생균제, 프리바이오틱스, 유기산제, 효소제, 식물추출물 등이 있다.
대체물질 중 가장 많은 상품들이 개발, 시판되고 있는 생균제는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개선함으로서 숙주 동물에 유익한 영향을 주는 살아있는 미생물을 말한다. 장점막 상피세포에 부착, 서식하면서 영양소의 분해와 흡수를 돕고 경쟁적 배제를 통해 병원성 미생물의 집락화를 억제하고 상피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가축의 생산성 및 면역 능력을 향상시킨다.
프리바이오틱스는 가금에서 소화되지 않는 성분으로 위장관 내 일부 제한된 특정 미생물 생장이나 활성을 선택적으로 촉진하여 가축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물질을 말한다. oligosaccharide, polysaccharide, 몇 종의 펩타이드와 단백질 등이 있다.
유기산은 산성을 띠는 유기화합물로 예전부터 식품의 부패 방지 및 저장기간 증진을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곰팡이 및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여 육가공시 살균제로 이용되기도 한다. 주로 이용되고 있는 유기산으로는 acetic acid, lactic acid, citric acid, propionic acid, formic acid 및 fumaric acid 등이 있다.
효소제에는 protease, phytase, xylase, pectinase, β-glucanase 등이 있으며, 사료 내항 영양 인자 및 난소화성 물질을 분해시켜 가축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한편, 항영양인자 및 난소화성 물질의 분해를 통해 유해균이 사용할 대사기질을 고갈시키거나 장 점도를 낮춰 소화기 질환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
식물 추출물은 동·서양에서 오래전부터 약재, 향신료 및 기능성 식품으로 이용되어 왔으며, 항산화, 항균, 항암, 항독소 및 면역 증진 등의 다양한 생리활성을 갖고 있다.
이들 물질의 정확한 작용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식욕 및 소화 촉진, 장관 내 병원균 증식 억제를 통한 장관 안정화, 자극에 의한 장관 면역 증가 및 소화효소 분비촉진 등 식물체 내 다양한 인자들이 가축의 생리 및 대사 작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외에 박테리오파지, 박테리오신, 중쇄 지방산, 무기산, 미네랄 등도 항생제 대체제로 연구되고 있으며, synbiotics와 같이 작용기전이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상의 항생제 대체제의 혼합을 통한 상승효과를 구명하고자 하는 연구들이 시도되고 있다.
최근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체내 항산화 활성을 높이고 스트레스 저감효과가 있는 알파리포산, 장관 발달 및 장내 미생물 균총 안정화에 좋은 클로렐라 등도 대체제로서의 효과가 있음을 연구를 통해 발표한 바 있다.
단, 아직까지 항생제를 완벽히 대체할 수준의 천연 대체물질은 개발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며, 대체제에 의존하기보다는 기본적인 사양관리와 사육시스템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개선을 통해 생산성 저하와 질병 발생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천연항생제 연구 및 특허 동향
항생제 대체 천연물질 관련 동향은 지난 연말 농업기술 실용화재단에서 발간한 자료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농식품 주요 기술 동향 보고서 천연항생제, 2011).
보고서에 따르면 천연 동물약품 시장은 육류 소비량 및 축산 규모의 증가와 항생제 사용규제 등으로 향후 수년간 지속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연구동향을 살펴보면 국내의 관련 논문 발표 수는 2007년을 정점으로 등락을 반복하고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는 반면, 꾸준히 증가하던 외국 논문수는 2010년에 들어 크게 감소하였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53편으로 가장 많았고 캐나다가 36편, 중국 21편, 한국, 인도, 스페인이 16편으로 뒤를 이었다. 연구대상 축종은 우리나라는 닭이 64.3%로 가장 많았으나 외국의 경우 소가 41.6%로 가장 많았다.
소재별로는 프리바이오틱스가 가장 많았고 다음이 생균제였으며, 국내는 외국과 비교해 박테리오신과 박테리오파지 연구가 저조했다. 식물 추출물의 경우 국내는 식물 자체 혹은 조추출물에 관한 연구가 많은 반면, 외국은 식물의 유효성분에 관한 연구가 많았다. 생균제 연구는 국내외 모두 락토바실러스 속에 집중되어 있는데 국내는 주로 급여효과에 치중하고 있으나 외국은 항생제 감수성, 저항성, 관련 유전자의 발현 등 보다 세부적인 연구까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한, 중, 일, 미 4개국의 관련 특허는 항생제 규제가 강화된 90년대 이후 크게 늘기 시작했다. 미국의 출원건수는 최근 감소한 반면,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의 출원건수는 급증하였는데 이는 한의학의 영향으로 약용식물의 사료 내 이용 연구가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국내에서는 농촌진흥청 등 국가 연구기관의 출원건수가 가장 많았으며, 외국은 Degussa, BASF 등 대기업이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다. 국내외 모두 생균제 분야의 특허가 가장 많았으며(외국 58%, 국내 67%), 그 다음은 외국의 경우 효소제, 식물 추출물 순이고, 국내는 식물 추출물, 유기산제, 효소제의 순이었다.
맺음말
집약적이고 대규모화된 가금산업에서 닭은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를 성장촉진용 항생제로 제어해온 것이 사실이다. 선진국들의 사례에서 보듯 AGPs 사용금지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기까지는 한 동안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 여건상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정책을 추진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친환경, 무항생제, 동물복지 등의 이슈는 21세기 축산이 당면한 과제이자 추구해야 할 목표이기도 하다. 유럽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미 무항생제 양계를 실현하고 있는 농가들이 많이 있다.
이들 농가가 어떤 노력과 실천을 통해 이를 가능하게 하였는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친환경 무항생제 사육을 위해서는 사료, 사양관리, 위생, 차단방역, 환경관리 등 총체적 대응기술을 재정립해야 하며, 국가 차원의 정책지원과 관련 학계 및 업계의 연구개발 노력, 농가의 협조 등이 모두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