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우리나라 축산업은 국가 경제성장에 발맞춰 그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왔다. 부업으로 시작하였던 축산은 이제 대부분 전업화·기업화 되었으며, 2010년도 기준으로 농업분야 생산액에 있어서도 상위 10개 품목 중 6개 품목을 축산물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그 비중과 영향력이 막대해졌다.
경제발전으로 국민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1인당 육류 소비량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언뜻 국내 축산업의 장밋빛 미래를 쉽게 그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11년 수조원 대의 천문학적 피해를 입히며 국내 축산업의 근간을 뒤흔든 FMD와 고병원성 AI 발생을 계기로 축산업과 관련 산업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과 환골탈태의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2. 국내 축산업 제반 여건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2011년 FMD와 고병원성 AI 발생 이후 미래에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축산업의 토대를 새롭게 구축하기 위하여 축산업 선진화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축산업 등록제 및 허가제 도입, 가축 방역체계 개편, 안전한 축산물 생산,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친환경 축산업 육성, 동물복지 확대 등 그 내용과 강도에 있어서 이전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선진화 대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환경부에서는 가축분뇨에 관한 규제를 강화하고 가축사육 제한구역 지정 확대를 권고하는 등 축산업에 대한 엄격한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데, 이는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축산업 선진화 대책과도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외부적으로 미국, EU 등 여러 국가들과의 FTA 체결로 인한 시장개방 확대로 인해 축산업이 가장 피해를 보는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국내 축산업은 사료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아 국제 곡물 가격 및 환율 동향에 따라 사료 가격의 변동이 심하여 경영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최근의 지속적인 국제 곡물 가격 상승 추세가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어 이 문제가 우리 축산업에 심각한 위기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3. 국내 동물용의약품 산업 현황
1) 내수시장 동향
2011년 기준 동물용 의약품 내수시장 규모는 총 5,953억 원으로 국내 생산제품이 3,679억 원 (62%), 수입제품이 2,274억 원(38%)의 판매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내수시장은 동물용 의약품 사용에 관한 규제 강화 및 과당 경쟁 등으로 매우 어려움에 처한 상황인데, 2006년~2011년간 국내 생산제품은 평균 6% 성장한 반면 수입제품은 평균 14% 성장하여 수입제품의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동물용 의약품 오·남용에 따른 내성과 잔류에 대한 심각한 우려로 항생제에 대한 사용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생물학적 제제, 면역증강제, 천연물질 제제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등 시장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2) 수출입 동향
국내 생산을 위한 원료의 수입은 2011년 기준 9,948만$이며, 원산지별로는 중국(57%), 스위스(10%), 독일(9%), 프랑스(6%), 미국(5%) 순으로 점유율이 높은데 특허가 만료된 제네릭 원료의 경우 중국이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완제품의 수입은 2011년 11,316만$이며, 원산지별로는 미국(34%), 독일(13%), 영국(12%), 프랑스(12%), 네덜란드(9%) 순으로 점유율을 높은데 원료의 경우와는 달리 선진국이 절대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동물용 의약품 완제품 수출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부 업체에서 시작되었고, 2005년부터 여러 업체가 본격적으로 수출시장에 뛰어들어 2007년 이후에는 수출 증가율이 연평균 30%에 이르렀으며 마침내 2011년도에는 수출 1억 불을 달성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동물용 의약품 분야의 무역수지는 2011년도 기준으로 10,689만$ 적자상태에 머무르고 있어 적극적인 수출시장 개척으로 하루빨리 무역수지 균형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3) 문제점
항생제 내성 우려에 따른 배합사료 첨가용 항생제 사용금지 조치, 동물용 의약품 오·남용 방지를 위한 수의사 처방제 도입, 친환경 및 동물 복지 축산 확대 등으로 내수시장에서 동물용 의약품의 사용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수입 완제품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인 상승 추세에 있어 국내 제조업체의 경영여건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내수시장을 지키고 해외 수출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신제품 개발과 우수한 품질의 동물용 의약품 생산을 위한 GMP 시설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 중소기업인 국내 제조업체의 능력으로는 이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동물용 의약품은 동물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담당하는 축산업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동반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에서는 동물용 의약품에 대해서는 규제 중심의 관리정책을 수행하여 왔을 뿐, 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어떠한 정책적 지원을 추진한 적이 없다. 동물용 의약품 산업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4. 미래지향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
그동안 동물용 의약품 산업은 비약적인 국가경제발전과 축산업 성장에 궤를 같이하여 내수 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그러나 경제성장의 둔화와 FTA 확대로 국내 축산업 위기가 가속화됨에 따라 내수시장만을 바라보고 동물용 의약품 산업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밖으로 눈을 돌려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수출시장 역시 그리 녹녹치 않은 상황인데, 위로는 세계 유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버티고 있고 아래로는 중국 등 개발도상국가의 도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현재 정부와 업계가 함께 뜻을 모아 동물용 의약품 산업을 활성화하고 선진화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지원 예산을 편성 중에 있다. 이러한 정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어 글로벌 무한 경쟁시대를 발전의 기회로 삼아 동물용 의약품 산업을 내수산업에서 수출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여 축산분야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