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관계(協力關係) 구축(構築)에 있어서의 신뢰(信賴)의 역할(役割) : 남북한(南北韓) 관계(關係)를 중심으로

  • Published : 1997.03.31

Abstract

이 논문에서는 남북한 관계를 중심으로 분쟁해소와 협력관계 구축에 있어서 신뢰(信賴)가 할 수 있는 역할(役割)에 대해 검토해 보았다. 이 논문의 모델은 Kreps-Wilson(1982)의 신규진입 게임을 협력관계 구축이라는 새로운 상황에 맞게 변환시킨 순차적 게임모델로서 유한반복(有限反復) 게임구도와 비대칭적(非對稱的) 정보소유(情報所有)를 그 근간으로 한다. 북한이 남한정부가 진보적이라고 믿는 확률을 남한에 대한 '신뢰(信賴)'라고 정의할 때, 신뢰는 크게 나누어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한다. 북한이 남한에 대해 작은 규모의 신뢰감만 가지고 있어도 피의자(被疑者)의 딜레마 (Prisoner's Dilemma) 상황을 피할 수 있으며 상당한 기간동안 남북협력관계(南北協力關係)가 지속될 수 있다. 왜냐하면 보수적 성향의 남한정부도 북한이 개혁정책을 추진할 때 대북(對北) 압박정책 대신 포용정책(包容政策)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상당기간동안 포용정책을 선택할 동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이 자신의 성향을 은폐하는 위장행동의 가능성이 높은 동안 신뢰(信賴)는 쉽게 증진되지 않는다. 다만 남북한이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남북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남한이 할 수 있는 일은 정책대응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는 한편, 개혁정책을 통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期待收益)을 늘리고 남한에 배신당할 경우 입는 피해를 줄여주는 것이다.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의 기대수익을 점진적으로 늘려 '신뢰도(信賴度)가 넘어야 할 문턱'을 낮추는 것이 효과적인 정책이다. 따라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의 지속적인 개혁을 조건으로 북한의 기대수익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KEDO식의 장기적 경협사업(經協事業)을 고안하여 추진해야 한다. 이에 반해 인도주의적 명분하에 일과성의 식량지원을 북한에 제공하는 것은 북한의 구조적(構造的) 경제난(經濟難) 해소나 남북관계의 지속적 진전에 별 도움이 안되는 정책이다. 북한은 북한 나름대로 남한을 한번 믿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상대방에 대한 불신(不信)은 결국 협력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기간을 감축시켜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Keywo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