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존재와 사물의 존재(1)-책의 두께에 대하여

  • Published : 1994.01.20

Abstract

책의 두께란 책 안의 현재 속에 책 밖의 과거와 미래가 응축되어 있는 모습이다. 책이 두껍다는 것은 그것이 자신의 현재 속에 끌어안고 있는 과거와 미래가 그만큼 두터운 시간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 두께는 단지 과거와 미래를 살아있는 현재 속에 보존하는 그릇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서 문명 전체를 자기 속에 담아내는 부피로 변해버린다. 문명적 사유란 책이 만드는 두께를 터전으로 하는 사유이다.

Keywords