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군에 백신을 실시하는 목적은 내 농장의 닭이 특정 질병으로 인해 폐사하거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이것은 내 농장에 국한된 좁은 의미에서의 목적이다. 좀 더 큰 의미에서 백신을 실시하는 목적은 같은 지역, 같은 국가 안에 속한 모든 농장들이 유행하는 질병에 대한 백신을 실시함으로써 지역 혹은 국가적으로 발생하는 질병을 퇴치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목적은 양계농장들이 어떤 질병에 대해서 백신을 실시하되 한 농장도 빠짐없이 꾸준히 백신을 실시할 때 가능해진다. 물론 백신의 효능과 병원체의 변이 등의 여부에 따라 질병근절에 어려움이 생기거나 시간이 많이 걸릴 수는 있지만, 백신 접종을 통해 질병을 억제하거나 근절하려면 농가들이 정해진 프로그램과 접종방법을 통해 꾸준히 백신을 실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백신 정책을 통해서 질병을 근절하기로 하고 농가가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된 질병 가운데 저 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LPAI)가 있다. LPAI는 빠른 시간 안에 그 효과를 보이고 있는 질병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변이가 잘되는 LPAI 바이러스의 특성상, 백신을 접종하는 가운데 변이에 관한 연구를 병행하였었는데 현재는 예산 문제로 계획의 차질이 생겨서 연구가 중단된 상태이다. 따라서 언젠가 현재 사용하는 백신의 효능의 한계가 나타나 다시 LPAI의 발생이 늘어날 경우, 이에 대처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2.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Low pathogenic avian influenza : LPAI)
저 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LPAI)는 1996년 경기도 화성에서 국내 최초 발생이 확인된 후 한동안 발병이 되지 않다가 1999~2000년경 발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최근까지 농가에 막심한 피해를 준 질병이다. LPAI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발생해서 농가에 피해를 일으킨 기간은 약 10년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0년간의 LPAI 발생동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1) 1990년대 말 ~ 2000년대 초반
전국에 가금티푸스가 만연되어 있던 1900년대 말~2000년대 초반은 가금티푸스의 피해를 면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가금티푸스에 대한 저항성이 강한 백색 산란계의 사육이 늘어나고 있던 시점이다. 그러나 저 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LPAI)의 확산 과정에서 백색계는 LPAI에 대한 높은 감수성을 나타내며 심한 폐사율과 산란저하를 일으키는 결과로 농가들은 백색계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뉴캣슬병(ND)의 발생과 함께 늘어나는 저 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LPAI)의 피해는 점점 극심해지고, 농가들은 이렇다 할 대책이 없이 속수무책으로 질병의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2) 2000년대 중반
모든 질병들이 어느 정도는 같은 결과를 보이겠지만,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LPAI)는 해가 거듭해가며 점점 피해의 정도가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LPAI)도 ND나 다른 호흡기성 질병과 마찬가지로 계절적인 피해 정도에 있어 많은 차이를 보였다. 계사의 환기가 좋아지는 계절에는 ND와 마찬가지로 계군이 LPAI에 감염되어도 피해가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환절기와 혹한기의 피해상황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심한 경우에는 산란이 거의 정지될 정도의 병원성을 가진 LPAI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도 속출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LPAI에 대한 백신 개발을 검토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나타나는 LPAI의 발생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육성과정(산란 전)에 감염되면 일반 갈색계에서는 뚜렷한 피해를 보이지 않는다.
(2) 산란 직전의 계군이 감염되면 갑작스러운 폐사를 동반하며, 부검 증상으로는 심한 요산의 침착과 선위 출혈 및 궤양이 나타난다.
(3) 산란중인 계군에 바이러스가 감염되면 호흡기 증상을 시작으로 감염 초기부터 탈색란이 보이기 시작하며, 침울(depression), 식욕감퇴, 설사 등이 나타난다.
(4) 계군이 한번 LPAI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가 회복되면 평생 면역이 보장된다. 한번 감염된 계군은 재차 LPAI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임상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산란저하 등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5) LPAI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많은 경우에 심한 설사를 동반하게 되는데, 이는 체중 감소의 원인이 된다. 심한 경우에는 개체 평균 300g 이상의 체중감소가 일어나기도 한다. LPAI의 발병 경과가 모두 끝난 후에도 심한 체중저하는 결국 산란율이 회복되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LPAI가 감염된 후 자연 회복하지 못하거나 지연되는 가장 큰 원인은 극심한 체중감소이다.
(6) LPAI는 계절적으로 임상증상이나 피해 정도의 차이를 나타내는 경향을 보인다. 여름철에 발생하는 LPAI는 피해가 경미하여 농장에서 느끼지 못할 정도로 경과하는 것이 특징이다.
<도표 1>은 2009년 2월 계군으로 LPAI 항체 역가(HI)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결과이다. 표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을 살펴보면 첫째, 이 계군을 생산한 종계가 LPAI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었기 때문에 2일령의 항체 역가는 평균 5.5를 나타내고 있다. 둘째, 56일 실시한 1차 백신의 결과가 85일령에 완성되었다. 셋째, LPAI 백신의 1차 접종의 결과는 쉽게 하락되고 항체 역가의 수준은 줄곧 평균 4를 넘지 못하고 있다. 넷째, 이 계군은 400일령을 전후하여 LPAI 야외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고 높은 LPAI 항체 역가를 나타내고 있다.
<도표1> LPAI 항체역가(HI) 모니터링 결과(2009년 2월 17일 입추계군
결국 이 계군은 백신을 1회만 접종한 결과로 극심한 생산성 피해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현재 LPAI의 발생은 현저히 감소하였지만 계군에 대해 백신을 1회만 접종할 경우 항체역가의 하락은 <도표1>과 같은 경과를 가질 것이며, 언제든지 LPAI 야외바이러스에 계군이 노출되면 심각한 피해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도표2>는 LPAI 백신을 2회 접종한 계군의 모니터링 결과이다. 이 계군은 56일령에 1차, 116일령에 2차로 LPAI 백신을 접종했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73일령과 139일령의 항체역가(HI)의 결과는 백신의 결과를 잘 반영하고 있다. 2회의 접종의 결과로 항체역가의 수준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후 이 계군에 대한 LPAI의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도표2> LPAI 항체역가(HI) 모니터링 결과 (2008년12월 2일 입추계군)
3) 2007년 이후 ~ 현재
저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LPAI)로 인한 극심한 피해로 정부는 질병근절을 목표로 한 백신 접종 정책을 펴게 되었다. 농가들은 앞 다투어 백신을 실시하게 되었고, 2009년을 기점으로 LPAI의 발생은 현저히 줄어들게 되었다. 백신 접종의 실효성이 인정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백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LPAI 백신을 1회 실시한 계군에서 다시 심한 피해를 겪는 일이 발생하였다. 그것은 오일 백신을 통한 1차 접종이 야외바이러스를 방어할 충분한 면역(기초백신)을 부여하지 못한다는 결론적 현상이었다. 2회 이상 접종을 실시한 계군에서 LPAI의 피해를 경험하는 경우는 없었다.
4) 향후 전망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농가들이 LPAI의 피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그러나 LPAI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와 같이 철새의 계절적 이동상황과 경로에 따라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아직 국내에서 근절되었다는 단정적인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계군에 대한 백신을 소홀히 하거나 생략하게 되면, 언제든지 다시 폭발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변이형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인한 생각지도 못한 형태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