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언어사상 잉태시킨 소쉬르

  • 발행 : 1998.05.05

초록

때는 1912년 5월의 어느날. 소쉬르가 저 불후의 기념비적 작품 '일반언어학'을 강의했던 스위스 즈네브 대학의 강의실. 한국의 소장 기호학자 김성도는 15년 전부터 연구해온 소쉬르 선생과 가상 대화를 각기 전에 시간여행을 하여 그의 강의를 경청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맑고 투명한 어조, 전치사 하나까지 배려하는 정치한 언어 구사, 눈이 부실 정도의 푸른 눈빛, 사물을 투시하는 눈매, 짙은 눈썹과 근엄한 구렛나루, 귀족적 이미지의 뛰어난 외모는 학생들의 혼을 사로잡고 있었다. 수강생은 고작 열명 안팍이었지만, 20세기 인문학의 새로운 '퍼스펙티브'를 열어줄 언어사상의 잉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강의가 끝나자, 소쉬르 선생은 반갑게 한국에서 온 젊은 학인을 맞이하였고, 장소를 옮겨 즈네브로부터 약 20km 떨어진 아름다운 고성이자 소쉬르 가문의 유산인 뷰풀랑 성으로 안내하였다. 소쉬르 선생은 바로 이곳에서 언어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성찰과 침잠에 빠지곤 했으며, 1913년 2월 22일 55년간의 생애를 마감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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