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코너 -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복날에 삼계탕을 먹는 이유?

  • Published : 2010.07.01

Abstract

Keywords

복날이 다가오니 역시나 관심이 보양식으로 향한다. 인삼 냄새 은은히 도는 삼계탕 한 그릇 비워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닭 한 마리와 인삼 한 뿌리, 거기에 뽀얀 육수 한 사발로 원기가 충전되는 느낌. 정신의 만족을 넘어 몸이 후끈 달아오르는게 제법‘보신’의 기운이 돈다.

여름에 삼계탕이‘당기는’이유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높아진 체온으로 떨어진 체력, 이를 보충하기 위한 음식으로 삼계탕만 한 것이 없는데,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대추와 기를 보충하는 인삼,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소화 흡수가 잘되는 닭이 어우러져 탄생한 것이 바로 삼계탕이기 때문.

특히 땀과 열을 배출하는 탓에 속이 냉해지는 여름에는 따뜻한 기운을 돌게 하는 닭과 인삼이 특효다. 몸에 좋은 보양 음식을 모두 꼽을라치면 열 손가락이 모자라지만 쟁쟁한 보양식을 제치고 삼계탕이 최고의 복날 음식으로 꼽히는 또 다른 이유는‘만만함’에 있다. 1만원 안팎에 이만 한 입 안의 호사를 누리기란 쉽지 않은 일. 닭 한 마리를 발라먹고 난 뒤, 닭 뱃속을 채운 찹쌀밥을 육수에 풀어 먹으면‘2차’까지 가능하니, 그 누가 이 유혹을 뿌리칠 수 있으랴.

삼계탕을 맛있게 즐기기 위해서는‘왕도(王道)’를 알아야 한다.

‘닭고기를 먹기 전에 생마늘을 씹으라’는 말이 있다. 알싸한 마늘 향이 닭고기의 누린 맛을 없애 준다는 것. 게다가 마늘은 담백한 닭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다. 찹쌀밥은 닭고기를 먹고 난 후 육수에 한소끔 더 끓여낸 뒤 걸쭉하게 먹는 게 정석이다.

누가 머라 해도 삼계탕의 주인!

삼계탕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 재료는 뭐니 뭐니 해도 닭이다. 육수 역시 닭을 우려낸 것이니, 닭이 시원찮으면 육수에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닭은‘웅추’를 쓰는 것이 보통. 웅추는 50일 정도 자란 닭으로, 기름기가 적고 담백해 영계 중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프라이드 치킨이나 찜요리 등을 할 때 사용하는 육계(90일 이상 된 닭)는 삼계탕용으로는 적합 하지 않다. 살점이 두툼한 육계는 오랜 시간 끓여내면 육질이 질겨진다. ‘양 많은 게 최고’라는 주장은 삼계탕에서만큼은 통하지 않는다. 네 시간여를 끓는 동안 부드러운 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50일을 넘지 않은‘작은’닭이어야 한다.

‘삼계탕엔 영계’라는 공식은 이런 이유로 성립된다. 웅추는 영계 중에서도 수탉을 의미한다. 산란을 하는 암탉은 가슴 부위에 지방이 축적돼 담백한 맛이 떨어진다. 귀한 오골계도 삼계탕의 재료로 많이 등장한다. 육질 등은 웅추와 크게 다를 바 없으나, 오골계의 검은 육질엔 몸을 보하는 약효 성분이 있어 자양 강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구수함이 생명이다

삼계탕의 최대 적은 누린내다. 닭을 제대로 끓여내지 못하면 육수에서 올라오는 누린 기운을 잡아낼 수 없다. 삼계탕 명가마다 육수를 내기 위한 비책이 있다는 것은 육수가 삼계탕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준다. 기름기가 돌지 않는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가장 이상적인 육수의 맛이다. 닭을 네 시간 이상 고아서 우러나는 육수는 불 조절이 첫 번째 관건.

센 불과 중불, 약한 불을 조절해가며 육수를 만들어낸다. 센 불에서 닭을 익히고, 중불에서 간을 하며, 약한 불에서 닭 뼈의 진국을 뽑아낸다. 가시오갈피, 황기 등 누린내 제거를 위해 약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시원한 육수 맛을 위해 전복 껍데기를 함께 넣어 끓인다는 ‘해천’의 지승현 주방장은 “닭 육수의 구수한 맛은 유지하면서 닭에서 나는 누린내만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진한 향을 가진 재료는 육수에 넣지 않는 것이 기본”이라고 전한다. 육수를 끓이면서 약간의 소금간을 하는 것도 누린내를 잡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삼계탕의 이름이 원래 ‘계삼탕’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 닭이 주재료임은 분명하지만, 삼계탕에서 인삼이 발휘하는 공헌도에 힘입어 음식 명칭까지 바뀌게 된 것이다. 양기를 보강하는 대표 주자로 꼽히는 인삼은 고단백 식품인 닭과 어울려 최고의 보양식이 된다. 

삼계탕에 쓰이는 인삼은 3~4년 정도 자란 것이 보통이다. 3~4년을 넘어선 인삼은 향이 진해 삼계탕 고유의 맛을 잃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의미에서 삼계탕에 쓰이는 인삼은 한 뿌리 정도가 적당하다. ‘다다익선’은 ‘삼계탕 속 인삼’에는 통하지 않는다. 이롭기로 소문난 인삼이지만, 몸에 열이 많은 양인 체질에는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새겨두어야 한다. 몸을 데우는 성질을 가진 인삼은 양인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육수에 우러난 은은한 인삼 향 정도에 만족하거나 정‘씹는 맛’이 그리운 사람은 체질에 무관한 홍삼 삼계탕이 대안이다. 홍삼을 육수에 넣어 끓여내면 인삼만큼 향이 강하지 않으면서 육수에 삼의 기운이 배어 인삼을 넣은 삼계탕과 큰 맛의 차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